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118화 (118/205)

< 118화. 새로운 네임드(7) >

주창범은 우유가 너무 싫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창범.

그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어머니마저도 췌장암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찍부터 받게 된 한 통의 전화.

―창범아. 엄마가······ 우유가 너무 먹고 싶은데······. 혹시 사다 주면 안 될까?

학교에 등교 중이었던 주창범은 어머니께 하교 후 병원 가는 길에 우유를 사가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가 뭘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처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점심시간 무렵, 담임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된 소식.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사실 어머니는 우유를 드시고 싶으셨던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내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셨던 건데······.’

그날 이후.

주창범은 우유가 너무 싫어졌다.

[경기 : 하위리그-블러드나이트253의 메인 이벤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유형 : 수성전(개인 PvP)]

[게임명 : 붉은 돌담]

[맵 : 요동성(대)]

[관객 수 : 70,274 명]

외동이었던 데다가 일가친척이 한 명도 없었던 주창범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고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악몽.

고아원 근처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주창범은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잘생긴 외모는, 주창범에겐 양날의 검이었다.

―저 새끼, 애미애비도 없는 고아라던데?

―최이슬은 저런 고아 새끼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니는 거야?

―푸하하, 저 병신 바지에 빵꾸 난 것 봐. 거지새끼.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친구.

주창범에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낯선 고아원 환경에 적응하며 그저.

고독함,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갈 뿐.

[미션 : 요동성에 쳐들어온 적군을 퇴각시키세요.]

[적 총사령관을 처치할 경우 퇴각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요동성의 관청이 적에게 점거될 경우 미션에 실패합니다.]

[현재 생존한 플레이어 수 : 10 명]

그런 주창범의 인생이 바뀐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아원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에 누군가가 다가와 명함을 건넨 것이다.

―저는 루나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개발팀 팀장, 성하온 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형 소속사의 캐스팅.

대학에 간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던 주창범에게.

그 제안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보너스 포인트 조건이 있습니다.]

[적 총사령관을 처치할 경우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많은 숫자의 적군을 처치할수록 보너스가 상승합니다!]

[킬 수 현황 ― 없음]

[적 침공까지 남은 시간 : 00:59:57]

[여러분을 천제天帝께서 내려준 무사들로 소개하세요.]

그렇게 시작된 연습생 생활.

이르면 초등학생, 늦어도 중학생부터 시작한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주창범은 성인이 되어서야 시작했기에, 그들을 따라가려면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 친구, 마스크가 괜찮군. 이번에 남자 아이돌 그룹 기획하고 있지? 거기 합류시켜.

그의 노력을 알아봐 준 걸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걸까.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던 주창범은 금세 데뷔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적 침공까지 남은 시간 : 00:00:10]

[잠시 후 수성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합숙 생활.

고아원에서 나와 고시원을 전전하던 주창범에겐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작은 방이었지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형,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 정말 힘들었겠다. 괜찮아요, 형! 이제부터 우리가 가족이니까!

다른 여섯 명의 멤버들도 모두 자신에게 무척 잘 대해 주었다.

데뷔곡, 데뷔 날짜가 정해지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럴수록 주창범과 멤버들은 더욱 똘똘 뭉치게 되었다.

―창범이 나이가 제일 많지? 네가 오늘부터 ‘스타피스’의 리더다.

그 뒤로.

주창범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 찾아왔다.

―이번 주 1위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스타피스! 축하합니다!

데뷔곡 ‘별자리’를 통해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단숨에 인기 아이돌이 된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의지할 사람 한 명 없는 고아원 생활에, 학교에선 왕따를 당했던 주창범.

애정에 목말라 있던 그에게, 팬들의 사랑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요동성의 성문이 파괴되었습니다.]

[수성전 진행 시간 : 00:20:14]

그 뒤로 주창범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수많은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벌게 되었다.

게다가 각종 예능 출현에, 광고까지.

돈, 많은 팬들의 사랑 등.

기존에 주창범이 갖지 못했던 모든 것을 쟁취한 것이다.

[수성전 진행 시간 : 04:37:29]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단단하게 뭉쳐있던 멤버들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형, 오늘도 스케쥴이 있어요?

―아, 응. 형 이번에 냉장고 광고 들어왔잖아. 그거 오늘 촬영하기로 했거든.

