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격변의 물결(4) >
“청룡문!”
“대, 대협의 존성대명이 고 건자, 하자 되신다고 하셨습니까?”
고건하의 소개에 대문을 지키고 있던 무림인들이 눈을 치켜떴다.
‘왜 그러지?’
예상외의 반응에 고건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습니다.”
“오, 이럴 수가!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접객실로 모시겠습니다!”
“청룡문의 고건하 문주님께서 행차하셨다!”
두 무림인이 허리가 부러지도록 고개를 숙이더니, 곧장 내부를 향해 소리쳤다.
“천하제일창 고건하 대협?”
“고 문주님께서 오셨다고?”
그러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대문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건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천하제일창? 문주?’
고건하는 무림 성계에 처음 와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은 자신을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안우진님이 미리 내 소개를 해주신 건가?’
분명 안우진이 그러긴 했다.
―모두들 잘 들으세요. 만약 무림 성계에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면 청룡문에서 나왔다고 소개하세요. 그럼 경계를 풀 겁니다.
경계를 풀 거라고.
‘이건 경계를 푸는 정도가 아닌데?’
“팔왕문의 장로, 묵갈홍이라고 합니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하신 고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산동악가의 악종헌입니다! 멸문지화의 위기에 놓인 가문을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화산파 일대제자 허학이라고······. 어어! 미, 밀지 마시오!”
“나도! 나도 고 문주님께 인사를······!”
고건하와 어떻게든 대화 한 번 해보기 위해 무림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서로 밀고 밀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 이거······ 괜찮은······ 거겠지?’
고건하의 등에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가 원한 건 무림인들의 경계를 풀 수 있는 적당한 신분이었지,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기대한 게 아니었다.
“모두 물러서시오! 길을 트지 않으면 엄벌에 처할 것이오!”
그때, 몰려든 무림인들을 가르며 다가오는 중년인이 있었다.
제법 질이 좋은 비단옷을 입고 있는 게, 한눈에 보기에도 신분이 높아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외침에 무림인들이 두 갈래로 나눠서고, 그 사이로 한달음에 다가온 중년인이 주먹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접객당주 이소천이라고 합니다. 귀하신 분께서 방문해 주셨는데, 미처 나와보지 못한 것에 사죄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과할 정도의 사과에 오히려 고건하가 당황할 정도.
“어서 들어가시지요. 소인이 직접 문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아······.. 제가 일행들이 있는데······.”
고건하가 땀을 삐질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
“······.”
그러자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파티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인 고건하도 당혹스러웠으니까.
“고 문주님의 일행분들 역시 무림맹의 귀빈이십니다. 송 조장. 어서 달려가 아홉 분의 귀빈이 추가로 계신다고 전하시게.”
“옛, 당주님!”
파티원들을 힐끗 살핀 접객당주가 곁에 있던 수문 무사에게 말했다.
생소한 복장에다가, 무림인들과 생김새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접객당주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 과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고건하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걸 수도 있는 상황.
이러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뒷수습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자,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접객당주의 안내를 받아 무림맹의 내부로 들어온 고건하.
‘이거 진짜 괜찮은 걸까.’
무림맹 안에는 무수히 많은 전각들이 존재했다.
“이곳이 수호전입니다. 맹주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그 사이사이로 깔끔하게 정돈된 연무장들이 있었고, 간간이 보이는 연못들엔 비단잉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여긴 무림맹과 역사를 함께한······.”
접객당주는 고건하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고건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안우진님께서 알려주신 거니까 괜찮겠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대한 전각 옆에 딸린 고급스러운 건물로 들어갈 때였다.
“이노오오오오오옴!”
거대한 전각 쪽에서 거대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슨!’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노인이 검 끝을 겨눈 채 고건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진득한 살기에 머리가 쭈뼛할 정도.
‘피해야 해.’
고건하는 본능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며 뒤로 빠져나갔다.
그는 궁수.
검객이 달려드는 공격을 막기 보다, 피하는 것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하지만 노인의 검 끝은 여전히 고건하를 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바뀐 위치로 경로를 수정한 것이다.
‘피하는 건 불가능해.’
고건하는 들고 있던 활을 들어 올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살을 쏘기엔 너무 가깝고,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단검을 빼 들기에도 시간이 촉박한 상황.
급한 대로 일단 활을 이용해 검을 막아내려고 한 것이다.
채애애애애앵!
“크윽······! 쿨럭, 쿨럭.”
일격에 뒤로 튕겨 나간 고건하가 피를 토했다.
그가 들고 있던 활이 두 동강으로 잘려 나갔다.
‘모용악보다 훨씬 강해.’
생각보다 노인과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비상 상황. 모두 전투 준비.”
