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새로운 시야(1) >
‘뭐야, 이건?’
부푼 마음을 안고 팜으로 돌아오자,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이 반겨주었다.
“고생많%$#%니다! $@#$님!”
“고위@%$#라니! 정말 @$#@해!”
“와아아아아아아!”
아니, 숫제 전투를 치르듯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어느새 소속된 플레이어가 2만 명을 넘긴 팀 투지.
‘엄청나네.’
모든 팀원들이 나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보니, 그로 인해 팜이 잘게 흔들릴 정도였다.
“고생 많으셨어요, 안우진 님. 분명 승급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실 줄 알았습니다.”
“크으······. 처음 들어왔을 땐 같은 하위 리그였는데, 어느새 고위 리그까지 훌쩍 올라가셨군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형! 정말 축하드려요!”
그 환호성을 뒤로하고, 몇몇 플레이어들이 다가와 축하해 주었다.
주창범, 고건하, 모용악, 지그, 당소소, 카이로시아 등등.
대체적으로 나와 오랜 시간을 보낸, 2기수부터 5기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만으로도 이미 삼백 명을 훌쩍 넘어설 만큼, 어느새 팀이 거대해진 상황.
“모두 축하해 줘서 고맙습니다.”
제법 많은 숫자임에도, 나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고마움을 표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팀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
“앗, 여신님 지나가십니다.”
“모두 양옆으로 빠지세요.”
누군가의 외침에 팀원들이 양옆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아세리안이 하얀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다가온다.
“축하드려요, 안우진 님. 아, 그렇게 안 보셔도 돼요. 전에 보니까 꽃다발 받는 걸 거북해하시길래 준비 안 했거든요.”
그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함께한 시간이 제법 되다 보니,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세리안을, 그리고 아세리안은 나를.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 또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모두 파티를 시작하죠!”
그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넵!”
팀 투지가 생기고, 가장 성대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치이이이익―
불판에 삼겹살을 올리자, 고기 굽는 소리가 공터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여기서 먹는 고기도 나쁘지 않군.’
초창기에는 각 성계별로 모여서, 자신들의 고향 음식을 먹곤 했다.
입맛이라는 것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었기 때문.
“고기 부족하신 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성계의 음식으로 통일되었다.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재료 수급이 어려워졌으니까.
이제는 그날 열린 경기 중, 가장 높은 넘버링 미션을 치룬 플레이어의 성계 음식으로 준비된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김치를 보게 될 줄이야.’
당연히 지구 성계의 음식으로 준비될 수밖에 없었다.
“형, 그건 뭐예요?”
그렇게 이세연표 지구 음식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주창범이 내 손에 쥐어진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가족사진이요.”
“가족사진이요······?”
고개를 갸웃하는 주창범에게,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었다.
“네, 승급전이 지구에서 열렸거든요. 미션 진행 중에 잠시 들러서 가지고 왔습니다.”
“형, 저 한 번만 봐도 돼요?”
가족사진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는 주창범.
“구기거나 찢지만 않는다면요.”
“에이, 형. 제가 설마 형 가족사진을 찢겠어요?”
“그럼, 뭐.”
고개를 끄덕인 나는, 흔쾌히 주창범에게 사진을 넘겨주었다.
말 그대로, 설마 주창범이 사진을 찢어버리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사진? 그게 뭔데?”
“실제 모습이랑 똑같이 그린 그림 같은 거예요.”
“뭐? 그런 게 가능해?”
“어, 저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주창범과 내게 쏠리는 관심.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팀원들이 앞다퉈 주창범 곁으로 모여들었다.
‘쯧.’
그 순간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지지지지지지직!
“······?”
“······?”
“미리 말씀드리죠. 보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훼손되면 정말 크게 화낼 겁니다. 정, 말, 로, 요.”
“어······. 저희 집 가보처럼 소중하게 다루겠습니다.”
“저, 저도요.”
내가 목소리를 착- 내리깔고 한 단어 한 단어 잘라 말하자, 팀원들의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졌다.
주창범이 두 손으로 조심히 사진을 들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깨 너머로 고개만 빼꼼 내민 채 구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한데 모여 있자, 우아하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던 옆 테이블의 관심도 쏠렸다.
