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스텟 사냥(4) >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달의 크기에 비례해서 스텟 최대 15% 증가.
이건 달의 메아리에도 있는 옵션이라 대충 어떤 개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초승달이냐, 반달이냐, 보름달이냐에 따라서 5프로씩 늘어나는 거겠지.’
달이 뜨는 밤에만 적용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엄청난 옵션이었다.
평균값으로만 잡아도 10%나 상승하는 거였으니까.
‘1분당 체력이랑 마력이 1프로씩 회복되는 것도 좋은데?’
1시간이면 60%나 회복된다.
뇌신 강림처럼 체력이 무시무시하게 소모되는 스킬이 아닌 이상,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도 체력이 닳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천뢰십보도 더 이상 마력 걱정하며 싸우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옵션 두 개만 봐도 엄청난 아이템이긴 한데.’
하지만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로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고결한 수정보다 좋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딱 하나.
‘스킬 슬롯의 가치를 얼마로 매기냐가 관건이겠군.’
사실, 스킬 슬롯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유한 골드,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스킬의 등급이 어떻냐에 따라서 쓸모없는 옵션이 될 수도, 엄청 귀한 옵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위 플레이어들만 봐도 3티어 혹은 2티어 스킬들로 도배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스킬 슬롯 한 개를 추가로 준다?
‘그렇게 되면 2티어짜리 스킬 하나의 값어치밖에 못 하는 거지.’
어차피 스킬 슬롯을 줘봤자 2티어, 혹은 3티어 스킬 하나를 추가할 테니 그리 유용한 옵션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골드는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차고도 넘치는 데다가, 현재 내 인벤토리에는 극한심결이라는 플래티넘 스킬북 하나가 잠자고 있다.
스킬 슬롯이 하나 추가된다면?
‘플래티넘 등급 스킬 한 개가 추가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한마디로, 내게 있어 스킬 슬롯 한 개는 플래티넘 등급 스킬의 값어치가 있다는 뜻.
물론 달빛 아래에서만 활성화된다는 페널티가 존재하긴 하지만, 뇌신이나, 마력 상쇄같이, 범용성 좋은 스킬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다면 내 전술 운용 폭도 훨씬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차분하게 정리해보자.’
고결한 수정은 스킬 등급 업그레이드로, 플래티넘 등급 스킬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몽환의 달빛은 밤에만 활성화된다는 페널티가 있긴 하지만, 스킬 하나와 체마 1%씩 회복, 5%에서 15% 사이의 스텟이 증가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결한 수정이 S급이고, 몽환의 달빛은 A+ 등급 3개를 얻는 느낌.
‘활용도 면에선 고결한 수정보다 몽환의 달빛이 더 나아.’
이미 내게 S급 스킬이 제법 있는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는 몽환의 달빛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고결한 수정을 필릭스에게 내밀었다.
“교환하겠습니다.”
“음. 거래에 응해줘서 고맙다.”
그러자 필릭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거래가 된 셈이었다.
‘좀 꺼림직하긴 하지만.’
이후에 고위 리그로 올라가면, 필릭스와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그때, 지금 거래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나는 몽환의 달빛을 착용하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다음에 또 지옥에 올 일이 있으면, 그때 다시 도전해 봐야지.’
고결한 수정은 기회가 되면 또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내가 훨씬 더 이득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 나가지.”
이걸로 지하 공동에서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악마들도 모두 처치했고, 마성석도 부쉈고, 챙길 것도 챙겼다.
이제, 본대와 합류해 남은 악마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필릭스를 선두로 지하 공동을 빠져나오자, 어느새 해가 지평선 끝에 걸려 있었다.
록탄 성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얇은 막도 종적을 감췄다.
마성석이 부서지면서 결계의 가동도 멈춘 모양이었다.
“크윽! 결국 성이 함락당하다니.”
“모두 퇴각해! 어서!”
우릴 발견한 하급 악마들이 썰물처럼 성문을 빠져나갔다.
‘녀석들을 죽여서 피의 각성을 발동시켜봐야······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도륙하려는데, 필릭스가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성문은 지금 악마들이 빠져나가는 곳, 하나 뿐.
‘더 이상 내부에 볼일이 없을 텐데?’
내가 모르는 히든 피스가 있나?
혹시 모르기에 나는 서둘러 필릭스의 뒤를 따랐다.
서걱! 서걱!
“끄악!”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필릭스는 한참 동안 내부에 남아 있는 악마들을 정리하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킬 수 현황]
[1위. ‘렌’ 3,644킬]
[2위. ‘주소월’ 3,592킬]
[3위. ‘쿠 훌린’ 3,477킬]
[4위. ‘몽연’ 3,408킬]
[5위. ‘을지문덕’ 3,312킬]
록탄 성에 침투한 지 어느덧 20분째.
한참을 벌려놨던 2위 그룹의 킬 수가 어느새 내 뒤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1위를 사수하려면 어서 본대와 합류해, 다시 킬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
“본대와 합류 안 하십니까?”
참다못한 나는 필릭스에게 물었다.
