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단독 미션(8) >
사천에 있는 마교의 임시 지부.
그 안에는 두 명의 장로가 1만 명의 마인을 대동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군.’
모두들 당장이라도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완전 무장을 갖춘 상태였다.
콰지지지지지지직!
‘그래 봤자지만.’
서걱!
나는 단숨에 달려들어 나를 기다리고 있던 1만 명의 마인을 처치했다.
전투가 끝난 후.
앞에는 세 명의 마인이 기절해 있고, 바로 옆에는 당소소가 조용히 서 있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법 잔인할 텐데요.”
두 명은 마교의 장로, 그리고 한 명은 장로보다는 낮지만, 부대를 이끄는 대주라는 직책을 가진 녀석이었다.
지금부터 나는 이 세 명을 고문해 마교 교주의 위치를 알아낼 예정.
그러다 보면 보기 흉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기에 만류했지만, 당소소는 요지부동이었다.
“괜찮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우드득! 우드득!
고개를 끄덕인 나는 기절해 있는 녀석들을 질끈 밟아, 두 다리부터 박살 냈다.
깨어난 후에 녀석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기절해 있는 세 명의 마인들에게 미리 준비해 두었던 뜨거운 물을 부었다.
“헉!”
그러자 깨어나는 세 명의 마인.
“끄으으으윽!”
나를 발견한 녀석들이 경기를 일으켰지만, 두 다리가 망가진 이상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주를 공략해야겠군.’
셋 중에서 정신 스텟이 가장 낮기에, 고문을 당했을 때 그나마 입을 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나머지 두 녀석은 애피타이저에 가깝지.’
나는 왼쪽에 있던, 악대명이라는 장로의 배를 짓밟으며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묻겠다. 마교 교주의 위치는?”
그러자 악대명이 나를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내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지.’
한동안 녀석을 내려다보던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악대명의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잘라냈다.
“끄아아아아아악! 어서 죽······ 으으윽!”
그다음은 녀석의 얼굴.
우악스러운 손길로 악대명의 머리를 잡은 녀석의 얼굴에 붙어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떼어냈다.
“끄으으으윽!”
그리고는 녀석의 등을 무릎으로 찍어 누른 채 관절을 하나씩 꺾기 시작했다.
‘잘 봐두라고.’
지금 내가 하는 건 보여주기였다.
원래 늦게 맞는 매가 가장 아픈 법이었으니까.
고문 또한 같은 메커니즘이었다.
‘당하기 직전의 공포심이 가장 높지.’
덜덜 떨고 있는 대주를 본 나는 피식 웃으며 고문을 계속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흐으으으윽!”
이빨이 사라지자 녀석의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우드드득!
그 뒤로는 녀석의 뼈마디를 하나하나 부수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으윽!”
온몸의 뼈가 박살 나자, 녀석의 몸이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나는 다른 두 녀석이 들을 수 있도록 작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제법 잘 버티는군.”
그리고는 단검으로 녀석의 피부에 회를 뜨기 시작했다.
“흐으으으······.”
그러자 기절하는 녀석.
상처에 펄펄 끓는 물을 붓자 녀석이 곧바로 버둥거렸다.
아마 지금쯤 고통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을 것이다.
그 뒤로도 내 고문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띠링!
[무림인 ‘악대명’을 처치했습니다.]
10분간의 고문 끝에 결국 악대명이 숨을 거두었다.
나는 곧장 가운데에 있던 또 다른 장로, 송금조에게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묻겠다. 마교 교주의 위치는?”
“······.”
악대명과 달리 송금조는 한동안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삼.
이.
일.
‘끝.’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 나는 송금조의 머리를 덥석 잡았다.
“······자, 잠깐!”
그리고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끄으으으으아아아아아악! 화산! 교주께서는 끄으으윽, 화산에 계시오!”
중간에 녀석이 뭐라 소리쳤지만, 나는 뇌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몸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흐으으으으윽!”
그렇게 또 10분 동안 송금조의 몸에 뇌전을 불어넣자, 녀석 또한 이내 숨을 거뒀다.
