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고결한 수정(1) >
알림창을 본 파티원들은 그저 입만 벙긋벙긋할 뿐이었다.
‘두 번째 미션이라고?’
미션 내용을 본 나도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내겐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첫 번째 미션과 같은 내용의 두 번째 미션이었으니까.
거기다 두 개의 파티가 한 명의 타락 천사를 죽이는 것이다.
‘포인트도 얻고, 피의 흡수 제물도 잡아먹고.’
나로서는 이보다 좋은 미션이 없었다.
다만.
‘모두들 상태가 좋지 않아.’
먹구름으로 가득한 잿빛 하늘임에도 불구하고, 무스펠하임의 열기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뜨거웠다.
거기다 푹푹 빠져드는 사막의 모래까지.
불의 지옥, 무스펠하임은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조건들로 가득했다.
‘쉽지 않겠어.’
그런 환경에서 시노엘과 장시간 싸운 상황.
거기다 미션이 끝났다고 생각해 모두들 긴장이 풀렸을 것이다.
땀도 무척 많이 흘렸고.
지금쯤 무거운 피로감이 짓누르고 있겠지.
침묵 속에서, 온달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지도상으로 우리 파티와 오디세우스 파티의 거리는 1센티미터.
즉, 5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초인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우리에겐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
평소라면 2시간 정도 만에 주파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가 있었다.
“먹잇감이다, 취익!”
“인간! 취익!”
서걱!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몬스터가 몰려든다는 것.
“스읍, 후우. 스읍, 후우.”
그리고 파티원들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이었다.
“스읍, 후우. 조금만 힘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잠시간의 휴식도 가질 수 없었다.
[제한 시간 : 11:02:33]
루에타 요새가 어떤 상황이고, 뚫고 들어가 타락 천사를 죽이는 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없었다.
“렌님, 괜찮으십니까?”
“예.”
“피곤하실 텐데 이렇게 선두를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드시면 바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언젠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음, 아마 제 예상엔······. 멀지 않아 보답을 할 순간이 올 것 같군요.”
“······?”
“아무튼, 힘드시면 꼭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천천히 속도를 줄여, 다시 뒤쪽으로 향하는 온달.
서걱!
고개를 끄덕인 나는 제일 선두에서 쉬지 않고 창을 휘둘렀다.
온달이 내게 고맙다고 한 것만 벌써 다섯 번째.
아무래도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모양이었다.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차피 나는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체력도 회복되고, 피의 흡수 덕분에 스텟도 오른다.
그렇기에 내 입장에선 비키라고 해도 억지를 부리며 선두를 서야 하는 상황.
그런 속사정을 모르기에 온달이나 파티원들은 내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전방에 화염 전갈 떼 옵니다!”
그때 내 바로 뒤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율리안이 외쳤다.
물론 나도 보긴 했지만, 굳이 내용을 전달해줘야 할 숫자는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
“마법사님들, 광역 마법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온달의 말에 나는 서둘러 손을 흔들어야 했다.
“마나 아끼시죠.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무리하시지 않으셔도······.”
“충분합니다.”
저런 녀석들 하나하나가 쌓이고 쌓여 내 스텟의 자양분이 될 테니까.
콰지직!
다만 뇌전의 출력을 조금 낮춰, 최소 출력만을 유지했다.
체력과 다르게 마력은 시간이 지나야 회복되는 만큼, 아껴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카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악!”
화염 전갈은 무스펠하임에만 사는 몬스터.
몸길이만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육체에.
단단한 외골격으로 둘러싸인 피부와, 어지간한 강철은 가볍게 찢어버릴 날카로운 집게.
그리고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꼬리까지.
저런 녀석들이 지구나 졸본 같은 중간계에서 나타났다면, 그것만으로도 재앙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돌파하겠습니다.”
그저 무미건조한 한마디만 내뱉을 뿐이었다.
“카아아아악!”
서걱! 서걱! 서걱!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근력 스텟을 흡수합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민첩 스텟을 흡수합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체력 스텟을 흡수합니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고전하기엔, 내 스텟이 너무 높았으니까.
쐐애애애애애액!
녀석들의 꼬리가 쏘아질 때마다 공기 터지는 소리가 났고, 집게발을 뻗을 때마다 강철과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별거 아니군.’
나는 완벽에 가깝게 막아내며 녀석들을 학살했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때마침 터진 벽력.
빛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고, 뇌전의 칼날이 사방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지며, 근처에 있던 화염 전갈 다섯 마리가 터져 나갔다.
스텟이 워낙 높다 보니, 벽력의 임팩트도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미쳤네.’
당사자인 나도 놀랄 정도의 위력이었으니, 파티원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와······.”
“미쳤다······. 이런 스킬이 존재할 줄이야.”
“전 뇌신이라도 강림한 줄 알았어요.”
흘깃 뒤쪽을 보니,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이래서 마법을 쓰지 말라고 하셨군요. 렌님은 보면 볼수록 놀라운 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거 아닌데.’
