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특성 먹는 플레이어-18화 (1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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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정했다

“!”

몰려든 기자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한건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이 안 된 것이다.

한건우가 고개를 돌려 건물 안을 바라보았다.

유리문 너머로, 머리가 희끗한 각성센터장과 눈이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각성센터장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저 어린 놈이 다 알고 있다! 어떻게?’

한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자 기자들 쪽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다.

“하하···.”

위트를 담아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카메라를 든 PBS뉴스 기자가 미소지었다.

‘이건 된다!’

뉴스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한건우는 그야말로 뉴스 그 자체였다.

잘생긴 얼굴에 큰 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사진발을 잘 받았다.

게다가 여유와 자신감까지 엿보였다.

‘저 와꾸에 S급 각성자라. 그림 좋다.’

클로즈업 샷을 올리면 조회수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다른 기자들은 이 정도로 만족했겠지만, PBS뉴스 기자는 달랐다.

‘뉴스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배웠지.’

PBS뉴스 기자의 휴대전화 메신저가 속속 울리고 있었다.

[동창 찾았음]

[가난한 고아, 여동생 하나 있다고 함]

[보육원 출신이고 무직]

벌써 기사에 쓸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생각났다.

-‘흙수저 고아’에서 ‘S급 수저’로 신분 수직 상승! 초대형 신인의 말 못할 과거는?

기자들은 대부분 최상급 각성자 앞에서는 겁쟁이였다.

알아서 눈치 보는 찬양 기사를 쓸 것이 뻔했다.

PBS뉴스는 달랐다. 대형 길드 <환인>을 든든한 배경으로 둔 언론사였기 때문이다.

오직 <환인> 소속 플레이어만 올려쳐 주면 되었다.

다른 플레이어들 눈치는 볼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런 기사들 사이에서, 조회수를 쭉쭉 빨아야지.’

그 야심찬 계획은, 한건우의 마지막 말 때문에 바뀌었다.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없네요. 여기 오신 기자분들 중 한 분과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

“저희 고려일보와 해주시죠!”

물론 PBS뉴스 기자도 열심히 손을 들었다.

“여기 PBS뉴스입니다!”

S급 각성자의 첫 단독 인터뷰라니. 엄청난 특종이었다.

모든 기자들이 이 기회를 따내고 싶어 안달이었다.

“오늘 쓰시는 기사를 읽어보고,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한건우는 그 말을 남기고 움직였다.

기자들이 따라붙으려 했지만, 한건우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자,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사자 앞의 양이 된 기분.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바짝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상급 플레이어는 마음만 먹으면 그 기운만으로도 일반인을 압도할 수 있었다.

‘윽···.’

한건우가 유유히 사라지고 나서야, 기자들은 어색하게 서로를 마주보았다.

PBS뉴스 기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저렇게 나오면, 기사를 막 쓸 수가 없잖아.’

모든 기사를 본인이 직접 확인하겠다는 엄포.

혹시나 단독 인터뷰를 딸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본능적인 위압감.

한건우는 말 한 마디로 기자들을 눈치 보게 만든 것이다.

PBS뉴스 기자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난 놈은 난 놈이구나···.’

***

한건우는 언론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언론으로부터 숨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경고성 멘트를 한 까닭은, 다름아닌 여동생 지윤 때문이었다.

자기 얘기라면 어떻게 써도 상관 없었지만, 지윤은 아니었다.

기자들이 가정사를 자극적으로 쓰다가 지윤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제를 시켰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선을 넘는 기자가 있다면 반드시 본보기를 보여주리라.

벌써 속보가 올라가기 시작했는지, 한건우의 휴대전화에 전화와 문자로 불이 나기 시작했다.

동창들, 헬스장 관장님, 기억도 나지 않는 이름과 번호들, 그리고 여동생.

한건우는 전화기를 무음으로 하고, 여동생에게만 문자 답장을 보냈다.

[잠깐 일이 있어서. 들어가서 얘기할게.]

휴대전화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첫 화면부터 한건우의 사진이 박혀있었다.

“....”

기사를 몇 개 훑어보았다.

내용은 대체로 평이했다.