타는 고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대주, 이막지.
“으으······ 나, 나는 직위가 낮아 교주님이 어디 계신지 잘 모르오.”
녀석이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횡설수설했다.
‘두렵겠지.’
고문에서, 단순히 고통을 주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진짜 일류는 고통이 아닌, 정신에 타격을 준다.
사람은 오감에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니까.
“넌 어떻게 요리해줄까.”
온몸의 피를 모조리 뿜어낸 채 죽은 악대명.
죽을 때까지 뇌전 공격을 받고 타죽은 송금조.
그 시체들은 대주, 이막지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했을 것이다.
움찔!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이막지가 경기를 일으켰다.
나는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한 번만 묻겠다. 마교 교주의 위치는?”
그러자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이막지.
녀석은 결국 얼마 못 가 입을 열었다.
“······본산에 계십니다.”
“거기가 어디지?”
“신강, 천산.”
녀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이군.’
이막지의 몸에서는 붉은빛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내 고문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깔끔하게 보내주지.”
창을 휘둘러, 녀석의 목을 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확실한 위치를 찾았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이제 남은 열세 곳만 돌고, 바로 천산으로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사천을 포함해 첫날에만 일곱 군데를 돌았다.
지금 페이스 대로라면 3일까지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고생 많으셨어요.”
곁에 있던 당소소가 다가와 깨끗한 천을 내밀었다.
내가 고문하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이 많이 안 좋군.’
잔인하게 고문하던 장면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천에 들어올 때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으니까.
[현재 마교와 정파 무림의 균형은 14:1 입니다.]
[마교 고수를 대거 처치해 균형을 5:5로 만드세요.]
“다음 목적지로 가시죠.”
“네.”
사천지역은 끝.
다음 목적지인 감숙으로 향하려고 할 때였다.
“잠시만요. 혹시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마교의 임시 지부를 벗어나던 당소소가 내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시죠.”
“정말 감사합니다.”
대문 앞으로 다가간 당소소가 가만히 서서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가족들의 넋을 빌고 있는 거겠지.’
그녀가 서 있는 자리 너머로, 대문의 현판이 보였다.
거기엔 사천당문四川唐門 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
사천의 마교 임시 지부는 사천 당가에 있었던 것이다.
당소소의 묵념은 10분이 넘도록 이어졌다.
옅은 달빛에 생겨난 그녀의 그림자 위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졌다.
그녀의 가냘픈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후.’
그 모습을 본 나는 등을 돌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가족을 잃은 슬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끈이 떨어져 나간 아픔.
그건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괴롭고, 외롭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잘 보내 주셨습니까?”
“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날 올려다보는 당소소의 눈망울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예상되는 소요 시간 : 178:58:33]
‘당소소가 길 안내를 정말 잘 해줬어.’
어느덧 무림에 들어온 지 20시간이 흘러 있었다.
72시간 동안 스무 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마인들을 쓸어버릴 계획이었는데, 벌써 일곱 군데를 클리어했다.
‘이 정도면 잠시 쉬어도 되겠군.’
단 한 순간의 휴식도 없이 강행군을 해 온 상황.
아무리 당소소가 업혀서 왔다고는 해도, 체력 소모가 굉장히 컸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인해 계속해서 양팔과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
덕분에 시간도 많이 아꼈으니, 그녀에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소소를 업은 나는 그녀를 사천의 어느 야산 한 가운데에서 내려 주었다.
“여긴 왜······?”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네.”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 나는 산속을 뒤져, 사슴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그 사이 당소소는 근처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똑똑하네.’
미리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눈치껏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손가락에 뇌전을 끌어올려, 당소소가 모아 둔 나뭇가지에 가볍게 불을 붙인 나는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경동맥을 그어 피를 뽑아낸 뒤, 가죽과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냈다.
“산속에서만 자라셨다는 말씀이 맞았네요. 손질에 무척 익숙하시군요.”
“아, 예.”