“뭔데요?”
“안우진 님 가족사진이래요. 콜로세움에 들어오기 전 모습이 찍힌.”
“앗, 정말요? 저도 보고 싶어요!”
“근데 구겨지거나 하면 혀를 뽑고, 사지를 잘라서 죽이겠다고 하셨어요.”
“······제 차례를 기다릴게요.”
고건하의 말에 꼬리를 내리는 당소소.
“······?”
‘내가 사지를 잘라 죽이겠다고 한 적 있었나?’
나는 그 상황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였다.
“안우진 님, 제가 사진에 상태 보존 마법을 걸어드릴까요?”
당소소 옆에서 오물오물 씹던 고기를 꿀꺽 삼키곤 얘기하는 포르도엘.
“그게 뭡니까?”
“사진 위에 신성 보호 마법을 거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럼 구겨지거나 찢어질 일이 없거든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시작할게요.”
내 부탁에 개구쟁이 미소를 지은 포르도엘이, 이내 근엄한 목소리로 주문을 영창했다.
【새벽의 소성에서 깨어난 한줄기 바람이여】
【이곳에 차가움을 머금은 새벽 폭풍이 되어 격랑하라】
【성령으로 권능을 위임받은 나, 4급 주천사 포르도엘이 이르노니】
“쟤는 도대체 사진에다가 무슨 마법을 때려 박는 거야······?”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 아세리안.
【거룩한 그 이름에 응한 그대여, 웅크린 힘을 깨워라!】
길게 이어지던 주문 영창이 끝나며, 포르도엘이 시동어를 외쳤다.
【태고의 염원!】
“······!”
“······!”
거대한 신성력이 팜을 내리눌렀다.
사진이 밝게 빛나고, 주변의 마력이 신성력에 반응하며, 가족사진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1분 후.
“······.”
엄청난 고위 신성 마법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포르도엘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됐어요. 이제 어지간한 고위 마법을 수십 번 때려 박지 않는 한 끄떡 없을 거예요.”
“······?”
어지간한 고위 마법을 수십 번이나 때려 박을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사진을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뭐가 어쨌든, 날 위해서 해준 것임은 틀림없었으니까.
덕분에 그때부터 팀원들이 좀 더 편하게 사진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와, 이게 진짜 안우진 님이에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분명 같은 사람인데, 분위기가 딴판이군. 뭐랄까, 이땐 좀 순둥순둥했던 거 같은데······.”
“옆에 서 있는 분이 팀 불굴 소속의 룬 님이죠? 형님분이랑은 조금 다르네요. 어머니를 많이 닮으신 듯.”
“약간 학자 같은 분위기도 나는데요? 이때의 안우진 님은 어떤 모습일지 좀 궁금하네요.”
과거의 내 모습을 보며 놀라워하는 팀원들.
‘찍은지 정말 오래되긴 했군.’
콜로세움에 들어오기 3년 전에 찍은 사진이지만, 햇수로는 어느덧 17년 째.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에선 검 들고 싸울 일이 없거든요. 여기 들어오시고 변한 거겠죠. 저는 마냥 형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실 정도면 정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한동안 사진을 빤히 보던 주창범이, 나를 위로했다.
‘고생이라······.’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긴 했지.
나는 속으로 주억거렸다.
“음······. 처음 들어오셨을 때부터 이런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팀원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사진을 보며 작게 읊조리는 아세리안.
그 후로도 팀원들은 파티를 뒤로한 채, 한참 동안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플레이어 렌, 승급 성공! 드디어 고위 리그로.
―열한 성계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지구. 그곳에서 펼쳐진 숨막히는 전투.
―지구 성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서브 미션으로 잭팟을 터트린 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었음 ㅋㅋㅋㅋ 총이라는 무기로 치루는 전투는 색다른 묘미가 있더라ㅋ
└이번 승급전에서 렌의 실력에 또 한 번 놀람 ㄷㄷ 쥐꼬리만 한 스텟으로 도대체 어떻게 총알을 피하고 다닌 거지?