―쳇. 잘생긴 얼굴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스타피스라는 그룹 자체를 좋아해 주는 팬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개인의 인기에 따라 소외되는 멤버들이 생겨났고.

‘이런 상황에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들의 질투는 연습생 생활이 가장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주얼 센터이자 리더가 된 주창범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다시 지옥이 찾아왔다.

―너희들 왜 그래?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

―없어요. 대스타 창범이형이 저희에게 실수할 게 뭐가 있겠어요.

―저희가 오히려 살살 기어야 하는 입장이죠. 그냥 저희 신경 쓰지 말고 형 하고 싶은 대로 하심 돼요.

다른 여섯 명의 멤버들이 주창범을 조금씩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킬 수 현황]

[1위. ‘주창범’ 1,857킬]

[2위. ‘압둘 칼람’ 1,332킬]

[3위. ‘라이시’ 1,202킬]

[4위. ‘카롤’ 1,198킬]

그때부터 주창범은 멤버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도대체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의 엇나감은 정도가 심해져 갔다.

―스타피스 멤버, 창지. 금일 새벽 음주운전으로 적발.

―서울 강남 경찰서. 불법 성매매 혐의로 스타피스 멤버, 정은 입건.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내며 그룹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고꾸라졌고.

그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모든 스케쥴이 취소되고, 주창범의 인기도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멤버들이 SNS에 스타피스의 최근 불화설에 대한 원인으로 주창범을 지목한 것이다.

‘대체 왜?’

하루에 수천, 수만 개의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방송 나와서 고아라고 사연 팔이 하더니 ㅉㅉ. 이래서 애미애비 없는 새끼들은 걸러야 함 ㅋ

―주창범 저 개새끼가 평소에 우리 오빠들 때리기도 했대요. 그래서 창지오빠가 속상한 마음에 술 마셨다가 음주운전 하게 된 거라고 함 ㅠ

―지도 왕따에 학교 폭력 당했다더니, 유명해졌다고 벌써 그 시절 다 잊은 듯. 알고 보니 왕따당했던 것도 지 인성이 쓰레기라 그런 거 아님? ㅋㅋㅋ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심한 말들.

‘엄마······ 보고 싶어······.’

주창범은 그날부터 바깥출입을 멈춘 채, 어둡고 싸늘한 방구석에서 웅크려 지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곧······ 보러 갈게······. 사랑해, 엄마.’

뿌우우우우우우―

뿔피리가 울리고, 엄청난 숫자의 시선이 주창범에게로 꽂혔다.

알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고,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고막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성벽 위에서 요동성의 수비병들이 아무리 화살을 쏘고 돌멩이를 던져도, 성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적들의 숫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성전 진행 시간 : 28:05:59]

수성전 이틀째.

피가 흩뿌려지고, 살육의 광기가 끓어오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성문을 지키고 있는 주창범의 마음은 너무나 평온했다.

‘훨씬 수월하네.’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적들은 주창범에게 꼼짝을 하지 못했다.

성문 중앙에 주창범이.

그리고 주창범의 좌우로 각각 한 명의 플레이어가 적들을 막고 있다.

그렇기에 중앙에 있는 주창범이 가장 많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막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

하지만 주창범의 얼굴에선 힘든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오늘 전투가 무척 중요해지겠는데요.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성문과 성벽에 각각 세 명씩밖에 안 붙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나쁘지 않은 판단을 했다고 봅니다. 철벽이라는 이름답게, 어제 주창범이 너무나 안정적으로 성문을 사수해내지 않았습니까. 그럼 오늘처럼 성문과 성벽에 각각 세 명씩만 투입해 놓고 나머지 네 명으로 총사령관을 공략하는 게 훨씬 낫죠.

―적 병력이 충분히 성문과 성벽에 붙어야 총사령관 공략조가 출발할 수 있는 만큼, 관건은 역시 주창범이 성문을 사수할 수 있느냐가 되겠는데요. 압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성문일 테니까요.

“오늘은 어떻게든 뚫어내야 한다!”

“기병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줘! 어서!”

어제의 경험으로 인해 적들도 한층 지능적으로 전술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일반 보병으로 안 되니, 중장보병이 투입되었다가, 이제는 기병대까지 투입한 것이다.

두두두두두두―

무수한 말발굽 소리가 천지에 요동쳤고.

“으으.”

