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위대한 카인 (3)
“카인…?”
“…….”
카인은 제르비아의 시선이 파일로 향했다 다시 자신에게 온 것을 확인했다.
“앞으론 필체도 바꿔야겠군. 그보다 음주를 즐기는 편인 줄은 몰랐는데.”
특유의 냉랭한 어조와 표정.
제르비아는 상대가 카인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앞으론 벽 안쪽에서 활동할 생각인가. 또 무슨 꿍꿍이를….’
“목소리와 얼굴을 바꾸어도 내 눈은 속일 수는 없다. 그리고 이건 내가 마시고 싶어 마신 것이… 우웁!”
솔직히 말해 어느 정도 자의로 마신 것도 있었다.
시계탑에서의 그날 이후 마나회로의 질이 확연히 향상된 걸 느꼈다.
함께 향상된 육체 능력을 시험해 볼 요량이었으나, 알코올에 대한 취약도는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우욱!”
카인은 제르비아의 몸을 반대편으로 빙글 돌렸다.
그녀가 자신의 점심 메뉴를 확인하는 동안 카인은 고개를 돌려 못 본 척 해 주었다.
손가락을 튕겨 사용인들에게 청소를 지시한 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다 끝났나?”
“…….”
제르비아는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알 수 없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토한 뒤의 힘겨움 때문인지.
다만 혀를 깨물어 죽고 싶은 심정일 뿐이었다.
* * *
저택 안쪽의 응접실.
카인은 제르비아에게 알약 하나를 건넸다. 헥사메디컬을 통해 발표할 기능성 약품 중 하나였다.
“체내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알약이다. 먹어 두는 게 좋을 것 같군.”
제르비아는 팔짱을 낀 채 카인이 내민 알약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필요 없다. 나는 취하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어느새 냉철한 수사관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전 구토를….”
“그런 적 없다.”
“복도에서.”
“사실이 아니다.”
“…….”
“정말로… 흐끅!”
제르비아가 구토의 후유증으로 딸꾹질을 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속을 게워낸 덕에 상태가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 취기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였다.
‘자존심을 부리는군.’
카인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대화의 빠른 진행을 위해 그녀의 체면을 조금 지켜 주기로 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성분 외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이에게는….”
“고맙게 받아들이지.”
제르비아는 기다렸다는 듯 알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겉으론 평정을 유지했지만, 사실 남아 있는 술기운 때문에 죽을 것 같던 참이었다.
꿀꺽.
흰 목덜미를 타고 알약이 넘어갔다. 곧 화한 감각이 온몸에 번지며 정신이 또렷해졌다.
“……!”
메슥거림 역시 사라졌다.
놀라운 효능에 제르비아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카인의 다음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상태가 괜찮아진 것 같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한 달 전, 나는 라이카를 죽였다.”
제르비아의 몸이 순간 돌처럼 굳었다. 그녀는 한참 카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남은 것은 바마와 보스뿐이군.”
맹약의 조건은 블루서펜트의 붕괴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
때문에 카인은 블루서펜트에 관해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애초에 녀석의 성격상 이런 일을 거짓으로 말하지도 않겠지만.’
자신도 몇 번인가 직접 상대해 본 적이 있지만, 라이카는 단순히 강하다는 말론 부족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런 라이카가 쓰러졌다.
눈앞에 있는 카인의 손에 의해.
제르비아는 테이블 아래 내린 손을 불끈 쥐었다.
‘카인. 너는 어디까지 강해질 생각이지.’
시계탑에서의 그날 이후 카인의 무력을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교도소를 탈옥한 이후 녀석의 성장 속도를 생각한다면.
괴물.
그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괴물이 되어 있다고 보아야 옳았다.
‘나 역시 강해졌다. 하지만.’
카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대한 벽 하나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정보에 따르면 바마는 여전히 벽 안쪽에서 밀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녀석이 보스의 현재 위치에 대한 단서를 쥐고 있다고 하더군.”
카인은 블루서펜트에 관해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되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20번대 구역. 당장 대원들과 출동해 수색을 벌이겠다.”
“시간을 두고 접근하는 게 좋을 거다. 용의주도한 녀석인 만큼 낌새를 알아채는 순간 꼬리를 빼고 말 테니까.”
제르비아 역시 전에 바마와 마주한 적이 있었고, 그가 경우에 따라 라이카에 못지않은 강적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당장은 움직이지 말라는 말인가.”
“선택은 네 자유다. 다만 섣불리 수사망을 좁혔다간 바마가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있지.”
카인이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여 말했다.
“라이카와는 성향이 달라 도발 따위는 소용이 없지. 내가 가진 전력으론 상대할 수 없는 적이다. 녀석을 잡기 위해선 적어도 특무대 전체를 일시에 움직여야 한다.”