“물론 합류해야지. 고주몽님도 우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실 테니.”
“그런데 왜······?”
“그렇다고 손님이 오시는데 집안 청소를 안 할 수야 있겠는가.”
‘손님?’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필릭스가 피식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마침 오시는군.”
까악- 까악-
필릭스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지옥에만 산다는 지옥까마귀들 너머로, 하얀색 점 다섯 개가 보였다.
‘저게 뭐지?’
너무 멀어서 저게 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 귓가로 작은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너무 희미해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 소리는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
그리고 어느 정도 소리가 커지자, 그 소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쐐애애애애애액!
‘무슨!’
그것은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었다.
작은 소리는 점점 커져가더니, 나중엔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실시간으로 가까워져 오는 굉음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
다른 파티원들도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절정에 달할 때 쯤!
파아아아아앙!
허공을 강하게 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나를 덮쳤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돌조각들이 날아와 몸을 두들겼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오랜만이구나, 필릭스, 일리아.”
다섯 천사.
“발할라에서도 그대들의 위명을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구나.”
7쌍의 날개를 가진 좌천사座天使가 하나, 그리고 다섯 쌍의 날개를 가진 역천사 네 명이 좌천사를 호위하듯 감싸고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세라엘님.”
“오랜만에 뵈어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필릭스와 일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일면식이 있는 천사인 모양.
그와 반대로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3급 좌천사가 보인, 엄청난 위용에 나도 모르게 긴장한 것이다.
저 어마어마한 속도를 고작 날갯짓 한 번에 멈춰 세울 줄이야.
세라엘이라고 불린 좌천사가 나를 포함한 파티원들을 쓸어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3급 좌천사 세라엘.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이들을 만나서 반갑구나. 정말 고생 많았다. 고작 열 명이서 성城급 주둔지를 함락시키다니.”
“아, 아닙니다.”
세라엘의 치하에 파티원들이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의 무용담이 천계에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용맹정진······.”
“세라엘님. 시간이 없습니다.”
세라엘이 한바탕 칭찬을 늘어놓자, 곁에 있던 천사 하나가 그녀를 재촉했다.
그러자 세라엘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없음을 이해해다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필릭스가 대표로 나섰다.
“아닙니다, 세라엘님. 성 내부에 있는 악마들은 모두 처치했으니, 바로 신성석을 설치하시면 됩니다.”
“음, 고맙다. 그럼 또 만나길 고대하지. 모두 이동하라.”
“네.”
세라엘과, 그녀를 보좌하던 네 명의 천사가 날개를 접고 지하 공동으로 향했다.
‘록탄 성에 신성석을 설치하려고 온 거였구나.’
나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성급 주둔지처럼 중요한 구역은 곧바로 신성석을 설치해, 천계의 영역으로 만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마성석처럼 결계도 만들 수 있고, 게이트도 열 수 있다고 했으니.’
전략적 측면에서 보자면 당연한 걸지도.
록탄 성에서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생각한 필릭스가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고생 많았다. 나와 일리아님은 바로 본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혹시 이곳에 남아 세라엘님이 신성석 설치가 끝날 때까지 지하 공동의 입구를 지켜줄 자 있는가?”
“제가 지키겠습니다.”
“저도 남겠습니다.”
“저도요.”
그러자 나를 제외한 모든 파티원들이 손을 들었다.
피가 튀기는 전장보다, 이곳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렌, 그대는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필릭스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다. 그럼 우린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모두들 건투를 빈다.”
그렇게 록탄 성 침투 미션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피의 각성을 발동시켜 볼 차례였다.
* * *
니플헤임에 위치한 마계의 거점據點, 프레미어.
그곳에 있는 대저택에서, 누군가 길다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벌컥-
그때, 한 악마가 대전의 문을 열고 들어와, 테이블 앞에서 부복했다.
“최상급 악마, 발락. 거짓된 태양의 군주, 레비아탄님을 뵈옵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했습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새로 들어온 악마의 등 뒤로, 살을 에는 삭풍이 몰아쳤다.
“고개를 들어라, 발락.”
“예.”
테이블 상석에 고고히 앉아 있던, 레비아탄이라 불린 악마의 말에 발락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천사의 껍데기를 쓰고 있다 할지라도 천계에 퍼져 있는 신성력을 버티기 쉽지 않거늘. 고생 많았노라. 그대의 활약상을 왕께서도 무척 만족스러워 하신다더군.”
“황송할 따름입니다.”
발락이 감격스럽다는 듯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물건은 잘 전달했는가.”
“예. 숙주에게 정확히 전달했습니다.”
발락의 말에 레비아탄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은 만나봤고?”
“예. 멀리서나마 잠시 보는 게 다였습니다만.”
“직접 본 그릇은 어땠지?”
“무척 뛰어난 육체였습니다. 과연 왕께서 점지하실만한 그릇이었나이다.”
“그리고?”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그릇처럼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발락의 말에 레비아탄이 기다란 어금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것 참 다행이로고. 신물 하나를 내어준 보람이 있어. 후후, 고생했다. 피곤할 테니 이만 물러가 보거라.”
