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탈옥한 천재마법사-104화 (104/227)

#104. 뱀이 기는 거리 (7)

“손을 잡지, 제르비아. 내가 너를 경찰이란 조직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올려 주겠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걸까.

제르비아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런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카인이 이어 말했다.

“제르비아, 경찰청장이 되어라.”

역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끝까지 자신을 조롱할 생각인 듯싶었다.

“헛소리. 목숨 따위 구걸하지 않는다. 시간 끌지 말고 어서 죽여라.”

“내가 농담을 하는 것 같나?”

그녀는 카인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더없이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고 이내 깨달았다.

‘…진심으로 뱉은 말이라고?’

생각해보면 애초에 농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흙먼지처럼 소란하게 피어올랐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목 주위에 검은빛의 마나로 이루어진 둥근 고리가 마치 목줄처럼 생겨났다.

“분명 여기서 네 목숨을 끊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내 행동 원칙 중 하나는 효율성이다. 비효율적인 행동을 혐오하며,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최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하지.”

그 말과 함께 고리는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이는 많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능력까지 갖춘 이는 찾기 힘들다. 그런 이를 죽이는 건 내게 있어 비효율성의 극치다. 네 목표는 범죄를 박멸해 ‘안전’이 누군가의 특권이 아닌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내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또 어떤 교활한 술수로 자신을 현혹하려 하는 걸까.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겠다는 심산인가?”

이제껏 가만히 있던 그의 입매가 픽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내가 제안하는 건 협력이다. 스스로 꼭두각시라 생각하면 그런 존재로밖에 머물지 못하겠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순간적인 계산이 오갔다.

녀석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다.

범죄 박멸이라는 대업을 도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는 것은.’

“조직에 대한 복수가 목적인가?”

“그래. 우리에겐 공동의 적이 있지. 너는 블루서펜트를 소탕하기를 원하고, 나 역시 그들의 파멸을 원한다.”

블루서펜트의 파멸.

조직에 대한 복수.

예측하고 있던 사실이기에 그리 놀랍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어쨌든 녀석의 제안 뒤에 숨겨진 의도는 알 것 같았다.

굳이 자신의 손을 쓸 것도 없이 경찰을 조종해 복수를 이루겠다는 것.

‘복수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는 부수적인 이득들이 목적이겠지만.’

지극히 녀석다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아직 존재했다.

“나를 끌어들여 봤자 특무대 한 개 대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경찰청장으로 만들겠다니 그런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니, 가능하다.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 테니까.”

“…….”

그녀는 카인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런 말을 뱉었으니,

실제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그저 그 정도의 투였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 믿는 그녀로서는 어떻게 한낱 개인이 그러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정말 그러한 미래가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이었다.

‘최면? 암시? 아니 그런 것 따위가 아니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오직 카인 같은 부류의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그 인물 본연의 아우라 때문이 아닐까 추측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이지 않으면 후회할 거다. 협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나는 언제든 다시 네 목을 노릴 테니까.”

“증오. 삶을 살아가며 배제할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좋은 감정 중 하나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원동력이 되니.”

카인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손짓했다.

순식간에 완성된 기하학적 문양의 마법진이 선연한 빛을 발했다.

“다만 서로의 공통된 목표를 이룰 때까진 잠시 미뤄 두도록 하지. 그 후에 내 목에 검을 겨눈다면 얼마든지 받아 주겠다.”

그녀는 그 마법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잠깐, 나는 아직….”

“네게 선택지는 둘 뿐이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이 자리에서 죽거나.”

“나는….”

많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오갔다.

제안을 수락하면 분명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

협력을 하는 동안에는 무리겠지만, 계약이 완료된 후에는 다시 녀석에게 검을 겨눌 수 있다.

오히려 이제껏 녀석을 쫓아왔던 기간 때보다 녀석에 대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녀석은 범죄자다.’

타인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험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다.

녀석이라면 분명 그에 대한 안배 역시 철저히 준비해 놓았을 테니까.

다만 범죄자와 손을 잡는다는 사실 자체가 극도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카인의 목소리가 그녀를 생각에서 일깨웠다.

“제르비아, 사사로운 것들은 버려라. 감정, 인간관계, 재물, 그 외의 것 모두. 오직 네 인생의 과업만을 생각해라.”

두근.

그녀의 가슴이 세게 뛰었다.

「그런 알량한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납골당에서 녀석이 뱉었던 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과거의 자신은 원하는 선을 지키며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신은 오늘 동료를 구하기보단 범죄자를 쫓기를 택했으며, 운신에 방해가 되는 혈육의 유골함을 깨트렸다.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죽는다.

수락하면 목숨은 부지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주어진 기회를 밀어낼 이유는 없다. 녀석과 손을 잡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끝까지 자존심을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 따위가 목적 달성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혼란스러움이 일순간에 잦아들었다.

