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클럽 카스라르고 (4)
“등 뒤는 걱정하지 마라. 이쪽 적은 내가 맡을 테니.”
제르비아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전투에 임했다.
‘앞쪽 복도는 제르비아와 대원 하나로 충분하다. 하지만.’
순간 카인을 향해 검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다른 쪽 복도로 돌아온 적이었다.
쐐액!
카인은 몸을 틀어 검을 피했다.
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류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멍청하긴! 잡았…!”
가방이 아공간으로 사라지고, 적의 손은 허망하게 허공을 움켜쥐었다.
자세가 무너져 쓰러지는 적.
힘주어 올려친 카인의 무릎이 적의 얼굴을 가격했다.
쿠득!
뼈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함께 적이 바닥을 뒹굴었다.
카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전황을 분석했다.
사방으로 펼쳐진 좁은 복도.
특무대 외에도 지상에 있던 경비 병력이 섞여 수십 이상의 인원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숫자는 약 50. 포위당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불리해진다.’
좁은 복도는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인원을 상대하기 좋다.
하지만 앞뒤로 포위를 당할 수 있기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공간 제약 상 대단위 마법도 불가. 각자 생존에 바빠 정제 시간을 벌어 줄 가드를 바랄 수도 없다.’
특무대를 상대론 어중간한 정제 단계의 마법은 사용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자신이 적측 지휘관이라면.
‘남아 있는 자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려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꼬리는 자를 수 있을 테니까.’
취해야 할 것은 비리를 입증할 추가 자료.
행해야 할 것은 포위를 피하기 위한 병력의 산개와 각개전투.
카인의 시선이 천장에 있는 CCTV 수 대에 닿았다. 판단을 마친 그가 외쳤다.
“자비르 경위! 0번대의 지휘권을 내게 넘겨라!”
“지금부터 0번대는 요한의 지휘를 따른다!”
제르비아는 즉각 품에서 인이어 무전기를 꺼내 카인에게 던졌다.
그리고 여분의 것을 꺼내 귀에 착용했다.
‘카인. 무슨 수가 떠오른 모양이지. 너를 믿고 맡기겠다.’
이미 난전 속 혼란 탓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상황.
더불어 믿음이 존재했다.
그라면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가지고 있을 거란 믿음.
서로 적으로 마주했을 때.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보란 듯 빠져나갔던 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명령, 확인했습니다!”
일시 외침과 함께 0번대 대원들이 무전기를 꺼내 착용했다.
카인의 목소리가 그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사전에 나눠 준 도면으로 지하 3층의 구조는 모두 숙지했으리라 믿는다. 지배인의 집무실이 중심. 318호를 12시 방향으로 잡는다.”
카인은 제르비아와 0번대 대원들을 여러 방향으로 산개시켰다.
좁은 복도를 따라 적의 추격이 이어졌다.
카인 역시 달려드는 적을 피해 뛰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마법사를 잡아!”
복도를 통해 일렬로 적이 몰려 왔다.
가드 없는 마법사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지 특무대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낮은 레벨의 마나유저들쯤은.’
카인의 손에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순식간에 다다른 2단계 정제.
마나 사용을 늘려 위력을 높였다.
지지직─!
한 줄기 돌풍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 경로상의 모든 것을 관통했다.
복도 끝에서 돌풍이 소멸하고, 복도에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시체에서 마나를 흡수하며 카인은 계속해 달렸다.
쾅!
집무실 문을 열자 이미 수색을 벌이고 있던 경비들이 고개를 돌렸다.
카인의 리볼버가 빠르게 불을 뿜고, 미간이 꿰뚫린 그들은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카인은 문을 닫고 그 위에 방호를 덧씌웠다.
쾅! 쾅! 쾅!
곧 바깥에 도착한 적들.
그들은 문을 부수고 방호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마나를 아꼈기에 방호의 출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깨지려는 순간마다 마나를 쏟아 내구도를 보강할 뿐이었다.
‘CCTV. 이곳이라면 전황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벽면 가득한 CCTV 화면.
카인은 제르비아와 0번대에게 계속해 지시를 내렸다.
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돌아야 하는지.
또 다음 적은 어디서 나타나고, 언제 전투를 시작해야 하는지.
“헤롤드, 오른 어깨. 자세를 낮춰라.”
전투 중에도 지시를 내려 적의 공격을 회피하게 했다.
제르비아를 포함한 4명의 인원에게 하나하나 모두, 실시간으로.
이미 각성 성분이 몸에 퍼져, 그들의 반응 속도는 수인에 못지않았다.
카인은 지시를 계속하며 집무실을 뒤져 시설 운영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 아공간에 넣었다.
실시간 지시와 방호의 유지.
그리고 집무실 전체에 대한 수색.
각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니 그에 들어가는 정신력은 어마어마했다.
전황 변화에 따라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 삭제되었다 생겨나기를 반복하는 동시, 마법을 위한 수식 계산과 집중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과연.’