“로네님은 파티장님부터!”
갑작스러운 상황에, 파티원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곧장 전투 대형을 만들었다.
“맹주님!”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건하 일행을 뒤따라오던 무림인들이 경악했다.
“놈들을 포박하시오! 감히 고건하 문주를 사칭하다니!”
“뭐야, 사칭범이었어?”
“고 문주님은 창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어쩐지 활을 들고 있더라니!”
“놈들의 사지를 잘라 죽입시다! 무림맹을 능멸한 본보기로 보여, 맹의 법도를 바로 세워야 하오!”
스릉― 스르릉―
맹주의 외침에 모두들 검을 빼 들었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고건하와 파티원들을 향해 쏟아졌다.
“······.”
“······.”
그나마 다행인 건, 파티원들이 동요하지 않은 채 전투태세를 갖췄다는 것.
모두들 상위 리그를 노리는 컨텐더들로 구성된 파티답게,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침착하자.’
그 덕분에 시간을 벌게 된 고건하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
청룡문이라고만 소개했는데도, 자신을 문주로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사칭범이라고 얘기한다는 것.
그때 고건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기억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건하님? 고건하님! 고건하님 맞죠?
당소소가 처음 들어왔을 때 안우진을 향해 고건하라고 불렀다.
그리고 안우진은 직전 경기를 무림 성계에서 수행했다.
‘젠장.’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자, 한 가지 결론이 나왔다.
‘안우진님이 무림 성계에서 내 이름을 팔아먹으셨군.’
그제야 고건하는 이 상황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만요, 쿨럭.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 고건하가 노인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노인의 눈에는 이미 불신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오해애? 네 놈들이 고건하 문주를 사칭했다는 걸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거늘! 아직도 그 세 치 혀를 믿고 우릴 기만할 셈인가!”
“정말입니다. 사실, 저는 고건하의 동생 모용악······.”
모용악의 이름을 입에 담자, 한층 더 싸늘하게 변하는 노인의 눈빛.
그걸 본 고건하가 급히 말을 바꿨다.
“······과도 친분이 있는 주창범이라고 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고건하는 생각했다.
‘아마 믿지 않겠지.’
애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를까, 이미 저들에겐 불신이 자리 잡은 상태다.
아마 자신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했다간 고건하 때문에 파티원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든 이 꼬인 매듭을 풀어야만 했다.
‘내 이름을 내 이름이라고 소개할 수가 없다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고건하가 이를 빠득 갈았다.
하지만 고건하의 예상과 다르게, 노인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흠. 고 문주가 죽은 모용악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허나 그것만으로는 고 문주의 동생이라는 걸 증명할 수 없다. 기회를 줄 테니 다른 증거가 있다면 내놓아라.”
노인이 노기를 억누르며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곳에서 대체 뭔 짓을 했는진 모르지만, 노인이 안우진을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자신이 진짜로 안우진의 동생일까 봐 말할 기회를 준다는 뜻이었으니까.
고건하는 재빨리 안우진의 외형을 설명했다.
“고······건하 형님은 악귀가 그려진 가면을 쓰고 다닙니다. 자유자재로 벼락을 다루고요. 혹시 싸울 때 간간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가끔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요.”
고건하가 안우진의 외형에 대해 설명했지만, 노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걸론 부족하다. 다른 증거를 내놓거라.”
‘다른 증거? 여기서 더 얘기할 만한 게 없는데······.’
노인의 말에 고건하는 곤란했다.
안우진과 어느덧 1년 가까이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이상할 정도로, 본인에 대한 얘기를 남에게 털어놓지 않았······.
‘아!’
순간 고건하의 뇌리에, 당소소가 처음 팜에 들어왔을 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절절하던 당소소의 눈빛.
그리고 그녀를 조금 어려워하는 안우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둘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남녀 사이에 흐르는 그 어색함은 보통.
“고······건하 형님께서는 죽은 당소소님을 그리워 하시더군요.”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결된다.
“당소소······?”
그리고 당소소는 죽어서 콜로세움에 들어왔다.
“예. 만약 자신이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혹시 당소소님이 여전히 살아계시지 않을까 하는 후회 속에서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 제한된 사실을 가지고, 고건하는 거짓말을 했다.
청혼을 남들 다 보는 앞에서 하진 않을 테니까, 저들은 이 말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청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내가 알게 뭐람.’
고건하는 말을 하면서도 슬쩍 노인의 눈치를 살폈다.
‘됐어.’
다행히 노인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럼 왜 고건하라는 이름을 사용한 겐가.”
고건하가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형님이 고건하라는 이름을 대면 도와줄 거라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고 문주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
노인의 물음에 고건하가 고개를 저었다.
