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탈옥한 천재마법사-23화 (23/227)

#023화. 사냥개 (2)

탕!

쓰러진 문지기 뒤로, 홀에서 뻗어 나가는 여러 갈래의 복도가 보였다.

‘일단 아이들의 안전부터 확보한다.’

머릿속에 그렸던 건물 구조.

그리고 눈앞의 실제 풍경.

두 요소를 일치시키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무기 창고 앞. 여기서 한 명.’

“뭐야. 방금 총소리가 들렸는데. 지금 무슨 일….”

탕!

복도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망설이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식량 창고 앞. 여기서 다시 하나.’

“뭐, 뭐야 너!”

탕!

의자에 앉아 있던 녀석이 일어나던 자세 그대로 쓰러진다.

방음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침입 사실은 어차피 알려지게 될 일일뿐더러, 지금 그런 것에 일일이 낭비할 마나가 없으니.

─총소리가 들렸어! 이쪽이다!

─침입? 경찰? 아침부터 지랄이야. 옥상 놈들은 뭘 하고 있던 건데?

땡! 땡!

귀가 째질 것 같은 종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복잡하게 꼬인 복도 벽 너머 곳곳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급박한 발걸음.

총기의 철컥거림.

그것들을 최대한 피해, 통로를 돌고 돌아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했다.

“치, 침입─!”

탕!

쓰러진 녀석의 품을 뒤져 열쇠 하나를 찾아냈다.

곧바로 자물쇠를 열고 아래로 향했다.

“아, 아저씨는 누구세요?”

어두운 지하 감옥.

불빛을 일으켜 사방을 훑었다.

총 20명.

아이들의 숫자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나는 뒤돌아 계단을 뛰어올랐다.

철컥.

다시 자물쇠를 잠갔다.

총격 정도론 망가지진 않을 정도의 튼튼한 제품이었다.

혹 사냥개들이 내 목적을 알아차린다 해도, 이제 아이들이 인질로 잡힐 염려는 없었다.

“여기다! 침입자가 여기 있다!”

외침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총과 갑옷으로 무장한 사냥개들이 떼 지어 몰려 있었다.

타이밍 맞게 얼굴에 걸었던 환각 마법이 풀렸다.

간수가 앉아 있던 철제 책상 뒤로,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다다다다─!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총알이 빗발쳤다.

사격은 멈추지 않았다. 몇몇 녀석들이 벽에 붙어선 채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카인 리베르’와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 현 동기화율 - 77.5% ]

가슴이 쿵쾅거린다.

긴장감은 아니다.

아니, 그보다 지금 이 감정은 고양감에 가깝다.

찰나의 실수가 목숨으로 귀결될 수 있는 상황.

카인은 그러한 사선을 무수히 넘어왔다. 개중엔 지금 이와 같은 상황도 결코 적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은 마법을 쓴다는 점이겠지.’

그에 더하여 몸의 운신이 제약되어 있다는 점 역시도.

[회로 레벨: 1]

[마나: 255 / 305]

최대 출력의「기민한 발놀림」.

분당 마나 소모량은 20가량.

단순한 걷기 정도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때와는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가속 마법에만 마나를 모두 쏟아 넣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겠지.’

그래도 직접적으로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상황은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었다.

동급의 보조 마법에 비해 마나 소모량이 몇 배는 큰 게 공격 마법이었으니까.

“…….”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

적의 숫자가 워낙 많아 방호 마법을 펼쳐도 몇 초 지나지 않아 뚫릴 터였다.

갑주와 투구 때문에 일일이 유효 사격을 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흘끗 천장으로 시선을 향했다.

침침하게 밝혀진 전등.

손에 쥐고 있던 피스톨을, 침착하게 가방 안의 것과 바꿔 쥔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발사한다.

째쟁!

총알이 전등의 유리를 깨부수고.

암흑이 찾아온 그 순간.

탄착점에 일으킨 충돌이 트리거가 되어, 탄두에 새겨진 마법이 발동한다.

「사슬 번개」

동시에 나는 바닥에 몸을 바짝 붙였다.

파지직!

섬뜩한 푸른빛의 전류가, 뇌우처럼 쏟아져 버리며 시야가 명멸했다.

파직! 파지직!

귀를 찢는 소리가 잦아들고, 몸을 일으켜 불빛으로 실내를 살폈다.

녀석들은 바닥에 나부라져 생선처럼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탕! 탕! 탕!

