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스텟 사냥(3) >
가면 조각을 발견한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당혹감이었다.
‘이걸 왜 얘가 가지고 있는 거지?’
분명 마계에 있어야 할 조각이었다.
그런데 이전에 얻었던 조각도 그렇고, 계속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가면 조각을 얻고 있었다.
‘내가 회귀한 나비효과인가?’
사실, 가능성은 이것밖에 없었다.
당장 이번 처럼 초월 플레이어들부터 상위 플레이어들까지 전부 출전하는 미션은 1회차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한 단계 더 스펙업을 할 수 있어.’
나는 서둘러 가면 조각을 품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러자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파티원들.
내가 챙긴 게 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레이드 형식의 파티 사냥이 아닌 한, 어차피 콜로세움에선 죽인 사람이 모든 소유권을 갖는다.
그렇기에 내가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걸 아니까 아무도 입 밖으로 묻지 않는 거겠지.
“음. 그대 덕분에 불상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군. 정말 고맙다.”
그러자 필릭스가 침묵을 깨고,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아닙니다.”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난 것 같으니, 다시 출발하겠다. 렌, 그대는 중급 악마들을 처리하고 오느라 고생했으니, 후방을 맡도록. 지금부턴 내가 길을 뚫겠다.”
“알겠습니다.”
평소라면 내가 어떻게든 선두에 서겠다고 얘기했겠지만,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조각은 무슨 능력일까.’
지금은 아이템 합성을 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거렸기 때문이다.
“출발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지하 공략.
챙! 채챙! 콰과광! 챙! 챙!
필릭스가 방패와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는 사이, 대열의 맨 뒤에 있던 나는 품속에 넣었던 가면 조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이마에 가져다 댔다.
‘아이템 합성.’
띠링!
[<가면:블라디미르의 희열> 과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초록)> 을 합성하시겠습니까?]
[한번 합성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Yes / No]
‘예스.’
띠링!
[<가면:블라디미르의 희열> 과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초록)> 의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가면:블라디미르의 열망> 을 획득합니다!]
[<가면:블라디미르의 열망>]
[피를 사랑하는 고위 악마, 블라디미르 공작이 착용하던 가면이다.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하면서 주인의 능력 일부가 깃들어 있다.]
[착용 시 <피의 각성>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 신화]
[<피의 각성> ― 보유하고 있는 능력 중 한 가지를 무작위로 강화시킨다. 강화 수치는 랜덤이다.(발동 조건이 존재합니다.)]
[<피의 각성> 발동 조건 ― 생명체를 처치할 때마다 1포인트씩 상승한다. 3분 이내에 다른 생명체를 처치하지 못하면 포인트 상승이 초기화된다. 100포인트를 채울 경우 <피의 각성>이 발동되며, 유지 시간은 24시간이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발동이 종료된 이후부터 재사용 대기 시간이 계산된다.)}]
[<피의 각성>은 발동시킬수록 각성의 효과가 점점 커집니다.]
‘드디어.’
아이템 등급을 본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가면을 신화 등급까지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 설명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보유하고 있는 능력 중 한 가지를 무작위로 강화시킨다고?’
설명이 너무 어정쩡했다.
피의 강화 능력이 걸리면 스텟을 상승시킬 수 있는 퍼센트가 더 늘어난다는 건지, 아니면 특전 유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았달까.
‘퍼센트가 늘어나는 거면 완전 사기급 능력인데.’
아무래도 피의 각성을 직접 발동시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성석 공략이 끝난 다음에나 쓸 수 있겠군.’
물론 피의 각성을 발동시키겠다고, 지금 당장 내가 선두로 달려 나갈 순 없었다.
길목이 좁은데다가, 지금처럼 진영을 짜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플레이는 절대 금물이었으니까.
마성석을 부수고, 록탄 성을 빠져나간 뒤에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챙! 채챙! 싸아아아아아아―
“흐읍!”
쾅! 서걱! 서걱!
“끄아악!”
