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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05화 (105/205)

< 105화. 고결한 수정(2) >

서걱!

몬스터들을 죽이며 길을 뚫기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카아아아아악!”

하늘 위에서 생성된 얼음 화살비가 주변 일대를 휩쓸었고, 마법에 직격당한 몬스터들이 꿈틀거리며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녹색빛이 흘러오는 여덟 명의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띠링!

[상대방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이름 : 오디세우스]

[성향 : 모험]

[근력 : 183(+?)] [민첩 : 189(+?)] [체력 : 169(+?)]

[정신 : 99(+?)] [지력 : 32] [마력 : 149(+?)]

[각성 능력 : <용맹의 검> <특급마나운용> <최상급박투술> <상급치료술>]

[업적 특전 : 대서사시의 주인공]

‘이 자가 오디세우스였군.’

“모두 정지!”

여덟 명의 플레이어는 나와 30미터 정도를 앞두고 멈추더니, 선두에 있던 오디세우스가 앞으로 나섰다.

“온달님.”

“오디세우스님.”

그러자 내 뒤에 있던 온달도 그에게 다가가더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일면식이 있는 모양이군.’

“휴우. 면목이 없군요. 저희 파티 때문에 긴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션의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하더군요. 너무 마음 쓰지 마시죠.”

고개를 숙이는 오디세우스에게 온달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우리 파티원들을 쓸어보며 입을 열었다.

“쉘터를 마련해 뒀습니다. 일단 그곳으로 가서 마저 얘기 나누시죠.”

오디세우스가 만들어 둔 쉘터는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메디펠 화산이었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곳 사이사이에 안전한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동굴을 쉘터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바로 옆쪽으로 용암이 흘러 내렸기에 어마어마한 열기가 파고들었지만, 그래도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서 쉴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쉘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휴. 드디어 쉴 수 있겠네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파티원들이 동굴 안쪽에서 편안하게 등을 기대앉으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땀범벅이 된 상태로 500킬로미터의 거리를 빠르게 주파하느라, 모두들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였다.

‘나쁘지 않네.’

나도 처음으로 긴장을 내려놓은 채 파티원들 곁에 앉았다.

육체적으로는 멀쩡했지만,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하다 보니, 정신적 피로감이 상당했던 것이다.

그런 우리를 보며 오디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저희가 지금까지 모아 놓은 정보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타깃의 위치는 루에타 요새입니다. 직경 1킬로미터짜리 소형 요새인데, 내부엔 중급 악마 하나와 삼십에서 오십 정도로 추정되는 하급 악마가 지키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검자루로 바닥에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거대한 성벽이 둘러싸고 있고, 마법 처리가 되어 성벽을 부수는 건 불가능합니다. 입구는 여기 하나뿐인데, 타깃은 여기, 요새의 끄트머리에 있는 회복의 샘에 있는 곳으로 파악됩니다.”

오디세우스의 설명을 들은 온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급 악마 하나에 하급 악마가 삼십에서 오십 정도라······. 쉽지 않겠군요.”

“네. 하급 악마만 해도 문제인데, 중요한 건 중급 악마입니다. 5급 역천사인 타깃보다는 약하겠지만, 어쨌든 높은 스텟을 가지고 있을 건 분명하니까요.

오디세우스의 말에 파티원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쉽지 않겠는데.’

여기에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열여덟.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하급 악마가 오십이나 된다고 해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었다.

이쪽은 상위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중급 악마였다.

‘중급 악마한테 최소한 다섯은 달라붙어야 해.’

다섯 명이 중급 악마에게 붙고, 나머지 열세 명 만으로 오십이라는 하급 악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이야 하겠지만, 이쪽에서도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근데 중급 악마가 끝이 아니란 말이지.’

미션은 루에타 요새에 있는 악마들을 처치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도주한 타락 천사를 죽이는 것.

오디세우스가 말한 것으로 추정하건데, 타깃도 5급 역천사일 것이다.

한마디로 중급 악마 둘 이상을 잡아야 한다는 뜻.

“······.”

오디세우스의 설명에 동굴이 침묵에 휩싸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의 상황.

