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고결한 수정(6) >
[<소모품:고결한 수정>]
[신성력, 마기, 마력 등 다양한 기운들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수정.]
[섭취 시 보유하고 있는 스킬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강화할 수 있습니다.]
[등급 : 준신화]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달의 말이 맞았어.’
보유하고 있는 스킬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 문구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기쁨을 감출 수 없을 정도.
‘잠깐만.’
분명 플래티넘 급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런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띠링!
[<소모품:고결한 수정>을 섭취했습니다.]
[강화를 희망하는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1. <스킬:침묵의 망토>]
[2. <스킬:뇌신>]
[3. <스킬:천둥의 숨결>]
[4. <스킬:마력 상쇄>]
[5. <스킬:그림자 표식>(선택 불가)]
고결한 수정을 먹자 나타나는 상태창.
하지만 나는 그림자 표식 옆에 떠 있는 선택 불가를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표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면 대박이었는데.’
아무래도 온달의 말처럼 플래티넘 급까지만 올릴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고작 이런 걸로 다이아몬드 급 스킬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다이아몬드 급 스킬은 고위 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등급.
고결한 수정으로 다이아몬드 급까지 올릴 수 있다면, 애초에 고결한 수정의 씨가 말랐을 것이다.
고위, 초월 플레이어들이 싹쓸이하고 다녔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변한 건 없었다.
팩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한 가지가 플래티넘 급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것.
‘뭘 고르지?’
다른 스킬들에 비해, 지금까지 별로 쓸모가 없던 침묵의 망토?
적어도 플래티넘 급 스킬로 업그레이드 된다면, 침묵의 망토도 제법 쓸만해질 가능성이 컸다.
괜히 플래티넘 급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침묵의 망토는 패스.’
더 좋은 스킬로 업그레이드 된다는 건 분명하지만, 결국 그 스킬도 나와 맞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눈이 보이지 않고, 스텟도 낮던 1회차 시절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은신 스킬은 시너지가 좋지 않았다.
더 이상 은신한 채 숨어 있다가 치고 빠지는 식의 스타일을 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찢는 데 특화 되어 있달까.
그런 리스크 때문에 나는 침묵의 망토를 제외시켰다.
다른 스킬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테니까.
‘마력 상쇄도 제외.’
그런 의미에서 마력 상쇄도 리스트에서 지웠다.
카운터 능력인 마력 관통도 있고, 무엇보다 50프로의 마력 상쇄율만으로도 충분히 쓸만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상쇄율이 100%까지 올라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큰 효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뇌신도 빼고.’
벽력섬전의 뇌전 효과와 중첩이 되어 이미 충분한 데미지를 뽑아내는 상황.
마찬가지로 큰 효용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뇌신까지 제외하자 한 가지 스킬밖에 남지 않았다.
띠링!
[<스킬:천둥의 숨결>을 강화하시겠습니까?]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Yes(선택) / No]
마음을 정한 나는 망설임 없이 Yes 버튼을 눌렀다.
띠링!
[<스킬:천둥의 숨결>이 <스킬:뇌신의 포효>로 강화되었습니다.]
[<스킬:뇌신의 포효>]
[액티브]
[사용하면 체력 소모를 2배로 늘리는 대신 근력과 민첩 스텟을 20% 상승시킵니다.]
[<뇌신의 포효> 스킬이 유지되는 동안 <벽력> 능력을 각성합니다.]
[2차 스킬인 <뇌신 강림>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스킬 유지 시간 : 없음]
[<벽력>]
[공격 시 0.5%의 확률로 벽력이 치며 근력이 +50% 상승합니다.]
[이동 시 0.5%의 확률로 벽력이 치며 민첩이 +50% 상승합니다.]
상태창을 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체력 소모율은 2배 그대로.
대신에 근력과 민첩은 15프로에서 20프로로 5프로 상승했고.
그리고 벽력의 확률이 0.1프로에서 0.5프로로 5배나 증가해 있었다.
나쁘지 않은 스펙업.
‘아쉬워.’
하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림자 표식만 봐도 개사기 스킬이라는 게 팍팍 느껴졌는데, 뇌신의 포효는 그런 수준까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스텟 상승폭의 소폭 상승.
그리고 벽력의 발동 확률 증가.
이것 말고는 늘어난 게 없었다.
