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특성 먹는 플레이어-2화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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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기인데?

회귀 전, 한건우는 20살 생일에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1차 각성 결과는 F급.

별로 강하지도 않은데 각성자 의무복무 대상만 된다고, 비웃음을 사는 등급이었다.

보통은 실망하겠지만, 한건우는 만족했다.

각성자 의무복무를 위해 입대하면 생활비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모는 없고, 소년가장으로 여동생을 돌보던 그였다.

육군에 들어가 의무복무를 했다. 정부에 돈을 내고 복무를 면제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런 큰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군대는 나름대로 적성에 맞았다.

자연스럽게 군대에 말뚝을 박았다.

초짜 F급 플레이어는 몸값이 별로 높지 않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투에서 활약하면서 1차 각성보다 드물다는 2차, 3차 각성을 거쳤다.

한건우는 점점 명성을 쌓아갔다.

상부에서 차세대 인재로 한건우를 주목한다는 소문이 들렸고, 용병 헤드헌터가 연락을 하기도 했다.

기쁜 것도 잠시, 여동생 지윤은 정체모를 병에 걸렸다.

백방으로 치료법을 수소문했지만, 소용 없었다.

하급 힐러들은 지윤이 왜 아픈지, 이유조차 찾지 못했다.

기껏 저축해놓은 돈은, 밑 빠진 독 같은 치료비에 금방 바닥이 났다.

“오빠, 미안해···. 오빠가 목숨 걸고 고생해서 벌어온 돈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넌 나을 생각만 해.”

퉁명스럽게 대했지만, 그게 본심은 아니었다.

매일 심해지는 고통에 울부짖는 지윤을 보기가 괴로웠다.

지윤은 몇 달만에 시름시름 시들어갔다.

그러던 중 균열 해체 임무에 투입되었다.

거기서 우연히 유명한 S급 힐러 차은비와 파티가 되었다.

사적으로는 얼굴도 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한건우는 그녀를 억지로 붙잡고, 지윤의 증세를 말했다.

“음식을 먹여도 창백하게 야위어가고, 작은 상처도 낫지 않습니다. 다른 힐러들은 모르는 병이라는데, 혹시 치료법을 아십니까.”

“....”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비슷한 병명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차은비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죠? 멀미가 난 것처럼 어지럽다고 하고?”

“...예, 맞습니다.”

“병명은 몰라요. 치료법도 모르고. 현상 유지하는 방법만 알아요.”

“그 방법이 뭡니까?”

한건우의 눈이 빛났다.

동생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지는 것만 막아도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법사 클래스의 힐링 스킬을 하루에 몇 시간 이상, 샤워하듯이 쏟아부어야 해요.”

“그게··· 가능합니까.”

힐링 스킬을 잠깐 받기도 어려운데, 몇 시간이나 쏟아부어야 한다니.

법사 수십 명을 대기시킬 수도 없고, 막막했다.

“설마 그런 치료를 플레이어한테 받을 생각은 아니죠? A급 마정석이 들어간 치료실에 들어가야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차은비는 당연한 소리를 물어본다는 듯 툴툴거렸지만, 한건우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돌아가서 알아보니, 마정석 치료실은 그녀의 말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우선 치료 자체가 눈이 돌아가게 비쌌다.

돈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였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불법 용병단에라도 이직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치료 예약을 해도 대기가 엄청나게 길어서, 순서를 기다리다 죽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수소문을 해보던 그때, 내부 오퍼가 왔다.

“이능력··· 특수전단이요?”

믿을 수 없는 행운이었다.

특수부대에 들어가면 A급 치료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다음 주까지 생각해 보고 답 줘.”

“가겠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해 봐. 연봉 많다고 함부로 덤빌 곳이 아니야. 생명 수당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한건우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여동생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거면 됐다. 더이상의 바람은 사치였다.

특수전단에서 쫓겨나면 안 되니, 이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아무리 위험한 임무가 주어져도 맨 앞에서 앞장섰다.

모두가 꺼리는 잔혹한 임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강산이 바뀌는 세월이 흘렀다.

한건우는 부대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았다.

훈련, 임무, 그리고 지윤의 치료.

그 세 가지밖에 몰랐다.

갑자기 지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더 오래 치료실에서 들어가도 차도가 없었다.

늦가을 낙엽처럼 생기를 잃어버린 동생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더이상 한건우가 특수전단에 머물 이유도 없어졌다.

