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소문 (2)
문이 열리고 금발의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
“아직도 많이 바쁜가 보네요.”
빼꼼 고개를 내밀었던 에스텔은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책상 앞에 있는 소파로 걸어와 앉았다.
“며칠은 더 이러고 있어야 숨을 돌릴 틈이 생길 거다.”
전쟁이 끝나고 사흘째였다.
잠을 줄여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혼자 처리하지 않고 아랫사람들한테 나눠 줄 수 있잖아요.”
“사무 처리에 관해선 마음에 드는 이가 없더군.”
“당신이 완벽주의라 그래요.”
“어중간한 이들에게 맡길 바엔 혼자 처리하는 게 훨씬 속도가 빠르다.”
“…반박은 못 하겠네요. 어제 들어왔을 때 쌓여 있던 서류가 다 사라진 걸 보면.”
그녀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위에 걸친 베이지색 카디건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종종 입던 것과 완전히 같은 색이었지만 옷감이 미묘하게 달랐다.
“옷을 샀군.”
“어? 어떻게 알았어요?”
“못 보던 옷이니 새로 산 물건이지 않겠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히죽 웃으며 기분이 좋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내가 평소에 뭘 입는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쓰고 있는 거였어요?”
“…….”
엄밀히 말해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 기억력 때문이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 귀찮아져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사라. 옷뿐이 아니라 뭐든.”
그녀에겐 높은 한도를 지닌 카드를 준 상태였다.
다만 그녀는 여전히 소비에 서툴렀다.
꼭 필요한 물건이나, 옷과 같은 기분 전환용의 작은 사치를 제외하곤 돈을 쓰지 않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많기는 한데, 사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더라고요. 당신한테 물들었나 봐요. 당신도 꼭 필요한 물건 말고는 안 사잖아요. 그 정도로 많은 돈이면 없던 욕심도 생기는 법인데.”
시설의 인수와 용병들의 유지로 많은 돈이 나갔고, 또 앞으로도 나갈 터였다.
하지만 마음껏 사치를 부려도 될 정도의 돈 정도는 아직 족히 남아 있었다.
못해도 10억 실링 단위로 말이다.
“돈은 수단에 불과할 뿐 목표가 될 수 없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가끔 나보다 더 종교인 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어요.”
에스텔이 총총 다가왔다.
내 등 뒤로 와 유리 벽 너머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슬쩍 고개를 틀어 그녀의 시선과 같은 곳을 보았다.
“확실히 날이 지날수록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네요.”
내리쬐는 햇빛을 맞으며 시민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상점과 가판대 역시 다시 문을 연 곳이 적지 않았다.
낮은 소리를 내며 차들은 천천히 도로 위를 움직였다.
평화롭다 할 수 있는 풍경.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 도시는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더러 주위를 경계하며 눈치를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평소 심심찮게 일어나던, 강도나 소매치기 따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치안은 일시적이나마 전쟁 전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엔 구름 한 점 남지 않는 것처럼.
“벽 너머를 보는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는 치안국이 직접 관리를 해서 거리의 분위기가 딱 이렇거든요.”
그녀의 시선이 들어 올려졌다.
47번 구역의 외곽 너머.
지평선의 끝.
얼마나 먼지도 가늠이 안 되는 거리에 가로로 길게 뻗은 희미한 선이 보였다.
이 세계에서 각 번호 대의 구역은 수도를 원형의 띠 모양으로 감싸며 바깥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다트의 과녁판.
혹은 나이테의 동심원처럼.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20번대 구역을 감싸고 있는 ‘첫 번째 벽’이었다.
‘두 번째 벽’이 다시 10번대 구역을, ‘세 번째 벽’이 수도를 감싸는 구조였으며, 안쪽으로 갈수록 그 높이와 규모는 배가 되었다.
“사람들이 새벽에도 걱정 없이 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하더군.”
“에? 가본 적 없어요? 블루서펜트 정도의 조직이면 이런저런 일 때문에….”
“없다.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였지. 애초에 출입이 바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곳이니까. 밀수를 맡았던 바마는 보스가 만들어 준 신분증 덕에 그나마 출입이 가능했다.”
‘첫 번째 벽’은 사람들 간의 신분을 가르는 ‘첫 번째 경계’였다.
“벽 너머엔 슬럼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겠지.”
“슬럼…. 맞아요. 애초에 상류층 이상만 거주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녀의 눈빛이 어딘가 감상에 젖어 들었다.
슬럼이란 단어를 듣고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린 듯했다.
잠깐의 침묵 뒤 그녀가 말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곳은 다시 치안이 안 좋아지겠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범죄는 피할 수 없다. 벽 바깥의 경찰들은 제 기능을 포기했으니 억제 또한 되지 않겠지.”
