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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203화 (203/205)

< 203화. 엇갈림(2) >

띠링!

[현재 니플헤임에서 상위 플레이어들이 미션 진행 중입니당!]

[☆미션에 끼어들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여!☆]

[그리구 상급 이상의 악마들이 미션에 끼어들지 않도록 저지해 주셔야 합니다!]

[남은 시간도 파이팅이에요! (づ ̄ ▽ ̄)づ]

“······?”

날갯짓하며 지상의 전투를 감상하던 상황.

미션창을 본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마치 지구의 채팅을 보는 듯한 느낌.

뭐랄까, 말투만으로도 까불까불한 치천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고위 게임 메이커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왠지 포르도엘과 비슷한 성격일 것 같았다.

“푸하하,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군. 상위 게임 메이커님이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예.”

“나도 처음 올라왔을 때 두 눈을 의심했다네. 뭐,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내 표정을 보곤 껄껄 웃는 볼티노.

고위 리그에 올라온 지 2년이나 됐다는 그는, 이미 채팅 같은 말투에 적응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미션창을 보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지옥에서 미션을 펼칠 때마다, 주변에 고위 플레이어들이 있었겠군.’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플레이어의 존재 유무를 찾기가 쉽다.

몬스터가 워낙 많기에 필연적으로 전투가 펼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

반면에 하늘은 훨씬 넓은 데다가, 지상처럼 전투가 빈번하지 않다.

아마 초감각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창공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상급 이상의 악마들을 저지하라는군요.”

“음, 음. 잠시 쉬고 있게. 다들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볼티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명씩 날아오고 있었다.

근무가 시작되면서 헤어졌던 다른 조원들이었다.

펄럭! 펄럭! 펄럭!

“모두들 3일간 고생 많았다.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도요.”

조장 구트룬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 송화경과 볼티노.

“리그가 시작됐으니, 그럼 여기서 세 명씩 찢어지도록 하겠다. 세 명은 이곳에 남아서 상위 리그가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머지는 이전처럼 순찰을 돌겠다. 볼티노?”

“문제없소. 상상 이상으로 공중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군.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해낼 것이오. 혼자서 상급 악마 두 놈쯤은 찜쪄먹을 테니까.”

구트룬의 시선을 받은 볼티노가 대답했다.

맥락을 보건대 아마 내 수준을 물어본 모양.

“그럼 송화경, 사브르, 볼티노가 남아서 지원하고, 나와 스벤, 렌은 그대로 순찰을 돌도록 하겠다.”

“알겠소.”

“예.”

순식간에 역할이 분담됐다.

나는 이전과 같이 순찰조.

‘아쉽군.’

내심 이곳에 남아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

순찰을 도는 것보다, 여기에 남아 있는 게 악마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날개가 생긴지 얼마 안 된 내게 필요한 건 실전 경험.

하지만 이런 개념의 미션을 진행해 본 적이 없으니,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전부터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눈치였어.’

조원으로 배정되면 앞으로의 당직 근무에서도 변동 없이 그대로 투입되는 것 같았기 때문.

굳이 여기서 저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줘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중급은 놓쳐도 되지만, 상급 이상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적의 숫자가 많으면 쉽지 않겠지. 하지만 이 부분을 꼭 명심해다오. 상급은 흘리면 안 된다.”

구트룬이 송화경, 사브르, 볼티노에게 당부했다.

“걱정 마시오, 조장. 하루 이틀 해보는 것도 아니고.”

“상급 악마를 최우선 표적으로 삼겠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원 조.

그 모습에 만족스럽게 끄덕인 구트룬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볼티노와 돌던 구역을 기억하는가?”

“예.”

“그럼 이번에도 그 구역을 부탁한다. 혼자서 도는 것이니,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할 것이다. 만약 혼자서 감당하기 너무 버거우면 이쪽으로 오기 바란다.”

품속에서 지도를 펼쳐, 한 점을 찍는 구트룬.

볼티노와 내가 담당하던 부채꼴 영역의 최외곽 부분이었다.

“여긴 스벤과 나, 그리고 그대의 영역이 겹치는 유일한 지점이다. 내가 정반대편에 있을 땐 스벤이 돌고 있을 것이고, 스벤이 정반대에 있을 땐 내가 지나갈 테니 아마 충분히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구트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그랬군.’

어쩐지 악마들을 사냥한 뒤 볼티노가 분주하게 움직이길래 의아했었다.

알고 보니 서로 간에 시간까지 약속되어 있었던 모양.

‘시간까지 외워두길 잘했네.’

3일간 날아다니며 어떤 타이밍에 어느 지점을 지나는지는 숙지해 두고 있었다.

