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194화 (194/205)

< 194화. 여우 사냥(5) >

[제한 시간 : 228:33:52]

평양 시내.

대로변에 심어진 나무 뒤에 은폐한 나는, 군인들을 죽이는 데 집중했다.

탕! 타다다다다당! 탕! 탕!

“으윽!”

소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한 명씩 머리가 터지며 쓰러졌다.

피가 낭자하며,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했던 콘크리트 바닥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해서 그런가 민간인은 아예 없네.’

길거리엔 오직 군인뿐.

내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일이었다.

그냥 근처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여버리면 됐으니까.

―해방산 거리에서 총격 발생!

―어제 수장 각하를 노린 녀석이거나, 그 일당으로 보인다!

―어서 지원을!

죽은 북한군에게서 탄알집을 꺼낸 나는, 근처에 있던 평양 국제 문화 회관이라고 적힌 건물로 들어갔다.

조금씩 병력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너무 많으면 총구 방향을 읽어도 피할 수가 없지.’

어느 정도 은엄폐물이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들어온 건물 안.

8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었는데, 제법 깔끔한 인테리어로 시공된 1층에는 아무도 없다.

―소좌님! 근처에서 교전 중인 것 같습니다!

―나도 들었다. 모두 수색 중지! 전원 창가로 붙어서 반동분자를 찾는다!

위층에서 수색 중인 군인들만 느껴질 뿐.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겠군.’

콰직! 화르륵!

건물 입구에 불을 지른 나는 곧장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리철순이! 너는 나를 따라, 헉!”

오르는 길에 계단을 내려오는 몇몇 군인들을 마주쳤지만, 녀석들이 오고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서걱! 서걱!

‘위에 있는 녀석들은 아직 내가 들어온 줄 모르고 있어.’

단검으로 내려오던 녀석들을 죽이고, 2층에 도착하자 보이는 11명의 북한군.

“발견 즉시 보고하라!”

“이쪽은 아직 안 보입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창문에 바짝 달라붙어서 바깥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잘 가라.’

나는 조정간을 연발로 놓은 채, 총을 난사했다.

타다다다다당!

“끄아악!”

“헉, 언제······ 크윽!”

총알에 맞고, 흐느적거리며 쓰러지는 북한군들.

내가 뒤에 있다는 걸 알아챈 몇 명이 급하게 총구를 돌렸지만,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빠를 순 없었다.

‘이걸로 2층은 끝났고.’

죽은 북한군들의 탄알집을 챙긴 나는 창문 너머로 총구를 꺼낸 채, 건물로 다가오는 북한군들에게도 난사했다.

죽은 북한군들이 제법 많은 여유분을 가지고 있어서, 어차피 총알은 넘쳐흐르는 상황.

거기다 워낙 숫자가 많았기에 마구잡이로 쏴도 우수수 쓰러질 정도였다.

“1중대, 2중대 진입! 3중대랑 4중대가 엄호한다. 대가리 내밀지 못하도록 마구 쏴버려!”

“대대장님! 불 때문에 진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정도는 괜찮으니까 그냥 가! 다들 총 맞아 뒈지고 싶어? 이봐, 뭐해! 녀석이 대가리를 내밀잖아!”

파바바바바바박!

벽 뒤에 숨어서 내가 계속 총을 쏴대자, 대응 사격하는 북한군들.

날 지켜주던 콘크리트 벽이 순식간에 총알로 난자되었다.

터진 시멘트 가루에 의해,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를 정도였다.

‘이대로 끝낼 순 없지.’

나를 가려주던 벽이 걸레짝이 됐다?

하지만 이곳엔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창문이 존재한다.

자세를 낮춘 나는 창문 사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북한군들을 괴롭혔다.

“불길이 더 심해집니다!”

화르륵! 화륵!

1층에 불을 낸 지 어느덧 20분여.

그 사이 화마가 건물을 집어삼키며, 엄청난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로 인해 건물 전체가 연기에 뒤덮였을 정도.

물론 내게 나쁠 건 없었다.

“대대장님! 일단 후퇴, 끅!”

“젠장, 도대체 어디서 쏘는 거야?”