“주창범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그 소리에 주창범의 좌우에서 함께 성문을 사수하던 플레이어들이 동요했다.

육중한 무게에, 엄청난 속도까지 곁들인 기병대의 돌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초인의 경지에 한 걸음 내디딘 메인 이벤터들이라고 해도 그 돌격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세요.”

주창범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물론 두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었다.

띠링!

[스킬:동빙한설을 활성화합니다.]

[체력 소모가 2배로 빨라지는 대신, 근력과 민첩이 +15% 상승합니다.]

[시전자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새로 얻은 스킬인, 동빙한설을 활성화한 것이다.

쏴아아아아아-

그러자 주창범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돌담으로 이뤄진 성벽, 뻥 뚫린 성문, 주변의 흙바닥 등등 가릴 것 없이 얼어붙었고, 순식간에 빙판이 만들어졌다.

“헉.”

“갑자기 한기가······!”

그 초자연적인 광경에 기병대를 위해 길을 터주던 적 병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창범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은 체력 : 49%]

체력 소모 두 배.

이런 다대일 전투에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엔 동빙한설만 한 스킬이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이럇! 이럇! 어어! 조, 조심!”

“이히히히힝!”

“이히히힝!”

털썩! 털썩! 털썩!

‘역시!’

말들이 빙판에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본 주창범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넘어지는 전마, 떨어지는 기병들, 그리고 길을 터주던 보병들이 한대 뒤엉키며 순식간에 성문 입구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말이 아무리 네 발로 달리는 동물이라고 해도, 빙판길 위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굴러가는 자동차들도 겨울철만 되면 미끄러져서 사고가 나기 일쑤였으니까.

‘우진이형은 얼음 속성 스킬도 없으시면서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시는 거지?’

기병대의 돌격에도 주창범이 쫄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안우진 덕분이었다.

그와 훈련을 하며 얼음 속성 스킬의 응용을 배우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무척 당황하고 있었겠지.

‘우진이형은 정말 대단해.’

―하하, 지금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네요. 아마 경기를 보시는 관객 여러분께서도 피식 웃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번 경기보다 훨씬 안정적인 주창범의 모습에서 뭔가 달라진 게 있을 거라곤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얼음 속성 스킬들 덕분이었군요.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얼음 속성 스킬입니다만, 스페셜한 장점을 가지기도 쉽지 않아, 인기가 별로 없는데요. 그러나 수비가 좋은 주창범에겐 이보다 좋은 속성이 없을듯 싶습니다.

―팀 투지가 플레이어 육성에 한해선 정말 대단한 경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플레이어를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만들어 놨네요.

“뭣들 하는 게냐! 어서 일어나지 않고!”

“하, 하지만 돌격할 수가······!”

“말이 없으면 그냥 코 박고 죽겠다는 것이냐! 모두 돌격하라! 오늘은 어떻게든 성문을 뚫어야 한다!”

적 선봉대 대장이 검을 뽑아 들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돌격해 왔다.

[남은 체력 : 37%]

그렇게 다시 시작된 2차전.

‘동빙한설이 좋긴 한데 확실히 체력적인 면에선 타격이 크네.’

체력 소모율이 두 배로 상승하다 보니, 주창범의 체력이 빠르게 깎여나갔다.

챙! 채챙! 챙! 챙! 챙!

거기다 기병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말에서 내려 싸운다고 하지만, 기병은 기병이었다.

평소엔 둔농을 하는 일반 보병들과 달리, 그들은 밥 먹고 훈련만 하는 병종.

일반 보병들보다 훨씬 예리한 공격들이 주창범에게 쏟아졌다.

‘슬슬 빙하 갑옷을 써야겠어.’

[<스킬:빙하 갑옷>을 활성화 합니다.]

주창범은 지금까지 아껴뒀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빙하 갑옷의 효과는 공격을 막을 때마다 한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

그리고.

[<빙하 갑옷> 능력으로 체력이 0.3% 회복됩니다.]

[<빙하 갑옷> 능력으로 체력이 0.2% 회복······.]

기존에 가지고 있던 타격 회복의 상위 호환 스킬이라 막을 때마다 체력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타격 회복과 다르게 유지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마력 스텟 1 포인트당 10초씩, 총 930초를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앞으로 900초’

챙! 채챙! 챙! 챙! 챙!

보병들보다 스텟이 더 높은 기병들의 공격.