무엇보다, 미션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제한 시간 : 08:32:57]

우리에겐 제한 시간도 걸려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때, 오디세우스 파티에 소속되어 있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하부 아스미님.”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몰이해서 데려가는 건 어떻습니까?”

‘몹 몰이를 하자고?’

진짜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순간 하부 아스미라는 이름을 가진 플레이어의 의견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온달이나 오디세우스의 표정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별로입니까?”

“음······ 아무래도 우리의 목적이 루에타 요새의 함락이 아닌, 타깃 제거 후 탈출이니까요. 괜히 몹 몰이를 잘못했다간 타깃을 제거한다고 치더라도, 몬스터들에게 길이 막혀 탈출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전멸이겠죠.”

“아,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하부 아스미가 머쓱하다는 듯 입을 닫자, 쉘터에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좋은 방법이 있나? 하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김이 샜다는 표정이었다.

침묵 속에서 오디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타깃을 제거하는 거지, 루에타 요새에 있는 악마들을 처치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마침 루에타 요새의 악마들은 신경 써야 할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바로 마성석이죠. 마침 미션에서도 마성석이 있다고 하니까, 이걸 이용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마성석이요?”

“예. 저 요새를 유지하는 근간이 지하의 거대한 공동에 있는 마성석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두 파티로 나뉘어 한 파티가 먼저 진입해 중급 악마를 상대하고, 다른 한 파티가 마성석을 부수러 가는 척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요?”

“다른 한 파티가 마성석을 부수러 가면 아마 모든 어글이 끌릴 겁니다. 잘하면 첫 번째 파티가 상대하는 중급 악마마저도. 그럼 모든 악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첫 번째 파티가 타깃을 제거하는 겁니다.”

“하지만 중급 악마의 어그로가 안 끌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온달의 물음에 오디세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중급 악마를 처치하고 타깃을 제거하러 가는 수밖에요. 중급 악마가 어떻게 움직이든 결과는 비슷할 겁니다. 만약 중급 악마가 마성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 타깃을 제거하는 속도가 빨라질 테니까 지하 1층으로 내려간 파티가 버텨야 할 시간도 짧아지죠. 반대로 중급 악마가 그냥 남아 있으면 마성석을 부수러 간 파티가 받을 압력도 줄어들 겁니다. 대신 더 오래 버텨야겠지만.”

“······.”

“그리고 어글이 안 끌려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마성석을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어차피 마성석을 부수는 순간 회복의 샘도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거고, 그러면 제한 시간도 사라질 겁니다.”

“제한 시간이 사라진단 말씀이십니까?”

“애초에 저 제한 시간이라는 게 타깃이 날개를 회복하면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설정되어 있는 걸 테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유격전을 펼치며 야금야금 적 전력을 깎아가면 됩니다.”

오디세우스의 말에 쉘터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피해는 당연히 따라올 테지만.

‘젠장.’

하지만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럼 어느 파티가 마성석을 부수러 가느냐가 관건이겠군요. 그리고 십중팔구 그 역할을 우리 파티가 맡게 되겠고요.”

오디세우스 파티엔 여덟 명 밖에 없었다.

아마 미션 진행 중에 두 명이 전사한 거겠지.

“그래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결국 이 작전의 핵심은 마성석을 부수러 간 파티가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니까요. 물론 저희 파티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전멸하겠죠. 중급 악마만 해도 다섯 명 정도는 붙어야 할 테니.”

온달의 말에 오디세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 그렇다고 파티를 뒤섞을 수도 없고요. 일분일초가 소중할 테니, 조금이나마 호흡을 맞춰본 사이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 파티가 마성석을 부수러 내려가는 역할을 맡게 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저희가 맡도록 하죠.”

그런데 온달의 반응이 무척 의외였다.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에 파티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이걸 아무 조건 없이 수락한다고?’

“정말이십니까?”

“예. 어차피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저희 파티가 마성석 쪽으로 이동해,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반면에 오디세우스의 얼굴은 환해졌다.

‘뭐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달을 겪어 본 나로서는 무척 의외였다.

