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화. 독방과 마나 회로 (2)
“들어가라.”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철컥.
문이 닫히며 세상의 빛이 사라졌다.
‘2시간 전까지만 해도 광산에 있었지. 그 사이 게렉에게 불려가 봉에 두드려 맞아야 하긴 했지만.’
지르코늄을 삼키고 곧바로 폭주가 일어날 가능성도 상정해 두었지만, 대비했던 것이 무색하게 지금까지도 폭주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늑하군.’
벽에 등을 기대자 차가운 벽돌 감촉이 피부에 느껴졌다.
빛도 소리도 존재하지 않아, 캄캄한 진공 상태에 빠져 있는 기분이었다.
「냉철함」와 「불굴의 의지」특성 덕인지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았다.
근 며칠 시간이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 이렇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오히려 달갑게 느껴졌다.
‘열흘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카인의 신체는 일반인 수준으로선 극도로 단련되어 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차분히 ‘폭주’의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온몸의 마나 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간 굳어 있던 혈관이 뚫리며, 외부의 마나가 신체 내부로 급속히 밀려들고 있었다.
‘흐름에 휩쓸리면 그대로 혈관이 터져 죽는다.’
마나의 물살을 침착하게 인도해 나갔다.
혈관을 따라 이리저리 돌리며 흐름을 약화해 나갔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작업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곧장 혈관이 터지기에,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후우.”
나는 긴장이 풀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폭주는 성공적으로 막았다.
그 증거로, 대기의 마나는 내 의지에 따라 체내로 빨려 들어왔다.
아직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 없어 집중이 풀린 순간 다시 빠져나가긴 하지만.
“……회로는 조금 쉬었다 구축하자.”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바닥을 더듬자 언제 배식구 뚜껑이 열렸었는지 그릇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스프와 말라비틀어진 빵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하긴. 독방은 형벌의 의미가 강하니까.’
교도소 음식이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역을 시키는 만큼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는 나왔다.
나는 그릇을 집어 스프를 몸속으로 흘려 넣었다. 물에 푼 시멘트 반죽 같은 맛이 났다. 빵을 뜯어 우적우적 삼켰다.
어쨌든 음식이기에 몸에 에너지가 조금 도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 * *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작업을 시작했다.
독방 안의 마나를 끌어모아 혈관을 따라 세차게 돌린다. 온몸이 뜨겁게 달궈지고, 혈관 바로 옆에 마나를 담는 그릇이자 통로─회로를 구축해 나간다.
체내의 모든 노폐물을 배출해 내겠다는 듯 전신의 땀구멍에 땀방울이 맺혀 나온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나이를 먹으며 떨어진 감각들이 본래의 최대 기능을 되찾아 간다.
성인이 지나 굳어 있던 감각들이 본래의 최대 기능을 되찾아 갔다.
나는 눈을 떴다.
“하, 하하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고된 작업 끝에 회로는 완성되었다.
혈관을 따라 형성된 거대하고도 복잡한 순환 통로. 그 속에 흐르는 마나가 느껴졌다.
시간 감각이 엉켜 얼마만큼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았단 건 확실했다.
“적어도 3, 4일은 걸릴 거로 예상했는데.”
어지간한 천재들도 첫 회로 구축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마저도 상급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카인의 천부적 자질.
그리고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서의 지식.
그 두 요소가 융합된 결과였다.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화륵-
내 의지에 감응해 모여든 마나가, 작은 불꽃으로 화해 그 위에 피어올랐다.
그 뒤 홀로그램이 어슴푸레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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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회로만 있다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기사나 전투 사제들도 이런 원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까다로운 게 수식 계산이지.’
마법 발현 좌표와 원소 융합비 따위의 계산.
그 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으면 마법은 발현되지 않는다. 이곳에 마법사가 드물다 못해 희귀한 이유다.
마법사는 크게 두 종류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거쳤거나,
혹은 타고난 ‘감’만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거나.
‘그리고 난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말 그대로다.
원 소설의 핵심 소재는 ‘마법.’