투구의 눈구멍 사이에 총구를 집어넣어 빠짐없이 마무리했다.

‘8명.’

숫자를 카운팅한다.

일 대 수십의 싸움.

자신들이 지리라 생각지 않으니, 녀석들은 끊임없이 달려들 것이다.

‘벌레들은 박멸해야겠지. 한 녀석도 남김없이.’

발걸음을 가속해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 올랐다.

녀석들의 우두머리는 최상층에 있다고 했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방 안에는 재물을 쌓아놨다고.

‘…상관은 없지.’

나오지 않는다면 이쪽이 찾아가면 되는 일이니.

“저기 있다!”

“일단 죽여! 한 놈이야! 경찰 새끼든 뭐든!”

다음 층에 오르자마자 총알 세례가 퍼부어졌다.

대부분은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가고, 명중한 몇은 방호 마법을 뚫지 못했다.

복도를 돌고 돌며 3층 계단을 찾았다. 곳곳을 개조한 탓에 계단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

“…….”

도착한 곳은 양 갈래 길에서 이어진 모퉁이였다.

흉터 녀석의 말과 달랐다.

계단이 있어야 할 곳에 계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황도 잠시, 판단은 빨랐다.

가방에서 SMG 두 정을 꺼내 양손에 쥔다. 그리고 양측 복도를 향해 난사한다.

두두두두─!

“멍청한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어억!”

앞서 진입하던 놈이 쓰러지고, 뒤쪽의 녀석들이 진입로 벽 뒤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딸깍. 딸깍.

옆에 있던 캐비닛 뒤로 몸을 숨기고 신속히 탄창을 교체한다.

몸을 일으켜 재차 사격을 가한다.

사격이 끝난 줄 알고 진입하던 몇 놈이, 대응치 못하고 쓰러진다.

“이 미친 새끼가! 총알이 남아도나!”

다시 숨은 녀석들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격을 계속하며, 주변 사물을 살폈다.

‘왼쪽 복도엔 탄약 더미. 그리고 오른쪽엔….’

웬 녀석이 나타나 있었다.

복도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의 거대한 체구의 녀석이.

자기 몸집만 한 거대한 방패를 들고서는.

팅! 티딩!

방패에 부딪힌 총알들이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방패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쏴 봐! 쏴 보라고 병신아!”

방패 뒤에 바짝 붙은 녀석들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무식하기 짝이 없군.’

무식함엔 무식함으로 대응해 줄 수밖에.

딸깍. 딸깍.

다시 캐비닛 뒤에 엄폐했다.

총신이 과열된 SMG를 가방에 넣는다. 마탄이 장전된 피스톨을 꺼낸다.

팅, 티디딩. 팅.

그 잠시의 틈을 타, 왼쪽 녀석들이 총알을 난사하며 거리를 좁혀왔다.

“멍청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살모사 놈들이 보냈냐?”

“일단 잡아서 우리 아지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부터 불게 해.”

캐비닛 위로 몸을 드러내자마자 총알이 빗발쳤다.

방호 마법에 총알이 꽂히는 만큼, 삽시간에 마나가 줄어들었다.

‘잠시만 버텨라.’

탕!

마탄이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탄착점은 왼편 복도의 탄약 더미.

발사 후 곧바로 캐비닛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연이어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콰과광─!

「화염 폭발」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콘크리트 파편들이 열풍과 함께 소란스럽게 날려 왔다.

비명조차 없었다.

고개를 흘끗 내밀어 확인하자 멀쩡히 서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벽과 천장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

“뭐, 뭐야 방금!”

오른편에서 당황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그쪽을 향해서도 마탄을 발사했다.

파직!

탄환이 방패에 명중한 순간 푸른 뇌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방패에 흡수되어 그대로 사라졌다.

‘…유물이군.’

이 시대의 마도 공학으론 저런 깔끔한 마법 무효화가 불가능하다. 볼 것도 없이 유물이었다.

방법을 바꿔야 했다.

곧바로 일어나 거대한 방패를 향해 달려나갔다.

두두두─!

방패 옆으로 삐져나온 총구들이 불을 뿜었다.

전개해 놓은 방호에 균열이 생기고, 몇몇 점은 완전히 뚫려 안쪽에 총알이 날아들었다.

피슛!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친다. 핏줄기가 튀기고, 본능적으로 인상을 찡그린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상정 범위 안이었으니까.

“내가 발을 묶어 두고 있어! 어서 나와서 잡아!”