필릭스는 탱커임에도 불구하고 돌파력이 굉장했다.
선두를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을 정도.
【피에 잠긴 바람의 꽃잎!】
콰과과과과과광!
거기다 내가 돌파할 때와 달리, 일리아가 마법으로 서포트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늘 처음이거나, 혹은 두 번째 만남일 텐데도 불구하고,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악마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서로가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서 행동하는 느낌.
‘대단하네.’
저런 움직임이 나오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그래야 서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예측할 수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더 강한 힘을 원하는가.
‘무슨!’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초감각도, 그리고 마력장도 주변에 파티원들 말고는 아무도 없음을 알려왔다.
‘분명 목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환청을 들은 모양.
‘팜에 돌아가면 휴식을 취해야겠군.’
길게 한숨을 내쉰 나는 관자놀이를 꾹, 꾹 눌렀다.
환청이 들린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걸 그대로 방치했다간, 번아웃이나 PTSD같은 정신 질환이 올 수도 있었다.
―더 강한 힘을 원하는가.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환청이 아냐.’
두 번째로 듣자 확신할 수 있었다.
환청이라기엔, 목소리가 너무 또렷했다.
이번에도 근처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
그렇다는 건.
‘가면이 얘기하고 있는 건가?’
환청이 시작된 건 가면을 업그레이드한 뒤부터였다.
악마가 사용하던 가면인 데다가, 신화 등급이라는 지고한 등급.
그렇게 생각하니 얼추 맞아떨어졌다.
‘신화 등급 아이템은 다르다 이거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냐고?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나는 굳이 가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보나 마나 뻔하지.
더 강한 힘을 줄 테니 영혼을 바쳐라 따위의 얘기를 할 게 분명했다.
‘초월 리그의 챔피언이 되게 해준다면 고민해 보지.’
그때부터 나는 가면이 속삭이는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모두 전투 준비.”
5분 정도 더 내려오자, 엄청난 크기의 지하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20미터 높이의 천장과, 록탄 성의 지하를 통째로 만든 듯한 공간.
중심부에서 자줏빛을 뿜어대는 2미터 크기의 마성석.
그 마성석을 지키고 있는 백 명 정도의 악마들까지.
‘쉽지 않겠는데.’
나는 빠르게 적들의 전력을 살폈다.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악마가 다섯,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악마가 서른 정도.
그 외에 나머지는 모두 하급 악마들이었다.
“일리아님과 내가 상급 악마들을 상대하겠다. 렌을 제외한 일곱 명은 지하 공동으로 들어오지 말고 계단 쪽에서 입구를 차단한다.”
“알겠습니다.”
“예!”
펄럭!
빠르게 지시를 내린 필릭스가 일리아와 함께 날갯짓하며 악마들에게 달려들었다.
‘시작해볼까.’
나도 뇌전을 흩뿌리며 녀석들에게 쇄도했다.
“흥! 오랜만이군, 필릭스. 이번에야말로 네 놈의 목을 꺾어주마!”
악마들도 각자 무기를 뽑아 든 채 날개를 펴며 날아들었다.
상급 악마 하나가 남아, 마성석을 지키고 있을 뿐.
그때부터 지하 공동에서 한바탕 전투가 펼쳐졌다.
‘일단 하급 악마들부터.’
날아드는 중급 악마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나는 하급 악마들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상승합니다. (1/100)]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상승합니다. (2/100)]
[<피의 각성> 이 1 포인트······.]
[<피의 각성> 이······.]
창이 한 번 번뜩일 때마다 하급 악마 두세 명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사실, 이런 전투에서는 약한 녀석들부터 처리하며 적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
필릭스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도 상급 악마들부터 1순위 타깃으로 잡고 움직이고 있는 건.
‘상급 악마들의 어그로가 나한테 끌릴 걸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말하자면 날 배려한 행동이랄까.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잔챙이들부터 시작해서 중급 악마들까지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것.
“으윽! 노, 놈을 에워싸라!”