충분히 저들의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악마를 추살하는 데 실패했다면 이쪽, 그리고 이쪽으로 몰이하라. 우리의 영역과 엘린 성 간의 최단 루트니까 공조해서 사냥하기 유리하다.”

이외에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주는 구트룬.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다수였지만,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들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자부하더라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끝없이 등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짝!

“이걸로 역할 분담을 끝내겠다. 모두들, 건투를 빌겠······.”

띠링!

[비상! 비상!]

[전방에 대규모 적 출현! (๑°ㅁ°๑)‼]

[이대로 가다간 자라나는 새싹들이 위험에 처할 거예요!]

[나쁘고 못생긴 악마들의 마수에서 새싹들을 구해주세요!]

[조건 : 영역 내부로 들어온 적 악마 섬멸]

“뭐?”

각자 배정된 역할에 따라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던 상황.

눈앞에 뜬 알림창에 우리는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

“······!”

휘몰아치는 눈보라 너머, 저 멀리에서 수백 개의 까만 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중급 이상의 악마가 최소 200에서 300은 되는 것 같았다.

‘쉽지 않겠군.’

중급 악마들만 몰려온다면 굳이 비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테니, 상급 이상의 악마도 제법 많을 것이다.

“후후, 아주 좋은데?”

“차라리 잘 됐군. 안 그래도 계속 돌아다닐 생각에 좀이 쑤셨는데.”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지.”

하지만 내 우려와 다르게 미소를 보이는 조원들.

고개를 돌리며 목을 풀고, 무기를 고쳐 잡는다.

‘하, 그래.’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며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기세가 180도 달라지고, 눈빛도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마치 사나운 맹수의 목줄이 풀린 느낌.

‘우린 고위 플레이어였지.’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지금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았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들.

고작 저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였다.

“모두들.”

무표정 일색이던 구트룬이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의 얼굴에 깃든 감정은.

펄럭! 펄럭! 펄럭!

“사냥을 시작하지.”

자신감이었다.

“한바탕 놀아볼까!”

구트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날개를 펄럭이며 적 공중군을 향해 돌진했다.

가장 선두에 구트룬이, 나머지는 전투기처럼 편대 비행을 하며 그 양옆으로 쭉 늘어선 모양새.

‘첫 집단전이군.’

창을 고쳐잡은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모두 전투 준비! 적은 고작 여섯밖에 안 되지만, 모두 고위 플레이어들이니 주의하도록!”

1킬로미터 정도를 앞두게 되자, 우리를 발견한 적 지휘관이 포효했다.

검은 날개가 거대한 벽처럼 새하얀 세상을 가득 메운다.

“건투를 빈다!”

그곳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던 우리는 뿔뿔이 흩어지며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시작해 볼까.’

쐐애애액! 챙! 콰지직! 채챙! 콰직!

나는 섬세하게 날갯짓하며,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했다.

“헉! 녀석이 렌이다! 모두 조심해!”

‘이 녀석은 패스. 빈틈이 없군. 이 녀석은······ 허점!’

서걱! 서걱!

일격에 죽이는 건 어려워 보이는 상급 악마들.

반면에 중급 악마들은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

‘일단 숫자를 줄여야겠어.’

그래서 나는 중급 악마들 위주로 창을 내질렀다.

“끄아악!”

“날개를 노려!”

그러자 내 날개를 집요하게 노리는 악마들.

‘어림없지.’

하지만 나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평소의 저돌적인 스타일과 다르게, 나는 지금 섬세하면서 정확하게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전까진 무기가 날아오는 궤도를 무의식중에 계산하고 피하면 끝.

‘지금 그랬다간 날개가 찢어지기 십상이지.’

무의식이 아직 날개를 내 몸의 일부라고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주의해야만 했다.

【비애와 절망의 칼날!】

그때, 내게 날아드는 검붉은 초승달 모양의 마법.

채앵! 콰지지직! 챙! 채챙! 콰지직!

가볍게 범위를 벗어난 나는 뇌전을 흩뿌리며, 주변 악마들에게 창을 휘둘렀다.

“제에엔장!”

악마들의 몸이 두 동강 나며, 검은 비가 내리듯 지상으로 추락했다.

└요즘 지옥에서 국지전이 늘어났다더니, 간만에 눈 호강하네 ㅎㅎ

└ㅇㅈㅇㅈ 덕분에 지상 공중전 함께 관람 가능ㅋ

└어 뭐야? 렌도 있었음? ㅋㅋㅋㅋ 이제 알았네ㅅㅂ 가면이 없으니까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냐 ㅋㅋㅋ

└난 날개 달린 것도 적응이 안 됨.. 근데 이제 막 날개 생긴 걸 텐데도 공중전이 되게 익숙해 보이는데? 원래 렌처럼 감각 좋은 애들이 더 애를 먹지 않음?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하는 범위가 수정되니께 ㅇㅇ 기존에 쌓아 올린 감각을 무너트리고 새로 쌓아야 해서 더 오래 걸리는 편이지ㅇㅇ 근데 진짜 빨리 적응했네? 기계처럼 딱딱 오차범위 내로 움직이는 느낌임.

