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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27화 (127/205)

< 127화. 인연(1) >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봄에는 시원한 바람이, 여름에는 수국의 꽃향기가, 가을에는 가릉강의 물소리,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던 곳.

사천당가.

하지만 지금은 붉은 핏자국과 피비린내만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당소소는 달빛을 맞으며, 눈을 감은 채 다짐했다.

‘제가 반드시······ 사천당가라는 이름을 이어갈게요.’

다행히 암운이 드리웠던 강호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청룡문의 문주, 고건하.

검붉은 벼락을 흩뿌리며 아군에겐 절대적 희망을, 적에겐 절망을 선사하는 사내.

‘이 남자라면 분명 천마를 죽일 수 있을 거야.’

두 눈으로 직접 본 고건하의 무위는 엄청났다.

그의 창을 받아낸다는 게 쉽사리 상상되지 않을 만큼.

‘가문을 재건할 수 있어.’

천마가 죽으면 무림에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잡아야 해.’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당소소는 사천당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그녀를 손에 넣으면 사천당가의 비전들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

거기다 그녀는 무척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당소소를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놔둘까?

‘절대 그럴 리 없어.’

정파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의로운 건 아니었다.

결국 각자 본인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물론 그녀도 더 견고한 울타리를 가진다는 건 분명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가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자신에게 구애를 해온 모든 남자들이 명문 정파 혹은 오대세가의 인물들이라는 것.

그들은 절대로 데릴사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의 고건하는 당소소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특별한 가문이 없어 데릴사위로 들어올 수 있으면서도, 혼자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남자.

현 강호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고건하, 한 명 뿐이었다.

“만약에······ 천마가 죽고, 이 세상에 마인들이 사라지면······. 저와 성혼을 하지 않으실래요?”

그래서 당소소는 용기를 냈다.

이 남자라면.

사천당가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줄 수 있을 테니까.

“······.”

잠깐의 뜸 들임.

그 모습에 당소소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고건하의 말에 당소소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뇨.”

매몰차다고 느껴질 정도로 똑 부러지는 대답.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소소가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도대체 왜?’

가면을 쓰고 있지만, 청혼했을 때 그가 설렘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거절당한 거지?

“······.”

타닥― 타다닥―

순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장작불에 나뭇가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머리가 하얗게 변했던 당소소가 다시 입을 연 건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혹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신 건가요?”

“······아뇨.”

“저 집안일도 잘해요. 요리, 빨래 뭐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저 예, 예, 예쁘지 않나요?”

말을 하면서도 당소소는 무척 민망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그녀는 사천제일화라고 불렸으니까.

어딜 가나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다녔고, 지금까지 수십 명의 남성들이 그녀에게 구애를 해 왔다.

물론 전부 다 거절했지만.

당소소의 말에 고건하가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그녀가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고 대협께서 원하시는 대로 어떻게든 고쳐 볼게요.”

“······소소님은 예쁘고, 똑똑합니다. 그러니 다른 무림인을 만나시는 게 더 행복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당소소는 직감했다.

이 남자도 자기가 싫은 건 아니라고.

그런데도 거절하는 그의 모습에선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모닥불에 걸어두었던 사슴 고기를 확인하는 고건하.

고기의 상태를 확인한 그가 자신에게 사슴 고기를 내밀었다.

사슴 고기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왜······ 거절하신 걸까.’

한동안 고건하를 빤히 바라본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사슴 고기를 받아들었다.

그때부터 어색한 침묵이 그녀와 고건하 사이에 웅크렸다.

[예상되는 소요 시간 : 146:30:56]

당소소가 청혼을 거절당하고 어느덧 32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고건하는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각 지역에 뻗어있는 마교의 지부를 박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벌써······ 끝났네······.’

기존에 고건하가 얘기했던 시간은 3일.

중간에 고건하가 두 번 정도 갑자기 사라지긴 했지만, 마지막 장소인 절강의 마교 지부까지 도착하는 데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그녀가 중간에 휴식을 취하자고 하지도, 그리고 식사를 하자고 하지도 않은 탓이었다.

‘이제 천마를 죽이러 떠나시겠지.’

스무 곳을 돌아다니며 고건하가 죽인 마인의 숫자는 대략 30만 명.

이걸로 무림맹은 당분간 안전할 것이다.

당소소는 피를 털며 다가오는 고건하에게 입을 열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소소님도 길 안내를 해주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혹시 휴식이 필요하십니까?”

‘네, 필요해요. 더 같이 있고 싶어요.’

그의 물음에 당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바로 가도 될 것 같아요.”

“예, 그럼.”

그러자 등을 내밀며 자세를 숙이는 고건하.