그 와중 카인은 적의 움직임이 묘하게 일사불란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CCTV의 개수와 화면의 수가 달랐다.
생각은 빠르게 한 가지 결론에 닿았다.
‘지휘관은 바깥에 존재한다. 이곳에서만 전황을 살필 수 있는 게 아니겠지.’
크게 달라질 일은 없었다.
적도 이쪽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걸 다시 한번 역이용하면 될 뿐이었다.
─1시 복도는 모두 처리했습니다.
─3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시에 따라 8시로 이동하겠습니다.
카인의 지휘하에, 0번대는 철저하게 적을 농락했다.
기본적인 실력 차와 강화 마법.
포위당할 상황을 만들지 않고 국지전을 벌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자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카인은 방호를 해제하고 복도로 나갔다.
짙은 혈향에 향초의 향이 뒤엉켜 역한 냄새가 났다.
“다들 괜찮은가?”
복도에서 제르비아와 0번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나부라진 시체 사이를 지나 카인에게 모였다.
“적이 밀려들어 올 때만 해도 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1번대가 저희를 배신을….”
0번대 대원들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기색이었다.
본래 지휘관인 제르비아 앞이라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카인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전멸.
그들이 이룬 성과는 그랬다.
지하 3층에 살아 숨 쉬는 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제조실과 창고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채 벌벌 떨고 있는 비전투 인원을 제외하고는.
“혹시 남은 적이 있는지 방을 돌며 확인하겠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숫자를 셌으니까.”
카인의 말에 제르비아가 멈칫했다.
그녀는 카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카인. 기적을 일으켜 놓고 어찌 그리 담담할 수 있는 거지.’
자신으로서는 불가능했던 일.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
분명한 질투이자 동경.
부끄러웠다.
지휘관의 역할을 못 한 자신도.
질투라는 감정을 품은 자신도.
하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질투가 얼마나 추악한 감정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1번대 대장이 자신을 배신했을 이유가 되었을 그 감정 말이다.
“무슨 할 말이 있나?”
“고맙다. 지금 전투에서 이길 수 있던 건 네 덕분이다.”
카인은 별말이 없었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제르비아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대원들에게 말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올라가지. 위층에도 적이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일행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향했다.
지하 2층.
이곳 역시 적막했다.
“손님들은 모두 대피시켰나 보군요.”
“적으로선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상황일 테지.”
지하 1층.
마찬가지로 복도와 객실에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 끝.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중 하나를 본 헤롤드가 단숨에 거리를 좁혀 검을 내리쳤다.
“프란! 이 개자식이!”
챙!
헤롤드의 검은 두꺼운 유리 벽에 가로막혀 튕겨 나갔다.
라티움에서 제작한 특수 유리.
파르테르의 지하 투기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물건임을 카인은 금세 알아보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와 달리 라이티노가 이 시설의 제작에 관여하진 않았을 거란 점이었다.
‘벽 안쪽은 확실히 꼬리가 밟혔을 때의 리스크가 있겠지. 마약으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해 봐야 그에겐 푼돈에 불과할 테고.’
카인은 유리 벽과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건너편 인원은 총 다섯이었다
1번대 대장 맬리스 경위.
2번대 대장 프란 경위.
딜런 메디컬의 연구부장 나이론.
그리고 인질로 잡힌 2명의 0번대.
프란 경위가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제르비아를 보며 말했다.
“자비르 경위, 당신이 17번 구역에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도 단순 방문도 아닌 수사를 위해서라니. 명백한 수사권 침범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르비아는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두른 검으로 유리 벽을 그었으나 얕은 흠집만 날 뿐이었다.
아마 이 유리 벽을 내리고 대응책을 세우느라 전장엔 모습을 비치지 않았으리라.
“소용없습니다. 라티움에서 제작한 특수 강화 유리로 황실의 외벽과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나에 내성을 지니고 있죠. 기사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습니까?”
“프란 경위, 지금 그쪽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긴 한가?”
프란 경위는 쿡쿡 웃었다.
긴장 어린 얼굴을 한 나이론이나 맬리스 경위와 달리 여유로웠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한 차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저는 자비르 경위 당신이 서류를 넘기고 이 일에 대해 함구하길 바랍니다.”
“뭐?”
“솔직히 말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긴 합니다. 전멸이 목표긴 했지만 그게 우리 측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저 마법사가 변수로 작용했지요. 괜찮으시면 신원을 밝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카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변용 마법을 해제했다.
이미 적과 적으로 대치하는 이상 괜한 마나를 쓰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저, 저자는…!”
“아무래도 우린 악연인가 보군.”
‘요한’을 본 나이론이 몸을 떨었다.
격한 분노에 얼굴이 붉어지고 다음 말을 제대로 뱉지 못했다.
분노를 느끼고 있는 건 제르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히 내게 범죄에 가담하라 말하고 있는가.’
그 대상은 프란 경위였다.
그녀는 씹어 뱉듯 말했다.
“서류를 원한다면 이쪽으로 넘어와 직접 가져가라. 그럴 용기가 있다면.”
