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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73화 (173/205)

< 173화. 증명의 서(7) >

└이야 ㅋㅋㅋㅋ 생각보다 상위 리그 수준이 높네 ㅋㅋㅋ 이 정도면 볼 만 한데?

└ㅇㅈㅇㅈ 고위나 초월만 보지 말고, 앞으로 간간이 상위 리그도 챙겨봐야겠음ㅎ

└1번 대박 ㄷㄷ 쟤가 걔지? 코드 제로 경기할 때 니플헤임 입구에서 휘젓던 애?

└ㅇㅇ 맞음. 플레이어 렌.

└ㅋㅋㅋㅋㅋ 성계 대항전 시작할 때만 해도 쿠 훌린이니 몽연이니 했는데 반전이네 ㅋㅋㅋㅋ 렌이 저렇게 강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ㅋㅋㅋㅋ

└더 대박인 건 지구 출신이라는 거임;; 가끔 환경에 상관없이 괴물이 등장하긴 하는데, 그런 괴물들을 가볍게 찍어 누르는, 더 어마어마한 괴물ㄷㄷ

└아 씨발 기분 더럽다. 배팅한 포인트 다 날렸네 ㅅㅂ.. 나도 지구에 좀 걸어볼걸..

└난 그냥 포기했다 ㅎ 포기하면 편하게 볼 수 있음ㅋㅋ 이런 경기를 또 언제 볼 줄 알고 마음 졸이면서 관람함? 그냥 포기하셈 ㅋㅋㅋㅋㅋ

└을지문덕, 몽연, 쿠 훌린 정도면 렌한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주소월이 4분 컷인가 5분 컷이었으니까, 한 6분 정도는 버티지 않을까 싶음.

└????????ㅋ 맵이랑 상성 같은 거 깡그리 무시하고 그냥 6분 박아버리네 ㅋㅋㅋㅋ 내 개인적으론 몽연 20분 / 쿠 훌린 18분 / 을지문덕 15분 예상함

└윗 댓 // 뭐라는 거야 ㅋㅋㅋㅋ 쿠 훌린 > 을지문덕 > 몽연 순서임 ㅋㅋㅋㅋㅋ

* * *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눈 앞의 장면이 바뀌었다.

“헉!”

내가 나타나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악마.

“혼자 죽을 거라고 생각······!”

어떻게든 날 죽이기 위해 발악하는 악마.

“일단 대피, 켁!”

날개를 편 채 도망치려는 악마 등등.

마치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고 있는 것처럼 장면이 뚝뚝 끊겼다.

서걱!

‘너무 쉬워.’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악마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벼락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 무더기 시체만이 남아있을 뿐.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군.’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천 킬 가까이 했는데, 지금까지 내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막아내는 악마가 없는 상황.

아마 녀석들은 본인이 어떻게 죽는지도 제대로 모를 것이다.

내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이미 창날이 목을 베고 지나갔으니까.

반사 신경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애초에 반응할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이런 미친!”

“씨발······ 죽어!”

후웅! 후웅! 후웅!

그때부터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악마들이 허공에 대고 그냥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할 수가 없으니, 그냥 얻어걸리라는 식의 공격이었다.

“죽으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

“오, 오지 마! 오지 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다가 무기를 붕붕 휘두르는 악마들.

아마 그 모습을 멀리서 봤다면 웃음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단체로 미친 것처럼 보일 테니까.

‘쯧.’

하지만 정작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된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순간 이동은 양날의 검.

악마들이 내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 또한 상대가 휘두르는 공격에 반응하기가 어려웠다.

재수가 없으면 눈먼 칼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달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초감각이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이라도 그 확률을 줄여줄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침착하게 악마들 사이를 휘저었다.

초감각과 마력장의 조합은 공간 전체를 읽어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어디에 있는 누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서걱! 서걱! 서걱!

“제기랄! 저 괴물을 죽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 덕분에 우려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띠링!

[마력이 5% 남았습니다.]

‘벌써 마력을 다 썼군.’

예상했던 것보다 마력이 훨씬 빨리 바닥났다는 것.

쿨타임이 6초일 때야 37분 동안은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꽈앙! 서걱!

“끄억!”

2차 각성으로 인해 0.6초까지 쿨타임이 줄어든 섬전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해야겠어.’