그녀는 익숙하게 그의 등에 업혔다.

“이쪽 방향으로 쭉 가시면 돼요.”

그렇게 다시 돌아가게 된 무림맹.

‘이틀 사이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이 늘었네.’

고건하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댄 덕분일까.

가는 도시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도시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당소소가 입을 열었다.

“이젠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다니네요.”

청혼을 거절당한 뒤로 직접 그녀가 대화의 포문을 연 것은 처음이었다.

“아, 네.”

“바로······ 천마를 죽이러 가실 생각이신 거죠?”

당소소의 물음에 그녀의 팔에 안겨있던 고건하의 목이 잠시 아래로 움직였다.

“예.”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당소소는 다시 용기를 냈다.

“혹시 저도 함께 따라갈 순 없을까요? 분명 무언가 도움이 되실 거라고 장담해요. 천산에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여러 겹의 진법들이 설치돼 있어요. 거기다 각종 기관들까지······.”

하지만 그녀의 용기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고건하가 중간에 말을 자른 것이다.

순간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혹시 제가 청혼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아뇨. 거기선 지켜드리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죄송하지만, 방해만 될 뿐입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다시 시작된 정적.

그 침묵은 무림맹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다 왔군요.”

자세를 낮추는 고건하.

내리라는 뜻이다.

저 멀리, 무림맹의 대문이 보였다.

‘왜 여기서 내려 주시는 거지?’

당소소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건하의 등에서 내려왔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길 안내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 들어가시게요?”

“예. 마교 교주를 죽이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맹주님께 진행 상황 보고는 소소님이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고건하가 등을 돌렸다.

그때였다.

“저······.포,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고 대협께서 절 마음에 들어 하실 수 있도록······.”

이미 확실하게 거절당한 상황.

그런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당소소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시켰을 뿐.

“아뇨. 결국 포기하시게 될 겁니다. 이제 저를 다시 보게 되는 일은 없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돌아오는 고건하의 반응은 무척 싸늘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작별 인사.

“······.”

그 모습에 당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고건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내 뒷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흑흑······.”

당소소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천당가의 재건을 위한 데릴사위.

압도적인 무력.

물론 그것들도 중요했지만.

‘내가 그를······.’

고건하의 등에 안겨있을 때, 당소소는 세상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안정감을 느꼈다.

그의 낮고 맑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척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중간중간 그녀에게 세심한 배려까지 해 주었고.

떠나간 가족들에게 다짐하는 자리에서 말없이 곁을 지켜주었다.

세상에 혼자 남은 그녀에게.

‘좋아하고 있었구나.’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더 차갑게 느껴졌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연모하게 됐고.

그리고 역시.

“잘 가요······.”

처음으로 거절당했다.

그가 떠나고도 한참 동안.

당소소는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예상되는 소요 시간 : 143:27:42]

‘멀긴 엄청 머네.’

전력으로 세 시간이나 걸려서야 도착한 신강.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저기에 마교의 본거지가 있단 말이지.’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서 있는 산이 보였다.

얼마나 높은지, 시원한 가을 날씨인데도 산의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었다.

‘특이한 산이네.’

천산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큰 산불이라도 났던 것처럼, 산 전체가 까무잡잡했었으니까.

하지만 산불이 났던 건 아닐 것이다.

곳곳에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었다.

‘완전 천혜의 요새군.’

천산은 높이도 높이인데, 깎아지른 듯 험준한 산악 지형 탓에 대규모의 적이 쳐들어오기에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과거, 정파 무림한테 밀리는 와중에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어쨌든.

[남은 체력 : 82%]

산 전체에서 묘한 마력이 느껴졌다.

남은 체력도 충분하겠다, 나는 곧장 천산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지난 이틀 동안 30만이라는 마인을 죽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상위 넘버링 플레이어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도 체력을 회복시키는 스킬이 있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것이고.

‘그나마 감탄한 게 있다면 무림맹을 오가며 적들을 죽였다는 것 정도겠지.’

그런 스킬은 상위 넘버링 플레이어들에게도 흔치 않은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이 경기에 들어오며 다짐했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

‘내가 상위 리그 최강자 중에 한 명이라는 걸 똑똑히 새겨주겠어.’

마침 상황도 좋았다.

무림 맹주 진초풍의 말로는 마인의 숫자가 60만에 육박한다고 했다.

근데 내가 죽인 숫자는 30만 명 뿐.

그렇다는 건, 남은 마인들 중 대다수가 천산에 있는 마교의 본거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교주, 남은 장로들, 그리고 30만에 가까운 마인들을 한 번에 죽이면 신들 입장에서도 제법 놀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위 사이사이를 뛰어오르고 있을 때였다.