때문에 가장 공들인 설정이 마법이다.
내 머릿속엔 거대한 마법 도서관이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다.
거기에 카인이 지닌 재능을 합친다면 이런 일도 가능하다.
손에서 일어난 세 가지 색의 빛무리가 각각의 자리로 이동해 마법으로 화했다.
타오르는 불길과,
섬뜩하게 번뜩이는 뇌전,
그리고 고고히 냉기를 발하는 얼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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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나 소모가 극심해 아직까진 오래 유지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교도관이나 다른 죄수들 앞에서 이런 눈에 띄는 마법을 사용할 순 없는 일이다.
‘방법은 간단하지.’
「근력 강화」, 「기민한 몸놀림」, 「단단한 육체」.
강화 계열의 마법은 육안상 뚜렷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몇 시간을 기다려 마나가 완전히 회복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강화 마법 3종을 내 몸에 걸었다.
마나가 끊어진 힘줄을 대신하고, 충만한 기운이 전신에 깃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동작으로 몸을 시험했다.
나쁘지 않다.
다치기 전 몸 상태, 혹은 그 이상.
그 상태로 1분 정도가 지나고, 나는 다시 마나 양을 확인했다.
[회로 레벨: 1 - 마나 45 / 100]
‘시간을 계산하면,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대략 2분 정도인가.’
출력을 낮추고 필요한 동작에만 마법을 적용하면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마법을 해제한 뒤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체내에 남아 있는 마나를 회로를 따라 계속 순환시켰다.
‘마나 양 100, 아직 블루서펜트 말단 조직원 수준이지만, 「마나감응」특성을 생각하면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회로는 근육과 비슷한 면이 있어, 쓰면 쓸수록 성장한다.
누구든 수련을 통해 마나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
비록 타고난 자질에 따라 성장 속도나 그 한계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말이다.
* * *
카인의 독방 앞에는 교도관들이 모여 있었다.
“죽은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열흘 동안 한 번도 아무 소리 없을 수가…….”
“아냐. 내가 배식구 사이로 틈틈이 봤는데 앉아서 눈을 감고 있더라고.”
그들은 독방에 들어오는 죄수들을 대상으로 내기를 했다.
빛도, 소리도 없는 밀폐 공간.
시간 감각은 망가지고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대개는 일주일, 빠르면 3일 만에도 제발 이곳에서 꺼내 달라 비명을 지르며 벽에 머리를 박아댔다.
그 독하기로 유명한 A반 반장 키프텔도 그러지 않았던가. 지금은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카인이라는 녀석은 이상했다.
처음엔 앉은 자세 그대로 실신했는가 생각했지만, 매번 음식 그릇이 정갈히 비워지니 그건 아닌 듯했다.
“시간 됐다. 열어 보자고.”
앞쪽에 있던 담당 교도관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에 걸린 자물쇠를 풀었다.
끼익-
“죄수 번호 776, 나갈 시간이다.”
카인은 갑작스레 쏟아진 빛 무리에 눈을 찡그렸다. 이내 밝아진 시야에 적응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마치 길고도 편한 잠에서 깨어났다는 듯.
다른 죄수들처럼 몸을 후들거리지도,
또 퀭한 눈동자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빛은 들어가기 전보다 더 강렬해져 있었다. 그 서슬 퍼런 안광에, 교도관들이 주춤 물러섰다.
“죄수 번호 776, 자네 이름은?”
“카인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켄트락 교도소 격리 수감동입니다.”
“……현재 년도를 말해 보게.”
“농담은 그만하시지요. 교도관님.”
교도관들은 혼란스러웠다.
“가시죠.”
멍하니 있는 담당 교도관에게 카인이 말했다.
“절차상 의무실을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 그러지.”
담당 교도관은 그제야 움직였다.
그를 따라 카인이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카인의 눈은 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에 향해 있었다.
[회로 레벨: 1 - 마나 150 / 155]
* * *
“당신 대단하네요. 들어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독방이라니. 내 이름 기억해요?”