언뜻 보기에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이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현명하군. 카인 리베르와 제르비아 칼타는 블루서펜트의 소탕에 상호 적극 협력하며, 맹약이 맺어진 동안에는 서로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일체의 행동도 금한다. 동의하나?”

“동의한다. 하지만 계약이 끝나는 즉시 내 검은 곧바로 네게 향할 거다.”

“얼마든지.”

허공에서 공명하던 마법진은 반으로 갈라져 두 사람의 의복을 통과해 가슴에 스몄다.

인두로 지진 것 같은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가 곧 사라졌다.

카인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일단 식당으로 돌아가라. 뒤처리에 대한 지시는 사람을 보내 전달하지.”

카인의 발밑에 새겨진 이동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카인을 위시한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실내엔 제르비아만이 남게 되었다.

“…….”

그녀는 다소 멍한 눈동자로 세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한차례 소란스럽고 거대한 꿈을 꾼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고 창 앞에 다가섰다.

지상의 풍경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피부에 닿는 찬바람은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카인, 네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대체 무엇이지.’

녀석이 협력을 제안한 데엔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다른 의도가 있을 터였다.

가늠하지 못할 숫자와 상상하지 못할 내용으로.

그리고 자신은 그 숨은 의도들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상식과 예측이 적용되지 않는 인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신은 평생이 가도 카인이라는 인간의 단 하나의 단면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몸을 살폈다.

부상을 살피고,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가늠키 위해 회로의 상태를 점검했다.

우웅.

뛰는 것 정도의 마나는 운용이 가능할 듯싶었다.

그녀는 창에서 등을 돌려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을 회수하고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엔 바람만이 남았다.

* * *

총 30명의 인원 중 3명이 사망했으며 13명이 중상을 입었다.

동료에게 살수를 휘두른 이들은 각성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큰 정신적 충격과 함께 극도의 자기혐오와 자괴감에 시달렸다.

“식당 조리실의 CCTV 기록입니다. 폴라 경위, 비셔스 경사, 할 말이 있습니까?”

제르비아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두 사람은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할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본부로 돌아가 징계는 달게 받겠습니다.”

사실 징계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만행이 낱낱이 보고된다면 경찰로서의 커리어는 완전히 끝이었다.

어쩌면 옷을 벗는 것은 물론, 특무대가 입은 심각한 피해에 대한 배상까지 요구받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그들이 놀란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저는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묻고자 합니다.”

상대의 입에서 자신들을 구제해 주겠다는 말이 나왔기에.

제르비아의 설명이 뒤따랐다.

어쨌든 같은 작전에 참여했던 이로써 자신도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커리어에 결점이 되기에 사소한 징계도 허용할 수 없다.

식당에서 벌어진 일은 없었던 일이며, 사상자의 경우 레드스컬의 습격으로 인한 것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접선 장소에 카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만남 자체는 사실이었지만, 낌새를 느끼고 나타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사건을 덮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애초에 식당 안에는 경찰 외에 일반인이 몇 명 없었고, 대원들은 모두 명예욕이 강한 이들로 스스로 치부를 발설할 일도 없었다.

제이슨 대표는 당시 접선 장소에 나가 있었으므로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알지 못했다.

CCTV 기록은 이미 확보해 놓았기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입만 다물면 사건의 진상이 알려질 일은 없었다.

폴라 경위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본부에는 거짓 보고를 올리실 생각인가요?”

“예. 카인에 대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해 이미 47번 구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며, 레드스컬과의 전투가 있었다고 보고할 생각입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증을 준비해 놓을 필요는 있겠죠.”

두 사람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고, 이틀간의 뒷수습 후 특무대는 47번 구역을 완전히 떠났다.

* * *

“이제 가네요. 지긋지긋한 인간들.”

창밖에서 특무대의 차량이 도시 외곽 방향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에스텔은 몸을 돌려 체스를 두고 있는 밀시안과 카인을 보며 말했다.

“다른 수사관들이 또 파견되지 않을까요? 결국 당신에 대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하고 가는 거잖아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폰을 들어 옮기며 카인이 말했다.

“경찰의 무력 집단은 사실상 특무대 하나다. 적지 않은 인원이 전투 불능 상태이니 한동안 추가적인 수사를 벌일 여력은 없다고 보아도 좋다.”

탁.

“크흠.”

카인의 다음 수를 마주한 밀시안은 침음을 삼켰다.

게임에 깊이 몰입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형세가 밀리고 있어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최소 3개월. 그동안 이 도시는 안전하다.”

“전 경찰이란 조직이 사실 잘 이해가 안 가긴 해요. 전투 인원이 부족하면 더 뽑거나 양성하면 될 인인데.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탁. 탁.