자연적으로 발생한 연막탄 같은 효과를 발휘해 줬으니까.

‘나쁘지 않군.’

마침 내 인벤토리엔, 훈련할 때 쓰던 방독면이 존재하는 상황.

덕분에 연기에 의한 피해는 전무했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건 내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으므로.

[제한 시간 : 227:55:17]

‘슬슬 옮겨야겠는데.’

허수아비 패듯, 일방적으로 적들을 사살하길 한참.

나는 재빨리 4층으로 올라갔다.

밟고 서 있는 땅바닥에서 열기가 느껴졌기 때문.

그렇다는 건, 1층을 집어삼킨 불길이 2층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 건물을 선택한 이유가 있지.’

평양 국제 문화 회관 7미터 옆에는 3층짜리 건물이 존재한다.

일반인에게 7미터는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

하지만 현재의 내 육체 스텟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다리는?

―가져왔는데 너무 짧아서 닿지 않습니다. 다른 걸 들고 오겠다고 합니다.

―이런 머저리 같은 새끼! 분명 거리가 꽤 있으니까 넉넉한 걸로 가져오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시간을 끄는 것 같습니다. 괜히 잘못 들어갔다간 우리가 비명횡사하니까요.

―야 이, 병신아! 이대로 가다간 여기서 살아남아도 곧 목이 따일 거라는 걸 왜 몰라!

4층으로 올라가자, 옆 건물에서 북한군들의 목소리가 들어온다.

불길 때문에 1층으로 진입을 못하니, 옆 건물에서 넘어오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북한군들이었다.

‘내가 올라왔다는 걸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인벤토리에서 장검을 꺼내 들었다.

최대한 시간을 오래 끌기 위해선, 내가 옆 건물로 넘어왔다는 걸 적들이 몰라야 한다.

조용하게 죽일 때, 검만큼 좋은 무기가 없다.

‘가 볼까. 흐읍!’

크게 숨을 마신 뒤, 방독면을 인벤토리에 넣은 나는 옆 건물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소좌님! 왜 아직도 진입하지 않냐고 상부에서 여쭤봅니다!”

“이런 제길. 목 따이면 다 너희들 때문인 줄 알아, 알았어? 이봐, 통신병. 5분 내로 진입할 예정이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러자 보이는 14명의 군인들.

7미터나 떨어진 데다가,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정확히 창문 안으로 뛰어넘지 않는 이상 이곳으로 넘어올 수 없을 테니, 내가 있는 방향을 신경 쓰고 있는 군인은 한 명도 없었다.

‘생과 사는 찰나의 순간에 결정되지.’

긴 시간 콜로세움에서 싸워온 내게, 녀석들은 먹잇감에 불과할 뿐.

서걱! 서걱! 푸슈우우욱!

“헉, 언제······끅!”

한 번 검이 번뜩일 때마다, 잘려나간 머리가 한두 개씩 허공을 날았다.

검을 휘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0.2초.

이동 거리까지 감안하더라도, 14명의 군인을 죽이는 데에는 5초가 채 필요하지 않았다.

‘여기 위치 너무 좋은데?’

3층에 있던 군인들을 모두 죽인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엔 불에 휩싸인 평양 국제 문화 회관뿐이라, 위에서 침투해 들어올 수 없다.

게다가 창문 바로 옆에 계단이 있고, 죽은 군인들은 수류탄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던 상태.

‘총으로 갈겨대다가, 누가 올라올 때마다 수류탄을 던지면 되겠어.’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과감하게 행동했다.

타다다다다다당!

―헉, 대대장님! 옆 건물에서 쏩니다! 불 때문에 넘어간 모양입니다!

―차라리 잘 됐다! 1소대랑 2소대는 1층으로 침투해. 이번에야말로 녀석을 사살해야 한다!

―옛!

탱! 태댕! 탱!

계단을 타고 떨어지는 수류탄의 쇳소리.

“헉! 수류탄이다! 모두 숙······.”

꽈아아아아앙!

수류탄이 터지자, 건물이 잘게 흔들렸다.

“······.”

계단을 올라오던 무수한 기척들이 단숨에 사라졌다.

과연 무시무시한 위력.