의무실엔 여전히 담배 연기가 뿌옇다.
질문의 의미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판정을 받으면 정신 병동에 격리 수감된다.
“에스텔. 기억한다.”
그녀가 벽 바깥 슬럼 출신이란 점이나. 여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난 그녀의 창조주니까.
그녀가 히죽 웃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동자 보니까 미치진 않은 것 같네요. 하긴, 이렇게 잘생긴 얼굴로 정신병자는 안 어울리잖아요? 그렇게 우수에 찬 눈빛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으면 내가 괜히 마음이 아파서─.”
독방에 들어가기 전, 얼굴이나 몸 곳곳에 생겼던 잔 상처들은, 부족한 영양 섭취나 생활환경으로 아직 다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웅-
그녀의 손에서 일어난 빛무리가 내 몸을 감쌌다. 곧 정신이 맑아지고 생채기가 빠른 속도로 아물었다.
‘회로를 비활성화해 두었으니 들킬 염려는 없겠지.’
회로는 켜고 끄는 게 가능하다.
같은 마나 유저라도, 특수한 탐지 장비가 없다면 상대의 회로를 감지할 수 없다.
본래 교도관들에게 탐지 장비가 지급되나, 긴 시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며 현재는 창고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만일의 가능성도 있으니.’
나는 에스텔이 가지고 있을 유물을 떠올렸다.
교단에서 지급 받거나, 혹은 업무로 대륙을 떠돌며 자력으로 습득했을 물건들.
개중엔 사용자의 마나를 완전히 은폐해주는 목걸이도 존재한다.
‘이 방에 귀중품을 보관해 놓진 않았겠지.’
후반부 주인공에게 넘겨주게 되는 아이템이니 가지고 있지 않을 리는 없다. 전달이 되어야만 스토리가 진행되도록 설계해 두었으니까.
다만 내가 가지게 될 경우 스토리가 일그러질 가능성이 있지만, 나의 최우선 목표는 ‘과업’이다.
내가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면 본래의 스토리 따위 아무 의미 없다.
“공장에서 소란을 피웠었다고 들었어요.”
“…….”
“로튼이 왔었거든요. 손등이랑 귀를 크게 다쳐서요. 귀는 어떻게 치료해 주긴 했는데 손은 제대로 힘을 쥘 수 없게 되었어요.”
“나처럼 말인가?”
“맞아요.”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보통 죄수들은 그렇게까지는 안 싸우는데─. 아 당신이 잘못했다는 말은 아니에요. 저는 이 교도소엔 선도 악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손을 움직여 빛무리를 내 팔 쪽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지르코늄을 삼켰다던데 진짜예요?”
“…….”
“뭐, 말 안 해도 상관없긴 한데 내 눈에는 당신이 자살 기도할 사람으론 보이지 않아서요. 눈빛이 그래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지 않았나─.”
역시 예리하다.
어설프게 대답했다간 「진실의 눈」에 읽힐 것이기에, 나는 침묵했다. 대신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내가 좀 예쁘긴 하죠? 계속 바라보게 될 정도로. 성당에 오세요. 그럼 주말에도 나를 볼 수 있으니까요.”
심히 뻔뻔했다.
……괜히 쳐다봤다.
뎅-
바깥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만요.”
에스텔은 치료를 멈추고 창문을 향해 의자를 돌렸다. 눈을 감은 채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쥐어 깍지를 끼었다.
“…….”
창밖은 공터였다.
그녀의 몸이 향한 곳 끝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상이 서 있었다.
대지의 여신 테유메사.
제국의 국교이자 이 땅에 허락된 유일한 신앙.
그녀의 신상(神像)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마(魔)의 기운을 쫓는다고 알려져 있다.
저것과 정확히 같은 모양의 석상이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제국 영토 곳곳에 세워져 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창문을 넘어온 노을이, 그녀의 손등 팔각별 문양을 쓰다듬고 있었다. 팔각별은 스스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보이는 굳은살.
긴 시간 무거운 무기를 휘둘러 왔다는 증거다.
