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화. 사냥개 (1)
“여기 외지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순간 공기가 얼어붙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게 주인만이 초조한 얼굴로 남아 있었다.
‘3명이 끝인가. 밖엔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니.’
“딱 봐도 눈깔이 불량한 놈이 하나 있군.”
놈들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입가에 흉터가 있는 녀석이 접시 위에 있던 고기에 잭나이프를 박았다.
쨍!
접시 파편이 사방의 음식과 술잔에 튀었다.
흉터가 자리에 앉고, 나머지 두 놈이 호위하듯 등 뒤에 섰다.
“우리가 뭘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말이야.”
“뭐지.”
“오는 길목에 우리 동료들이 죽어 있었거든. 바퀴 자국을 따라와 보니 여기까지 이어지더라고. 혹시 그쪽이 뭐 아는 게 있을까 해서.”
눈빛은 이미 범인을 단정한 투였다.
나는 음식에 튄 파편을 걷어 내고,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하며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아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맡겨 놓으신 바이크도 보니까 총알 자국 가득하던데. 총을 좀 쏘시나? 일단 외투 품에 불룩한 거부터 우리가 좀 검사를….”
녀석의 팔이 내 가슴팍으로 다가온다.
나는 마나를 끌어 올려 신체의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가속화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의 식사용 나이프와, 고기에 꽂힌 잭나이프를 뽑았다.
이어서 흉터의 양 손등을 향해, 번개같이 내리꽂았다.
쿵!
그리고 품에서 피스톨 두 정을 꺼내 등 뒤의 녀석들에게 각각 겨눴다.
“……!”
“미안하군. 고기인 줄 알았는데, 찍고 보니 네 손이군 그래.”
섬광과도 같이 일어난 일.
반 박자 늦게,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온다.
등 뒤의 두 녀석은 총을 꺼내던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 굳어 있었다.
“뒤의 두 놈, 움직이지 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순간 머리가 날아갈 테니.”
“이, 이런 개, 개새끼가─.”
흉터 녀석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양손이 테이블에 고정된 탓에 꼼짝도 하지 못한다.
“…….”
이 녀석들은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하이에나에 가깝다.
다만, 사자가 없는 곳에 너무 오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 야생의 감을 모두 잃은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무방비하게 접근하는 거겠지. 동료들의 시체를 보고도.’
녀석들이 조심스레 접근했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겠지만.
“지금부터 너희는 내가 묻는 말에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웃기지 마! 이, 이런 건방진, 씨발 새─!”
탕!
피스톨이 불을 뿜고, 뒤편의 한 녀석이 맥없이 쓰러진다. 정확히 미간에 명중했다.
“……!”
“우리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도 따지자면 성격이 급한 편이거든.”
나는 바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장. 여기 밧줄 같은 게 있나.”
“자, 자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흉터가 주인을 보고는 허겁지겁 외쳤다.
“그, 그래 거기 너! 빨리 이 녀석을 어떻게 해봐! 명령이다!”
탕!
다시 한 녀석이 쓰러진다.
다른 녀석들은 굳이 필요치 않았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리더 격인 이 녀석일 테니.
“…밧줄이 필요 없게 되었군.”
홀로 남은 흉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나를 노려본다.
“네가 아는 모든 걸 말해라. 소굴 위치가 어디인지, 인원과 무기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또 우두머리는 어떤 놈인지.”
“모, 몰라 난 그런 거. 아, 알아도 얘기 못 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나는 두 번 묻는 것 없이, 못처럼 박혀 있는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지, 지금 뭐, 뭘 하려고.”
“머리가 모른다면, 몸에 직접 묻도록 하지.”
손잡이를 콱 움켜잡았다.
그리고 레버를 쥔 것처럼 이리저리 휘저었다. 사정없이, 아주 거칠게.
“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술집을 울렸다.
먼지 낀 창으로, 오후의 햇살과 주민들의 시선이 비쳐들었다.
* * *
테이블 위엔 흉터 녀석이 실신한 채 엎어져 있다. 칼이 꽂힌 손등이 곤죽이 된 채로.
“미, 미쳤어. 사냥개들을 건드리다니.”
