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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37화 (137/205)

< 137화. 후폭풍(5)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다행히 룬이 소속된 팀 불굴의 주인, 루디악은 내가 불참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룬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양한 성계 출신 플레이어들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팀 불굴은 지구 출신 플레이어들만으로 이루어진 팀.

그쪽에서도 확률이 낮은 싸움에 내보내봤자, 손해를 자초하는 일밖에 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유니콘의 뿔 사용법을 알려주며 부탁한 것도 있겠지만.

‘나쁘지 않군.’

덕분에 나는 마음 편하게 박투술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팀 ‘투지’의 주인 아세리안이 상급신으로 승격했습니다.]

[팜의 레벨이 3으로 상승합니다.]

[플레이어 ‘렌’과 팀 ‘투지’ 간의 수수료율이 30% → 20%로 변경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렌’의 플레잉 코치 정산율이 3% → 5%로 변경되었습니다.]

그사이 아세리안이 상급신으로 승격하며, 팜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특수 대련장이 특수 중력 대련장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

‘이거 대박인데.’

“악이 형! 뚫렸어요! 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끝내야 돼요!”

“크윽, 차라리 내가 창을 묶어둘 테니까 네가 뚫어보든가!”

“저는 탱커잖아요! 제가 어떻게······헉!”

“둘 다 입으로만, 끅! 나불거, 거리지 말고, 어떻게 좀 해 봐라!”

현재 나는 주창범, 모용악, 수호와 1대 3으로 대련하고 있었다.

주창범이 앞에서 방패로 내 창을 묶는 사이, 모용악과 수호가 거리를 좁혀 들어오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원래대로라면 저 세 사람이 뭔 짓을 해도 날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제는 스텟이 높아져, 저주셋으로도 저들과 스텟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사람이 나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건.

[플레이어 ‘렌’의 적용 중력 : 20G]

나를 짓누르고 있는 어마어마한 중력 때문.

덕분에 움직임은 세 사람과 비슷했고, 근력은 오히려 저들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확실히 쉽지 않네.’

덕분에 모용악과 수호가 마음껏 내 품속을 파고들며 검을 찔러 넣고,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보일 수 없는 광경.

‘어딜.’

빠악!

“끅!”

녀석들이 품속을 파고들 때마다 나는 불시에 팔꿈치를 휘두르거나 니킥을 꽂아 넣었고.

퍼억!

“어어······!”

상대가 예상하기 힘든 각도로 카프킥을 때려 넣으며 무게 중심을 흔들었다.

‘확실히 발차기가 효율이 좋네.’

거의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쥐고 싸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상반신의 움직임에만 체크하기 십상.

하지만 발차기는 하반신이고, 카프킥은 하체를 공격한다.

이 공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한참 멀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 견제용으로 쓰고 있는 나와 달리, 천세운은 네 개의 검으로 공격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검의 궤적에서 벗어나도, 또 다른 공격들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을 정도로.

아직 천세운의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비슷한 식으로 공격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꽝이었지.’

오히려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이 힘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박투술을 연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과 방패를 동시에 다루는 검방술처럼 창술과 박투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공격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이번 대련부터 마무리 지어야겠군.’

이제 슬슬 오늘 일과를 마무리해야 할 시각.

박투술 대신 창술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창을 고쳐잡았다.

챙! 채챙! 챙! 챙! 챙!

“어어! 모두 조심!”

마음가짐이 달라지자마자, 내 움직임이 180도 달라졌다.

지금껏 내 창을 꽁꽁 묶어두던 주창범이 내 공격에 허우적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 틈에 창을 찔러넣어, 주창범의 방패를 쳐낸 나는 곧장 뒤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멀어지는 주창범과의 거리.

‘일단 모용악부터.’

그와 동시에, 옆구리에서 달려드는 모용악에게 창을 휘둘렀다.

서걱!

“······!”

그 공격에 모용악이 눈을 치켜떴다.

그의 오른팔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리치가 긴 창의 특성상, 지금까진 주창범의 방패에 막혀 휘두를 궤적이 안 나왔다면, 이제는 거리가 어느 정도 생겨난 상황.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뿜어져 나온 그 공격을 모용악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한 명 끝냈고.’

뒤이어 모용악의 목에 창을 꽂아 넣은 나는 달려드는 주창범의 방패를 발로 차며, 그 반발력을 이용해 뒤통수에서 날아드는 수호에게 창을 찔러 넣었다.