└보니까 왜 지구에서는 미션 안 내려주는지 알게됨 ㅋㅋㅋ 고도문명화된 것 때문에 그런가, 사회가 너무 복잡해짐 ㅡㅡ 애초에 지구에서 쭉 살던 사람이 아니면 적응 하기가 쉽지 않을듯;
└ㄹㅇ 자동차라는 것만 봐도 다들 눈알 튀어나올걸? ㅋㅋㅋ 지구인들 사이에 녹아들지 못하면 미션 진행도 어려울 거임 ㅋ
└그래도 앞으로는 지구 맵이 자주 나와줬으면 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아세리안의 집무실로 향했다.
―내일 오전에는 일정 좀 비워주세요. 손님이 방문하시기로 했거든요.
전날 파티에서, 아세리안이 미리 양해를 구했기 때문이었다.
‘손님이 온다라······.’
내심 불안했다.
외부 인물이 팜에 방문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으니까.
나도 딱 한 번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다.
‘미카엘이 왔었지.’
거기다 고위 리그에 올라온 지 하루만에 누군가가 방문한다?
‘또 성계 대항전에 관한 얘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기에 더욱 불안했다.
“아세리안 님, 안우진입니다.”
“아, 네. 바로 나갈게요.”
아세리안의 집무실.
문을 노크하자, 제법 격식을 갖춘 복장의 그녀가 걸어나온다.
“마침 슬슬 온다고 전해 받았는데. 타이밍이 좋네요? 어서 가죠!”
그리고는 나를 잡아 끌고, 전에 만들었던 접객실로 향했다.
“무슨 이유로, 누가 오는 건지는 안 알려 주실 겁니까?”
“흐응······. 조금만 있으면 알게 돼요, 헤헷.”
혹시나 해서 물어보면, 이런 대답만 할 뿐.
하지만 그녀의 반응에서 나는, 적잖이 안심되었다.
‘게임 메이커가 오는 건 아닌가 보군.’
고위 리그의 게임 메이커가 오는 거였다면, 이런 식으로 장난치진 않았을 테니까.
잠시 후.
우우우우우웅―
접객실 공터 앞에 그려지는 기하학 문양의 마법진.
작게 떨리는 공간의 파동.
찰그락― 찰그락―
그리고 게이트가 생성되며 모습을 드러낸, 순백의 갑옷을 입은 세 존재.
‘지천사가 세 명이나 왔다고?’
팜에 방문한다던 손님은, 여덟 쌍의 날개를 가진 세 명의 2급 지천사들이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별것도 아닌 일에, 2급 천사가 세 명이나 올 리 없으니까.
“어서 오세요. 팀 투지의 주인, 아세리안입니다.”
“고신 아세리안 님을 뵙습니다. 2급 지천사 카시미엘입니다.”
“맞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급 지천사 테라엘이라고 합니다.”
“고귀한 분께 2급 지천사 에르미엘이 인사드립니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세리안과, 정중하게 예를 표하는 천사들.
최근 아세리안이 또 한 번 승급한 덕분인지, 이전에 만났던 파사엘이라는 지천사보다 훨씬 정중한 모습이었다.
“플레이어 렌입니다.”
고위 존재들 간의 인사가 끝났다고 판단한 나는 천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상대는 고위 천사.
순서상, 내가 먼저 하는 게 맞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플레이어 렌.”
“그동안의 활약상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대처럼 강한 존재가 승급하다니, 기쁘기 그지없군요.”
“승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걸로 통성명은 끝.
그러자 가운데에 있던 천사, 카시미엘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고위 리그의 상징인 날개옷을 전달하겠습니다. 아세리안 님, 신성 마법 사용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날개옷······!’
그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싸우던 고위 플레이어들.
그들이 날개를 얻을 수 있게 해준 아이템.
나는 그제야 세 천사가 왜 직접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왔군.’
날개옷을 전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허락합니다.”
아세리안의 말에,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 천사.
【멸악滅惡】
【정화淨化】
【용기勇氣】
세 천사 사이에서, 삼각형을 그리며 마법진이 생겨난다.