나는 한숨 돌릴 겸, 플레이어들 사이로 순간 이동했다.

“휴우. 녀, 녀석이 뒤로 빠졌다!”

“살았어······!”

무자비한 학살이 끝난 듯 싶자, 악마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죽였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마력 회복 물약을 들이키며, 상태창을 체크했다.

[킬 수 순위]

[1위. <1> ― 5,233킬]

[2위. <17> ― 973킬]

[3위. <196> ― 945킬]

[4위. <1,101> ― 911킬]

[5위. <444> ― 905킬]

[6위. <99> ― 897킬]

‘미친.’

킬 수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잠깐 사이에······.

‘내가 저만큼이나 죽였다고?’

킬 수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있었다.

이제는 2위랑 무려 4천 킬이나 차이 나는 상황.

2위부터 6위까지 킬 수가 따닥따닥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미친 스펙으로 휩쓸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3경기도 챙길 수 있겠어.’

킬 수 현황을 본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지구의 우승은 거의 확정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거······ 성능이 너무 말도 안 되는데?’

업그레이드된 블라디미르 가면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이아몬드 등급인 <폭뢰> 스킬과 비견될 정도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과연 신화 등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돌격!”

“서둘러라! 저 괴물이 쉬는 틈에, 어떻게든 나머지 녀석들을 처리해야 한다!”

“끄아아아아악!”

“젠장, 끝이 없군!”

“애초에 다 죽을 때까지 소환된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나불댈 시간에 검이나 휘둘러요!”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살아남은 플레이어의 숫자가 1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금방 다 죽겠군.’

슬슬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시간이긴 했다.

거기다 조금씩 중급 악마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일부 몇 명은 쌩쌩한 걸로 보아 체력 회복 관련 스킬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외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슬슬 움직여 볼까.’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다고 판단한 나는, 섬전을 사용하며 사냥을 재개했다.

꽝! 꽝! 꽝! 꽝! 꽝!

빛이 번쩍이고, 시야가 바뀔 때마다 소름 끼치는 피륙음이 울려 퍼졌다.

10%대까지 회복되었던 마력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마력이 떨어진 것에 개의치 않았다.

펄럭! 펄럭! 펄럭!

“크흐흐! 살고 싶으냐? 그럼 재롱 한 번 부려보거라! 너희들은 광대가 아니더냐, 크하하하하!”

“구현된 새끼들 주제에 현실감 넘치네. 기분 더럽게! 끄아아아악!”

[현재 생존자 수 : 1명]

갈수록 중급 악마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더니, 결국 10분을 채 못 버티고 모두 전멸한 것이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로는, 대규모로 몰려오는 중급 악마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스텟 차이가 너무 많이 났으니까.

‘슬슬 경기를 끝내야겠군.’

이제 살아남은 플레이어는 나 하나뿐.

게임의 종료 조건은 전멸.

나는 악마들에게 죽기 위해, 창을 거두어들였다.

이미 1위가 확정된 이상, 굳이 무리해서 사냥할 필요가 없었다.

죽어야 한다는 건 좀 기분 더럽긴 했지만.

그때였다.

“이제 저 괴물만 남······!”

“녀석도 지쳤······!”

“어차피 독 안에 든 쥐······!”

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각종 무기를 들고 내게 달려들던 악마들이 한순간에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몸을 덮고 있던 흑막 또한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띠링!

[유일하게 생존한 플레이어가 킬 수 1위를 달성 중입니다.]

[3경기 <대척자>가 종료되었습니다.]

[킬 수 순위]

[1위. <1> ― 5,986킬]

[2위. <17> ― 1,077킬]

[3위. <196> ― 1,031킬]

[4위. <1,101> ― 1,001킬]

[5위. <444> ― 984킬]

[6위. <99> ― 897킬]

[승리 조건 : 가장 많은 킬 수를 올린 플레이어]

[플레이어 ‘렌’이 가장 많은 킬 수를 쌓았습니다!]

[‘지구’ 승리!]

[3경기는 지구에서 승리를 가져갑니다.]

[축하합니다!]

나무도, 풀잎도, 땅도, 모든 것이 새까맣다.

“······.”

무겁게 짓누르는 정적에, 직전까지 피에 잠겨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

‘후우.’