흥미 위주로 한건우의 개인사를 다루기보다는, 사실적인 분석 기사가 많았다.

나라별 S급 각성자 수 분석, 기존 유명한 S급들의 클래스 분포 등.

그 중에서 한건우는 어떤 기자의 이름에 주목했다.

문철민 기자?

‘이 사람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맞았다.

PBS뉴스 문철민 기자.

각성자 관련 특종을 많이 터트려서, 10년 후에는 PBS의 간판 앵커가 된다.

나중에는 자기 이름을 걸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성공한다.

‘이번 기사는 그저 그런데?’

물 흐르듯 잘 읽히긴 하지만 그뿐.

별로 차별성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

한건우는 블랙마켓의 잡화상으로 향했다.

위탁 판매를 맡긴 솔 스톤의 대금을 찾으러 온 것이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잡화상 상인이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이제는 완전히 VIP 대우였다.

“대금 찾으러 왔습니다.”

“...그 가격에 다 팔릴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상인은 경외에 가득찬 눈으로 한건우를 바라보았다.

그럴 만도 했다.

블랙마켓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마저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수익을 냈으니까.

500만원어치 솔 스톤 주문.

200배 가격에 전량 매도 성공.

그것만 해도 10억 원이었다.

수익률은 무려 1만 9,900%.

게다가 마지막에는, 뒤늦게 찾아온 브로커 둘이서 서로 자기에게 남은 물량을 달라고 경쟁을 했다.

결국 200배의 정가보다도 더 높게 받았다.

상인은 그걸 하나도 숨기지 않고 다 공개했다.

‘수익률이 2만 퍼센트가 넘는다···.’

몇천만원의 수수료와 보관료를 떼고도 10억 원이 넘는 돈이 남았다.

상인은 아공간 금고에서 10만원권 지폐로 가득찬 돈가방을 꺼냈다.

“대금은 현금으로 10억 1,500만원입니다.”

[특성 발동 : 거짓 간파]

- 상대방이 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음

‘금액을 속이진 않았군.’

위탁판매 계약서를 쓰긴 했지만, 등급이 낮은 간이 계약서였다.

마음만 먹었으면 분명히 돈을 빼돌릴 구멍이 있었을 텐데.

나름대로 믿을만한 상인 같았다.

별 일 없으면 이 상인과 거래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한건우가 돈가방을 받아드는데, 상인이 아공간 금고의 열쇠도 함께 쥐어주었다.

아공간 금고는 열쇠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든 열어서 꺼낼 수 있었다.

“뭡니까?”

“거래를 터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가게를 거래처로 삼아 주십시오.”

상인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상인도 한건우를 손님으로 받은 덕에, 며칠만에 큰 이익을 봤다.

“좋습니다. 앞으로 여기와 1순위로 거래하죠.”

한건우가 떠나고, 옆 가게의 상인이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뛰어왔다.

“임 사장! 이거 봤어? 저 사람 맞는 것 같은데!”

“네?”

<속보>S급 플레이어 탄생··· 국내 13번째.

그가 보여준 기사에는 한건우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

PBS뉴스 기자실.

창밖은 어둑해진 지 오래였지만, 기자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PBS뉴스 문철민 기자는 컵라면을 후후 불면서, 자신이 쓴 기사 반응을 살펴보았다.

-부럽다ㅠ 나랑 동갑인데 평생 돈 걱정은 없겠네

-S급 각성자 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5위라고 합니다

“재미가 없어···.”

김이 빠졌다.

평소처럼 잔뜩 어그로를 끌었다면, 지금쯤 댓글을 읽으면서 신이 났을 텐데 말이다.

“에휴.”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십중팔구 욕설을 듣기 십상이라, 귀에서 살짝 뗀 채로 전화를 받았다.

[문철민 기자님.]

“예, PBS뉴스 문철민입니다.”

목소리가 익숙했다.

설마···?

[기사는 잘 봤습니다.]

“한건우 플레이어, 맞죠?”

[나중에 기자님께 인터뷰 의뢰하죠.]

전화가 뚝 끊겼다.

“우와아아!”

문철민 기자가 주먹을 쥐고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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