챙! 채챙!

“······!”

수호가 반사적으로 손톱을 내밀며 내 창을 막아보려 했지만.

‘걸렸군.’

푹!

순식간에 창의 궤적을 바꾼 내 공격에 수호의 왼무릎이 꿰뚫렸다.

이걸로 녀석은 기동성을 상실한 셈.

“제, 젠장!”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무조건 방어해야 하게 된 수호는 이어지는 내 창을 막아낼 수 없었다.

서걱!

‘확실히 내 실력이 엄청 늘긴 했네.’

순식간에 두 명을 피니쉬 시킨 나는 주창범과 마주 섰다.

“후우. 후우.”

주창범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젠 대련하자고 하기가 미안할 정도인데.’

천뢰십보를 얻고 내 창술이 뇌신창으로 진화하면서, 더 이상 팀원들을 상대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한참 스텟이 낮아도 이제는 테크닉만으로 가볍게 찜 쪄 먹을 수 있게 되었달까.

당장 주창범만 해도, 예전엔 스텟이 비슷하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사 데미지에, 무기를 맞댈 때마다 스며드는 한기.

거기다 빈틈없는 수비까지.

‘근데 이젠 아니지.’

하지만 뇌신창으로 각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철벽이라고 불리던 녀석의 수비도.

캉! 캉! 서걱!

가볍게 뚫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창대에 얻어맞으며 중심을 잃고, 결국 복부에 창이 꿰뚫린 주창범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을 헐떡거렸다.

“하아. 졌어요, 형.”

“이제는 안우진님께 상대도 안 되는군요. 더 이상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입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허탈하다는 표정을 짓는 주창범.

그리고 순수하게 감탄한 모용악.

아직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아, 말을 더듬는 수호까지.

모두들 선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현재 시각 : 20:57:42]

이걸로 오늘 대련은 끝.

상태창에 나와 있는 현재 시각을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모두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이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 시간까지 반납하며 나와 대련을 하고 있던 것이다.

“어서 들어가 쉬시죠.”

[플레이어 ‘렌’에게 적용되던 20G의 중력이 해제됩니다.]

상태창을 눌러 내게 부여되었던 중력을 해제하자, 어깨를 짓누르던 엄청난 무게가 사라졌다.

고개를 숙여보니, 어느새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후. 이것도 익숙해져야지.’

중력장은 단순히 모래주머니나, 쇠로 된 팔찌 같은 걸로 온몸을 구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마치 물속에 들어가서 움직이는 기분이었달까.

덕분에 훈련의 효율이 크게 상승하긴 했지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팟! 파바밧! 퍽! 퍽! 팟!

“오늘은 꼭! 이기고 말, 거야!”

“그런 실력으로는 흐읍! 아직 한참 멀었어요.”

‘저쪽은 무슨 사생결단이라도 내는 것처럼 싸우고 있군.’

고개를 돌려 보니, 이를 악문 채 맨손 대련을 펼치고 있는 카이로시아와 당소소의 모습이 보였다.

카이로시아가 박투술을 훈련하게 된 건 본인의 의지였다.

―저도 같이 훈련할래요!

완드를 착용하고 있는 특성상, 박투술을 익히면 수비에 한결 수월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자기는 머리가 똑똑해서 마법 수련은 오후에 잠깐 해도 된다나 뭐라나.

물론 머리가 좋은 것과 육체적 센스는 아예 다른 영역.

카이로시아는 계속해서 허우적대며 당소소에게 얻어맞기 바쁜 상태였다.

당소소는 내 부탁으로 카이로시아와 대련을 하게 된 거고.

‘어차피 카이로시아한테 화력은 충분하고도 넘치는 상태니까.’

차라리 이런 식으로 맨손 격투에 익숙해져서, 수비력이 한층 탄탄해질 수만 있다면 훨씬 효율적인 육성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두 사람이 시너지가 잘 맞네.’

그렇게 카이로시아와 당소소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어어! 머리카락을 왜 잡아당겨요!”

당소소의 손에 카이로시아의 은발이 꼬이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깔끔하게 묶어서 위로 틀어 올린 당소소와 다르게, 카이로시아는 긴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대련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지.’

뭐, 대련을 하다 보면 의외로 흔한 일이었다.

카이로시아는 마법사라서 이런 일을 처음 겪었겠지만.

