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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98화 (198/205)

< 198화. 새로운 시야(3) >

‘뭔데 그래?’

아세리안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한 나는 권속천사의 권능 효과를 확인했다.

[<권속천사眷屬天使>]

[계약을 맺으면, 시전자가 보유한 스킬의 25%를 권속자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여의 개념이 아닌, 부여의 개념이므로 시전자에게는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계약을 맺으면, 시전자 스텟 상승분의 25%만큼 권속자가 함께 상승합니다.]

[최대 10명까지만 계약할 수 있으며, 한 번 적용 시 해제할 수 없습니다.]

[등록된 권속]

[없음]

“······?”

권속천사의 설명을 읽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다.

‘이게 된다고?’

아니, 이해하지 못한 게 맞다.

이런 권능이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10명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25 퍼센트를 부여한다.

조건도, 제약도 없다.

설정하면 파기가 불가능할 뿐.

“권속천사라니! 꺅, 완전 대박이잖아요!”

방방 뛰며 기뻐하는 아세리안.

“어······. 천사들은 이런 능력이 흔합니까?”

나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었다.

등가교환이 아닌, 권속자에게 내 능력을 일방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는 것.

이건 정말 사기적인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뇨. 천계에서도 아버지만이 가지고 계신 권능이고, 마계까지 합쳐도 딱 두 명밖에 없는, 초초초특급 희귀 능력이에요!”

“······.”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열 번을 읽어도 내가 이해한 게 맞았다.

열 명의 플레이어를 대폭 강화시킬 수 있다.

그것도 아무런 페널티 없이.

‘미친.’

주창범이 내 스킬을 25% 효율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운이 좋으면 고위 리그까지도 넘볼 수 있을 거야.’

온몸에서 소름이 찌르르 울렸다.

“어떡해! 진짜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요.”

뒷목이 쭈뼛하고,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대박인데······?’

현재 내 플레잉코치 정산율은 7%.

거기다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한 층 한 층 쌓아올린 덕분에, 투지에 소속된 플레이어의 숫자만 2만에 달한다.

그런 상태에서 팀에 고위 플레이어들까지 늘어난다면?

팀의 주인과, 단 한 명의 플레이어로 출발했던 팀 투지.

‘포인트 수급은 더 이상 문제없겠어.’

초창기에 뭉친 작은 눈덩이가, 어느새 초대형 스노우볼이 되어 구르고 있었다.

* * *

극한의 한기를 담은 북풍한설이 휘몰아치고, 매일 같이 눈보라가 쏟아지는 곳.

니플헤임에 위치한 마계의 거점據點, 프레미어.

“끌끌, 얼마 남지 않았군.”

거대한 옥좌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던 레비아탄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음. 천계의 위선자들을 쓸어버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천계 쪽에서 자신과 공명하는 기운이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

길다란 테이블의 우측 의자에 앉아있던 고위 악마, 살레오스의 물음에 레비아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은, 그릇이······?”

“머지 않아 곧 그릇의 색깔이 바뀔 것 같군. 그릇을 안전하게 데려올 위장 더미들은 어떻게 됐지?”

“그릇과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실수 없이 진행되어야 할 거다. 천계 쪽에선 눈이 뒤집혀서 죽이려고 달려들 테니.”

대전쟁이 끝난 지 어느덧 11년째.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계는 그동안 천계의 전력을 깎으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천계 존재들의 타락화.

‘야금야금 갉아먹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군.’

천계의 전력은 마이너스가, 마계의 전력은 플러스가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면, 언젠가는 양측의 균형이 맞는 날이 올 것 같았다.

‘근데 이젠 그것도 쉽지 않단 말이야.’

그러자 천계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타락화된 존재를 끝까지 추격하여 사살하는 것.

얼마 전에 타락한 라파엘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설마하니 상위부터 초월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동원될 줄은 몰랐기 때문.

“반드시 살려서 데려와야 한다. 반드시.”

그래서 레비아탄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릇이 죽는 순간, 지금껏 쌓아 올린 계획들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동안 더미를 만드는 데 주력했으니,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살려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음, 음.”

살레오스가 힘차게 대답하자, 레비아탄은 옥좌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다란 테이블.

그의 앞에는 현재, 삼지옥의 각 지형과 거점 및 성, 그리고 병력이 표현된 진영도가 놓여 있었다.

