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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41화 (141/205)

< 141화. 총 출동(3) >

온몸에서 뇌전을 뿜어대며 전방으로 달려 나가는 안우진.

그가 떠나자 모르는 사람들 속에 홀로 남은 카이로시아의 마음에 불쑥, 불안감이 날아들었다.

‘괜찮아. 후우. 침착하자. 할 수 있어.’

카이로시아의 손이 잘게 떨렸다.

하위 리그에서 악마에게 죽을 뻔한 이후, 처음으로 다시 악마들을 마주한 상황.

카이로시아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떨쳐내기 위해 계속해서 심호흡했다.

―네 마법은 나한테도 위협적일 정도야. 바로 곁에서 봐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

팜에서 안우진도 그러지 않았던가.

그녀의 마법은 고위 리그를 앞두고 있는 플레이어에게도 위협적일 정도라고.

‘할 수 있어.’

카이로시아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우리 구면이죠?”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파티원 중 한 명인 엘프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에덴에서 위기에 처했던 카이로시아를 안전하게 성 밖까지 호위해주었던 엘프, 키아라였다.

“어······네. 그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로시아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키아라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렌님의 같은 팀 동료라면서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많이 긴장되나 봐요?”

“아뇨. 하나도요.”

카이로시아가 안색을 삭- 바꾸며 대답했다.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마음을 허락한 사람 말고는.

그러자 키아라가 포근하게 웃었다.

카이로시아는 그녀의 미소가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로시아님이 봤을 때, 렌님은 어때요? 강한 분인가요?”

“어······ 네.”

카이로시아가 무의식적으로 끄덕였다.

“제 생각에도 그래요. 저랑 만난 게 아마, 상위 리그에 올라오고 두 번째 경기였나? 그랬을 거예요. 근데 그때도 무척 강했죠.”

“······.”

“근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강해지셨네요? 카이로시아님도 들으셨죠? 렌님이 상위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걸?”

“네, 들었어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만약 우리가 위기에 처하면 저렇게 강한 분이 구해주러 오실 거잖아요. 오히려 우릴 공격하는 악마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걸요? 어때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러자 다른 파티원들도 키아라의 말에 동감한다며 한마디씩 보탰다.

“우리는 렌님이 상위 리그에 올라오고 첫 번째 경기를 치를 때 만났죠. 그때도 렌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미션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파티의 유일한 궁수, 고창신이 말했다.

“맞아요. 그때 그 경기에서 미션을 완수하는 팀에 한해서 부활하는 특전이 없었다면, 저나 고창신님, 이든님, 비욘님 모두 이 자리에 없었을걸요?”

대지 마법을 다룬다는 마법사, 로만이 말했다.

“흥. 이제는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졌더군.”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대머리 전사, 비욘이 말했다.

모두 안우진과 한 번씩 같이 경기를 치렀던 플레이어들.

그들의 목소리에선 안우진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배어 나왔다.

고작 한 경기밖에 겪어보지 못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잘게 떨리던 손이, 어느새 차분해져 있었다.

카이로시아는 팜에서의 안우진을 떠올렸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고독한 사람이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나 해결해주었고.

팀원들을 위해서 자신이 벌어들인 소중한 골드와 스킬북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에, 음주도 즐기지 않고, 언제나 묵묵히 스스로를 단련한다.

정말 빛나는 사람이었다.

눈이 부실 만큼.

‘별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빛난다고 그랬지.’

그녀에게 있어 안우진은, 어느새 밤하늘을 비추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에덴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했던 그날.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을 때부터.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카이로시아는 걸치고 있는 검은 로브의 후드를 푹 눌러썼다.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었다.

안우진이 지시한 대로 하고 있으면, 이번 미션도 어느새 끝나있을 테니까.

‘반드시 따라가고 말 거야.’

그리고는 검은색 완드를 꼬옥 쥐었다.

안우진이 앞서나가는 동안, 그녀라고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지금까지 번 모든 포인트를 지력에 투자해온 상황.

카이로시아는 근력과 민첩, 그리고 체력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체력 단련장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할 정도였다.

안우진은 생존을 가장 우선시했으니까.