“어머, 실수. 앗! 이것도 실수.”

그때 당소소가 머리칼과 엉킨 팔을 빼다가 또다시 카이로시아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러다 보니, 카이로시아가 중심을 잃은 채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이건 고의인데?’

“그, 그만! 씨이! 우리 이제 그냥 대련할래요? 박투술은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이번엔 제 마법 실력을 보여줄게요.”

“미안해요. 피곤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수고하셨어요, 카이로시아님.”

“뭐? 야!”

······.

시너지가 잘 맞는다는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특수 대련장을 나오니, 하늘 가득 은하수가 맺혀 있었다.

어두운 밤, 팜의 각종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진짜 많이 커졌네.’

아세리안이 상급신으로 승격하면서, 기존에 500미터였던 팜의 직경이 1킬로미터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팀에 소속된 플레이어의 숫자도 5천 명이 넘고, 그에 따라 사용인의 숫자도 급증하면서 숙소나 식당, 체력 단련장, 대련장 등등 다양한 부속 건물들도 새롭게 생겨났다.

이제는 어느덧 소규모 도시처럼 보일 정도.

└무림 탑 100으로 누가 나올 것 같냐. 내 생각에는 남궁천까진 확실하고 그 뒤로 소성이랑 육중헌, 예건정 이 세 명이 비등비등할 거 가튼데.

└예건정이 거기 왜 낌 ㅋㅋㅋㅋ 예건정 빼고 황우명이 들어가면 딱일듯 ㅎ

└???? 예건정이나 황우명이나 거기서 거기지 ㅋㅋㅋㅋㅋㅋ

어느새 성계 대항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

커뮤니티에서는 각 성계에서 뽑힐 탑 100의 명단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거나, 최상위 네임드들 간의 서열을 매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명단을 다 외우고 있는 것도 신기하네.’

아무래도 하위 리그보다 플레이어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관객 숫자는 훨씬 늘어난 만큼 상위 넘버링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대부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다들 쿠 훌린 vs 렌만 얘기하는데 주소월 vs 렌 기대하는 사람은 나뿐이냐?

└나도 주소월22222222

└개인적으론 1몽연 2쿠 훌린 3렌 4헥토르 5주소월이 아닐까 싶은디?

└드디어 쿠 훌린 vs 몽연을 보는구나 ㅅㅂ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서열 정리 좀 하자.

뿐만 아니라 최상위 네임드들의 순위에 대한 얘기도 끊이지 않았다.

물론 가장 많이 비교당하는 건 나와 쿠 훌린이었다.

상위 리그 최강자 중 한 명인 데다가, 같은 창술사, 그리고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 등등 나와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쿠 훌린과의 싸움이 이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성계 대항전은 열리지 않을 테니까.

‘일단 샤워부터 해야겠군.’

나는 새롭게 배정받은 숙소 쪽으로 향했다.

숙소도 이제는 어지간한 호텔 부럽지 않을 정도로 크고 고급스러워진 상태였다.

뭐, 어차피 잠만 자러 들어가는 곳이라 나한텐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펄럭― 펄럭―

그때 누군가 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팜에서 날개가 달린 존재는 단 둘 뿐.

“아, 안우진님!”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포르도엘님?”

그 대상은 팜에서 마법 계열 플레이어들의 육성과 사용인들 관리, 그 외에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포르도엘이었다.

‘뭐지?’

사실상 포르도엘이 나를 먼저 찾아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법 계열을 담당하는 그녀가 나와 부딪힐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렇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군.’

떨리는 눈동자, 당황한 듯 파르르 떨고 있는 손.

거기다 창백해진 안색까지.

이건 뭔가 잘못할 게 있을 때 나오는 신체 반응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 정말 죄송해요······. 제,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횡설수설하는 포르도엘.

6쌍의 날개를 가진, 4급 주천사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그녀를 진정시켰다.

“일단 자초지종부터 먼저 설명해 주시죠.”

“아, 네······. 그게, 요즘 클로에가 안우진님께 받은 스킬북들을 중개 거래소에 올리고 있었잖아요······.”

“그렇죠.”

그러자 포르도엘이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왠지 가격을 안 보고 사는 것 같다길래······. 호, 혹시나 해서 제가 딱 한 개만 10억 골드에 올렸는데······.”

“······?”

“그, 그게 팔렸어요······.”

“······!”

뭐라고?

< 137화. 후폭풍(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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