“…특무대 전체라니. 치안국 국장은 되어야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카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없는 건가?”
“뭐?”
“일전에 내가 말했을 텐데. 널 경찰청장이란 위치에 올리겠다고. 내가 만들어 준 계단을 밟을 자신이 없나?”
제르비아가 발끈했다.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상에는 분명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특진이 예정되어 있지.”
카인이 제르비아의 말을 끊었다.
“진급 속도는 점점 빨라질 거다. 앞으로 내가 전달할 정보는 점점 더 큼직한 조직들에 관한 것들일 테니까.”
카인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마나로 된 벽 바깥 구역들의 지도가 나타났다.
더 거대한 조직들.
제르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카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역시 정보량에 있어선 음지에서 직접 활동하는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먼저 35번 구역으로 움직여라. 입수한 정보로는….”
앞으로 소탕할 조직들의 이름을 듣던 제르비아는 문득 의문을 느꼈다.
협력을 통해 자신은 범죄 박멸이란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빠른 진급이라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나를 청장 자리에 올려 블루서펜트를 무너트리겠다고 했지.’
정말 그걸로 끝인가?
단순히 그것만이 목표라기엔 지나치게 번거롭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가?
카인을 쫓으며 위화감을 느꼈던 순간들이 머리에 스쳤다.
탄광촌 주민들을 구해 준 일.
47번 구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일.
‘생각해 보면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일으켜 왔던 범죄도 모두 정부 기관이나 다른 범죄 조직을 향한 것들이었다.’
순간.
무언가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인.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한참 입술을 달싹이다 꺼낸 말.
카인은 설명을 중단하고 그녀를 응시했다.
“작전에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나.”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다시 한 번의 심호흡.
“네게 범죄는 어떤 의미지?”
제르비아는 순간 후련함을 느꼈다.
그녀의 가슴 깊이 응어리로 남아 있던 질문이었다.
“범죄라.”
카인의 대답은 잠시 간격을 두고 돌아왔다.
“내 어머니는 조직 간의 전쟁에 휘말려 죽었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민간인이었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르비아가 무슨 말을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카인이 덧붙였다.
“너처럼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지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
카인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쳤다.
많은 의미가 녹아 있는 말이었다.
카인이 감정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는 건 제르비아로서는 처음이었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아마 최초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동시에 그녀는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로 꾹 누른 것처럼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뭘까.
통증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파티를 즐기다 갈 생각이라면 사용인에게 따로 이야기하도록.”
끼익- 탁-!
어느새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카인이 문을 닫고 나갔다.
카인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제르비아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통증은 여전했다.
이유 역시 여전히 알지 못했다.
그녀의 입술에서 혼란스런 감정이 묻어나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약이 필요할 것 같군.”
* * *
소문은 들불처럼 번졌다.
“그러니까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18번 구역의 금싸라기 땅을 넘겨야 한다는 거지.”
헥사메디컬의 대표와 딜런메디컬의 부장이 농지를 두고 내기를 벌였다는 것.
“진짜야. 내가 두 다리로 일어서는 걸 봤다니까?”
컴뱃오토의 회장이 휠체어에서 일어나며 석화증 치료제의 효력이 증명되었다는 것.
그 이후 벌어진 일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헥사메디컬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폭등했으며.
저택에선 연일 호화로운 파티가 열렸고.
어떻게든 카인과 안면을 트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심에서 카인은 소문을 취합하고 다시 제조해 뿌렸다.
굳이 공작원을 쓸 필요도 없었다.
파티 참가자 모두가 성실히 소문을 실어 날라 주었으니까.
“새로 확보한 농토에서 재배가 시작되는 대로 TX-001의 공급도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화증 뿐만 아니라 다른 불치병 역시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카인이 의도한 소문 중 하나는 영면증과 맹안증의 치료제였다.
빠르면 반년.
늦어도 1년 내로 개발이 끝나고 상용화가 이루어질 거란 소문.
카인의 목적은 단순히 사교계의 유명 인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목적은 황실의 출입.
그러기 위해선 소문이 황실까지 흘러 들어가야 했다.
‘3황자는 영면증을 앓고 있다.’
일상생활 중 갑작스레 잠에 빠진다는 점은 기면증과 비슷했다.
하지만 점차 수면 시간이 늘어 끝내는 식물인간과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는 점이 달랐다.
황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개개의 쓰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치료 기회가 있다면 굳이 놓치지 않을 터였다.
‘황실의 출입은 황제가 지정한 이들에 한해서 가능하다.’
소문이 퍼지면 황제가 ‘요한 키리프’를 황궁으로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 카인의 계산.
물론 그 전에 다른 수도 써 둘 생각이었다.
가령 볼트기어의 정비사로 위장해 황궁의 정문을 지나는 지금과 같은 수를.