‘여길 뚫고 들어오는 건 쉽지 않을걸.’

아래층에서 위로 수류탄을 던지는 건 쉽지 않다.

정확하게 던지지 않는 이상, 자기들에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

‘대전차 로켓이라도 들고 오지 않는 이상 말이지.’

―제길! 고작 한 명을 어쩌지 못해서 이 꼴이란 말인가!

그걸 깨달은 적 대대장이 분개했다.

‘한동안은 걱정 없이 괴롭혀 줄 수 있······ 어?’

그때였다.

털덜덜덜덜덜덜덜덜덜―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대한 엔진음.

육중한 무게로 인해, 땅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전장에서 이런 소리와 진동을 만들어 내는 건 딱 하나.

‘전차!’

창문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밀자, 대로변을 점거한 채 다가오는 수십 대의 전차가 보였다.

위이이이잉!

내가 있는 건물을 향해 포신을 돌리는 전차들.

‘젠장.’

그 순간, 나는 반대편 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꽈앙! 퍼어어어어어어어엉!

강한 충격파가 내 몸을 밀어낸다.

단단한 콘크리트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고, 잘게 쪼개진 시멘트 덩어리가 내 몸을 두들겼다.

응축된 불꽃이 퍼지며 사방을 집어삼켰다.

└와 씨발 ㅋㅋㅋㅋㅋㅋ 저거 뭐냐?ㅋㅋㅋㅋㅋㅋ

└순간적으로 두 눈을 의심했음 ㄷㄷ 여기 성계 진짜 대박이넼ㅋㅋㅋㅋㅋ

└화력이 무시무시함 ㅁㅊ 통짜 쇳덩이 같은 것들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신기;;

└전에 누가 성계끼리 통합되면 지구애들 바로 노예행이라고 그러지 않았냐? ㅋㅋㅋ 지금 보니까 다른 열한 성계가 고마워해야 할 정도인데?

└ㅇㅈㅇㅈ 소드 마스터고 뭐고 총알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 ㅇㅇ

└앗 대마법사가 저기 있습니다! 그랭? 모두 발사해! 빠앙~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ㅎ

‘더 이상 버티는 건 쉽지 않겠군.’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써서 온몸이 하얗게 변한 나는, 사라진 한쪽 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병끼리의 시가전은 충분히 할 만했는데, 기갑병기가 투입되자마자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전차를 무력화시키는 건 어렵지 않다.

중장거리 무기라서, 검을 들고 근접전을 펼치면 되기 때문.

‘보병들 때문에 그게 어렵지.’

하지만 문제는, 주변에 쫘악 깔린 북한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다가가기도 전에 총알 세례를 맞아, 벌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제한 시간 : 226:27:33]

‘시간은 충분히 끌었어.’

시가전을 펼친 지 어느덧 2시간째.

딸깍―

남아 있는 수류탄을 모두 밖으로 던져버린 나는 미련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또 보자고.’

띠링!

[지구인 ‘지앙훈밍’에게 <그림자 이동> 능력을 사용합니다.]

“읍읍!”

미리 구해둔 은신처.

‘후우.’

긴장이 풀리며 짙은 피로감이 날아들었다.

직전까지 총알이 빗발치고, 화약 터지는 소리를 듣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정적이 적응이 되질 않았다.

피가 뚝뚝 흐르는 내 모습에, 몸을 파르르 떠는 강간범.

‘피곤하군.’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피를 씻겨 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강간범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지지지직!

“으으으읍! 읍! 으읍!”

흘러들어오는 뇌전에, 강간범이 몸을 파닥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녀석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 들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방금 전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읍······.”

“여기 주변엔 아무도 없으니까 괜히 힘 빼지 말자고.”

“읍읍······.”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나는 놈의 입에 붙였던 테이프를 뜯어냈다.

그러자 곧바로 입을 여는 녀석.

“도,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원하는 게 있으니까 이러는 것 아니오!”

“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는 순간, 또 온몸이 찌릿찌릿할 거야.”

“······.”

녀석을 닥치게 만든 나는, 미리 준비해 둔 도시락을 밥그릇에 담았다.

대충 담다 보니, 개밥 같은 비주얼.