‘뭐지?’

순간 내 몸이 무언가 막에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그와 동시에 마력장에서 느껴지는 주변 환경들이 확 바뀌었다.

이런 경우는 딱 하나 뿐이었다.

내 위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었다는 것.

‘결계군.’

―혹시 저도 함께 따라갈 순 없을까요? 분명 무언가 도움이 되실 거라고 장담해요. 천산에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여러 겹의 진법들이 설치돼 있어요. 거기다 각종 기관들까지······.

당소소가 각종 진법과 기관진식들이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종류의 결계가 하는 역할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땐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게 만드는 거겠지.

‘단숨에 부수고 올라가면 돼.’

빠르게 뛰어오르자, 아까와 같은 막이 또다시 느껴졌다.

나는 그 막을 향해.

콰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이 깃든 창을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서걱!

미묘한 반발력 같은 게 느껴졌지만, 내 힘을 감당하지 못한 결계가 두부 썰리듯 잘려 나갔다.

‘뚫렸군.’

넓게 퍼져 있는 결계의 막 사이에 작은 구멍이 생겨난 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 구멍을 통과할 때였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박!

무수히 쏟아지는 화살들.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특수한 장치를 통해 침입자에게 쏘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 봤자지.’

하지만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내달릴 뿐이었다.

현재 내 민첩 스텟은 피의 강화 특전이 비활성화 되어 230 포인트까지 떨어진 상태.

그럼에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스텟이었다.

이렇게 내 빠른 움직임을, 고작 화살들 따위가 따라올 수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산의 꼭대기 부근.

‘여기가 천마신궁이군.’

드넓게 펼쳐진 고원 너머에 드높은 성벽과 악귀 형상이 새겨진 철문이 보였다.

여기가 마교의 입구일 것이다.

뇌전을 끌어올린 나는 단숨에 성문을 박살 내고 들어갔다.

“적이다!”

“감히 신성한 곳에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다니!”

“어서 근위대를 호출해!”

그리고는 안에 있는 마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피웅! 파바바바박!

폭죽들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위로 터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숫자의 마인들이 성문으로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본거지에 있는 마인들이 더 세네.’

전체적으로 평균 스텟이 10에서 20포인트 정도 높은 데다가, 더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각 지부에 있던 마인들이 개인의 무력을 중시하며 달려들었다면, 본거지에 있는 녀석들은 군대처럼 집단의 힘을 중시한다고나 할까.

당장 무장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대열에서 이탈하지 마라! 모두 한 걸음씩!”

맨 앞 열의 마인들은 방패를 든 채 나를 옥죄어 오고 있다.

챙! 콰지직!

거기다 자기에게 떨어지는 공격만 수비하는 게 아니라, 바로 옆의 동료들까지 신경 써가며 방패를 내밀고 있었다.

한마디로 방진防陣 훈련을 받았다는 것.

“방어는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찔러! 동료들을, 너희가 흘린 땀방울을 믿어라!”

그리고 바로 뒷 열의 마인들은 빼곡하게 세워진 방패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창을 찔러 넣고 있었다.

중거리와 근거리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되어있다는 뜻.

‘그래 봤자야.’

다른 플레이어들이라면 녀석들을 모조리 죽이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겠지만, 내겐 해당 되지 않았다.

군軍처럼 빼곡하게 몰려드는 적을 상대로도, 내 강점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내게 더 좋지.’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때마침 엄청난 빛기둥이 뿜어져 나오며 굉음을 터트렸다.

“끄아아아악!”

“끄으윽!”

뇌전의 칼날이 사방을 휩쓸며 순식간에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마인들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빼곡하게 몰려 있다는 건 광역 데미지에 취약하다는 거지.’

안 그래도 천둥의 숨결이 뇌룡의 포효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벽력의 발동 확률이 5배나 상승했다.

거기다 하위 리그 성계 대항전을 통해, 한 번에 여러 명을 공격하면 그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것도 확인한 상황.

“어서 빈 자리를 메워! 흩어지면 안 된다!”

녀석들이 계속해서 빽빽하게 몰려들수록.

띠링!

[<청천벽력>이 발동됩니다.]

꽈과과광! 꽈과광! 꽈과과과과광!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미친!”

“대, 대주님! 이대로 계속 가면 피해가 심해질 겁니다!”

“모두 물러나지 마! 저건 위협용이다! 저렇게 대단한 초식을 펼치려면 내공의 소모 또한 만만치 않을 터! 이대로 물러나면 녀석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될 뿐이다!”

하지만 마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촘촘하게 방어선을 구축한 채 나를 압박할 뿐.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온다고?

‘개미지옥을 보여주지.’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127화. 인연(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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