한참 고민한 밀시안이 폰을 피해 킹을 옮겼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곧바로 움직인 카인의 나이트에 의해 다시 위기에 처했다.

“돈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인원을 뽑을 생각이 없는 쪽에 가깝지.”

“에?”

“전투 인원을 늘리면 그들을 어딘가에 투입해야 하고, 그러면 범죄율이 줄어들겠지. 역설적으로 경찰이란 조직의 존속 가치는 줄어들 테고.”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이내 말뜻을 이해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

“일부러 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경찰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래.”

그녀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해도 경찰은 필요해요. 억제제 역할을 하는 경찰이 없으면 범죄가 다시 들끓기 시작할 게 분명한데.”

“경찰의 윗선은 그렇지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 안타깝군. 분명 지금보다는 경찰이란 조직의 규모가 작아질 테니.”

“…….”

그녀는 못내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기억을 돌이켜 보면 수도의 경찰들도 시민을 지키는 검보단 자기 밥그릇 지키기 바쁜 공무원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그녀는 총총 다가와 두 남자 사이 소파에 앉아 체스를 구경했다.

“누가 이기고 있는 거예요?”

“카인 님이 이기고 계십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군요.”

카인의 시선이 흘긋 에스텔을 향했다.

그녀는 새것 티가 나는 은빛 메이스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새 장비는 마음에 드나 보군.”

그녀가 직접 설계도를 작성하고 대장간에 의뢰해 만든, 순도 100퍼센트 미스릴로 이루어진 메이스였다.

언제 시무룩한 표정을 했냐는 듯 그녀가 헤실헤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잘 때도 안 떼어 놓고 자요. 전에 쓰던 무기였으면 그 여자랑 싸울 때 진작 부서졌을 거예요.”

실제로 고가이긴 하나 소재는 평범했던 밀시안의 검은 복귀 직후 날이 빠져 부러진 상태였다.

탁.

“다음 원석은 네 검을 만드는 데 쓰도록 하지.”

탁.

“아닙니다. 저 따위에게 그런 큰돈을 쓰실 필…. 카인 님, 한 수만 물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지. 부담 가질 필요 없다. 네가 강해진다는 것은 내가 활용할 수 있는 패가 강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감사합니다. 저 같은 이를 신경 써 주셔… 크흠.”

밀시안이 수를 물러 다른 위치에 다른 기물을 놓았지만, 이번에도 카인의 수에 막혀 퇴로가 막혀 버렸다.

“바마에게 최근 들어온 통신은 없었나요?”

“오늘 새벽 대화를 나눴다. 보스에게선 예상대로 아직까지 공격 지시는 없었다고 하더군.”

카인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특무대를 움직여 충분히 나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보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

전투에서 패한다는 것은 해당 구역의 시설 전반을 빼앗긴다는 말과 같았다.

남은 간부는 사실상 둘이었다.

바마와 라이카.

만약 그들마저 전투에 패한다면, 구역 일대에서 빨아들이던 모든 수익이 멈춰 버리는 셈이었다.

「간부 공석을 채울 만한 녀석들의 리스트를 올리란 지시는 내려왔었다.」

47번 구역에 대한 공격은 조직의 정비 후에 이루어질 것이다.

만일 전쟁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일정치의 수익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공격을 들어가진 않겠지만.’

라이카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33번 구역은 47번 구역보다 공략 난이도가 높기에 먼저 병력을 움직여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쪽의 병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

적이 쉽사리 들어올 수 없는 완전한 주둔지를 만드는 일이 우선순위에 꼽혔다.

‘적이 정비를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수 싸움을 벌이듯, 카인은 보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쫓아 모두 파훼할 생각이었다.

탁.

“아, 제가 너무 섣불리 움직였군요. 고작 폰 하나를 잡자고 비숍을 내어주다니….”

그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이쪽으로 먼저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물론 보스의 첫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을 터였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와 함께 직원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책상 위에 서류철을 하나 놓고 나갔다.

카인은 그것을 집어 빠르게 읽어 내렸다.

“…….”

정보길드에서 보낸 보고서였다.

내용을 모두 파악한 카인은 마법으로 불을 일으켜 서류를 태웠다.

탁.

그리고 퀸을 움직여 단숨에 게임을 끝내버렸다.

“바로 출발할 준비를 하지. 밀시안, 자리를 비우는 동안 구역의 관리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오늘 세 판 중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그때 말했던 그곳으로 가는 거죠?”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쳤고, 에스텔 역시 밖으로 나갈 채비를 갖췄다.

‘슬슬 그곳을 지날 때가 되었지.’

카인은 보고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마탑 신입생들의 수학여행에 관한 보고였다.

대륙 내 마법 관련 명소를 순차적으로 돌다, 오늘 클랙필드에 도착했노라고.

라크센.

이 세계의 진짜 주인공을 만나러 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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