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탈옥한 천재마법사-45화 (45/227)

#045. 경매 (3)

‘적의 수는 서른 정도인가.’

나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전을 지켜보았다.

레드스컬이라는 조직 특성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들을 몰아붙이는 모양새가 평범한 실력이 아님을 짐작하게 했다.

전원이 적어도 간부 후보생.

혹은 그 이상.

이번 작전에 꽤 많은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에스텔. 녀석들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겠나?”

“힘들어요. 다섯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나는 출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낙찰된 물건들은 통로 안쪽의 보관실로 이동되었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경매 참여자들이 눈먼 칼에 맞아 목숨을 잃든.

8년 만에 나타난 탄자나이트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든.

‘미스릴만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문은 폐쇄되었다.

보안마법이 겹겹이 걸려있어 해제에 꽤 많은 시간을 요할 것이 분명했다.

‘골치 아프게 하는군.’

문을 열려는 시도를 녀석들이 가만히 지켜만 볼 리 없다.

내부의 상황을 바깥에 들키고 싶지 않을 테니까.

“지금이라도 사람들을 도와 싸울까요?”

“아니. 상황을 더 지켜본다. 전력 차가 너무 크다.”

레드스컬의 리더가 싸움에 가세하고 상황은 오래지 않아 종료되었다.

경매장 곳곳에 경비원과 경매 참여자들의 시체가 수십 뒹구는 데 반해 레드스컬의 숫자는 셋 밖에 줄어 있지 않았다.

“양손을 목 뒤로 하고 이리 모여. 허튼수작 부리면 목이 날아갈 테니 원한다면 해 보라고.”

“사, 살려 줘!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사람들은 레드스컬의 칼끝에 몰려 단 위로 올라갔다.

차례차례 무릎을 꿇고 앉으며 오와 열을 맞췄다.

나와 에스텔 역시 지시에 따랐다.

‘단순히 탄자나이트만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 하기에는 쏟아부은 인력이 과하다. 더불어 노릴 게 있다면 다른 경매 품목들, 그리고 경매장의 금고.’

나는 시선을 문 쪽으로 향했다.

바깥에는 경매 참가자들의 호위 병력이 적지 않을 터였다.

‘내부 상황은 알려지면 안 된다. 움직이는 건 소수. 금고를 열 방법. 그리고 경매장을 계획의 시작 장소로 잡았을 이유를 고려해 보면.’

시선을 다시 레드스컬의 리더에게 향했다.

“100번. 앞으로 나와라.”

녀석이 칼끝으로 사람들 한가운데를 겨눴다.

아무 반응이 없자 부하 몇 명이 그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노인 하나를 끌어냈다.

“베릭스! 네, 네가 어떻게! 이제까지 나를 속이다니!”

가슴에 달린 번호표 100.

날개 모양의 가면.

그 아래 드러난 입술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상관님.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고. 보안 관리가 철저하던걸. 1년 동안이나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뭐, 그만큼 부하들 심어 넣을 시간이 생겨 이렇게 생각지 못한 부수입도 누리게 되었지만 말이야.”

녀석이 보석함이 들어있는 품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베릭스…! 이 개 같은…!”

스릉.

노인의 목에 칼이 겨누어 졌다.

“영감, 말조심해. 당신은 더 이상 내 상관이 아니니까. 그동안 지낸 정이 있어서 한 번은 봐 주는 거야. 알겠어? 또 그러면 턱도 없다고.”

녀석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노인은 말없이 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말했지. 참가자들 사이에 끼어 물건 가격 높이고 그거,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고. 수수료 욕심부리니까 이 꼴 나는 거 아니야. 현장에서 인질로 붙잡히고 막, 어?”

대화 내용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번졌다. 동시에 노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일단 가자고. 당신이 해 줘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녀석이 노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문으로 향했다. 두 명의 부하가 그 뒤를 따랐다.

요인을 대동해 금고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위급 시엔 방패로 삼을 수도 있으니.