덕분에 바닥을 찍던 주창범의 체력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젠장! 저 개자식은 지치지도 않나! 모두 더 힘을 내! 죽이지 못한다면 밀어내기라도 하라고!”

“장군! 성벽 위가 거의 점령되었습니다! 차라리 성벽을 공략하심이!”

적 장군과 부관이 외치는 소리에 주창범이 힐끗 성벽 위를 살피자, 엄청난 숫자의 적색 갑주를 입은 병사들이 보였다.

요동성 수비병들이 입는 갑주는 검은색.

한마디로 성벽 위가 적들에게 거의 점령되었다는 뜻이었다.

[현재 생존한 플레이어 수 : 10 명]

‘아직까지 죽은 사람은 없어.’

그렇다는 건, 세 명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적들이 성벽을 타고 있다는 것.

“두 분은 성벽을 지원해 주세요! 제가 혼자서 막겠습니다!”

마침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됐겠다, 등 뒤로 요동성의 수비병들이 지원을 해주고 있기도 하기에, 주창범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한동안은 혼자서 버틸 수 있어요! 근데 성벽 위를 뺏기면 요동성이 점령당하는 건 시간문제에요! 빨리!”

다급한 주창범의 외침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성벽 위로 올라갔다.

“으아아아악!”

“으윽!”

성벽 위를 수비하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세 명에서 다섯 명으로 늘자, 성벽 위에 걸어 다니는 적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주창범이 받게 되는 압력이 훨씬 심해졌지만.

‘이 정도는 충분하지.’

스킬들 덕분에 버틸 만 했다.

―와······. 지금 혼자서 몇만 명을 막아내고 있는 거죠?

―하하······. 보다 못한 적 부대의 천부장들이 주창범을 뚫기 위해 나섰지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숫자로는 안 되니까 소수 정예로 나선 모양인데, 역시 뚫지를 못하네요. 주창범이 원래 저렇게 강했던가요?

―그동안에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늘은 차원이 다르네요. 마치 한 명의 네임드를 보는 느낌입니다. 주창범도 지구 출신 아니었던가요? 정말 대단하네요.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몰려드는 적군들.

아마 룬이라는 플레이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막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전부 불살라버렸을 것이다.

만약 안우진이었다면?

‘혼자서 적군을 다 죽이고도 모잘라, 총사령관까지 처치하고 오셨겠지.’

그 두 사람은 자신과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주창범은 이전처럼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단단히 세우고.

적들의 공세를 막아낼 뿐.

‘어떻게든 우진이형을 따라가고 말 거야.’

목표는 이전과 똑같았다.

어떻게든 강해져, 안우진의 곁에 서는 것.

달라진 게 있다면.

띠링!

[적 총사령관 ‘주우량’ 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적장이 죽었다!”

“적 대장기가 꺾였다!”

“와아아아아아!”

‘플레이어 룬과 달리, 나만의 방식으로 가겠어.’

호쾌하게 적들 사이를 돌파하고,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머리가 하늘을 날고.

주창범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강점은 그게 아니다.

‘절대 뚫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적 총사령관이 죽었음에도 적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이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성문을 뚫고 들어오려고 발버둥 쳤다.

그럴 때마다 주창범의 주위로 매서운 겨울 삭풍이 몰아치고, 싸늘한 혹한의 추위가 찾아왔다.

―아아! 결국 성문도, 성벽도 뚫지 못한 적군들이 물러납니다!

―총사령관을 처치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다시 성문과 성벽에 다섯 명씩 붙게 되는데요! 고작 한 명이 지키고 있는 것도 뚫지 못했으니, 이제 요동성이 함락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총사령관을 처치한 네 명의 플레이어들도 무척 대단했지만, 제 개인적으론 혼자서 성문을 사수한 주창범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네임드들이나 가능한 일을 해냈어요!

―섣불리 얘기할 순 없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조심스럽게 꺼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지구에 세 번째 네임드가 등장했다고!

[‘퍼포먼스 오브 더 블러드’ 보너스로 7,000 P를 지급받았습니다. (팀 ‘투지’ 수수료 3,000 P 차감)]

[‘파이트 오브 더 블러드’ 보너스로 7,000 P를 지급받았습니다. (팀 ‘투지’ 수수료 3,000 P 차감)]

< 118화. 새로운 네임드(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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