“틈이 있어야 나가서 잡지! 그대로 잡아둬. 반대쪽으로 다른 녀석들이 돌아오고 있을 테니까.”

바로 앞에 달라붙은 나를, 녀석이 압사시키겠다는 방패로 내리눌렀다.

어마어마한 괴력.

나는 이를 악물며「근력 강화」를 발동했다.

“어? 어?”

허리를 펴며 바닥을 디딘 발에 힘을 준다. 방패가 점점 들어 올려지며 형세가 역전된다.

“뭐 하는 거야?”

“아니, 지금 이 녀석 힘이….”

“야, 야, 빠져, 뒤로 빠져!”

순식간에 방패가 밀려 나가고, 뒤편에 따라오던 녀석들이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앞에서 뭐 하는 거야!”

“밀지 마! 밀지 말라고!”

복도가 좁은 데다 병력의 숫자가 꽤 있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마법의 출력이 최대치에 달하고, 달리는 속도와 같이 밀고 나갔다.

그리고 그 끝은.

쿵! 쨍그랑!

“으아악! 떨어진다!”

복도 끝에 난 거대한 유리창.

방패를 포함해, 흐름에 휩쓸린 녀석들이 지상으로 우수수 추락해 내렸다.

“끄윽!”

“내 허리!”

천장이 높은 건물이라 2층이라 해도 높이가 낮지 않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녀석들 사이사이로 마탄을 박아 넣었다.

쾅! 쾅! 쾅!

여러 차례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흙먼지가 걷히고, 살아 있는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피스톨의 총신에 금이 가더니 이내 부스러져 버렸다.

“…….”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마법은 여러 원소를 인위적으로 한 점에 모아 일종의 과부하를 가하는 일.

탄환이든, 그것을 감싼 탄창과 총신이든, 부하가 누적된다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중에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 필요가 있겠군.’

나는 피스톨을 지상에 던져 버렸다.

바닥에 흐트러진 사냥개들의 무기와 탄창을 대충 챙긴 뒤 왼쪽 복도로 향했다.

천장에 뚫린 거대한 구멍.

주변 사물을 높이 쌓아 받침대를 만들었다.

점프를 해 손끝을 구멍 가장자리에 걸치고, 그대로 힘을 주어 몸을 끌어 올렸다.

무기창고로 보이는 작은 방이었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앉았다.

─이 근처에 숨어 있을 거야.

─너흰 위층으로 가봐. 우리가 아래를 돌 테니까.

벽 너머 곳곳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총알이 스친 곳에선 아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버틸 만했기에, 회복 마법을 사용하려다 그만두었다.

‘이제 25명.’

단 2번의 교전만으로 마나가 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회복 후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며 전진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며 탄창이며 수류탄 같은 투척 무기들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끼이-

어느 정도 마나가 회복되었을 때 문이 열렸다.

“여기…!”

녀석이 총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먼저, 다가가 목을 꺾었다. 시체 한 구가 툭 쓰러져 내렸다.

갑주를 벗겨 입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었다. 움직임이 둔해져 마나 소모만 늘어날 뿐이었다.

“방금 무슨 소리가… 저기다!”

녀석들이 몰려들고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양상은 비슷했다.

사냥개들을 이리저리 유도하며 각개격파 해나갔다.

마나 사용에 한계가 있어 회복 후 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슬럼 출신의 부랑자들이니 군사 훈련 같은 걸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겠지.’

이용할 지형지물이 많은 것도 한몫했다.

물론 정신적 피로를 비롯해 몸 곳곳에 잔 상처가 누적되어 갔지만, 「냉철함」과「불굴의 의지」특성이 나를 계속해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제 62명.’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4층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사냥개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회로 레벨: 1]

[마나: 155 / 305]

위층으로 향할수록 녀석들의 기세는 움츠러들었고, 덕분에 아래층에서보다 마나를 아낄 수 있었다.

‘이곳만 오르면.’

5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섰다.

바로 위에 우두머리가 있을 터.

굳이 감출 생각도 없는지 스멀거리는 마력이 느껴졌다.

아래층에서 잔당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위층을 향해 발걸음을 떼려던 그때.

‘……!’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굴렸다.

콰광─!

뒤를 돌아보자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엔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벽면에 붙어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웬 쥐새끼가 집을 다 헤집어 놓았군.”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흰색 유령 가면에 로브를 걸친 남자가, 손에 불덩이를 올려놓은 채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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