녀석의 행동은 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언급한 걸로 보아 노인이 경매장의 총 관리자인 듯했다.

탓.

그 순간이었다.

청년 하나가 근처의 검을 주워들고 녀석을 향해 달렸다.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으며 검에는 마나가 피어올랐다.

“대장만 잡으면 너희들 같은 오합지졸 따위!”

가면 사이 드러난 눈빛에 공명심이 번뜩였다.

검을 쥐고 달려나가는 자세.

다소 앳되게 들리는 목소리.

‘수도 기사 학교의 학생. 혹은 종자일 수도 있겠군.’

특이한 점은 레드스컬 누구도 청년의 길을 막아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청년도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했지만 이미 발걸음을 내디딘 후였다.

쐐액-!

검이 내리쳐지는 순간 레드스컬의 리더가 등을 돌렸다.

손등으로 검을 빗겨내고, 그대로 청년의 목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우드득.

목뼈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청년이 떨어졌다.

누가 보아도 명확한 즉사였다.

목을 쥐었던 손을 바지에 툭툭 털고는, 녀석이 노인에게 말했다.

“나가면 소리 지르거나 할 생각하지 마. 그 순간 당신 목도 이렇게 될 테니까. 되게 오랜 시간 공들인 계획이거든. 망치지 않게 도와줘. 응?”

녀석이 무전을 통해 무언가 얘기하자 출구가 열렸다.

우웅-

문이 닫히고 녀석이 사라졌다.

장내엔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들었다.

레드스컬이 날붙이를 손바닥에 탁탁거리며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

녀석들이 옆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은 흠칫흠칫 몸을 떨거나 공포에 찬 숨을 내뱉었다.

“리더에게 무전이 왔어. 무기를 더 숨겨 놓은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 몸수색을 한 번 하라는데. 그리고 금고에 도착하기 전까진 무전 채널을 닫겠대. 바깥사람들에게 내용이 들릴 수도 있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지. 어이. 너부터 일어나.”

레드스컬이 인질을 하나하나 일으켜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차례는 점점 우리 쪽으로 가까워져 왔다.

“가만히 있어요? 내 몸 만지게 하기 싫은데.”

“내 차례가 먼저다. 신호를 주면 움직여.”

부하 하나가 다가와 내 품에 손을 넣었다. 그 순간 표정이 이상하게 구겨져 갔다.

“뭐, 뭐야 이거. 주머니에서 잡힐 만한 크기가 절대 아닌데.”

손을 빼자 라이플의 앞부분이 길게 빼어져 나왔다.

다음으로 내가 취할 동작은 정해져 있었다.

녀석이 당황한 틈을 타 총신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명치에 찔러 넣었다.

“컥!”

녀석이 밀려나며 간격이 생겨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총을 쏘았다.

텅!

탄 자체는 녀석이 착용한 가슴의 보호대에 막혔지만, 그에 걸려 있던 마법은 아니었다.

검푸른 뇌전이 몸을 한 차례 훑어 내리자 녀석은 눈을 뒤집은 채 쓰러졌다.

“아직 반항하는 녀석이 있다!”

적의 반응도 만만치 않게 빨랐다.

근처에 있던 녀석들이 무기를 꼬나 쥐고 달려들었다.

“에스텔!”

“알았어요!”

품에서 메이스를 꺼내 던졌다.

그녀가 허공에서 그것을 낚아채 그대로 앞서 오던 녀석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끄윽!”

무너진 자세의 등을 밟고 도약해 뒤이어 오던 녀석의 얼굴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그녀의 검은 드레스가 허공에 한 바퀴 원을 그렸다.

뒤이어 던져진 방패를 받아들며 그녀는 내 앞에 착지했다.

“드레스 밑단이 다 찢어졌어요. 이거 비싼 건데.”

“방어에 집중해라.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사 줄 테니.”

“진짜죠? 그 말 지켜요.”