“…모두가 벽 안쪽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멀리서 성당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이 도시의 사람들만큼은 그렇게 될 거다.”
“네?”
뎅- 뎅-
종소리 탓에 그녀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했다.
“뭐에요? 방금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경매에는 가 보지 않아도 괜찮겠나? 본인 장비가 될 재료이니 눈으로 직접 봐 두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곧 다가오는 미스릴의 출품.
다른 구역의 경매장에 밀시안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괜찮아요. 경매장에서도 검증을 다 했을 테니 가품이 나올 리도 없고, 가 있는 동안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곁에 있어야죠.”
그녀는 행동반경을 줄여 최대한 내 곁에 붙어 있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번 전쟁이 끝난 뒤론 더더욱.
‘내가 촉매와 마정석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불만이겠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종종 굳어지는 표정이나 ‘촉매의 종류와 후유증 대처’ 같은 책을 뒤적이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회로의 수명은 착실히 줄고 있다.
당장은 단기적인 후유증으로 끝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확실히.
‘아직까지는 괜찮다. 게다가 회로레벨이 올라 촉매에 의지해야 할 상황이 앞으로는 더 줄어들 테니.’
계산상 아직까지는 허용 범위였다.
적어도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회로를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당분간은 이곳에 머무를 생각인 거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의 다음 움직임을 보고 행동을 결정할 생각이었다.
「파르테르는 죽었다.」
「미친놈.」
이틀 전 통신.
전쟁의 종식에 대해 바마는 그 밖의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는지, 혹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치안국을 따돌리고 아지트로 돌아가 대기해라. 곧 보스에게 명령이 내려올 거다.」
「뻔해. 배신자를 숙청하라는 명령이겠지.」
보스가 남은 두 간부를 움직일 것은 확실하다 생각했다.
다만 그 신중한 성격상 곧바로 공격 지시를 내리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사흘간 47번 구역을 향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보스의 개인 병력도 존재는 한다.
하지만 그들을 쓰는 것은 최후의 최후가 될 터였다.
「다음 통신은 보스의 명령이 내려온 직후. 그때까진 연락을 최소한으로 한다. 여동생에 대한 다음 단서는 그때 제공하지.」
「…네 놈 원하시는 대로.」
의외로 얌전한 반응이었다.
통신을 종료하기 전 나는 스치듯 말했다.
「맹약 마법의 해제법을 찾는다면 클리드먼의 논문 ‘맹약, 처벌의 무효화에 관하여’를 추천하지.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그때쯤 취하고 있을 행동을 예측해 던진 말이었다.
순간 움찔하는 녀석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통신은 종료되었다.
삐빅-.
그때 책상 위의 스피커에 불이 들어왔다.
버튼을 누르자 1층 데스크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지?”
─그게, 경찰서장입니다. 신분증 확인은 했고 저도 전에 얼굴을 본 적이 있어 기억합니다.
“혼자인가?”
─여럿입니다. 사복 차림이긴 하지만 모두 부하 직원으로 보입니다.
47번 구역의 경찰서장.
슬슬 접근해올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카인이 돌아왔다는 소문.
내가 마법을 풀고 직접 얼굴을 보인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파르테르를 마주했던 순간의 잠깐 잠깐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스치듯 얼굴을 목격한 이들이 존재했고, 소문은 무성하게 퍼져나갔다.
구태여 잠재우려고 하지 않았고 소문의 크기는 충분히 경찰의 귀에도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치안국에서 조사가 나오는 것은 확정으로 보아도 된다.’
그러니 서장들은 불안한 것이다.
이제까지 잘 감춰온 도시의 실상이, 저들이 저질러온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까 봐.
아마 내 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으리라.
“모두 올려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버튼을 눌러 통신을 종료했다.
“괜찮을까요? 경찰을 직접 마주해도?”
“걱정할 것 없다. 오히려 제 발이 저린 것은 저들일 테니까.”
똑똑.
오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서장님이 오셨습니다.
나는 「염동」을 이용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저절로 열린 문에 깜짝 놀란 얼굴들이 나타났다.
“들어오시지요.”
총 여섯 명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둘과 삼십 대 중후반 정도의 비교적 젊은 경찰 넷.
그들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집무실에 들어왔다.
“오시는 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갔어야 했는데 처리할 일이 많아 그러지를 못했군요.”
내가 호의적인 태도로 악수를 청하자 중년 둘은 그제야 경계심이 풀린 얼굴을 했다.
이내 자신감이 깃들었다.
과연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줄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경우가 있는 자로구만. 만나서 반갑네.”
그들은 악수를 받은 뒤 명함을 꺼내 내게 건넸다.
각각 46번 구역과 47번 구역의 경찰서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이름과 통신 코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자기소개, 혹은 자신들과 같이 명함을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우스웠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엔 옷자락 끝조차 보이지 않던 이들이 끝나고야 우르르 나타난 모습이.