“먹어.”

그러고는 강간범에게 내밀었다.

좋든 싫든, 1주일 간은 살려둬야 하기 때문에 식사는 챙겨줘야만 했다.

“······.”

그러자 머리만 움직여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는 강간범.

나는 녀석의 곁에 앉아, 핸드폰으로 구글 지도를 켰다.

‘다음 그림자 이동 타임은 밤 시간대야.’

아직까진 보름달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

나와의 전투로 평양 동남부는 초토화됐고, 전력 손실도 무척 컸을 것이다.

‘이번엔 측근이랑 고위 당원들을 암살하러 다녀야겠군.’

밤에 녹아든 암살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구글에 올라온 당원 목록과 위치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금으로 치장된 번쩍번쩍한 방 안.

“동무.”

“옛, 수령 동지!”

“내래 분명 금방 정리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디.”

“죄, 죄송합네다!”

“위대한 북조선의 전사들이 고작 한 명의 반동분자에게 농락돼서야 되갔소?”

독재자의 물음에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김두진 대좌.

“솔직히 말해주시오. 놈이 쳐들어오면 막을 수 있소, 없소?

“반드시 녀석을 처단하갔습니다!”

“내 눈을 똑바로 보시오. 입 발린 말을 원하는 것이 아니오. 있, 소, 없, 소.”

한 단어 한 단어 힘주어 얘기하는 독재자.

그러자 김두진 대좌가 고개를 떨군 채 대답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네다. 놈에게 죽은 고위 당원만 벌써 100명이 넘고, 얼마나 신출귀몰한 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있습네다.”

“흠······.”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지의 안위를 위해 우리는 주기적으로 이동 중에 있습네다! 절대 이곳을 찾아내지 못할 겁네다.”

확신이 담긴 김두진 대좌의 대답.

하지만 한번 불신이 싹튼 독재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른 동무들에게 배치된 부대원들을 모두 소집하시오.”

“도, 동지! 그럼 다른 동무들은······!”

“내가 있어야 공화국이 있는 것이오.”

더 이상의 첨언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얘기하는 독재자.

그 모습에 김대진 대좌는 곁에 있던 974부대원에게 지시했다.

“······알갔습네다. 이봐, 모두 은밀하게 모이라고 전해.”

그때부터 평양 곳곳에 있던, 정장에 007가방을 든 974부대원들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 * *

―북한, 연일 미사일 도발.

―위대한 수령 동지를, 남조선 아새끼들이 노리고 있다. 공화국 내부로 침투한 남조선의 벌레 새끼들을 빼지 않는다면, 수령 동지께서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다!

―청와대 “유감.”

―국정원이 독재자를 암살하기 위해 요원 투입? 국정원장 “사실무근.”

그림자 이동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죽이고 다니길 1주일.

그동안 10명이나 되는 고위 당원들에게 표식을 남기며 그림자 이동을 반복했지만, 독재자가 있는 곳으로 의심 되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엔 친위대한테 남겨봐야겠군.’

그렇게 해서 장성이 아닌, 친위대에게 남기게 된 표식.

“······!”

상태창을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표식으로 등록된 사람 중 처음으로 평양을 벗어난 것이다.

‘어디 가는 거지?’

나는 서둘러 구글 지도를 열었다.

974부대원이 향한 곳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13킬로미터 떨어진, 정치군사대학과 중앙식물원 사이.

‘룡성역 근처군.’

룡성역 근처에 독재자의 은신처가 뭐가 있더라······.

한동안 기억을 되뇐 나는 금세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지하전시사령부가 위치해 있으며, 지하에 독재자 전용 열차가 있는 곳.

‘룡성 은신처.’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민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영리한 여우가 냄새에 쫓겨, 결국 꼬리를 드러낸 것이다.

‘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

쿨타임이 거의 다 돌아왔음에도, 나는 차분하게 앉아서 대기했다.

영롱한 달빛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더 이상 달빛 아래 없어도 옵션이 발동되는 상황.

‘달이 뜨는 순간, 반드시 죽여주지.’

벌써부터 밤이 기다려졌다.

< 194화. 여우 사냥(5) > 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