“예. 소인은 이만.”
발락이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문밖으로 빠져나가고, 저택에 싸늘한 정적이 찾아왔다.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레비아탄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엔 손에 가면을 든 어떤 미남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우리 일곱이 다시 모이게 될 날이 머지않았구나.”
한참 동안 그림을 뚫어져라 보던 레비아탄이 작게 읊조렸다.
* * *
쐐애애애애애액!
날개는 굉장히 유용한 부위다.
장거리 기동성, 순간 속도, 정찰, 공간 활용 등등 다양한 면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날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척 컸다.
띠링
[보름달이 떴습니다.]
[<목걸이:몽환의 달빛> 이 달의 힘을 빌려와 모든 스텟이 15% 상승합니다.]
[<로브:달의 메아리> 가 달의 힘을 빌려와 모든 스텟이 5% 상승합니다.]
‘벌써 도착했군.’
필릭스의 등에 올라탄 채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록탄 성에서 출발한 지 고작 3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본대가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동성.
“여기! 부상자 뒤로 끌고 가!”
“죽어!”
“어어! 조심해요!”
고개를 숙이니, 새까맣게 지상을 덮은 채 서로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플레이어들과 악마들이 보였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넓은 시야는, 적 진영과 아군 진영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많이 죽었네.’
적 지상군은 대략 1만 정도.
반면에 아군은 어느새 절반 가까이 죽어서 500명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상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 총대장이 지쳤다! 쉴 틈을 주지 마라!”
―어림없다!
파바바바바박!
저 멀리, 분주히 돌아다니며 화살을 쏘는 고주몽의 모습이 보였다.
온몸에 가득한 상처에서, 그동안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슬슬 뛰어내려야겠군.’
어느덧 필릭스와 일리아가 적 제공권 안에 들어온 상황.
잠시 후면 공중전이 시작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필릭스님. 전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음! 건투를 빌겠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필릭스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높이가 제법 높았지만, 초인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내게 있어선 그다지 위험한 높이가 아니었다.
타닥-
‘다들 어딨지?’
플레이어들 사이에 부드럽게 착지한 나는 가장 먼저 카이로시아와 파티원들부터 찾았다.
“렌님!”
때마침 들려오는 카이로시아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파티원들에게 둘러싸여 마법을 뿌리는 카이로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무사했군.’
모두들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쌩쌩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키아라가 어그로를 끌지 말고 견제만 하라는 내 지시를 잘 따라 준 모양.
그 광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한달음에 파티원들에게 다가갔다.
“다녀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렌님.”
반갑게 날 맞이해주는 파티원들.
“예.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일단 이번 전투부터 끝내고 얘기 나누시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격전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원들이 무사한 것도 확인했겠다, 이제부터 킬 수를 쓸어 담을 계획이었다.
겸사겸사 이번에 새로 얻은, 피의 각성도 발동시켜 볼 생각이었고.
“오오, 렌님이 오셨다!”
“모두 길 막지 말고 비켜! 렌님 지나가신다!”
다행히, 날 알아본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길을 만들어 준 덕분에 금세 최전방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시작해 볼까.’
가볍게 창을 돌려 손목을 푼 나는 곧장 적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헉, 미친!”
“모두 조심해!”
일격에 열 명이 넘는 하급 악마의 몸이 터져나가고, 빛기둥이 터지며 어그로가 순식간에 내게 집중됐다.
나는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섬전을 쓰며, 적들 사이를 무아지경으로 휘저었다.
띠링!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상승합니다. (63/100)]
‘확실히 고결한 수정보단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군.’
이전이라면 마력이 부족할 걸 염려해 섬전을 필요할 때만 썼다면, 지금은 쿨타임이 돌 때마다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
―더 강한 힘을 원하는가.
그러다 보니, 적들이 내 움직임에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1분에 한 번씩 순간이동을 하는데, 거기에 반응할 수 있다면 하급 악마의 범주라고 보긴 어려울 테니까.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상승합니다. (87/100)]
전세가 순식간에 급변했다.
“어어······! 저, 저리 가!”
“살려줘!”
거기다 보름달이 뜨면서 추가로 스텟이 20프로나 상승한 덕분에, 내 움직임은 현재 최고조에 가까웠다.
서걱! 서걱!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악마 서너 명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이 정도라면 학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나쁘지 않은데.’
지금 이 순간, 내게 있어 악마들은 걸어 다니는 숫자에 불과했다.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상승합니다. (100/100)]
[<피의 각성> 이 발동합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야 사용해 보는군.’
피의 각성 효과는 보유하고 있는 능력 중 한 가지를 무작위로 강화시킨다는 것.
그래서 도대체 어떤 식으로 강화시켜준다는 건지 궁금하던 찰나.
[<피의 각성> 이 <피의 흡수>를 강화시켰습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피의 흡수> 능력의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
순간 내가 적들 한복판이라는 것을 망각했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라고?’
피의 흡수 효율이 두 배?
이제부터 그럼······.
1 + 1인 건가?
< 148화. 스텟 사냥(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