숲속에 홀로 남게 된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팽팽하던 긴장감이 탁- 하고 풀렸다.

킬 수 1위를 하고 있는 데다가, 내가 유일한 생존자라 그냥 경기가 종료된 것이다.

‘끝났다.’

순간 이동할 곳을 선정하고, 킬을 쓸어 담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거기다 마력 소모까지 극심했던 상황.

뒤늦은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조금이라도 쉬어야겠어.’

포근한 빛이 나를 감싸 안았다.

[현재 순위]

[1위 : 지구 / 3승]

[2위 : - / 0승]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피곤하군.’

그리고는 목을 뒤로 젖힌 채, 뻑뻑해진 두 눈을 감았다.

정신적 피로감이 상당하다 보니 진이 빠지는 기분.

하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네.’

경기 내용이라든가, 결과 측면에서 유의미한 소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중 나를 가장 만족스럽게 만든 것은 바로 가면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가면의 부작용 때문에 그동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드디어 해결법을 찾아낸 것이다.

‘정말 다행이야.’

덕분에 고위 리그에 올라가서도 가면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가면의 성능을 제대로 체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과연 신화 등급 아이템.’

생각보다 가면의 효과가 너무 뛰어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피의 각성이 너무 사기였다.

다이아몬드 등급 스킬인, 폭뢰 못지않을 정도.

‘명경지수랑 뇌신, 두 개 다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만약 두 개 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면.

폭뢰와 피의 각성, 두 개를 모두 손에 쥘 수 있었다면.

‘고위 리그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겠지.

직접 만나본 고위 플레이어들은 분명 뛰어난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닿을 수 없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초월 리그라면 모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나마 한 개라도 얻었으니까.

나머지 한 개는 이후에 어떻게든 고결한 수정을 얻을 기회가 올 것이다.

이걸로 3경기에 대한 고찰은 끝.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겠지.’

현 시간부로 지구의 우승이 확정됐다.

덕분에 성계 특전이 모든 스텟 +17%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확실해진 상황.

이제 남은 건 MVP밖에 없었다.

‘반응이 다들 호의적이네.’

커뮤니티에 들어가, 신들의 댓글을 확인한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보나 칭찬 일색.

거기다 기존에는 누구 vs 누구 라는 구도로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날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띠링!

[잠시 후 4경기, <상위 리그 최강자>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십시오.]

알림창과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생겨났다.

어느새 쉴 시간이 모두 끝난 것이다.

‘최강자 자리를 가지러 가볼까.’

소파에서 일어난 나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숨을 내쉰 후,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이번 경기에서, 내가 상위 리그의 최강자임을 증명할 것이다.

띠링!

[지금부터 4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4경기 : 일대일(개인 PvP)]

[게임명 : 상위 리그 최강자]

[관객 수 : 9,220,891명]

[4경기 1라운드를 시작합니다.]

[맵 : 시가지형 투기장(소)]

[렌 vs 막시무스]

[3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4층 높이의 폐건물들.

중천엔 태양이 걸려 있었다.

뜨거운 열기로 인해, 곳곳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저 녀석이 첫 번째 상대.’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갑옷을 착용한 기사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번 경기는 일대일로 치러지는 만큼, 굳이 흑막을 덮어씌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 머리 위에는 <지구>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2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4경기가 가장 중요해.’

이미 지구의 우승이 확정됐지만, 나는 이번 경기에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MVP를 노려야 했으니까.

‘일대일만큼 돋보이는 경기가 없지.’

3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상위 리그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면 모를까.

[1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번엔 뭘 주려나.’

하위 리그 성계 대항전에서 MVP를 차지했을 때 받은 건 그림자 표식.

무려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이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이번엔 더 대단한 게 나오겠지.’

상위 리그에서도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을 보기 어렵다는 걸 고려하면, 상위 성계 대항전에선 그보다 더 좋은 게 나올 거라는 건 너무나 당연했으니까.

뭐가 됐든, 지금보단 한 단계 더 진일보할 것이다.

[경기 시작!]

경기 시작 콜이 뜨는 동시에,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하얀 장막이 사라졌다.

‘시작해 볼까.’

창을 고쳐 잡은 나는 곧바로 막시무스에게 돌진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직!

< 173화. 증명의 서(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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