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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03화 (103/205)

< 103화. 타락 천사(7) >

└와ㅏㅏㅏㅏㅏㅏ 악마를 혼자서 전멸시켜 버렸누..?

└뭐임? 오디세우스 파티 싸우는 거 보고 온 사이에 어쩌다 전세가 이렇게 변했냐.

└ㅋㅋㅋㅋㅋㅋㅋ 난 계속 보고 있었는데도 한순간에 뒤집혀 있더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평소 고위 리그만 보신다는 형님. 보고 계셨다면 해설점.

└악마 파티가 계속해서 전술을 바꿔가며 렌을 뚫어보려고 시도했음. 근데 렌이 그때마다 전술의 취약점을 공략하며 철벽같은 수비를 펼침. 거기에 악마 쪽이 조급해져서 조금 무리하다가 단숨에 마법 전력 다 잃고, 그때부터 렌이 도망 다니지 않고 난타전 펼치더니 끝. 근데 쟤가 진짜 지구 출신이라고?

└..그게 끝입니까?

└한순간에 전세가 뒤집어졌다고 느껴지는 게 렌이 갑자기 본인의 장점을 180도 바꿔버렸음. 완벽한 수비 위주에서 갑자기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적 악마들 찢어버렸기 때문임. 근데 진짜 쟤가 지구 출신이라고? 말이 안 되는데? 아무리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하는 올라운더 플레이어라도 결국 한 가지 장점이 더 우세하기 마련인데, 쟤는 공수 모두 특화되어 있는데? 저게 가능한지는 나도 오늘 처음 봤음.

└쿠 훌린이랑 렌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여.

└음.. 그래도 쿠 훌린 쪽에 한 표. 공수 밸런스는 쿠 훌린보다 렌이 더 나은데, 공격력의 맥시멈에서 쿠 훌린이 훨씬 높음. 뭐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ㅇㅇ~ 근데 쟤가 진짜 지구 출신이냐고???? 내가 묻는 것도 대답 좀 해줘라ㅡㅡ

‘생각했던 것보다 스텟 상승이 쏠쏠한데?’

열 명의 제물을 먹어 치우고 근력과 민첩이 각각 1 포인트씩 상승했다.

이 정도 상승량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초 스텟도 온달 만큼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충분한 제물이 주어졌을 때의 얘기지만.

악마들을 모조리 도륙한 나는 곧장 파티에 합류했다.

파티원들은 시노엘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지만, 여전히 피니쉬 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가장 먼저 온달에게 복귀했음을 알렸다.

“와······.”

“······악마들을 혼자서 다 죽이실 줄이야.”

“키에에에에에엑!”

그러자 주변의 잡몹을 사냥하면서도 날 반겨주는 파티원들.

아니, 반겨준다기보단 모두 경악한 표정이었다.

기껏 해 봐야 시노엘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처럼, 악마들에게서 시간이나 벌어 주는 게 고작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핑! 핑! 핑! 핑! 핑! 핑!

온달 또한 시노엘에게 무수한 화살을 날리다 말고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당장 고위 리그로 올라가셔도 손색이 없으시겠네요.”

그의 말에는 감탄과 동시에, 약간의 허탈함도 담겨 있었다.

상위 리그의 네임드 중 한 명으로서, 내가 밑에서 올라와 자신을 앞질러 나가는 것에 대해, 자신이 지금껏 노력해 온 시간에 대한 허망함 같은 걸 느낀 거겠지.

‘나도 1회차 때 같은 감정을 많이 겪어 봤으니까.’

“운이 좋았을 뿐,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서걱! 서걱! 서걱!

나는 달려드는 불개미들을 무심하게 베어 넘기며, 진심을 담아 온달에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주변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 그리고 시노엘이라는 시간 압박 없이 싸웠다면 저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역으로 내가 죽었을 수도.

‘아, 이건 가능성이 좀 희박하겠군.’

그럼 싸우지도 않고 도망쳤을 테니까.

뭐 어쨌든, 초감각과 시간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녀석들을 처치할 수 있었던 거였다.

“겸손하시기까지. 정말 흠잡을 곳이 없으시네요. 고생 많으셨으니 조금만 쉬고 계시죠. 저희도 타깃을 잡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때, 온달이 내게 휴식을 권했다.

율리안, 양초풍, 오스카, 하레크누드가 시노엘을 몰아붙이고 있고, 온달, 에디든, 플로이드가 화살과 마법으로 원거리 지원을 하며, 마사노부, 수무아붐이 주변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

어차피 내가 껴 봤자 공격할 공간도 나오지 않기에 이런 권유를 하는 것이다.