물론 스텟의 5프로 상승만으로도 대단한 거긴 했지만.
‘뇌신 강림? 이건 뭐지?’
띠링!
[<뇌신 강림>]
[액티브]
[<스킬:뇌신의 포효>가 활성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2차 스킬.]
[사용하면 체력 소모를 10배로 늘리는 대신 근력과 민첩 스텟을 40% 상승시킵니다.]
[<스킬:뇌신의 포효>와 중첩이 아닌, 각성 개념입니다.]
[<벽력>의 발동 확률이 1%로 상승합니다.]
[마력에 강한 뇌전의 기운이 깃듭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8 시간]
[스킬 유지 시간 : 없음]
“······!”
뇌신 강림의 설명을 본 나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친······!’
근력과 민첩이 40프로 상승?
벽력 발동 확률이 1프로로 올라간다고?
‘개사기잖아······?’
진짜 미친 스펙이었다.
그림자 표식과는 다른 의미에서 개사기 스킬이었달까.
물론 체력 소모가 열 배나 상승한다는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스킬이었다.
[제한 시간 : 02:37:11]
[현재 생존한 플레이어 수 : 15 명]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정신을 차린 나는 서둘러 파티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서 뇌신 강림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헉, 헉. 마사노부님, 잠시 교대를······.”
“헉, 알겠소. 헉, 헉.”
스킬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그 잠깐 사이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수무아붐과 율리안, 마사노부가 많이 지쳐 있었고.
“녀석이 빠져나왔습니다!”
“양초풍님이 따라붙으시고, 하레크누드님이 11시 방향을 자르면서 대쉬를!”
“알겠소!”
“젠장, 놓쳐서 미안합니다!”
【새빨간 보석의 눈물!】
【분영지폭紛影支爆!】
파티원들도 바놉을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피니쉬 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나는 곧장 경계망을 빠져나가는 바놉에게 달려들어 창을 휘둘렀다.
물론 뇌신 강림을 활성화 시킨 건 아니었다.
한 번 끄면 8시간 뒤에나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남은 체력 : 41%]
체력 소모가 10배나 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키는 건 좋지 않았다.
챙! 콰지지직!
“큭! 이, 이런 개 같은······!”
뇌신 강림을 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놉이 크게 당황했다.
‘제법 아플 거야.’
왜냐하면.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상위리그]
[근력 : 216(+5)(+97)] [민첩 : 216(+5)(+97)] [체력 : 190(+5)(+73)]
[정신 : 168(+5)(+64)] [지력 : 66(+26)] [마력 : 149(+5)(+57)]
뇌신의 포효로 업그레이드 되며, 천둥의 숨결보다 근력과 민첩이 5프로씩 더 상승했으니까.
이제는 바놉의 스텟과 크게 차이도 안 나는 데다가, 녀석은 한쪽 날개가 꿰뚫려 날지도 못하는 상황.
서서히 조여 오는 포위망에 갇힌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하급 악마들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 밖에 없지.’
하지만 그런 바놉의 기대는 이어지는 온달의 외침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스카님, 양초풍님은 입구 지원을!”
“알겠소!”
내가 합류함으로써 추가된 전력만큼, 남은 전력을 입구에 분산시킨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상대하겠소!”
“헉, 헉.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소.”
당장이라도 뚫릴 듯 위태위태했던 입구가, 양초풍과 오스카의 합류로 인해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크윽, 젠장!”
내게 속절없이 밀리던 바놉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걸로 녀석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지워진 거나 마찬가지.
[제한 시간 : 02:36:22]
[현재 생존한 플레이어 수 : 14 명]
“드디어!”
내가 정면에서 바놉을 밀어붙이고, 하레크누드가 곁에서 지원하길 한참.
결국 녀석을 지하 공동의 외곽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물론 지하 공동의 외벽이 곡선으로 되어 있어 완벽한 구석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녀석이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사이드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뜻인데.
‘어딜!’
챙! 콰지직!
“끄윽!”
녀석이 순순히 빠져나가도록 내가 가만 놔둘 리 없었으니까.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팍! 파팍! 팍! 팍! 팍!
거기다 강기가 실린 온달의 화살도 바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있는 상황.
‘슬슬 마무리 지을 수 있겠어.’
“끄아아아아아!”
어떻게든 구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광하는 바놉을 차분하게 막아내며 기회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들이치는 격류의 메아리!】
콰과과과과과광!