나는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고는 몸을 빙 돌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먼저 걸어가 테이블 앞 상석에 앉은 나를 본 그들의 얼굴에 재차 당황이 어렸다.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제가 서 있는 걸 싫어해서 말입니다.”
나는 거만한 자세로 한쪽 다리를 꼬아 올렸다.
서장 둘은 불편한 눈치로 자리에 앉았다.
따라온 경찰들은 그들의 등 뒤에 섰다.
에스텔은 내 등 뒤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그들을 쏘아보았다.
“먼저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네만.”
왼쪽, 안경을 쓴 서장이 말했다.
그의 시선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얼굴에 향해 있었다.
수배지, 혹은 경찰청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았던 카인의 얼굴과 대조해보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본들 마법으로 바꾼 얼굴을 일반인이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뒤쪽의 경찰들 역시, 회로를 가동해 자신이 마나유저임을 한껏 드러내고 있으나 모두 2레벨 정도에 겨우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우스웠다.
회로를 드러낸 행위가, 도리어 자신들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소문이라니,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지요.”
“그, 소문이 돌았네. 이번 전쟁이 블루서펜트와 퍼틸랜드의 싸움이 아니라 블루서펜트 간부 사이의 내전이라고 말이야.”
“흥미롭군요. 저희 조직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것도 같습니다.”
잠시 침묵했다.
상대가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내려는 타이밍에, 나는 입을 열었다.
“저를 카인이라는 간부라고 생각하시는군요.”
“…….”
“블루서펜트의 간부들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 같은 용병 출신보다는 ‘경찰’이신 서장님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나는 경찰이란 두 글자에 힘을 주어 발음했다.
냉랭한 목소리에 그들이 순간 움찔 몸을 떨었다.
“저는 기껏해야 간부들의 이름 정도를 들어본 게 다입니다. 실물을 본 것은 이번 전쟁 중 파르테르를 본 것이 처음이지요.”
“헛, 흠, 그래. 소문이란 게 원래 다 부풀려지고 와전되기 마련이지 않겠나.”
애초에 소문이 사실일 거라 크게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간부 ‘카인’은 힘줄이 끊긴 채 오지의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폭발 사고에 말려 사망 처리되었다.
서장 직위로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기껏해야 그 정도일 테니까.
그들의 얼굴에 옅은 안도감이 떠오른 까닭은 하나였다.
만에 하나 내가 ‘카인’일 경우.
조사관이 사건을 들쑤시는 정도가 단순히 ‘두 조직 간의 이권 다툼’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것이기에.
“자네를 퍼틸랜드라는 조직의 수장으로 보아도 되겠나?”
“책임자는 따로 있습니다만, 저에게 말씀하셔도 무방합니다. 후에 전달하겠습니다.”
“어쨌든 전쟁이 너무 크게 벌어진 감은 있네.”
“다른 구역은 그나마 소규모 교전이 벌어져 우리가 덮을 수 있었지. 하지만 47번 구역의 전쟁은 이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네.”
“저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41번 구역에도 블루서펜트의 간부가 나타났었다고 하더군. 치안국 특무대가 파견을 나왔었으니, 분명 이곳에서 벌어진 전쟁 역시 그들 귀에 들어갔을 거야.”
그들은 열변을 토했다.
마치 나를 설득하고자 하듯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치안국의 경찰들은 구역 내에 주둔하는 경찰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네.”
“구성원 모두가 수준급의 마나유저로 이루어져 있어 굵직굵직한 범죄와 조직들을 쫓는 집단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정확히 알고 있군!”
내가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들의 눈동자가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실무진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던 중입니다. 전쟁의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은 저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일반 사업체의 직원으로 위장해 모두 분산시켜 둔 상태입니다만, 치안국의 수사가 달라붙는다면 조금 곤란해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니.”
“도움… 말입니까?”
“그래. 수도에 드나드는 고위 인사들만은 못하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힘이 있는 사람들이네.”
“경찰청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아직 퍼틸랜드라는 조직이 등록되어 있지 않네. 조사관이 나와도 40번대 구역의 서장들이 입을 맞춘다면 수사가 그리 길게 이어지진 않을 걸세.”
“솔직히 자네가 카인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 조금 안도했네. 그랬다면 치안국이 도시 곳곳을 들쑤셔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거야.”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고, 그 사이 그들은 내 눈치를 보았다.
“좋습니다. 도와주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래! 세상사는 게 다 돕고 사는 것 아니겠나?”
그들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나 역시 그에 맞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후에 조사관이 나왔을 때 일은 두 분을 믿고 있겠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염동」으로 문을 열었다.
활짝 펼쳐진 복도를 본 순간 그들의 표정이 굳었다.
“곧 다음 손님이 도착할 예정이라 자리를 비워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