마법진은 이내 빠르게 회전하더니, 나풀거리는 의복 하나를 만들어 내며 사라졌다.
“2급 지천사, 카시미엘. 플레이어 렌에게 날개옷을 전달합니다.”
두 손으로 옷을 받친 채 다가오는 천사.
나는 날개옷을 받아들었다.
“전달 완료했습니다. 고위 리그 게임 메이커님의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승급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활약상을 기대하겠습니다.”
‘진짜 고위 리그에 올라왔어.’
날개옷을 받자 실감되었다.
내가 정말로, 꿈꿔왔던 고위 리그에 올라왔다는 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추가로.”
“······?”
“고위 리그에선 성계 대항전이 없습니다. 그 부분과 관련하여 상위 게임 메이커님이 우려를 표하시기에, 고위 리그의 입장을 전달드립니다.”
‘뭐?’
카시미엘의 말에, 나는 받아들었던 날개옷을 꾸욱 쥐었다.
성계 대항전 없다.
그 확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카엘한테 빚을 졌군.’
아마 그녀가 날 위해서 따로, 내용을 전달한 모양이었다.
미카엘은 사대 천사의 수장이었으니까.
“날개옷은 어떤 장비를 착용하든 상관 없이 날개가 돋아납니다. 다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자주 연습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예.”
“그럼 마지막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에르미엘?”
테라엘의 말에 앞으로 나서는 에르미엘.
펄럭!
그녀가 여덟 쌍의 날개를 활짝 폈다.
‘또 치러야 할 의식이 있나?’
그리고는 양 손을 맞잡은 채, 두 눈을 감았다.
“성임聖任을 위임받은 2급 지천사 에르미엘이 권능을 사용하고자 하노니, 거룩한 이름께 청합니다.”
에르미엘의 몸에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팜을 가득 메운다.
그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는.
‘포근하고, 따뜻하군.’
부드럽고 맑은 신성력이.
그때였다.
쏴아아아아아아―
“······!”
‘뭐, 뭐야!’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덜덜 떨려오고, 뒷목이 쭈뼛했다.
팜을 가득 채웠던 에르미엘의 신성력에, 갑자기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깃들며 내 어깨를 짓눌렀다.
두 눈을 감은 채, 양손을 맞잡고 있던 에르미엘의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간다.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던 눈동자가, 어느새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부름에 답하노라】
그리고 울려오는 장엄한 목소리.
‘이게······.’
마치 에르미엘의 몸에 누군가가 강림한 것 같았다.
【천계에 뜬 새로운 신성新星이여】
아세리안, 카시미엘, 테라엘이 고개를 숙인 채 납짝 엎드렸다.
‘몸이 안 움직여.’
나 또한 그들을 따라하고자 했으나,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겸손謙遜 자선慈善 친절親切 인내忍耐 순결純潔 절제節制 근면勤勉】
‘후우, 침착하자.’
느껴지는 존재감, 경의를 표하는 아세리안과 천사들의 몸짓.
직전에 에르미엘이 했던 행위까지.
그 모든 걸 종합해보니,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
‘천계의 초월자.’
현재 에르미엘의 몸속엔, 천계의 모든 존재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존재가 깃들어 있다는 것.
【그대에게 일곱 개 가치의 수호를 맡기는즉]
쏴아아아아아아―
‘도대체 뭘 하는 거지?’
팜을 가득 채웠던 에르미엘의 신성력이 내 몸속으로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피부, 뼈, 혈관, 근육으로 스며들어, 곳곳에 자리를 잡는다.
우드득― 뿌득―
‘크윽.’
그리고는 내 몸에 있는 모든 것을 재구성한다.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를 대신해, 그대를 축복하노라】
근육이 꿈틀거리고, 뼈가 뒤틀리며 느껴지는 통증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 정도.
‘으으윽.’
나는 이를 앙다문 채, 이 상황이 끝나길 기다렸다.
1초가 억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플레이어 ‘렌’이 인간 → 반천사半天使로 승격했습니다!]
[정신에 걸려있던 1차 리미트가 해제됩니다!]
눈 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등장했다.
< 196화. 새로운 시야(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