“헉! 너무 빨라!”
마침 공간도 넓겠다, 360포인트에 이르는 엄청난 민첩 스텟으로 치고빠지자, 녀석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벽력이 터지자,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하급 악마 일곱의 몸이 단숨에 터져 나갔다.
‘하급 악마는 끝났고.’
이제 중급 악마를 처리할 차례.
나는 곧장 마성석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날아다니는 중급 악마들을 그대로 상대하는 건 효율이 좋지 않아서, 이전처럼 마성석을 이용해 거리 조절을 할 예정이었다.
일단 그러려면, 마성석을 지키고 있던 상급 악마부터 치워야 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내가 달려들자, 마성석을 지키던 상급 악마가 코웃음 쳤다.
완전히 날 무시하는 모습.
‘아직 섬전을 한 번도 안 썼으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어.’
스텟은 300 초중반.
스텟만 놓고 봤을 때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강자였지만, 천세운과의 싸움을 통해 깨달은 게 있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채애애애앵!
“가소롭구나.”
전력을 다해 녀석에게 창을 내리치자, 녀석이 여유롭게 검을 들어 올렸다.
챙! 채챙! 콰지직! 챙! 콰지직!
녀석의 검과 부딪힐 때마다 내 몸이 한 움큼씩 뒤로 밀려 나갔지만, 나는 이를 악문 채 계속해서 창을 휘둘렀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때마침 터진 벽력.
창에서 강렬한 뇌전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잠식해 들어갔다.
“헛!”
그걸 본 녀석이 빠르게 뒤로 빠져나갔다.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어딜.’
꽈과광!
섬전을 사용해 녀석의 코앞으로 순간 이동한 나는, 녀석에게 벽력이 깃든 창을 내리꽂았다.
상급 악마가 눈을 치켜떴다.
“······!”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뇌전의 칼날이 사방을 찢어발겼다.
‘끝났군.’
벽력에 맞은 상급 악마의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칼리세이드님! 레인스님이······!”
“이런 병신같은 새끼! 고작 상위 플레이어 한 명을 못 막아서! 모두 놈을 처리해라!”
그러자 필릭스와 일리아를 몰아붙이던 모든 중급 악마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누가 사냥꾼인지 알려주지.’
나는 이전에 루에타 요새에서 싸웠던 것처럼, 마성석 근처를 왔다 갔다 하며 녀석들을 한 명씩 낚아 먹었다.
서걱! 서걱! 서걱!
“끄윽······!”
놈들이 어떻게든 내 움직임을 묶어보려고 했지만, 마성석이 있는 이상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띠링!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그저 내 스텟의 제물이 되었을 뿐.
└와, 쟤 누구냐? 마성석으로 거리 컨트롤하는 게 예술이네ㄷㄷ
└렌을 모르시는 걸 보니 고위 리그 이상 시청자님이시군요, 후후.
└애초에 중급 악마 수십을 혼자서 쓸어버릴 정도면 상위 리그에 있을 실력이 아닌데? 왜 아직도 상위 리그에 있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쟤 상위 리그에 올라오고 이제 다섯 번째 경기임 ㅋㅋㅋ
└근데 저런 수준이라고? 통곡의 구간을 그냥 지날 정도면 어마어마한 네임드인가 보네ㄷㄷ 렌? 닉네임 기억해 둔다.
└렌 지구 출신이에여 ㅋ 초기 스텟은 평균 10도 안 됐음~
└???????
“아, 안돼!”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단말마를 남긴 채 터져 나가는 중급 악마를 끝으로 나는 창을 거뒀다.
“내, 내가 지다니······!”
주변을 둘러보니, 필릭스와 일리아도 마침 상급 악마들을 모두 쓰러트리곤,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마성석을 깨야지.’
“고생 많았다, 렌. 설마하니 상급 악마까지 쓰러트릴 줄이야.”
빠르게 날아온 필릭스와 일리아가 날개를 접고, 내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음, 일단 마성석부터 깨고 나서 얘기하지. 일리아님?”