‘빈틈!’
플로이드의 마법이 직격하는 사이 드러난 허점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잘 가라.’
“아, 안돼!”
서걱!
내 창이 번뜩임과 동시에 바놉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띠링!
[플레이어 ‘바놉’ 을 처치했습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체력 스텟을 흡수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됐어.’
이걸로 위기라고 생각했던, 지하 공동의 전투가 끝났다.
다른 파티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렌님. 덕분에 전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온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온달이 준 정보 덕분에 천둥의 숨결이 플래티넘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된 상황.
그렇기에 오히려 내가 그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물론 다른 파티원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구체적인 언급은 피해야 했지만, 온달이라면 충분히 내 말뜻을 알아들을 것이다.
“그래도요. 처음에 중급 악마를 혼자서 상대해주시겠다고 외치지 않으셨으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을 겁니다. 그랬으면 입구를 막을 기회조차 놓쳤겠죠.”
온달의 말에 하레크누드와 에디든, 플로이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중급 악마가 하나 더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온달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을 것이다.
나도 굉장히 당황했었으니까.
그나마 내가 중급 악마 하나를 혼자서 맡겠다고 했기에 작전이란 걸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명의 중급 악마를 상대로 작전을 짜기엔 전력의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20분이 지났군요.”
“······.”
내 말에 미소 짓고 있던 파티원들의 표정이 싸악 굳었다.
오디세우스의 예상과 달리, 제한 시간이 멈추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남은 제한 시간은 2시간 36분.
59분 남았을 때 루에타 요새로 돌입했으니, 어느새 23분이나 지난 상황.
지하 공동으로 들어온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20분이 흘러 있었다.
그런데도 미션 완료 콜이 뜨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오디세우스 파티가 타깃 제거에 실패한 모양입니다.”
온달의 말에 모두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생존 플레이어의 숫자도 어느덧 14명으로 줄어들어 있었고.
우리 파티에선 사망자가 없었으니, 오디세우스 파티에서만 4명이나 죽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가 타깃까지······ 제거하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군요.”
오디세우스 파티가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남은 네 명으로 타락 천사를 죽이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중급 악마들보다 5급 역천사의 스텟이 훨씬 높을 테니까.
‘이미 도주했군.’
오디세우스에게 남겨 둔 그림자 표식.
덕분에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녀석의 현재 위치는······.
‘이미 쉘터 쪽으로 가고 있네.’
혼자서 도주한 건지, 아니면 남은 파티원들을 모두 데리고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디세우스는 쉘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쯧.’
남아 있는 우리 파티에 대한 의리 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곳은 콜로세움.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챙겨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오디세우스를 욕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은혜를 갚겠다며 고결한 수정의 정보를 쥐여 준 온달이 특별한 경우랄까.
뭐 어쨌든.
“이번에도 제가 선두에 서서 하급 악마들을 뚫고 나가겠습니다.”
마침 뇌신 강림을 사용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던 상황.
체력 소모율이 너무 높아 바놉을 상대로는 쓰지 못했지만.
‘하급 악마들이라면 다르지.’
가면 덕분에 죽일 때마다 체력이 회복될 테니까.
[<피의 강화> 유지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피의 강화> 로 상승한 스텟이 초기화됩니다.]
마침 피의 강화 특전도 꺼진 상황.
녀석들을 죽이며 특전도 다시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계속해서 렌님께 신세만 지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만.”
온달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도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부담 갖지 마시죠.”
“휴우.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렌님.”
“잘 부탁드립니다.”
플로이드, 하레크누드 등 다른 파티원들도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후.’
나는 곧장 창을 치켜세운 채 오스카와 양초풍이 막고 있는 입구 쪽으로 향했다.
내 뒤로 다른 파티원들이 기민하게 따라붙었고.
‘시작해 볼까.’
[제한 시간 : 02:34:58]
[현재 생존한 플레이어 수 : 14 명]
그렇게 해서 나를 선두로 해서 타락 천사를 죽이기 위한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되었다.
‘뇌신 강림.’
띠링!
[<스킬:뇌신의 포효>가 <스킬:뇌신 강림>으로 각성합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 순간.
“······!”
“······!”
“······!”
어마어마한 뇌전이 사방을 집어삼켰다.
< 109화. 고결한 수정(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