그는 파티원들을 배려하는 리더였지, 호구는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이런저런 조건을 달 줄 알았는데 그가 너무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물론 마성석을 부순 파티에게는 1인 당 5만 포인트의 보너스가 주어진다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리스크를 생각하면 좀 부족한 감이 있었다.

“중급 악마의 어그로까지 끌었을 때 타깃을 제거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시죠?”

“음······. 빠르면 10분. 못해도 20분 안에는 타깃을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분이라······. 그 정도면 우리 파티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파티원들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작전은 5시간 후에 진행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알겠습니다. 제한 시간이 3시간 남았을 때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작전이 결정되었다.

‘쯧. 내가 사람 잘못 봤군.’

[제한 시간 : 03:39:26]

‘슬슬 나갔다 와야겠네.’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새 작전까지 4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나는 벽력섬전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피의 강화 특전을 활성화 시킬 생각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오디세우스.

“작전 시작 전에 정찰 좀 하고 오려구요.”

“피곤하실 텐데 조금 더 쉬시지······.”

“괜찮습니다.”

띠링!

[플레이어 ‘오디세우스’의 그림자에 표식이 등록되었습니다.]

나는 오디세우스의 그림자를 밟으며 동굴을 나섰다.

‘각자도생하자고.’

평소라면 중요한 순간에 적을 처치하기 위해 썼겠지만, 이번에는 미션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상황.

호구 같은 온달만 믿고 있다간 비명횡사할 수 있기에, 혼자서라도 살아남을 출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부글부글-

엄청난 열기를 뿜어대는 용암 지대를 빠져나와 분지 쪽으로 나오니, 저 멀리서 루에타 요새가 보였다.

거리가 5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텐데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

‘무시무시하군.’

천사처럼 날개 달린 존재들이 침입할 걸 대비해서인지, 성벽의 높이만 해도 300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였다.

‘시작해 볼까.’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불개미들.

나는 뇌전을 피우며 곧장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날 발견한 불개미들이 화염을 뿜어대며 포효했다.

서걱! 서걱! 서걱!

뭐, 내겐 그저 피의 강화 스텍의 제물일 뿐이었지만.

띠링!

[<피의 강화> 능력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30/30)]

[<피의 강화> 로 올릴 수 있는 스텟을 끝까지 채웠습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이제 빠져야겠군.’

피의 강화 특전이 켜지자마자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려 화산 지대로 내달렸다.

불개미들은 동족이 죽으면 지독하게 달려들기로 유명한 몬스터.

자칫 잘못했다간 쉘터까지 따라올 수도 있기에, 전속력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불개미들을 떼어내고 쉘터로 돌아갈 때였다.

“여기 계셨군요.”

‘온달······?’

쉘터 쪽에서 온달이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아, 자고 일어나 보니, 렌님이 정찰을 나가셨다고 해서 나와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렌님도 피곤하실 텐데 이렇게 먼저 나와서 정찰까지 하실 줄이야.”

온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정찰 목적도 아니었고, 그와 대화를 길게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말씀이라면 충분히 들었습니다만.”

“그리고 한 가지 알려드릴 것도 있구요.”

“······?”

온달의 말투는 무척 진지했다.

그나저나.

내게 알려 줄 게 있다고?

“제가 너무 쉽게 마성석을 부수러 가겠다고 해서 실망하셨죠?”

“음. 부정은 못 하겠군요.”

“하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 저는 손해 보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닙니다.”

“그럼······?”

온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가 한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소속된 팀에는 고주몽이라는 고위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졸본 성계 때부터 저와 함께해 온 의형제죠. 근데 주몽이 제게 그러시더군요.”

“······.”

“마성석을 부수면 안에 고결한 수정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럼 주저하지 말고 바로 먹어라.”

“고결한 수정······?”

“예. 그걸 먹으면.”

온달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더니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플래티넘 등급으로 올릴 수 있다. 라고 하더군요.”

“······!”

뭐라고?

온달의 말에 나는 눈을 치켜떴다.

< 105화. 고결한 수정(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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