가게 입구엔 주민들이 몰려 있었다. 그중 남자 하나가, 내게 다가와 쥐어짜듯 외쳤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아? 당신이야 이 마을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우린 아니라고! 끝이야. 사냥개들에게 몰살당할 거라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의 말은 끝에 가선 기어들어가듯 변했다.
남자의 손은 투박했다.
광산 일로 생채기가 가득하긴 하나, 저 손으로 무기 한 번 제대로 쥐어 본 적 없을 것이다.
“그런 일 없다.”
“다, 당신이 그걸 무슨 수로 장담해. 노, 놈들은 하나 같이 흉폭한 데다 우두머리는 이상한 힘까지 쓴다고…!”
“이런 것 말인가.”
화륵.
내 손바닥 위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사람들 모두가 순간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저,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더 이상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신에게 경배라도 하듯 엎드리거나.
해를 당할까 벽에 바짝 붙거나.
혹은 달려들 자세를 취하거나.
‘마법이란 현상 자체가 생소하겠지.’
높은 번호 대의 사람들은 ‘마나’와 접점 없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마나 유저를 마주칠 일 자체가 드물다.
혹 운 좋게 마나를 느끼는 재능을 타고났다 할지라도, 그것을 꽃 피우기 전에 죽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개화에 성공한다면, 신분 상승을 위해 낮은 번호 대의 구역으로 향한다.
그때 사람들 틈에서 수리공 노인이 나왔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나 유저였군. 게다가 마법사라니.”
마법사라는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나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기계를 다룬다. 머릿속에 높은 가능성의 추측 하나가 떠올랐다.
“클랙필드에 있었습니까?”
“맞네.”
제국 내에는 두 곳의 마법 공학 성지가 존재한다.
첫째는 라티움.
수도에 위치한 정부 기관으로 마탑과 연계해 첨단제품을 생산해 낸다.
둘째는 클랙필드.
50번대 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온갖 불법 기술과 장비들이 유통된다.
마법보단 기계 쪽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혁신적인 장비가 개발되는 곳은 주로 후자다.
법망을 피해 온갖 과격한 기술 실험을 벌이는 장소이니.
50번대 주민이 황야에 있다니, 무언가 사연이 있을 터지만 구태여 묻진 않았다.
“소굴로 들어가 놈들을 소탕하고 아이들을 구해올 겁니다.”
“정비소에서 말한 게 그런 의미였군. 하지만 자네가 마법사여도 그 많은 놈을 전부 상대하는 건 무리….”
나는 말없이 불길의 크기를 키웠다.
화악-!
놀란 사람들이 주춤 물러선다.
불길이 번져 나가며 기하학적 문양의 패턴을 허공에 수를 놓는다.
파지직.
그 위에 푸른 뇌전이 요동친다.
마나의 최대 보유량.
마나를 섬세히 통제하는 능력.
그 둘은 별개의 영역이다.
오랜 시간 수련을 쌓아 회로 레벨이 높을 지라도, 마나 통제력은 떨어질 수 있다.
카인의 경우, 마나를 느끼고 다루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인공과 몇몇 등장인물을 제외한다면 세계관 내 일인자라 해도 좋을 정도로.
노인이 마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다면 내 수준을 충분히 알아볼 것이다.
“대단…하구만. 내 남들보다 마법사를 많이 보았다 자부하지만 이런 솜씨는 본 적이….”
노인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을 주민 중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 어르신. 그, 그럼 저 자가 정말 사냥개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아이들을 구해올 수가?”
“숙련된 마법사는 일당백이라 들었네. 하지만 호위가 필요하고 또 놈들 우두머리도 마법을 쓸 가능성이….”
“호위는 필요 없고 놈들 우두머리도 상대하지 못할 건 없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마, 마법사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저희, 저희 아이들이 붙잡혀 갔습니다!”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제발 도움을!”
감정과 분위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내가 이미 도움을 주겠다 말했음에도, 앞 다투어 이런 모습들을 보이고 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리라.
‘아니면 내가 마음을 바꿀까 걱정하는 걸지도.’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불신, 혹은 혼란스러운 눈초리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냉랭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노인에게 말했다.
“수리까진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돌아가 바로 작업하면 저녁 내로는 끝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몸을 돌려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술집주인에게 말했다.