[이름 : 카이로시아 아타나신느 폰 퀘이사(닉네임 : 카이로시아)]

[리그 : 상위리그]

[근력 : 71] [민첩 : 77] [체력 : 72]

[정신 : 93] [지력 : 177] [마력 : 172]

[각성 능력 : <천재> <원소통달> <대마도사> <마나의 사랑을 받는 자> <고속영창> <상급치료술> <마력관통> <상급박투술> <상급검술>]

이번 미션은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보여주겠어.’

안우진에게.

어느새 여기까지 왔노라고.

“전투에 돌입합니다!”

엄청난 숫자의 악마들이 날갯짓하며 날아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연합 파티장과 부연합 파티장이 순식간에 검은 파도에 휩싸였다.

―감히 까마귀들 주제에!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 꽈과과광!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연합 파티장, 고주몽이 크게 포효하며 활을 쏘자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화살이 소나기처럼 흩뿌려졌다.

홀로 검은 까마귀 떼 사이를 휩쓸고 다니는 고주몽의 모습은 신화 속에 나오는 악의 심판자 같은 모습이었다.

“죽어!”

“끄아아아악!”

수십에 가까운 악마들이 화살에 꿰뚫려 지상으로 떨어지자,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난도질했다.

전장의 열기엔 어느새, 광기가 물들어 있었다.

【피에 잠긴 바람의 꽃잎!】

꽈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른 부연합 파티장들도 날개짓을 하며 악마들 사이를 휩쓸었다.

“······!”

엄청난 충격파가 파도처럼 퍼져나가고, 각종 고위 마법이 공중에서 비산했다.

마치 검은 하늘에 거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느낌.

‘저게······ 고위 리그.’

카이로시아의 몸에 닭살이 돋았다.

하늘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밟고 서 있는 땅이 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세 명의 고위 플레이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쉽지 않아 보였다.

허공에 떠다니는 악마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적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도 지원합시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사이 근처에 있던 한 플레이어의 외침에, 지상에 있던 마법사들이 영창을 시작했다.

【차가운 염화의 칼날!】

【폭렬하는 붉은 꽃잎!】

【날카로운 바람의 춤!】

【들이치는 격류의 메아리!】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는 마법들이 공중으로 난사되고, 마법에 맞은 악마들이 검은 비가 쏟아지듯 추락했다.

하지만 그런 격전 속에서도 안우진 파티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제가 방어 마법을 펼치겠습니다!”

【포근한 대지의 포옹!】

파티의 마법사, 로만이 보호 마법을 시전하고, 탱커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마법사들을 둥그렇게 감싸고, 방어에 집중할 뿐이었다.

―초반에는 방어 위주로 부탁드립니다. 눈에 띄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차징 공격은 표적이 되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거거든요. 적어도 지상군끼리 격돌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딜을 넣어주세요.

떠나기 전 안우진이 그렇게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온갖 비명과, 피 분수, 그리고 살점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 상황.

카이로시아는 로만이 펼친 보호 마법 아래에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방패 들어! 어서!”

“끄아아아아악!”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다른 파티랑 힘을 합쳐야 해요! 이봐요! 이쪽으로 붙어요!”

지상의 공격에 화난 악마들이 공중에서 폭격하듯 떨어져 내렸다.

그 무자비한 폭격에, 플레이어들이 들어 올린 방패는 반토막 나고, 방어 마법은 맥없이 찢겨나갔다.

곳곳에서 피가 흩날리며, 떨어져 나간 살점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그때, 전방에서 빛기둥이 솟구치며 뇌전의 칼날이 주변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어느새 지상군끼리도 격돌하고 있었다.

그걸 본 키아라가 카이로시아, 고창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도 시작하죠!”

“예. 전 근처로 다가오는 악마들을 견제하겠습니다.”

고창신이 활 시위에 화살을 걸며 말했다.

“전 광역 마법을 준비할게요.”

카이로시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런 대규모 전투는 카이로시아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분야였다.

콜로세움에 들어오기 전에도 일인 군단으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냈었고.

‘보여주겠어.’

그녀는 엄청난 고위 마법을 시전할 생각이었다.

