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114화 (114/205)

< 114화. 새로운 네임드(3) >

*2연참 입니다!

띠링!

[<스킬:타격 회복>을 사용합니다.]

[액티브]

[공격을 막으면 체력이 회복됩니다.]

[공격의 강도가 강할수록 회복률이 상승합니다.]

[회복률은 최대 1%까지 가능합니다.]

[유지 시간 : 600 초]

챙! 챙! 채채챙!

‘더 빨리!’

남은 플레이어의 숫자는 네 명.

주창범은 갑판 위를 빠르게 돌아다니며 남은 녀석들에게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곳은 배 위.

등 뒤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어차피 적들은 손발도 맞지 않고, 이동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으니 조금만 있으면 충분히 다 죽일 자신이 있었다.

[<타격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0.1% 회복됩니다.]

[<타격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0.1% 회복······.]

챙! 챙! 후욱!

두 명의 검객이 검을 휘두르고, 그 반대편에선 창술사가 창을 찌르며 들어온다.

하지만 주창범은 그 공격들을 방패와 검을 이용해 손쉽게 막아냈다.

‘우진이형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야.’

주창범은 안우진이라는 괴물과 밥 먹듯이 대련을 한 몸.

공격력도 어마어마한 데다가, 안우진은 창, 검, 활, 단검, 사슬낫, 채찍 등등 못 다루는 무기가 없었다.

공격 방식도 창의적이고, 범위도 훨씬 넓어, 분명 막았다고 생각한 공격에도, 뒤 돌아보면 베여 있는 경우가 허다했달까.

그에 비하면 이들의 공격은 과장 좀 보태면, 웃으면서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와 오늘따라 주창범이 되게 거치네 ㅋㅋㅋㅋㅋㅋㅋ

└화끈한 공격! 가즈아아아!

└오늘 작정했는데? 숨겨둔 야성을 오늘 뿜어대는 듯한 모습임.

└저게 더 낫다는 애들은 도대체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임? 애가 전보다 훨씬 퇴보했자나 ㅡㅡ

└평소에 갖고 있던 안정감은 어디로 간 거지? ‘철벽’이란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데?

└ㅇㅇ 더 터프해지긴 했는데, 평소에 갖고 있던 장점이 묻힌 느낌임.

└오늘 모습은 실망이 크네.. 팀 투지가 육성 방법을 바꿨나? 갑자기 애가 맛이 간 거 같음;;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04:22]

챙! 챙! 챙! 챙!

“씨발······!”

한동안 주창범과 정신없이 싸우던 플레이어들이 이내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남은 세 명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딜!’

주창범은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

―확실하게 죽일 수 있거나, 뒷날 다시 만났을 때 위험하다 싶은 녀석들이 아니면 무리해서 뒤쫓지 마세요.

그 순간, 안우진이 평소 귀에 박힐 정도로 했던 얘기가 떠올랐지만.

서걱! 서걱!

“끄아악!”

주창범은 녀석들을 뒤쫓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서걱!

“끅!”

바닥을 구르는 주창범의 왼팔과 방패.

마지막 남은 검객을 뒤쫓고 있는데, 녀석이 순간적으로 뒤를 돌며 검을 휘두른 것이다.

워낙 정신없이 뒤쫓고 있었던 주창범은 그 공격에 미처 반응할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

“후후, 멍청하긴!”

쉬익! 쉬이이익!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검객이 도망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왔다.

한쪽 팔과 방패를 잃은 주창범은 녀석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해야 했다.

‘내가······ 고작 이런 녀석에게······.’

잘려 나간 팔에서 느껴지는 아픔?

그런 통증 쯤이야 주창범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통에 무척 익숙했으니까.

다만 주창범이 충격받은 것은.

‘이런 녀석에게······ 공격을 허용했다고?’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플레이어에게 팔이 잘렸다는 것 때문이었다.

“죽어!”