신상의 설치는 그녀처럼 전투 능력을 갖춘 사제들이 맡는다. 대륙을 떠돌며 마을이나 도시의 안녕을 빌고, 복음을 전파한다.
‘마음만 먹으면 성인 남자 스무 명 정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때려눕히겠지.’
그게 의무실에 따로 교도관이 배치되지 않은 이유다.
기도를 끝낸 그녀가 눈을 떴다.
그리고 치료를 계속했다.
아직까지도 익숙지 않은 카인의 말투로, 내가 물었다.
“신을 믿나?”
“그런데 왜 자꾸 반말─, 아니 믿죠. 믿으니까 이렇게 신성 마법을 쓰지.”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이 세계에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녀는 주인공을 만난 뒤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뭐야, 왜 웃어요?”
“나이가 같으니, 그쪽도 말을 놓고 싶으면 놔라.”
“나이가 같아? 당신이 내 나이를 어떻게 알아요? 교도관들한테 들었어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픽 웃었다.
* * *
이고르의 같은 방 부하, 몰핀은 식당으로 향하던 중 무리에서 떨어져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필 제일 중요한 걸 깜빡하고서는.’
담배를 빠트렸다.
물론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달마다 매점에 들어오는 게 담배였지만, 그 양이 워낙 적은 탓에 각 반 반장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지 물건은 지가 들고 다닐 것이지.’
몰핀이 속으로 씹고 있는 대상은 이고르였다.
「난 내 몸에 뭔가 지니는 걸 싫어하니, 그래, 네가 내 담배를 들고 다녀라.」
자신의 역할은 담배 주머니였다.
그 외에 다른 동료들도 손수건 주머니나 손톱깎이 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기분이 좋아 보이니 한 가치 정도 얻어 피울 수 있을 지도 몰라.’
과거 이고르는 싸움에서 패해 키프텔에게 반장을 넘겨주었다.
그러다 키프텔이 사고를 일으켜 독방에 들어갔고, 이고르가 반장 자리를 되찾았다.
이변이 없는 한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았다.
독방에서 세 달을 멀쩡한 정신으로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뭐 나야 누가 반장이 되든 상관없는 일이지. 두 놈 다 담배 독식하고 돈 뜯어가는 건 똑같으니까.’
몰핀은 A반 건물에 도착해 교도관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안으로 향했다. 끝 쪽 방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어?”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되었나.
신참이 돌아와 있었다.
분명 문소리를 들었을 텐데, 이쪽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자기 침대 위에 올라 창문을 향해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건방진 새끼가.’
블루서펜트.
농지 독점, 불법무기 유통, 암시장 운영 등.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는 암흑가의 거대 조직.
그런 곳의 전 간부였다기에 처음엔 잔뜩 긴장했다. 뒷골목이나 전전하던 자신 같은 잔챙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실상을 까보니 녀석은 팔다리 제대로 못 쓰는 병신이었다.
그 기이할 정도의 정신력과 서늘한 눈빛은 가끔 소름 돋을 때가 있지만, 어쨌든 그건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었다.
‘소문은 원래 과장되기 마련이지.’
로튼이 당한 건 방심한 탓이다.
위계는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더욱이 독방에 다녀왔으니 정신도 갈려 있을 터.
“야, 돌아왔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독방 생활은 즐거웠냐? 응?”
등 뒤로 다가가 손바닥을 번쩍 치켜들었다.
신참은 아직까지도 몸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쐐액-!
손바닥이 바람을 갈랐다.
목표는 녀석의 오른 귀와 뺨 사이.
‘이 새끼 독방 다녀오더니 귀머거리가 됐나. 내가 좀 고쳐…….’
그리고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커, 컥.”
자신은 신참의 오른손에 목이 졸려진 상태로, 몸이 들어 올려져 있었다.
분명 녀석이 몸을 돌리고…….
그다음 움직임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너, 너, 컥, 어, 어떻게.”
“질문은─”
심장을 도려낼 것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내가 한다.”
방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