“네, 맡겨주세요.”
【찰나의 섬광!】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일리아가 시전한 마법이 단번에 마성석을 박살 냈다.
‘미친.’
루에타 요새를 공략하던 시절, 내가 저걸 부수기 위해 수십 번을 두드리고, 끝끝내 벽력까지 터지고 나서야 부술 수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일리아의 마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두 개의 수정.
“쯧, 고결한 수정이 두 개밖에 안 나왔군.”
순간 나는 필릭스와 일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지하 공동을 공략한 플레이어의 숫자는 셋.
그런데 고결한 수정이 두 개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
싸늘한 침묵이 우리 셋 사이에 웅크렸다.
‘곤란한데.’
하필이면 그 셋 중에서 내가 제일 약한 상황.
까딱 잘못했다간,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손가락만 빨아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럴 순 없지.’
나는 창을 고쳐잡으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만약 두 사람이 힘을 앞세워 고결한 수정을 가져가려 한다면, 칼부림도 불사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지금은 서로 협력해야 할 파티원들이지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코 베일 순 없으니까.
그때, 필릭스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는 수 없군. 두 개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공헌도로 계산합시다.”
“전 좋아요.”
그의 의견에 찬성하는 일리아.
나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만 계산해 준다면, 적어도 한 개는 내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제대로 계산해 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공헌도는 어떻게 계산하실 생각이십니까?
내 물음에 필릭스가 피식 웃었다.
“걱정할 것 없다. 공헌도로 계산하면 그대와, 일리아님. 두 사람이 하나씩 갖는 게 맞을 테니.”
“앗, 감사해요. 그럼 실례할게요.”
그러자 일리아가 잽싸게 고결한 수정 하나를 주워들었다.
‘이걸 양보한다고?’
한동안 침묵을 지킨 나는 필릭스를 바라보았다.
고결한 수정의 가치를 생각하면, 너무나 빠른 포기였으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두 개밖에 안 나오지 않았는가. 어쩔 수 없지.”
“배려에 감사드립······.”
“잠깐.”
필릭스에게 가볍게 목례한 내가 고결한 수정을 삼키려고 할 때였다.
‘뭐지?’
그렇게 얘기해놓고 설마 이제 와서 소유권을 뺏으려는 건가?
하지만 이어지는 필릭스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혹시 거래를 하지 않겠나?”
“거래라면?”
내 물음에 필릭스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서 내밀었다.
“나는 이 아이템과 고결한 수정의 교환을 희망한다.”
나는 필릭스가 건네는 목걸이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았다.
‘아이템 확인.’
띠링!
[<목걸이:몽환의 달빛>]
[영면에 빠진 달의 여신이 착용하던 목걸이. 달빛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다. 주인이 죽으면서 능력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상태다.]
[달의 크기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최대 15%]
[달빛 아래에 있으면 1분당 체력이 1%씩 회복된다.]
[달빛 아래에 있으면 1분당 마력이 1%씩 회복된다.]
[착용 시 스킬 슬롯이 한 개 추가된다. 단, 달빛 아래에서만 추가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등급 : 준신화]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스텟 상승과, 체력 및 마력 회복.
거기다 가장 중요한 건.
‘스킬 슬롯이 추가된다고?’
* * *
“······.”
곳곳이 피로 범벅이 된, 침묵이 흐르는 방 안.
꿈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곳에서, 미묘한 변화가 생겨났다.
꿈틀꿈틀.
네 쌍의 날개 아래에서 죽은 시체의 배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으으윽―
처음엔 미묘한 떨림 정도였던 꿈틀거림이 점점 거세지더니, 이내 시체의 배가 조금씩 갈라져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개를 내민 존재.
매끈한 피부에, 길다란 몸.
긴 혓바닥까지.
모습을 드러낸 건 작은 실뱀이었다.
“후우. 드디어 이 껍데기를 벗어나는군.”
< 147화. 스텟 사냥(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