그때, 녀석의 검이 주창범의 가슴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녀석의 검 끝은 흔들림 없이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대론 죽을 수도 있어!’

그 광경을 본 주창범이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며 상대에게 검을 휘둘렀다.

푹! 서걱!

뒤이어 들려오는 피륙음.

띠링!

[플레이어 ‘모데스테’ 를 처치했습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주창범은 검을 바닥에 꽂은 채 남은 한 팔로 복부를 꾸욱 눌렀다.

상대의 검이 복부를 관통하긴 했지만, 다행히 위험한 부위는 아니었다.

문제는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러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

주창범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젠장. 젠장!’

입술에서 흘러나온 피가 턱을 타고 뚝, 뚝 떨어졌다.

다행히 주창범이 있는 배 위로 올라오는 플레이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아. 하아.’

그렇게 한동안 복부를 감싸 쥔 채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저 멀리, 수평선 끝에서 태양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띠링!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00:00]

때마침 울리는 경기 종료 콜.

12시간이란 짧으면서도 길었던 경기가 막을 내렸다.

순간 몸에 힘이 쭈욱 빠졌다.

‘역시······ 난 그 녀석처럼은 안 되는구나.’

띠링!

[경기 종료 시점까지 생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주창범’ 승리!]

[기본급 x 1 의 승리 수당이 지급됩니다.]

[킬 수에 따른 보너스를 책정합니다.]

[1위. ‘케일’ 148킬]

[2위. ‘주창범’ 146킬]

[3위. ‘고건무’ 123킬]

[4위. ‘도로시’ 101킬]

[5위. ‘이든 호크’ 98킬]

그렇게 미친 듯이 날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46명 밖에 죽이지 못했다.

킬 수 1위 등극에 실패한 것이다.

‘녀석이었다면 분명 압도적인 1위를 찍었겠지.’

주창범은 저번 경기에서 만났던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푸른 불꽃이 온몸에 이글거리고.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플레이어가 잿더미로 변한다.

그 압도적인 위용은, 주창범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킬 수 ― 146 킬]

[높은 킬 수를 기록하셨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2위에 해당하는 146 킬을 달성하셨기 때문에 기본급 x 1의 보너스를 지급받게 됩니다.]

‘내가 우진이형의 뒤를 잇고 싶었는데.’

플레이어 ‘룬’.

주창범이 그렇게 소망했던······ 지구의 두 번째 네임드라는 칭호를 가져간 자.

‘난 우진이형처럼 될 수 없는 걸까.’

무거운 패배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하위리그-블러드나이트249 의 메인 이벤트 경기를 종료합니다.]

[파이트 머니로 14,700 P 를 지급받았습니다. (팀 ‘투지’ 수수료 6,300 P 차감)]

[기본급 +7,000 P / 승리 수당 +7,000 P / 추가 보너스 +7,000 P / 수수료 -6,300 P]

[다음 경기부터는 기본급을 8,000 P 로 책정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면 갈수록 안우진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

그런 와중에 뒤이어 등장한 누군가의 추월은 주창범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온몸에 쩔어 있는 피비린내.

잘려 나간 왼팔과,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는 복부.

지금껏 경험해왔던 경기 중에서, 오늘이 가장 만신창이였다.

경기 내용도 정말 형편없었고.

‘하아. 돌아가면 술부터 한잔 해야겠어.’

온몸이 잘게 떨렸다.

긴장이 풀리자 그 찝찝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술 생각이 너무 간절했다.

[모든 상태를 100%로 회복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팜으로 돌아온 주창범은 눈앞의 인물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익숙한 인물이 혼자서 주창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진이형?”

칠흑 같은 검은 로브에, 악귀 형상이 그려진 가면.

자신과 같은 지구 출신으로, 최초로 상위 리그까지 올라간 플레이어.

지금도 상위 리그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으며, 지구 출신으론 최초로 고위 리그 입성을 앞두고 있는 대단한 강자.

한 번도 살육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주창범이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

안우진이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안우진이 건네는 말에 순간 주창범이 울컥했다.