임무에서 마음이 떴고, 곧바로 전역 신청을 했다.

시골에 내려가 한 몸 조용히 살다 가려고 했다.

*

‘...그리고 바로 SSS 놈들에게 폐기처리당했지.’

한건우의 인생을 이용하고 짓밟은 거대 조직, 특수안보부(SSS).

꺼림칙한 명령도 있었지만, 더 많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내린 명령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회귀 직전에 맞닥뜨린 그들의 실체는 추악했다.

군과 정부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면서, 동생과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맘대로 조종하는 조직.

그들의 명령을 따르느라 플레이어 사냥꾼이 되어 10년을 보냈는데, 그야말로 쓰레기 처리하듯 버려졌다.

한건우는 입맛이 썼다.

놈들에 대한 증오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무방비하게 당한 자기 자신이 바보같았다.

그 과거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개 개인이 그들에게 맞설 수 있을까?

‘해야 한다.’

자신과 여동생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적어도,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

한건우는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할 수 있어.’

나중에 세상을 놀라게 할 고급 정보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이 알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는 것도.

과거보다 훨씬 강해지는 것도.

15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한건우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는 국내 최강의 엘리트 플레이어 조직 SSS인만큼,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한건우는 우선, 회귀 당시 보았던 메시지를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자신보다 강한 플레이어 100명 살해 업적 달성으로, 탐식의 권능을 준다고 나온 것 같은데....’

임무수행 때문이긴 했지만, 자기 손으로 사람을 100명 넘게 죽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일단 스테이터스 창을 켰다.

‘각성 전이니 안 보이려나.’

이상하게도 스테이터스가 보였다.

우선 기본 스탯.

스무 살의 신체는 젊고 튼튼했지만, 그래봤자 일반인 수준이었다.

체력 8,

근력 10,

민첩 6···.

일반인치고는 높지만, 회귀 전의 수치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어떻게 고생해서 키운 스탯이었는데, 도둑맞은 것처럼 아까웠다.

본능적으로 아쉬움이 들었지만, 스스로 마음을 달랬다.

‘한 번 해봤으니 이제 시행착오 없이 최적의 방법으로 가면 돼.’

그 아래에 뜻밖의 이레귤러 수치가 하나 보였다.

...마력 1116.

“어?”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치였다.

플레이어의 개별 스탯이 100만 넘어도, 어디 가서 당당히 내세울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마력이 1000이라고?

마력 하나만 놓고 보면 웬만한 S급 법사를 압살할 정도였다.

회귀 전, 한건우의 마력 스탯은 197.

주로 버서커 특성으로 폭딜을 하는 근거리 딜러였기에 마력보다는 근력이나 민첩에 치중했던 것이다.

‘마력이 1116이라니··· 이거라면 클래스 자체를 바꿔도 되겠어.’

마력 금수저, 아니 아다만티움 수저 급이었다.

권사 클래스로는 상위권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 항상 아쉬웠는데.

잘 하면, 국내에 12명밖에 나오지 않은 S급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건 일반인의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마력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못 견디고 당장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각성도 하지 않은 몸이 이 마력을 가뿐히 견뎌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이것 때문인가.’

한건우의 손이 자신의 심장 위로 향했다.

쿵-, 쿵-.

아까부터 가슴께에서 말로 할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이 있었다.

심장 쪽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보자, 찌릿한 전류까지 느껴졌다.

한건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진짜로 있어, 뇌룡의 심장.’

과거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뇌룡의 심장 조각은 자기 몸 속에 있었다. 심장의 일부가 된 것처럼 같이 박동하고 있었다.

엄청난 마력도 여기에서 나온 것 같았다.

이건 자신이 악몽을 꾸었거나 미친 게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내가 겪은 15년은, 분명한 현실이었어.’

그렇다는 건 회귀 때 나타난 메시지도 다 진짜라는 뜻이다.

기본 스탯 창 아래에, 낯선 메시지가 빛났다.

[악마의 권능(유일) : 탐식]

- 죽인 자의 특성을 흡수합니다.

죽인 자라면, 그가 회귀 전에 죽인 플레이어들의 특성이 전부 흡수된 걸까?

그 중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만 세도 100명이라고 했으니....

설마. 그렇다면 너무 사기인데.

한건우는 반신반의하며 특성창을 켰다.

“미친.”

한건우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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