적은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녀는 방패를 앞세워 달려나갔다. 거침없이 메이스를 휘두르며 달라붙는 적들을 떨쳐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바짝 붙어 달리며 후방의 적에게 사격을 가해 접근을 늦췄다.

그와 동시, 마법의 캐스팅에 들어갔다.

지직! 지지직!

검푸른 뇌전이 총을 쥐지 않은 왼팔 주위를 맹렬히 휘감기 시작했다.

“마법사다! 마법부터 멈추게 해!”

레드스컬은 점점 더 넓은 범위에서 몰려들었다.

뛰고, 또 뛰고, 계속해 뛰었다.

포위당하는 순간 끝장이니 계속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옆에 조심해요!”

“알고 있다.”

챙!

총신으로 검을 쳐낸 뒤 의자를 뛰어넘어 좌석과 좌석 사이를 달렸다.

조금 전까지 내가 머물렀던 자리에 날붙이들이 다닥다닥 박혀 들었다.

쐐액!

날아든 검을 피해 몸을 굴렀다.

동시에 뒤편으로 탄환을 흩뿌렸다.

쾅! 쾅! 쾅!

곳곳에 인 폭발을 뚫고 녀석들이 계속해 쇄도해 들었다.

몸 주위엔 제각기 색을 띤 반투명한 막이 둘러져 있었다.

옷이 조금 타거나 찢어져 있을 뿐 큰 타격은 없어 보였다.

‘나름 정예들이란 얘기겠지.’

자잘한 공격은 통하지 않으리라 이미 예상은 했다.

나는 왼팔에 형성되어가고 있는 마법의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마법을 막아! 계속해 정신을 흐트러트리면 마법은 저절로 와해된다!”

적의 공세는 매서워져 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정신이 흐트러질 일은 없으니, 뇌전은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갔다.

“언제까지 버텨야 해요?”

“이제 곧이다.”

탓!

계단을 뛰어 사람들이 붙잡혀 있는 단에 올랐다.

“잠시 빌리지.”

“아!”

고양이 가면을 쓴 여자의 손에서 반지와 팔찌를 빼낸 뒤 다시 달렸다.

‘준비는 끝났다.’

단을 뛰어내려 벽을 등졌다.

에스텔이 곧바로 앞쪽을 막아섰다.

팔을 휘감은 뇌전은 이제 누가 보더라도 위협적이라 느낄 만큼 크기와 기세가 흉흉해져 있었다.

손안에 쥔 장신구가 마력에 감응해 잘게 부수어져 갔다.

토파즈와 에메랄드.

특정 보석의 경우 그 자체로 강력한 촉매가 되기도 했다.

“피, 피해라! 막을 생각하지 마!”

그 외침을 신호로 뒤를 추격해 오던 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피해! 집중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게 마법이다! 피하기만 하면 그 뒤론 아무것도 없어!”

촉매가 완전히 사용되고 체내의 마나가 들끓기 시작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목구멍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잠깐만요. 당신 지금…!”

뒤를 돌아본 그녀가 내 손에서 부서져 내리는 촉매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콰직─! 콰지직─!

검푸른 뇌전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공기 찢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뱀의 형상을 갖춰갔다.

“마, 맙소사…!”

“저건 대체….”

경매장은 곳곳의 전등이 깨지며 단을 제외한 장소는 전체적으로 어둑해져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뇌전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강렬한 빛을 발했다.

사람들의 넋 잃은 얼굴이 그 아래 비쳤다.

찌지직!

뱀이 크게 입을 벌렸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먹잇감을 향해 쇄도했다.

쾅!

목표가 된 첫 번째 녀석이 급히 몸을 구르고, 뱀의 머리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박혀 들었다.

“사, 살았…!”

까맣게 녹아내린 자리를 보며 녀석이 안도의 숨을 돌리는 찰나, 뱀은 머리를 돌려 곧바로 다시 먹잇감을 향해 돌진했다.

파직!