거기다 시노엘이 비틀거리는 걸 보아하니,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양초풍님! 조심!”

“크윽. 궁지에 몰린 쥐새끼가 발톱을 세우는군!”

“지금 쥐새끼라고 했느냐! 이 하등한 생명체 따위가! 감히 이 몸에게!”

“하레크누드님! 지금입니다!”

전방의 파티원들이 시노엘과 여전히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걸 보면서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뇨, 저도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저만 쉬긴 좀 그렇네요.”

“렌님이 휴식을 취하신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초반에 길을 뚫어주시고, 먼저 나서서 타깃의 발목을 잡아주셨지 않습니까. 거기다 위험할 게 뻔한데도 혼자서 악마들을 상대하시기까지. 만약 누가 뭐라고 한다면 제가 대신 욕을 먹겠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플로이드님, 에디든님?”

“좀 쉬시죠, 렌님.”

“이번 미션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저희도 다 봤습니다.”

온달의 열변에 곁에서 주문을 영창하고 있던 마법사들, 그리고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주위의 불개미들을 정리하고 있던 수무아붐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내가 쉬길 바라는 눈치.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럼,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만류하는 온달을 뒤로하고, 나는 곧장 시노엘에게 달려갔다.

내겐 쉴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시노엘을 죽여 스텟을 올려야 했으니까.

‘5급 역천사는 얼마나 올려주려나.’

악마들보다 스텟이 훨씬 높기 때문에, 못해도 1 포인트는 올려줄 것이다.

“역시. 저런 독기와 집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빠른 성장률을 보일 수 있었던 거겠죠.”

“죽음의 위기가 아님에도,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뒤에서 온달과 플로이드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군.’

시노엘을 죽이러 가는 걸 보고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이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만.

챙! 챙! 후욱! 챙! 채챙!

시노엘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율리안, 양초풍, 오스카, 하레크누드.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나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말했다.

“앗, 렌님!”

채앵!

“큭, 혼자서 악마 열 명을 처치하고 올 동안, 우리는 타깃 한 명도 제대로 쓰러트리지 못하다니. 부끄럽소.”

“운이 좋았습니다. 이제부턴 제가 탱킹을 맡겠습니다.”

“괜찮······어어!”

나는 정면에서 시노엘을 상대하는 율리안을 슬쩍 밀어내며, 시노엘의 정면을 차지했다.

콰지지지지지직!

그리고는 시노엘에게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정말 괴물이군.’

그녀는 아홉 명의 네임드를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었다.

정말 대단한 체력.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아무래도 그녀를 한 번 흔들어 줘야 할 것 같았다.

“왜 그러지? 분명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쳐 보였는데.”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시노엘에게 말했다.

내가 시노엘의 발목을 잡기 위해 달려왔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그러자 시노엘의 얼굴이 야차의 그것처럼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감히······. 고작 더미 경기에나 출전하던 쓰레기 같은 녀석이······!”

채애애애앵!

있는 힘껏 검을 내리치는 시노엘.

“감히!”

채애앵!

“네까짓 게!”

채애애앵!

“날 무시해?”

평소라면 걸려들지 않았겠지만 워낙 궁지에 몰려 있어 정신적 압박이 심한 데다가, 날개도 모두 잘려 나가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비웃자,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린 모습.

채애애애앵!

그녀가 검을 내리칠 때마다 손바닥이 욱씬욱씬했다.

방어를 버린, 공격 일변도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할 정도.

‘하지만 여기엔 나만 있는 게 아니지.’

“쓰레기 같은 자식이!”

내가 슬쩍 뒤로 빠지자, 시노엘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따라붙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서걱! 서걱! 서걱!

세 줄기의 피륙음.

“끄윽······!”

내가 뒤로 빠지는 사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율리안과 양초풍, 오스카가 그녀를 베는 소리였다.

순식간에 왼팔이 절단되고, 옆구리와 허벅지를 베인 시노엘.

“······!”

“······!”

“······!”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도 날 포기하지 않았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내게 달려든 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네 놈 만은!”

그녀의 눈동자엔 어느새 흰자만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스텟이 아무리 높더라도.

‘잘 가라.’

서걱!

이성을 잃은 상대조차 쓰러트리지 못할 내가 아니었다.

[5급 역천사 ‘시노엘’ 을 처치했습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체력 스텟을 흡수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시노엘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깔끔하게 베어진 목의 절단부에서 피가 흩날렸고.

털썩.