“자비르 경위, 저는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벽을 넘어가지 않고도 그쪽 목숨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했다.
“청장님은 전만큼 경찰 조직 운영에 관심이 없으시죠. 마치 흥미를 잃은 것처럼요. 당장 일을 덮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다만 잡음은 조금 남겠죠. 그마저도 없애려 하는 겁니다, 저는.”
사건을 완벽히 은폐하기 위해선 특무대 대장의 입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거절한다.”
“부하들의 목숨이 달려있는데도 그리하시겠습니까?”
프란 경위가 시선을 돌렸다.
불안한 표정을 한 맬리스 경위가 0번대 대원들의 목에 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제, 제르비아. 프란 경위의 말을 들어.”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제르비아가 뿜어내는 살기에 맬리스 경위가 움찔했다.
“그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제가 조금 설득했을 뿐입니다. 진급을 위한 방법은 공을 세우는 것도 있지만, 앞순위에 있는 이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요.”
제르비아는 프란 경위의 말을 무시했다. 대신 맬리스 경위를 똑바로 쏘아보며 말했다.
“왜 나를 배신했지?”
“나, 나는….”
맬리스 경위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기사 학교 때부터 잠재되어 있던 시기와 열등감이 순간 그릇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노라고.
“어쨌든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저희와 같은 배를 타느냐. 부하들의 목숨을 포기하고 끝까지 신념을 지키느냐.”
“대장님! 저희들은 상관없습니다! 협박 따위에 굴하시면 안 됩니다!”
제르비아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해야 할 선택이다.”
카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평소와 같았으나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숨을 골랐다.
사실, 처음부터 정답을 정해 놓았던 일이었다.
“죽일 테면 죽여라. 내 부하들도 명예를 아는 자로서 그걸 바랄 테니까.”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프란 경위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렸다.
“어쩔 수 없군요. 나이론 부장님. 스위치를 작동하시죠.”
“아, 알겠습니다. 그 전에 잠시만….”
나이론은 카인 앞 유리 벽에 섰다.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들고 희열감이 번들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이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사람 인연이란 게 참 얄궂지 않소?”
“농토를 정식으로 넘겨받기 위해 만날 날짜를 정해 놨던 걸로 알고 있소만.”
“허! 농토! 18번 구역의 농토! 목이 달아날 상황에 아직도 농토 타령이라니!”
나이론은 배를 잡고 웃어 댔다.
명백히 상황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조롱하는 의도로 한 행동이었다.
“이래 보여도 나는 꽤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오. 당신에게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겠소. 간단하오. 아래 틈으로 이 약을 굴려 줄 테니 마셔 보기만 하면 되오.”
“무슨 약인지 이름은 들어보지.”
“이름은 없소! 그쪽만을 위해 특별히 제조한 약이니까! 치사율 99퍼센트의 독약! 1퍼센트 확률로 살아날 수 있으니 거기에 걸어 보는 건 어떻소! 그쪽이 좋아하는 내기 말이오!”
나이론의 웃음은 광기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무색무취.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독약.
날마다 벌어지는 요한의 파티에 찾아가 그의 잔에 몰래 약을 넣는다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힘들게 제조한 약물을 이렇게 상대를 조롱하는 데도 쓰지 못한다면 참으로 아쉬울 일이었다.
“글쎄. 석화증 치료제 같은 명약 하나 없는 기업의 약물이라니, 이걸 복용하고 싶어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군.”
나이론의 웃음이 뚝 끊겼다.
상대는 조롱에 당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쪽의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평온한 얼굴을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나이론은 품에서 스위치 여럿을 꺼내 동시에 눌렀다.
푸시이─
그와 함께 유리 벽 안쪽의 천장 환기구에서 하얀 가루가 섞인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아래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준비한 마약.
곧 내부는 기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인간인 이상 숨을 쉴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참는다 한들. 주위에 바람을 둘러 기체를 막는다 한들 언젠가 안쪽의 산소가 바닥날 테고.”
“야, 약이 아깝긴 하지만 이 정도로 상황을 무마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프란 경위와 나이론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단시간에 이 정도 양의 마약을 흡입한다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마나유저라 해도 의식을 잃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푸시이이─
5분, 10분, 20분.
마약은 멈출 줄 모르고 뿌려졌다.
“대, 대장님….”
인질로 잡힌 0번대 대원들은 사색이 되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마약의 분사가 멈추었을 때, 나이론은 스위치를 작동해 유리 벽을 올렸다.
“일단 포박부터 합시다. 구속구는 여기 준비되어 있습니다.”
프란 경위와 나이론은 기체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나이론이 몇 걸음을 떼지 않은 순간.
팟─!
하얀 기체 사이에서 팔 하나가 불쑥 뻗어 나와 나이론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은 악력에 의해 뼈 채 그대로 비틀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기체 너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한 약재를 가지고 이 정도 약밖에 만들지 못하다니, 역시 실력이 형편없어.”
순간.
장내 모두는 등골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