왜 눈물이 나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고생 많았다는 저 말이, 심장에 콱! 하고 박혔을 뿐.

하지만 주창범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냈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안우진에게 말했다.

“고, 고생은요, 형. 잘 다녀왔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요?”

경기가 끝날 때마다 팀의 주인인 아세리안, 트레이너 엔젤인 피넛엘부터 시작해서 루치아노와 제이스, 모용악까지 주창범을 기다려주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우진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창범의 물음에, 안우진이 턱 끝으로 식당을 가리켰다.

“오늘 마지막 경기가 주창범씨였더군요. 그래서 제가 모두들 식당에서 편하게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앗, 형이 대신 기다려주신 거군요, 헤헤. 전 그게 더 좋아요.”

주창범이 헤실헤실 웃었다.

안우진은 주창범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빠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정말 대단해.’

대한민국.

검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사람이 태반에, 밤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해서 목숨이 위험하지도 않다.

휴전 중인 분단국가에 살고 있었음에도, 전쟁을 직접 겪어 본 적도 없었고.

애초에 살생이란 걸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상황.

그렇기에 초월 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해······.’

지구인은 모두 약해 빠졌다.

그런 편견을 정면으로 부숴버린 플레이어가 눈앞의 안우진이었다.

거기다 혼자서 성계 대항전을 우승으로 이끌기까지.

덕분에 주창범은 자신도 지금처럼 꾸준히 해나간다면 언젠가 초월 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난 안 돼.’

주창범 뿐만이 아닐 것이다.

루치아노도, 제이스도, 모용악도.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이 안우진이었다.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리더랄까.

그래서 주창범은 안우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그런 주창범의 모습을 본 안우진이 피식 웃었다.

“이만 가죠. 술 한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창범은 서둘러 안우진의 곁에 서서 보조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안우진은 일부러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한 몸짓.

‘내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

그런 모습에 주창범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때마침 안우진이 입을 열었다.

“지낼 만 합니까? 힘든 건 없구요?”

“아, 네. 다른 형들이랑도 다 친하게 지내고 있고, 경기 성적도 잘 나오고 있어서 그런가 너무 좋아요.”

“다행이군요.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세요. 전처럼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넵!”

주창범이 애써 힘차게 대답했다.

팜이 작다 보니, 느긋하게 걸었는데도 어느새 식당 앞에 도착해 있었다.

“오, 창범이 왔다!”

“고생 많았어요, 창범씨!”

“얼른 들어와! 같이 한잔 해야지!”

주창범을 본 동료들이 주창범을 환대해 주었다.

그 모습에 활짝 웃은 주창범이 한걸음에 식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아, 내일부터 주창범씨의 일정이 좀 바뀔 겁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안우진의 목소리.

순간 걸음을 멈춘 주창범이 고개를 돌려 안우진을 바라보았다.

“제 일정이요?”

“예. 앞으로 한동안 제가 직접 주창범씨를 관리할 거거든요.”

“관리······라고 하시면······?”

말끝을 흐리는 주창범의 물음에 안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그냥 스케쥴을 당분간 제가 맡겠다는 뜻이죠. 음······ 쉽게 얘기해서 제가 곁에 붙어서 전담으로 케어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군요.”

“아! 그건 좋아요! 그런데 갑자기 저를 왜······?”

“내심 주창범씨가 저를 이어 팀 투지의 두 번째 상위 플레이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평소 신입 플레이어들이나 다른 분들에게 대하는 태도, 그리고 훈련에 임하는 주창범씨의 마음가짐. 그런 게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앗, 정말요? 정말 감사해요, 형!”

주창범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존경하는 안우진이 전담으로 관리해 준다면, 분명 지금보다 한 층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럼 내일부터 빡세게 달려 봅시다.”

안우진의 말에 주창범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우진.

그 눈빛에 주창범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는 것 같았으니까.

< 114화. 새로운 네임드(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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