온달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창을 휘둘렀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온달의 말처럼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띠링!
[<청천벽력>이 발동됩니다.]
꽈과과과과과과광!
그리고 이어지는 일곱 줄기의 벼락.
마치 마법이 폭격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곱 개의 구덩이가 생겨났고.
“카아아아악!”
주변에 있던 여덟 마리의 전갈들이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다 쓰러졌다.
탄 내가 코끝을 찔렀다.
“······.”
“······.”
“······.”
순간 아홉 개의 뜨거운 눈초리가 뒤통수에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서걱! 서걱! 서걱!
‘어이가 없군.’
하필 벽력이 터지자마자 청천벽력까지 터지다니.
“······.”
그때부터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파티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내가 길을 뚫으면 묵묵히 따라올 뿐.
다만.
뒤통수가 뜨거울 뿐이었다.
* * *
바빌론 성계에 있는 대도시, 누비아.
그곳에선 전투가 한창이었다.
“감히 신의 행사를 방해하려 하다니! 이교도들을 처단하라!”
“마루드크! 지원을 요청해, 어서!”
“알겠습······끄아아아아아악! 불! 불이 제 몸에서어억······.”
“젠장! 부관! 부관은 어딨나!”
아비규환.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우왕좌왕 댔고, 침입자를 막기 위해 투입된 병사들과 뒤엉키며 난전이 펼쳐졌다.
그 사이에서, 안우정과 네 명의 파티원들은 적들을 뚫으며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
[승리 조건 : 누비아의 백성들을 제물로 바쳐 악마를 소환하려는 흑마법사들을 처단하라―붉은빛이 흘러나옵니다.]
[남은 흑마법사 수 : 3 명]
“남은 흑마법사 위치는?”
“저어기, 중심부에 높은 탑 보이십니까? 저기 근처에 모여 있습니다.”
“내성 쪽이군. 왼쪽 골목길로 돌파하겠습니다.”
안우정의 말에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룬이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네요.
―뭐, 화력만 봤을 땐 룬이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죠. 이번 스토리 미션은 성공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요즘 룬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어엿하게 하위 리그의 네임드로 자리를 잡은 모습입니다.
―렌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지구의 네임드죠. 거기다 비슷한 복장에, 특유의 저돌적인 스타일까지. 완전히 렌을 빼다 박은 느낌입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습니다.
안우정이 레바테인을 휘두를 때마다 푸른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화륵! 화르르르륵!
“끄아아아악!”
“물! 누가 물 좀 뿌려아아아아악!”
시퍼런 청염이 곳곳으로 퍼지며 병사들을 휘감고, 곧 건물로 옮겨붙더니 사방을 집어삼켰다.
세상에 내려앉은 밤의 어둠이, 청염으로 인해 환하게 보일 정도였다.
“역시 네임드······!”
“같은 메인 이벤터인데 우린 하는 게 없군요.”
“너무 기죽지 마시죠. 네임드잖아요. 어차피 곧 상위 리그로 올라갈 겁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뒤에서 따라오던 파티원들이 수군거렸다.
‘상위 리그라······.’
그 말을 들은 안우정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상위 리그를.
‘과연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안우정의 자신감은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
‘당연히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피나는 노력과 팜의 주인인 루디악의 지원.
그리고 성계 대항전 특전으로 빠르게 강해진 안우정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상위 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깨진 건 단 한 명 때문이었다.
‘렌······.’
발리노르의 에덴에서, 그가 싸우는 걸 실제로 봤으니까.
벼락이 흩뿌려지며, 뇌전의 칼날이 사방을 휩쓸어 버리고.
안우정을 그렇게 고생하게 만들었던 팔라딘들이, 단 한 번의 공격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채 죽어 나가던 그 모습을.
천둥소리와 함께 등장한 렌의 위용은 지금 생각해도 전율이 일렁일 정도였다.
‘한번 만나보고 싶어.’
그래서 꼭 좀 물어보고 싶었다.
같은 지구인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거야?
‘나도······. 나도 상위 리그로 가고 싶다고······.’
꼭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다.
―저지하기 위해 나선 적 병력들이 룬의 청염에 빠르게 녹아내리네요. 정말 화력 하나만큼은 렌 못지않습니다.
―사실상 혼자서 경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군요. 앞으로 두세 경기 안으로 상위 리그로 올라갈 것 같네요. 정말 엄청난 실력입니다.
―룬 파티가 내성으로 진입하는군요. 남은 흑마법사의 숫자는 세 명입니다.
“여기서 찢어지겠습니다. 저는 혼자서 갈 테니, 두 분씩 짝지어서 흑마법사 한 명씩 처치하는 걸로 하죠.”
“전 루소 님이랑 1시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저랑 카인님이 11시로 갈게요.”
파티원들의 말에 안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딱 하나.
‘저 탑을 올라가야겠군.’