└고위 플레이어가 ㅈㄴ 쎔 ㅋㅋㅋ 고작 여섯 명한테 악마 수백 마리가 개털리구 있네 ㅋㅋㅋ

└저쪽은 그냥 힘을 부여받고 강해진 애들이고, 이쪽은 싸우고 또 싸워서 살아남은 애들만 있는 건데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도망치지 못하게 차단해!”

“어어! 놈이 빠져나갑니다!”

“그럼 날개를 갖다 대서라도 놈을 막아야지, 이 병신아!”

서걱! 서걱! 서걱!

중급 악마들만 골라서 죽이고 다니길 한참.

‘이제 서른 명밖에 안 남았군.’

어느새 두 쌍 이상의 날개를 가진 악마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 쌍을 가진 최상급 악마가 하나.

그리고 상급 악마가 스물아홉.

파아앙! 챙! 채챙! 챙!

무기가 맞닿을 때마다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최상급은 신경 안 써도 되겠고.’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조장, 구트룬이 최상급 악마를 붙잡고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다.

“마법사분들! 마력 아끼세요!”

“탱커분들도 빠져도 됩니다. 나머지는 그냥 정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글바글하던 지상의 악마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지상전은 플레이어들의 압승.

‘상급 악마들만 처리하면 돼.’

띠링!

[<스킬:뇌룡의 포효>가 활성화됩니다.]

[근력과 민첩 스텟이 +25% 상승합니다.]

남은 체력을 힐끗 살핀 나는 그제야 뇌룡의 포효를 활성화했다.

체력 소모를 두 배로 늘리더라도, 스텟이 상승하는 게 상급 악마들을 처치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꽈아앙!

그리고 둘러싸였을 때를 대비해 아껴두었던 섬전도 과감하게 사용하며 상급 악마들 사이를 누볐다.

띠링!

[<벽력>이 발동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미, 미친!”

벽력이 발동되고, 뇌전의 플라즈마가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압도적인 위력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상급 악마들마저 우수수 떨어졌다.

‘가면이 없어도 충분하네.’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고위 리그]

[근력 : 375(+5)(+170)] [민첩 : 457(+5)(+242)] [체력 : 325(+5)(+120)]

[정신 : 240(+5)(+133)] [지력 : 166(+62)] [마력 : 259(+5)(+95)]

[각성 능력 : <초감각> <뇌신창> <뇌살자雷殺者> <뇌혈雷血> <특급검술> <고급단검술> <고급투척술> <고급박투술> <최상급치료술> <고급궁술> <고급검방술> <특급채찍술> <고급둔기술> <천독불침>]

[보유 스킬(6/6) : <천뢰십보> <뇌신> <뇌룡의 포효> <마력 상쇄> <그림자 표식> <열반>]

[업적 특전 : 역천자] [차원 특전 : 최강의 성계] [종족 특전 : 없음]

기초 스텟도 많이 올랐고, 각성 능력도 훌륭하다.

거기다 각종 특전에 고급 아이템들까지.

어느새 난 가면의 도움 없이도 고위 리그에 걸맞은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서걱!

“끄윽······.”

결국 구트룬이 최상급 악마의 목을 베는 걸 마지막으로, 엘린 성의 영역에서 펼쳐진 전투가 끝났다.

띠링!

[조건 : 영역 내부로 들어온 적 악마 섬멸]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기본급 x 1의 승리 수당이 지급됩니다.]

“모두 고생 많았다.”

천천히 날갯짓해서 다가가자, 피에 흠뻑 젖은 채로 말하는 구트룬.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몸 좀 제대로 풀었군.”

다른 조원들도 피투성이이긴 했지만, 별달리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대승이네.’

무려 300 가까이 되는 적의 전력을 상대하는데,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

지상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내려 보니,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쿠 훌린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복잡 미묘한 눈빛.

‘너도 어서 올라와라.’

나는 녀석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띠링!

[완벽한 대승!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잘 싸워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 ^.^ )>]

[그런 의미에서 추가 미션을 부여하고자 합니닷!]

[조건 : 엘린 성에서 500킬로미터 떨어진 마계의 알츠카인 성 공략]

[상위 플레이어들과 협동 미션이에요. 새싹들을 잘 이끌어 주세요.]

[이번 기회에, 니플헤임에 천계의 영역을 넓혀보자구욧!]

[파이팅! 빠샤! (// ̄3 ̄// )]

“······.”

< 203화. 엇갈림(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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