“은거 중이십니다. 당신의 업보라면서 평생 당소소님을 그리워하며 심산유곡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의 얼굴엔 깊은 회한이 담겨 있었다.
한동안 두 눈을 감은 채 눈두덩이를 꾸욱 꾸욱 누르던 노인이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
갑자기 노인의 곁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한 중년인이 고건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파티원들이 무기를 빼든 채 경계하고 있음에도, 중년인은 전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당세민이라고 합니다. 죽은 소소가 제 조카 되지요.”
고건하의 코앞까지 다가온 중년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 예.”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고건하가 떨떠름해하면서도 얼른 고개를 숙였다.
“고건하 대협께서 제 조카를 그리 생각하고 계셨다니, 이 당 모는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주창범 소협이라고 하셨지요? 고 문주님과 성이 다르신데, 혹시 의형제를 맺으신 겁니까?”
“맞습니다.”
당세민의 물음에 고건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건하 문주님의 의제시라면 당문과는 남이 아닙니다. 무림맹에 방문해 주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당세민이 고건하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그 모습에 맹주라고 불린 노인이 검을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귀한 손님께 실례를 했소.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작정 검부터 휘두른 걸 사과드리오.”
고개를 숙이는 노인의 모습에 고건하도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이리 오해가 풀린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고개를 숙인 고건하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다짐했다.
팜에서 봅시다······. 안우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시발 ㅋㅋㅋㅋㅋㅋ 고건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렌이 썼던 이름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같은 팀에 있는 플레이어 닉네임이었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서 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렌이 상위 리그 단독 미션에서 무림 성계 나왔었는데 그때 당시 자기 이름을 고건하라고 소개하고 다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씨발 ㅋㅋㅋㅋㅋㅋ 경기 보다가 뿜었넼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팀 투지 팜의 공터.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나는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을 반겨 주었다.
“앗, 안우진님!”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아세리안과 피넛엘, 포르도엘이 하는 일이었지만, 최근 바쁜 그녀들을 대신해 내가 나와 있는 것이다.
목숨 걸고 경기를 뛰고 오는 플레이어들에게, 누군가 한 명은 나와서 맞이해주는 게 예의였으니까.
‘이제 메인 이벤트만 남았군.’
오늘만 벌써 100명이 넘게 출전한 상황.
다행히 아직까진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들 무사히 복귀했다.
덕분에 플레잉 코치로 들어오는 포인트가 쏠쏠했고.
“여러분을 위해 파티를 준비했으니, 모두들 씻고 1시간 안에 식당으로 오시면 됩니다.”
“넵!”
“오늘은 진탕 취할 때까지 마실 겁니다!”
복귀한 플레이어들이 활기차게 외쳤다.
‘오늘도 나쁘지 않겠어.’
원래 경기 당일엔 팜에 우울한 분위기가 퍼진다.
경기에 들어가면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가 끝나는 날엔 파티를 여는 것이고.
‘그런데 우리 팀은 조금 다르지.’
팀 투지의 생존율은 현재까지 95%가 넘는다.
그만큼 죽는 플레이어가 적다는 뜻.
그러다 보니 다른 팀에 비해 우울한 분위기가 비교적 덜 형성되는 편이었다.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
나는 공터를 서성이며, 마지막 남은 한 명의 플레이어를 기다렸다.
“우진이 형. 기다리느라 힘드시죠?”
“고생 많으십니다.”
메인 이벤트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플레이어들이 한 명 한 명 공터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창범, 모용악, 제이스, 루치아노, 지그 등등.
현재 경기를 뛰고 있는 고건하와 친한 플레이어들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 경기를 뛰고 있는 고건하님이 더 힘드시겠죠.”
나는 상태창 우측 하단에 있는 현재 시각을 힐끗 살피며 말했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웅―
“오오, 왔다!”
“휴우. 무사히 돌아왔군.”
게이트가 열리자, 기다리던 팀원들이 반색했다.
서로가 티는 안 냈지만, 경기에 참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두들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웃으면서 보낸 친구를, 동료를.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다는 것.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고.
“후우. 다녀왔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건하 형!”
“수고했다. 결국 그 비천한 실력으로 오늘도 잘 버텼군.”
게이트에서 고건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팀원들이 다가가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고건하는 그들의 말에 대꾸해주는 대신 나를 향해 찌릿, 하고 노려보았다.
‘왜 저러지?’
뜬금없는 상황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고건하가 입을 열었다.
“무림에 다녀왔습니다.”
“······.”
“제 이름을 밝혔더니, 저를 향해 칼을 빼 들더군요. 고. 건. 하. 라는 대단한 무인의 이름을 사칭했다고요.”
“······!”
< 156화. 격변의 물결(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