소설리스트

특성 먹는 플레이어-25화 (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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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의 보상은 정직하다

스탯 분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한건우는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균열에서 마수를 죽일 때 나오는 마정석과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건우가 이번에 해치운 마수는 A급 고대 히드라 1마리, D급 리자드맨 15마리였다.

시스템에서 주는 보상은 정직했다.

A급 마정석 1개, D급 마정석 15개.

고대 히드라의 꼬리 고기 1개, 늪지대 리자드맨 머릿가죽 15개.

등급외 마수인 늪거머리는 죽여도 경험치만 미미하게 나올 뿐, 마정석이나 아이템은 나오지 않는다.

‘마정석이랑 리자드맨 가죽은 팔아서 현금화하는 게 낫고···. 히드라 고기는 뭐지?’

히드라를 잡으면 보통 맹독 관련 아이템이 나오는데, 고기는 또 처음이었다.

한건우는 아이템으로 나온 히드라 고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A급 고대 히드라의 꼬리 고기]

- 섭취형 아이템(반영구적).

- 고기를 섭취한 플레이어에 한해, 감소된 HP와 MP를 초당 1%씩 자동 회복한다.

“오.”

한건우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히드라의 무한한 재생 능력처럼, 지속적인 자동 회복 능력을 주는 아이템이었다.

‘마침 힐이 아쉬웠는데.’

100개가 넘는 특성 중에는 물론 치유계 특성도 있었지만, 아직 잠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패시브 특성이 아니었다.

초당 1%면, 웬만한 힐러 한 명을 전속으로 달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차은비와는 비교 불가지만···. 힐링 포션이나 스킬보다 훨씬 나아.’

한 번 먹으면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는데다, 제약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HP가 일정 이하로 떨어질 때만 작동한다던지, 최대 회복에 한계가 있다던지, HP나 MP 중 하나만 회복된다던지 하는 제약이 안 보였다.

‘이건 팔아버릴 물건이 아니군.’

한건우는 히드라의 꼬리 고기를 꺼내 들었다.

팔뚝만한 히드라 꼬리가 탄력 있는 산낙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대로 먹기는 힘들 것 같아서, <아그니의 화염> 특성으로 살짝 구웠다.

치지지직-.

겉부분이 갈색으로 구워지면서 먹음직스런 냄새가 났다. 말린 오징어 굽는 냄새 비슷했다.

지옥의 겁화를 불러온다는 특성을, 고기 굽는 데 쓰다니···.

다소 과했다고 생각하며 구워진 꼬리를 씹어 삼켰다.

고기를 다 삼키자마자 메시지 창이 떴다.

[섭취형 아이템 활성화 : A급 고대 히드라의 꼬리 고기]

- 감소된 HP와 MP를 초당 1%씩 자동 회복한다.

*

다음날, 한건우는 각성센터로 향했다.

각성센터에 있는 공식 창구에서 마정석과 아이템을 팔기 위해서였다.

나이가 어린 창구 직원이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한건우 플레이어 님, 맞으시죠?”

“네.”

“만나봬서 영광입니다. 등록증 보여주세요.”

한건우가 각성자 등록증을 냈다.

창구 직원이 두 손으로 받아들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클래스 등록은 아직 안 하셨네요?”

“맞습니다.”

길드 등에 고용되어서 플레이어 활동을 하려면 검사, 마법사, 주술사 등 클래스를 정해서 등록해야 했다.

막 각성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잠재특성이나 각성 전 갖고 있던 재능에 따라서 클래스를 정하곤 했다.

‘하긴, 클래스 탐색을 오래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창구 직원이 어깨를 으쓱하고, 한건우에게 시세표를 보여주었다.

“오늘의 공식 마정석 시세표입니다.”

D급 이하 마정석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일 시세가 조금씩 변했다.

C급 이상의 마정석은 균열의 주인급 마수에게서만 나오는 매우 귀한 자원이라, 정부에서 시세를 일정하게 관리했다.

한건우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정석을 꺼내 내밀었다.

창구 직원은 입을 꾹 다물고 신중한 표정이 되었다.

직원은 마정석을 하나하나 등급 판별기에 신중하게 넣어보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창구 직원이 심호흡을 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A급 마정석 1개 15억원, D급 마정석은 1개당 1820만원으로 15개 2억 7300만원입니다···. 총 17억 7300만원, 플레이어 등록 계좌로 입금하면 될까요?”

“네.”

한건우는 이어서 리자드맨 머리가죽도 개당 270만원에 팔아서 현금화했다.

균열 변이 덕분에,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이러니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걸고 균열에 뛰어들 만도 했다.

게다가 한건우는 상납할 길드도, 정부도 없었다.

모두 한건우의 몫이었다.

금해준과 그 파티원들도 리자드맨들을 꽤 잡았으니 적지 않은 보상을 챙겼을 것이다.

그 때였다.

“어, 건우 형님! 드디어 뵙네요!”

한건우는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센터 로비에 금해준이 서 있었다. 정장을 쫙 빼 입은 채였다.

“형님 언제 오시려나 하고, 어제부터 기다렸는데···.”

“내가 왜··· 당신 형님입니까?”

“아이,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강하고 나이도 많으신데 당연히 형님으로 모셔야죠!”

“....”

그런 식이면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다 금해준의 형님이 될 판이었다.

금해준은 꽤 넉살 좋은 성격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형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저희 할아버지, 금일섭 회장님께서 보답 차원에서 형님이 원하는 것을 드린다고 합니다.”

금일섭 회장이라면 LK그룹의 회장으로, 자수성가로 거대 그룹을 키워낸 사람이었다.

그가 아끼는 막내 손자의 목숨을 한건우가 구해줬다.

맨입으로 넘어갈 사람은 아닌 듯했다.

“내가 원하는 것?”

“그건 할아버지께서 직접 뵙고 말씀드린다는데요, 오늘 시간 되시는지요?”

한건우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

*

“여기는···?”

한건우는 내심 놀랐다.

설마하니 LK 회장 저택으로 초대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금해준은 신이 나서 한건우를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회장 저택은 그야말로 부의 절정이었다.

높은 천장은 보호 기능이 있는 마석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각성자 경호원이 곳곳에 서 있었다.

마수의 뼈로 만든 예술작품 앞에서는 한건우도 잠시 발걸음을 멎을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한건우 플레이어 되시죠?”

금해준의 어머니가 우아한 미소를 짓으며 한건우를 맞이했다.

그녀를 따라가자, 커다란 응접실이 나왔다.

백발의 금일섭 회장이 안락의자에 앉아있었다.

“할아버지, 손님 모셔왔어요. 한건우 플레이어요.”

금일섭 회장은 형형한 눈빛으로 한건우를 바라보았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인데도, 한건우는 그의 카리스마를 느꼈다.

금일섭 회장이 입을 열었다.

“내 손자를 구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아닙니다.”

“이제껏 원수는 다 갚지 못하더라도, 보답은 반드시 하면서 살았지.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능력이 닿는 한 도와주지.”

금일섭 회장은 에둘러 시간을 끌지 않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한건우는 금일섭 회장의 단도직입적인 화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자신도 거기에 맞추기로 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현재 회장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겁니다.”

“그게 무언가?”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금해준의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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