머리를 잃은 시노엘의 몸뚱아리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허물어 내렸다.

온통 피범벅에, 옅고 깊은 상처가 한가득인 시노엘의 시체.

5급 역천사라는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는 천사치고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체력 스텟이 2나 올랐어.’

1 스텟을 올릴 때 들어가는 노력, 혹은 포인트를 생각했을 때, 고작 한 명 죽인 것 치고는 엄청난 수확이었다.

계산하자면 24,000 포인트 가량을 벌어들인 셈.

‘아주 좋은데?’

앞으로 이런 종류의 긴급 미션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면 기본적으로 4에서 5 포인트 가량의 스텟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띠링!

[승리 조건 : 도주하는 타천사를 척살하라]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타천사 사냥> 미션을 완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긴급 미션 <타천사 사냥>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기본급 x 1 의 승리 수당이 지급됩니다.]

‘끝났군.’

시노엘을 죽임과 동시에 울리는 경기 종료 콜.

“휴우.”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특히 렌님.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렌님.”

그러자 파티원들이 한숨을 내쉬며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거의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시노엘을 죽이기엔 역부족이었던 상황을 내가 나서서 빠르게 정리해 줬기 때문이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도 파티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띠링!

[공헌도에 따른 보너스를 책정합니다.]

[공헌도]

[렌 : 16%] [온달 : 13%] [율리안 : 12%] [플로이드 : 11%] [양초풍 : 10%]

[하레크누드 : 9%] [에디든 : 8%] [수무아붐 : 8%] [오스카 : 7%] [마사노부 : 6%]

[악마 처치에 대한 공헌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긴급 미션의 공헌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공헌도 1위를 달성하셨기 때문에 70,000 포인트의 보너스를 지급받게 됩니다.]

[악마를 10명이나 처치했습니다.]

[추가로 x 2 의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받게 됩니다.]

【새벽의 소성!】

【설화난무雪花亂舞!】

“키에에에에에엑!”

주변에 가득한 몬스터들을 마법사들이 쓸어버리는 사이, 온달이 파티원들을 가르며 내게 다가왔다.

“렌님. 덕분에 미션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뇨. 그 집념과 독기, 그리고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하는 모습까지. 렌님을 보면서 제가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이후에 다시 뵌다면, 같은 팀으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온달이 오른 주먹을 가슴에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졸본 특유의 인사법인 것 같았다.

“저도 온달님은 적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띠링!

[상위리그-긴급 미션 <타천사 사냥> 경기를 종료합니다.]

[파이트 머니로 161,000 P 를 지급받았습니다. (팀 ‘투지’ 수수료 69,000 P 차감)]

[기본급 +45,000 P / 승리 수당 +45,000 P / 추가 보너스 +140,000 P / 수수료 -69,000 P]

[다음 경기부터는 기본급을 55,000 P 로 책정합니다.]

16만 포인트라······.

혼자서 악마를 모두 처치한 덕분인지, 이번 경기에서도 엄청난 포인트를 획득했다.

거기다 플레잉 코치 시스템 덕분에 69,000 포인트에서 3%를 페이백 받아 2,070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것이다.

‘어떤 스텟을 올리는 게 좋을까.’

더 이상 포인트를 모을 필요가 없는 상황.

그렇게, 팜으로 돌아가서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이어서 두 번째 긴급 미션 <루에타 침투> 를 시작합니다.]

[유형 : 척살(단체 PvP)]

[게임명 : 루에타 침투]

[맵 : 무스펠하임(특대)]

[관객 수 : 1,872,462 명]

[생존한 플레이어 수 : 28 명]

[죽여야 할 타천사 수 : 2 명]

[미션]

[‘오디세우스’ 파티가 타천사 사냥에 실패했습니다.]

[날개가 꺾인 타천사는 악마들이 세운 요새, 루에타에 숨어들었습니다.]

[‘오디세우스’ 파티와 합류해, 루에타로 도망친 타천사를 척살하세요.]

[‘오디세우스’ 파티의 위치는 ‘지도’에 표시됩니다.―녹색빛이 흘러나옵니다.]

[도주한 타천사의 위치는 ‘지도’에 표시됩니다.―적색빛이 흘러나옵니다.]

[제한 시간 내에 타천사를 처치하지 못하면 미션에 실패합니다.]

[제한 시간 : 11:28:09]

[보너스 조건이 있습니다.]

[루에타 요새에 있는 마성석을 부수는 파티는 50,000 P 의 보너스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

“······!”

순간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 103화. 타락 천사(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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