“볼트기어. 벡터 클라함 외 5인. 마나탱크의 정비를 위해 방문. 확인되었습니다.”
문지기는 카인을 비롯한 정비사들의 몸을 훑는 데 사용했던 마나 탐지봉을 내리고 안쪽의 통제실로 무전을 보냈다.
쿠구궁─
거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황궁의 정문이 양옆으로 밀리며 조금씩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고풍스러운 양식을 한 수십 채의 건물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정원들이 보였다.
‘이제 시작이군.’
카인은 한차례 호흡을 가다듬었다. 대륙에는 각 구역을 가르는 다수의 ‘벽’이 존재했다.
20번대와 30번대 구역 사이.
10번대와 20번대 구역 사이.
1~9번 구역과 10번대 구역 사이.
그리고 ‘0번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황궁과 1~9번 구역 사이.
광활한 부지 위에 지어진 것이 황궁이기에 ‘구역’이라 불러도 가히 무리가 없었다.
“벤, 저번처럼 헤매지 말고 내 뒤에 꼭 붙어 따라오라고. 엄한 곳에 들어갔다간 목이 달아날 수 있으니까.”
앞서 걷던 정비사 하나가 카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의하겠습니다.”
카인의 얼굴은 앳된 청년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5단계 정제를 거친 변용 마법을 사용했기에 탐지에도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정비팀에 위장해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문을 어떻게 통과할지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자리를 하나 만들어 나를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볼트기어의 차남 샌더슨.
그 역시 황실을 상대로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었다.
「내 말 한마디에 라티움이 계약 업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자신의 멍청한 행동 때문에 힘들게 쌓아 올린 아버지의 기업이 무너진다면.
갈등했지만 샌더슨의 결정은 정해져 있었다.
원래 팀 내에 있던 ‘벤’은 다른 구역으로 급작스러운 휴가를 떠났고, 그 자리를 카인이 대신했다.
사전에 넘겨받은 자료로 벤의 표정과 몸짓, 말투,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 모두 완벽히 습득한 채.
“그럼. 모두 맡은 구역을 끝내고 2시간 뒤에 이곳에서 다시 보자고. 황궁 분들 눈에 거슬리지 않게 알아서 행동들 조심하고.”
정비팀은 2명씩 3개 조로 나뉘어 각기 맡은 외곽 구역을 향해 흩어졌다.
“꼼꼼하고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매주 하는 일이라고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하지 말고.”
주 업무는 지상에 솟은 마나 탱크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이었다.
황궁 전체에 마나를 공급하는 일종의 전력원과 같아 중요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그렇게 6개째의 마나 탱크를 정비했을 때.
“우리가 맡은 구역은 이걸로 끝이야.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쉬었다가 집결지로 이동하자고.”
“알겠습니다.”
사수는 카인과 함께 외벽과 마나 탱크 사이의 사각지대로 향했다.
“아이고.”
사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무거운 정비 가방을 내려놓고 마나 탱크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땅덩이가 워낙 넓고, 또 외곽 쪽이라 사람 마주칠 일이 거의 없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카인은 사수의 옆자리에 앉으며 그의 목 뒤로 슬며시 손을 뻗었다.
파직!
“끅!”
사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푹 쓰러졌다.
생명엔 지장이 없을 터.
하지만 한동안 의식을 차리진 못하리라.
카인은 마나 탱크 밖으로 나왔다.
중앙 황궁.
황자와 황녀들의 별채.
그 밖에 여러 집무 시설들이 시야 멀리 보여 왔다.
‘황궁 내부에 진입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 전에 파악할 수 있는 건 모두 파악해 두는 것이 좋겠지.’
사수의 말대로 주위를 지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황궁을 탐색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보였다.
비록 깊은 곳까진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을 도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카인은 작업용 모자를 눌러 썼다.
정비 가방을 고쳐 맨 뒤 천천히 외곽을 따라 돌았다.
‘저곳이 1황자의 별채. 황제의 명을 받아 벽 바깥에 임무를 나가 있다 했지. 뒤편은 2황자와 3황자의 별채이고.’
눈에 담긴 모든 풍경이 자잘한 정보로 쪼개져 카인의 뇌리에 새겨져 갔다.
탐색 중 앞쪽에 위치한 정원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의외였다.
이런 외진 장소에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이.
카인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근처의 마나 탱크로 가 정비사를 연기했다.
타박. 타박.
기척은 등 뒤로 점점 가까워져 왔다. 그리고 이내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네요?”
산들바람을 떠올리게 하는 쾌활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황실 내 인물들의 설정을 한 차례 떠올린 카인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조금 골치 아플지도 모르겠군. 아니, 잘만 이용하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카인은 내적 한숨과 함께 등 뒤의 그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