녀석은 몸이 새카맣게 타버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 후 미동조차 없었다.

“피해라! 피해! 곁에 있으면 당한다! 흩어져!”

뱀은 똬리를 틀었다가 몸을 펴며 다음 적에게 쇄도했다.

간혹 몸 주위에 방호를 둘러 막아내려 하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그대로 삼켜져 까맣게 타버릴 뿐이었다.

[회로 레벨: 2]

[마나: 56 / 650]

가진 마나를 모두 쏟았다.

거기에 몸이 위태로울 정도로 촉매를 과용했다.

단순히 위력만으로 따졌을 때, 이 자리에 저 마법을 정면으로 버텨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죽어라!”

계속해 마법의 통제를 이어갔다.

이쪽으로 달려드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에스텔에게 가로막혀 내게 닿지 못했다.

레드스컬의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때 인질들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당장 마법을 멈춰!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의 목숨은 없다!”

리더 대행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던 녀석이었다. 인질 하나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바깥 병력과 맞붙을 일을 대비해 인질을 붙잡고 있는 것 아니었나. 다 죽인다면 보험이 사라질 텐데.”

녀석이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상관없다. 몇 명 정도는 죽어도 우리 계획엔 하등 영향을 못 주니까. 잔말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 당장 멈춰!”

“죽여라.”

“뭐, 뭐?”

“죽이라고 했다.”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 본데. 지금 당장….”

“그쪽이야말로 뭔가 착각하나 본데. 저 사람들이 죽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지?”

말 그대로였다.

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녀석들과 싸우는 게 아니었다.

순전히 내 목표를 위해서 나섰을 뿐.

“죽어─!”

녀석이 인질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이를 악문 채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에스텔을 향해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뒤쫓아 온 뱀의 아가리에 삼켜져 버렸다

* * *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곳곳에 타는 내가 가득했으며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메슥거렸다.

한 번 폭주했던 마나회로가 아직도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구, 구해 줘서 고맙소. 소속을 밝히면 내 반드시 사례를….”

사람 중 몇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개중엔 고양이 가면도 끼어 있었다.

“…….”

무시하고 내 몸을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마석을 꺼냈다.

‘마나를 모두 소진했다. 가만히 회복되길 기다리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마워요. 내 반지를 가져다 쓰긴 했지만 어쨌든 그쪽 덕에….”

고양이 가면이 내게 말을 건네려는 찰나, 에스텔이 내 앞에 달려와 마석을 낚아챘다.

“…….”

그녀는 레드스컬이 모두 죽었는지 확인하고 있던 중이었다.

고양이 가면을 흘긋 보고는 다시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먹지 말아요. 저번에도 마석 삼켰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방금 촉매를 쓴 것도 그렇고. 싸우는 건 좋아요. 그런데 제발 자기 몸 좀 돌보며 싸우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일을 끝내지 않았나?”

“조금 더 고민했다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았을 거예요.”

그녀가 내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치유마법을 사용했다.

환한 빛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었다.

“사제님!”

“제 일행이 다리를 다쳤습니다. 계단을 급히 내려오다…. 혹시 봐 주실 수 있으신지….”

“내가 먼저네. 내가 교단에 해마다 기부하는 돈이 얼마인지 아나.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가슴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조금 심신을 진정시킬 수 있는 마법을….”

에스텔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꺼져요. 다 죽여 버리기 전에.”

기세에 놀란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 뒤 곳곳에 흩어져 레드스컬의 시체를 살피거나, 서로를 다독이거나, 문을 열 방법을 찾거나 했다.

환한 빛무리와 함께 잔 상처가 아물고 내상이 치유되어 갔다.

“잊지 말아요. 당신이 죽으면 내 삶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 당신 목숨이 당신만의 것이 아니란 걸 기억해요.”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노력해 보지.”

그때까지도 고양이 가면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를 지켜 보고 있었다.

돌연 그녀가 물었다.

“혹시 두 분은 약혼 관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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