“잠깐 쉴 수 있는 방이 있는지 궁금한데.”
“아, 그, 그래. 내가 안내하지.”
“마법사님!”
나는 혼란스런 1층을 뒤로 하고 2층으로 향했다.
끼익-.
“사실 이 마을에 묵었다 가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침대와 탁자 밖에 없는 작은 방.
초라했지만 오래 머물 공간이 아니기에 상관없었다.
나는 동전 몇 닢을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이거라면 음식과 방, 그리고 1층 청소 비용 정도는 되겠지.”
주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식사는 이쪽으로 가져다주면 되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기 전, 작은 틈새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살면서 그런 건 처음 보았네. 손에서 불이 치솟거나 한다니. 전설이나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인 줄로 알았지.”
난 문을 닫던 손을 멈칫했다.
“자네가 정말 그만한 힘이 있다면… 부탁하네. 내 딸아이도 그곳에 붙잡혀 있네.”
주인의 손바닥이 문틈으로 들어왔다. 방금 내가 건넸던 동전들이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
빤히 바라보다 손을 뻗어 동전을 회수했다. 문을 닫았고, 곧 정적이 찾아왔다.
털썩.
침대에 누워 1층 흉터 녀석에게 쥐어 짜냈던 정보를 정리했다.
아지트의 위치.
인원 구성과 건물 구조.
주 활동지와 나름의 근무 시스템.
하지만 우두머리에 대해서는 많은 걸 알아내지 못했다.
「바, 바, 반 년 전에 대뜸 찾아와 원래 두목을 죽이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어. 그리고 가면을 쓰고 다니고 이상한 힘을 써. 그, 그것 말곤 몰라. 저, 정말 모른다고.」
마법사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손대는 것만으로 사람을 감전시키고 맨손으로 바위를 들어 올린다 하니.
‘어쨌든 직접 가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품에서 총과 탄창을 꺼내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탄환 몇 개에 「화염 폭발」과 「사슬 번개」를 나누어 각인시켰다.
[회로 레벨: 1]
[마나: 25 / 305]
아지트에 상주하는 사냥개는 70명가량. 녀석들을 모두 상대하려면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출발은 내일 새벽.’
사냥개들은 3명이 한 조가 되어 인근 마을에 상주하며 근처를 순찰한다. 그리고 매일 점심 로테이션으로 교대한다.
오늘 이 마을 상주 인원은 흉터를 포함한 3명.
즉, 내일 정오까지는 오늘의 소란이 아지트에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내가 먼저 기습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들 역시 아직 무사하다고 했다.
똑똑.
“식사네.”
주인이 쟁반에 고기 요리와 스프, 술을 올려 들어왔다. 나름대로 최대한 신경 쓴 티가 보였다.
식사를 한 뒤 시간에 맞춰 정비소로 가 바이크의 상태를 점검했다.
가는 길, 주민들의 시선이 다닥다닥 꽂혀왔다.
“눈에 보이는 곳 말고도 부품을 몇 개 갈았네. 은밀히 움직이긴 훨씬 낫지. 무단 개조가 불법이라지만 이런 곳에서 법 따위 알 게 뭔가.”
직접 운전해 보자, 놀랍게도 기체 음이 거의 나지 않았다. 거의 무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군요.”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근 뒤 알람마법을 걸었다.
몇 시간 수면을 취하고, 다시 일어나 마나가 최대치가 될 때마다 탄환에 마법을 새겼다.
그렇게 날이 밝았을 땐, 총 16개의 마탄(魔彈)이 완성되었다.
“함께 싸우겠다는 젊은이들이 몇 있네. 같이 가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
마을 입구엔 주민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었다.
나는 어느 한 중년의 말에 입구 한 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
사냥개들의 시체 위엔 얇은 천이 덮여 있었다.
행여 나중에 다른 일당에게 해라도 당할까, 고스란히 보존된 상태였다.
도움을 주겠다며 나선 이들도 썩 믿음직스럽진 않았다.
떠밀려 나왔거나.
괜히 나선 데에 후회하고 있거나.
그런 모습들이 역력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이 비틀렸다.
“도움은 필요 없다.”
부아앙─!