“여기, 그리고 여기.”

레비아탄인 진영도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쪽에서 국지전을 시작하라. 슬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놔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숙주 쪽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끝을 흐리며 살레오스가 묻자, 레비아탄이 길게 흘러내린 수염을 쓸어내렸다.

“흠, 놈이 마수에서 벗어났더군.”

“예? 어찌······.”

“루시퍼는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긴 한데······. 뭐, 상관없다. 어차피 숙주가 마지막 하나를 남겨놓고 다 완성시켜 놓지 않았더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끼는 레비아탄.

그가 이내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릇에 옮겨심기 직전에 강제로 완성시켜 버리면 되겠지.”

* * *

‘색다른 기분이군.’

드넓게 펼쳐진 거대한 폐도시.

기류에 몸을 맡기자, 나를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

거기다 어마어마한 속도까지.

특수 중력 대련장에서 하늘을 날던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날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 크네.’

날개옷을 입고 처음으로 창공을 갈라본 소감은, 효율성이 무척 좋다는 것이었다.

특히 체력적인 면에서.

‘이래서 고주몽이랑 일리아가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던 거군.’

땅에 발을 디딘 상태에서 이동하려면, 계속해서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기류만 잘 타면 해당되지 않는 법칙이었다.

날갯짓 한번 없이 미세하게 방향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계속 날아갈 수 있었으니까.

‘시야도 굉장히 넓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팀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고건하는 나무 위에 숨어서 활을 겨누고 있고, 주창범은 방패를 들어 올린 채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300미터 떨어진 곳에선 수호가 당소소를 피해 은신할 공간을 물색 중이다.

그 모든 게 한눈에 보였다.

‘초감각의 활용도가 더욱 커지겠군.’

지금까지 감각의 범위가 가장 넓었던 건 청각과 마력장.

시각은 구조물이라든가, 나무 등등 엄폐물이 너무 많아서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날개가 생긴 순간, 그 모든 제약들이 사라졌다.

‘엄폐물만 없다면 증폭된 시각으로는 몇 킬로미터 바깥도 내다볼 수 있지.’

날개가 생긴 순간, 말 그대로 시야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가.

그때였다.

쐐애애애애액!

‘뭐지?’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며, 급하게 날갯짓 했다.

하늘 위에서 무언가가 급하강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

펄럭! 펄럭!

깔끔하게 땋은 백금발의 머리칼, 얇은 입술에 맺힌 장난기.

거기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여섯 쌍의 날개까지.

‘포르도엘이었군.’

대상을 확인한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리니 개구쟁이 미소를 띤 포르도엘이, 날개를 펄럭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마 나를 몰래 쫓아와, 마력장의 범위가 미치지 않는 높은 상공에서 떨어져 내린 모양이었다.

“우와, 이걸 피했······ 푸흡.”

그 순간 웃음을 터트리는 포르도엘.

‘쯧.’

양손으로 입가를 급히 막았지만, 나를 비웃는 중이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급하게 날갯짓하다 보니,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

‘조금 더 연습해야겠군.’

“아하하하. 죄송해요, 안우진 님이 뭔가를 서툴러 하시는 모습을 처음 봐서.”

“음, 그대도 못하는 게 있었군.”

어느새 다가온 피넛엘 또한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날개옷을 입었다기에, 궁금해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제법 어렵죠? 저랑 피넛엘이 도와줄게요!”

“괜찮습니다.”

“에이, 조금 있으면 첫 당직에 들어가신다면서요. 시간이 촉박하실걸요?”

가까이 날아와 눈을 빛내는 포르도엘.

그녀의 눈동자엔 마치, ‘어떻게 놀려줄까?’라는 감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충분합니다.”

“기어다니는 거에서 걷는 것까지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잖아요. 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구요.”

“음, 내 생각도 같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아예 새로운 감각이니까, 더욱 어려울 것이다. 괜히 나쁜 습관을 만들 수도 있고.”

포르도엘의 말에, 피넛엘까지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말 그대로, 감각의 문제.

이 부분에 한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깔깔 웃는 포르도엘, 그리고 애써 미소를 감추고 있는 피넛엘을 향해 나는 의지를 불태웠다.

내게 배정된 집무실.

‘형도 잘 지내고 있구나.’