사실 하위 리그에서 경기를 한다면 도축은 필수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서바이벌 위주로 경기가 펼쳐지는 데다가, 가끔 인벤토리가 제한되는 맵에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2회차 땐 초고속으로 상위 리그에 올라온 덕분에 그런 경기를 만나지 않았지만.
“사실 처음 뵈었을 땐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산속에서만 자랐다는 거 말씀이십니까?”
내 물음에 근처 바위에 사뿐히 앉은 당소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대하는 게 굉장히 익숙해 보이셨거든요. 그렇다는 건 산속에 있더라도 생필품 같은 것들은 산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구하셨다는 건데, 그러기엔 돌아가는 사정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았거든요.”
당소소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나뭇가지에 사슴 고기를 꽂았다.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군.’
저들에게 녹아들기 위해, 사정상 급하게 새로운 인물을 구상해야 했으니까.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성혼을 하셨나요?”
그때, 당소소가 엉뚱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뇨.”
“양친은 살아 계신가요?”
“아뇨.”
“그 외의 형제들은요?”
“있었지만, 이 세상엔 없습니다.”
“사부님은요?”
“마찬가지입니다.”
뜬금없는 주제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당소소가 말을 이었다.
“그럼 고 문주님께서도 저처럼 이 세상에 혼자밖에 안 계신 거네요.”
이 세상에 혼자밖에 안 계신 거네요.
그 말을 듣자,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모닥불의 연기가 내 쪽으로 향했다.
모닥불의 연기 때문일까.
순간 코끝이 매워졌다.
‘어머니······ 형······.’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던 나는 어렵사리 대답했다.
“······네.”
“그 가면은 왜 쓰고 다니시는 거예요?”
“부적 같은 겁니다. 무사 생환을 위한.”
“잠깐만 맨얼굴을 보여주실 순 없나요?”
“안 됩니다.”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당소소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가문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아뇨. 암기와 독에 능통하다는 것 외로는.”
내 대답에 당소소가 살포시 웃었다.
“저희 가문은 굉장히 폐쇄적인 편이에요. 가문의 비기가 유출될 걸 방지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출가외인이라는 말과 다르게, 저희는 사위도 당씨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해 주었어요.”
“폐쇄적이라는 건 반대로, 가문 사람들끼리는 무척 유대감이 깊겠군요.”
“맞아요. 아까 전투가 펼쳐진 곳이 저희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당가타唐家陀라는 곳이에요. 규모는 웬만한 마을보다 크지만,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죠. 그런데 현재 당씨 가문에서 생존한 사람은 저밖에 없네요.”
“······.”
“천마를 죽이겠다고 하셨죠?”
“······?”
“마교의 교주를 천마라고 부르거든요.”
당소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만약에 말이에요······.”
한동안 입을 우물거리던 당소소가 어렵사리 말문을 이었다.
“만약에······ 천마가 죽고, 이 세상에 마인들이 사라지면······. 저와 성혼을 하지 않으실래요?”
“······!”
그녀의 물음에 나는 눈을 치켜떴다.
‘결혼을 하자고?’
당소소가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첫 만남 때의 그 눈빛.
당당하게 날 따라나서겠다던 말.
거기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업히기까지.
당시 다른 사람들의 반응으로 봤을 때, 무척 파격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혼이라······.’
하지만 직접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건 설렘이라는 감정이었다.
‘내가 당소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나?’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
한동안 곰곰이 생각한 나는 피식 웃었다.
결혼이란 말에 흔들린 건,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그리웠던 거였어.’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만큼.
내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당소소가 쐐기를 박았다.
“저와 고 대협, 둘 다 동병상련의 처지잖아요. 우리가 이루어지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을 거예요.”
“아뇨.”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줄 마음도 없고,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우린 이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녀와 나는 상황도, 사는 곳도 다르다.
아예 정반대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나는 잠시 들렀다 떠날 여행자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계속해서 살아갈 사람이기에.
“죄송합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여지를 줘봤자 서로가 곤란해질 테니까.
< 126화. 단독 미션(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