바이크에 올라타 곧장 핸들을 당겼다.
마을이 멀어지고, 풍경 대부분이 메마른 황야로 바뀌어 갔다.
푸르스름한 하늘에 서서히 태양이 떠오르며 세상이 원래의 빛깔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거침없이 달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서서히 협곡의 모습이 보여왔다.
‘협곡 바깥은 따로 경계 인원이 없다고 했지.’
일종의 자신감의 발로였다.
아지트는 협곡 안쪽에 꽁꽁 숨겨져 있으니.
끼익.
입구에 도착해, 근처 고철더미 옆에 바이크를 세웠다.
박스를 열고, 크로스백을 꺼내 여러 정의 총과 탄창을 담아 넣었다.
‘스산하기 짝이 없군.’
안쪽으로 진입해 얼마 걷지 않아 폐건물 단지가 나타났다.
곳곳이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들의 공동묘지 같은 풍경이었다.
저벅. 저벅.
들리는 건 내 발걸음과 건물 골조 사이를 스미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부지런히 걸어 협곡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주민들의 말대로 푸른 막이 일렁거려, 출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나가 이질적이다. 확실히 자력으로 쓴 마법은 아니야.’
그때 옆 건물에서 사냥개 몇이 나타났다. 결계 주변을 감시하는 보초였다.
“뭐야. 여행자인….”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가속해 총을 꺼내 쏜다.
탕! 탕! 탕!
녀석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총알에 미간이 꿰뚫려 쓰러졌다.
“…….”
시선을 흘긋 내려 녀석들 팔의 문신을 본다. 아지트에 들어가려면 출입증이 필요할 터였다.
잠시 행동을 멈추고 머릿속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다.
‘마탑에 정식으로 등재된 마법은 약 300종.’
그 숫자는 플롯이 진행되고 대륙 전반의 마법 수준이 올라가며 점차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나는 미래에 개발될 모든 마법들까지도 정확한 사용법을 알고 있다.
보유 마나가 적다 한들 출력을 낮추기만 한다면 사용과 응용은 어렵지 않다.
우웅.
머릿속에 문신의 형태를 입력하고 마나를 일으켰다.
팔뚝을 걷고, 마나를 염료 삼아 그 모양 그대로 그려나갔다.
곧 살아 숨 쉴 것 같은 전갈 한 마리가 완성되었다.
‘마음에 드는 얼굴은 아니지만.’
손바닥을 내 얼굴에 가져다 댄다.
마나가 움직이고, 손바닥을 뗀다.
손거울을 꺼내 확인하자 내 얼굴은 녀석 중 하나와 똑같은 용모로 변해 있었다.
간단한 환각 마법이었다.
근접해 보면 티가 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풀릴 테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다.
나는 뒤돌아 다시 협곡 안으로 향했다. 건물 사이를 지나, 어느 한 지점 절벽 아래 도착했다.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방금 내가 사용한 것과 같은 계열의 환각 마법.
성큼성큼 나아가자, 내 몸은 절벽을 통과해 그대로 반대편에 도착했다.
절벽에 둘러싸인 넓은 공터.
한 가운데 5층짜리 폐건물.
크기로 보아 대형 상가로 쓰이던 건물 같았다.
‘옥상에 경계를 서고 있는 녀석들이 4명.’
개중 하나가 망원경을 내려놓고 손짓하자, 나머지 녀석들이 조준하고 있던 총을 내렸다.
제지 없이 입구로 향했다.
문은 두꺼운 철문이었다.
원래 문이 아니라 건물을 개조하며 바꿔 단 것으로 보였다.
쿵. 쿵.
두드리자 위쪽 눈구멍이 열렸다.
“뭐야. 마크잖아? 아직 교대할 때가 안 됐… 뭐야, 옷이 바뀌었는데? 그 가방은 또 뭐고?”
“여행자 하나를 잡았어. 가방 안에 이상한 물건이 있더라고. 두목에게 보고해야 할 것 같아.”
“잠깐만.”
“급해. 얼른 열어 보라고.”
철컹. 끼익.
“대체 뭔데 그래?”
“이런 걸 가지고 있더라고.”
철컥.
나는 가방에서 총을 꺼내 녀석의 이마에 총구를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