지구에서 펼쳐진 승급전, 올라갈수록 더 강자들과 싸워야 한다는 숙명 등등.

포르도엘을 통해 전달받은 편지를 읽은 나는, 피식 웃었다.

온통 내 걱정으로 가득한 내용에서 형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

‘형한테도 보내줄까?’

편지를 내려놓은 나는, 책상 한 켠에 놓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어머니, 형, 그리고 나.

우리 가족이 함께 있던, 순간의 작은 조각.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보내드려야겠군.’

편지지 안에 사진을 넣어서 보내줄까 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히 사진을 봤다가, 형이 심란해 할 수도 있으니까.

안정화된 이후에 보내줘도 늦지 않을 것이다.

똑― 똑―

“우진이 형, 창범이에요.”

“아, 네. 들어오시죠.”

“형, 무슨 일이세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집무실로 들어오는 주창범.

녀석은 불안한 듯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집무실에 호출한 적이 없었으니까,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일단 앉으시죠.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오래 걸리는 일인가요?”

“아뇨, 금방 끝납니다. 어쩌면 1분 만에 끝날 수도 있구요.”

“그럼 괜찮아요.”

뚜벅뚜벅 다가온 주창범이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철제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은 데다가 거대한 방패까지 들고 있다 보니, 녀석이 의자에 앉자 삐그덕 소리가 났다.

‘주창범한테는 무조건 걸어줘야지.’

녀석을 부른 이유는 권속천사의 권능 때문.

내 스킬을 25%의 효율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자마자 주창범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

‘지금 가지고 있는 방어력에, 공격력까지 추가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현시점, 팀 투지에서 고위 리그에 가장 근접한 게 주창범이었으니까.

녀석이라면 25%에 불과한 효율로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주창범 씨한테 제안할 게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쳤다.

“제안이요?”

“네. 제가 최근에 한 가지 능력을 얻었거든요.”

나는 주창범에게 권속천사의 권능을 설명했다.

내가 가진 스킬을 25% 효율로 사용할 수 있으며, 내가 스텟을 올리면 거기서도 25%가 상승한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설정하면 해제할 수 없다는 것까지.

“······이걸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한 번 설정하면 절대 해제할 수 없으니까요.”

“당연히 하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인데. 거기다가 그걸로 인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없잖아요.”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주창범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까지 동고동락한 팀원으로서, 예의라고 생각해서 물어봤을 뿐.

“그럼 받아들이는 걸로 알고, 제 권속으로 설정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형!”

띠링!

[<권속천사眷屬天使>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 ‘주창범’을 권속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한 번 적용 시 해제할 수 없습니다.]

[Yes(선택) / No]

[플레이어 ‘주창범’이 권속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전자가 보유한 스킬의 25%를 권속자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전자가 스텟을 올리면, 권속자 또한 25% 비율로 상승합니다.]

[등록된 권속]

[플레이어 ‘주창범’]

“앗, 형이 말씀하신 대로 알림창이 떴어요.”

권속 등록을 마치자마자, 주창범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혹시 제가 얘기한 내용 말고 다른 게 있으면 꼭 알려주시구요.”

“아뇨, 딱 세 줄 떴어요. 제가 권속 설정됐다는 거랑, 각각 25퍼센트씩 사용할 수 있다는 거요.”

콰지지지지지직!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홍빛 뇌전.

‘나쁘지 않군.’

효율이 낮아짐에 따라서 검붉던 색깔이 주홍빛까지 연해졌지만, 분명 내가 사용하는 뇌전이었다.

“우와, 우와. 형! 막 붉은 실선이랑 파란 실선이 보이고, 제 몸에서 번개가 날뛰는 것 같아요!”

주창범이 어린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호들갑을 떨었다.

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한 모양.

“혹시 요즘 모용악 님과는 사이가 어떻게 됩니까?”

“악이 형이요? 음······. 나쁘지 않은데요. 왜 그러세요?”

뜬금없는 내 물음에 주창범이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으니까요. 한 번 써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녀석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하핫, 안 그래도 요즘 상위 리그에 올라왔다고 저를 막 무시하더라구요. 그래도 전 착하니까, 동생으로서 악이 형한테 지구의 물리치료 맛을 한번 보여줘야겠네요.”

주창범이 이를 드러낸 채 씨익 웃었다.

< 198화. 새로운 시야(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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