한 번 쓰는 것만으로도 탈진하겠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았다.

안우진이 구하러 와줄 테니까.

【봄볕 아래 돋아난 새싹이 산들바람에 흩어지노라】

마음을 다잡은 카이로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영창을 시작했다.

꽈광! 꽈과과광! 꽝! 꽈과광!

온갖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비명과 고함 소리, 마법이 터지는 소리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근접 딜러! 모두 돌격해! 어서!”

그녀가 주문을 영창 하는 사이, 상황은 급박하게 변해갔다.

전방에서 수십 줄기의 벼락이 지상으로 꽂히고.

“렌님이 적 지상군을 반으로 갈랐다!”

“이 틈에 어서 주변을 정리해!”

안우진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누르며 악마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걸 본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상전은 누가 봐도 천계의 압승이었다.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샛바람이 꽃밭을 뛰놀며 뒹굴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카이로시아의 영창은 계속됐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전방에선 또다시 빛줄기가 터져 나오고, 악마들에 의해 까맣던 지평선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마법 계열 플레이어들은 지금부터 우릴 엄호하라!

그 모습을 본 고주몽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 지상전에 대한 화력 지원은 무의미하다고 본 것이다.

“모두 조심!”

꽈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하늘 위에서 악마들이 쏜 마법이, 지상을 두들겼다.

모래 알갱이와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높게 솟은 싱그러운 하늘 위에 소슬바람이 번져나가며】

그 사이, 나긋나긋하게 영창하던 카이로시아의 목소리가 근엄하게 변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기하학 문양의 마법진들이 생겨났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완드를 쥔 카이로시아의 손 쪽으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갔다.

“어머!”

그 괴현상에, 악마들에게 공격을 퍼붓던 키아라를 비롯한 파티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얗게 내려앉은 세상 위에서 싸늘한 하늬바람이 칼춤을 흔들어】

작게 읊조리던 카이로시아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대로였지만, 영창이 공기와 공명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 녹아 있던 마력이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격렬하게 들끓었다.

“······?”

“······?”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플레이어들까지 공격을 퍼붓다 말고, 카이로시아를 바라볼 정도였다.

【삶과 죽음. 그 사이를 큰센 바람이 휘젓노라】

계속해서 커져가던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죽이겠다며 살기를 담아 내지르는 고함도.

마법이 터지며 발생하는 굉음도.

날붙이와 날붙이가 맞부딪히며 울리는 쇳소리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질 않았다.

아니, 카이로시아의 영창에 묻히고 있었다.

【오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선 죽음이란 거름이 뿌려져야 하노니】

영창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공기 중에서 들끓던 마력이, 어느새 싸늘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 탓에 정신없이 싸우던 플레이어들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리꽂으며 학살하던 악마들마저도 카이로시아의 영창 소리에 전율했다.

적아를 가리지 않고, 모두들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런 미친······! 어서 저년부터 죽여!’

악마들이 카이로시아를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음소거라도 한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저, 격렬한 몸짓으로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카이로시아의 목소리가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

십수 명의 악마들이 카이로시아를 죽이고자 지상을 내리꽂았고.

‘적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봐! 어서 방패 들어!’

꽝! 꽈과과과광! 꽈과광!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입을 벙긋하며 카이로시아를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리고, 마법을 영창했다.

그리고.

세상 가득 울려 퍼지던 카이로시아의 영창이 뚝- 끊겼다.

【새벽 폭풍에 흩날리는 바람꽃이여, 이 안에서 그 싹을 피우라!】

그와 동시에, 사라졌던 전장의 소리가.

“저 마법이 발동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이 개 같은 악마 자식들! 죽어!”

“회복 포션 있는 사람! 누구 회복 포션 없어!”

깨져 나가며 울리는 날붙이 소리가, 살고자 하는 고함이, 고통에 몸부림치던 비명이.

광기에 차 있는 외침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

“······!”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 안돼!”

“살려줘어어어어!”

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엄청난 크기의 거대한 회오리가 날아다니던 악마들을 빨아들였다.

끌려 들어간 악마들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사방으로 피와 작은 살점들이 흩날렸다.

< 141화. 총 출동(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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