“모두 건투를 빕니다.”
“룬님도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티원들이 미리 정해 두었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안우정도 서둘러 탑 쪽으로 내달렸다.
내성으로 뚫고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서둘러 흑마법사를 처리하지 않으면 고립될 수도 있었다.
‘탑 모양이 특이하군.’
누비아 중심부에 혼자서 우뚝 솟아 있는 한 개의 탑.
탑의 외관에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가로세로 50미터 정도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이었는데, 높이가 150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바빌론이라는 성계의 건축 기술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
그 예로, 근처의 다른 건물들은 높아 봐야 3층 정도의 높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탑의 내부로 한 걸음 내딛을 때였다.
띠링!
[‘오벨리스크’ 에 입장하셨습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알림창.
‘뭐지?’
순간 안우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게이트를 통한 차원 이동이 아닌, 같은 맵 안에서 이동하는데 저런 알림창이 뜨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무슨 이유가 됐든, 어차피 이 탑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위에 있는 흑마법사를 죽이지 않고선, 이 미션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교도가 신성한 탑으로 들어왔다!”
“막아!”
그렇기에 안우정은 곧바로 적들의 목을 베며 탑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 뭐죠? 룬이 탑으로 들어갔음에도 시야가 밝혀지지 않네요.
―아무래도 탑 주변으로 신성시神聖視를 가로막는 결계가 처져 있는 모양인데요.
―대다수의 관객분들께서도 룬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오셨을 텐데요. 아쉽게도 탑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룬의 플레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깄군.’
그렇게 안우정이 막아서는 병사들을 죽여가며 탑의 꼭대기까지 올랐을 때였다.
꼭대기 층 한쪽 구석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오는 흑마법사가 보였다.
그의 곁으론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갑옷을 입은 여섯 명의 장군들이 있었다.
“······애석하구나. 태양신의 성물까지 구해서 이제 소환 의식만 하면 됐거늘.”
머리까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흑마법사가 안우정을 보더니 읊조렸다.
“반드시 라르사 대사제님을 지켜야 하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엘람의 재건을 위하여.”
스르릉- 스르릉-
여섯 명의 장군들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제법 강해 보이는데.’
안우정도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레바테인을 겨눴다.
그때였다.
“이교도 한 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숨어든 거지? 설마, 오벨리스크로 올라간 건 아니겠지······!”
“앗, 장군! 시체들이 오벨리스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젠장! 전군! 나를 따르라! 반드시 대사제님을 지켜야 한다!”
탑 바깥에서 적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곧 있으면,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꼭대기까지 올라올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빠르게 죽이고 빠져나가야겠어.’
탑이라는 특성상, 한 번 입구가 막히는 순간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테니까.
단숨에 불지옥을 만들어, 흑마법사를 처치할 생각이었다.
“흡!”
마음을 먹은 안우정이 곧장 6명의 장군들에게 달려들었다.
“흥! 죽더라도 네 놈 만큼은 길동무로 데려가 주마!”
“엘람의 재건을 위하여!”
여섯 명의 장군들도 동시에 검을 휘두르며 돌진해왔다.
【꿈속에서 일렁이는 거짓된 태양!】
장군들의 뒤에 있던 흑마법사도 마법을 시전하며 안우정을 압박했다.
안우정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염왕炎王’
안우정의 몸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평소의 푸른색 불꽃보다 훨씬 진해져, 얼핏 보면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순간 어마어마한 열기가 탑의 꼭대기를 가득 채웠고.
“끄아아아악!”
달려들던 여섯 명의 장군들은 고작 한 번의 휘두름만으로 녹아내렸다.
“신이시여······. 당신의 종이 부족하여, 거짓된 태양을······.”
그리고는 뭐라고 혼자 지껄이고 있는 흑마법사를 향해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화르르르르륵!
[바빌론인 ‘라르사’ 를 처치했습니다.]
[남은 흑마법사 수 : 2 명]
‘후우. 이쪽은 끝났군.’
단칼에 여섯 장군을 베고, 흑마법사까지 처치한 안우정은 꼭대기 층의 난간으로 다가가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두 군데에서 동시에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둘 다 붉은빛이 흘러나오는 곳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마, 무난하게 경기가 끝날 것이다.
‘서둘러 나가야겠어.’
그리고 바글바글할 정도의 적 병사들이 탑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안우정이 급히 아래층 계단으로 내려가려 할 때였다.
‘저게 뭐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는 방 안.
청염이 사방을 휘감으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런데 흑마법사가 서 있던 뒤쪽으로, 불에 휩싸이고도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웬 팔찌 같은 것이었다.
‘아이템인 게 분명해.’
청염에도 녹지 않는 아이템이라니.
높은 등급의 아이템일 가능성이 컸다.
안우정은 재빨리 다가가 팔찌를 주워들었다.
띠링!
[신화 아이템 <팔찌:태양신의 진노>를 획득했습니다.]
< 104화. 고결한 수정(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