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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01화 (101/205)

< 101화. 타락 천사(5) >

“아직 거리가 제법 있으니까 모두 침착하세요! 일단 타천사 처치가 최우선입니다!”

온달의 외침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리며 시노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전투.

‘미리 알고 있었군.’

온달의 뉘앙스로 보아, 악마가 미리 등장할 거라는 걸 예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옥이라서 악마가 나올 거라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긴급 미션 때마다 악마가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겠는데.’

악마들과의 거리는 대략 1킬로미터에서 2킬로미터 사이.

못해도 1분 안에는 도착할 만한 거리였다.

시노엘의 날개를 잘라내긴 했지만, 애초에 우리는 그녀가 날지 못하는 상태에서 싸웠었다.

달라진 건, 시간 압박 없이 싸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권능이 해제됐다는 것 뿐.

물론 권능이 해제된 것 만으로도 분명 대단한 성과이긴 하지만, 시노엘의 스텟이 워낙 높기에 저들이 도착할 때까지 처리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타락 천사를 처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온달님.”

“예.”

“제가 가서 시간을 벌어 보겠습니다.”

“렌님 혼자서 말씀이십니까?”

“예. 저들의 발목을 잡는 것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제가 두 분을 더 붙여 드리겠습니다.”

온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위에 몬스터가 너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저들에게 시간을 벌려고 하다가 몬스터들에게 길이 막힌다면 둘러싸여 죽게 될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에서, 그건 너무나 뼈 아픈 손실이었다.

‘하지만 난 초감각이 있어서 그럴 염려가 없지.’

차라리 남은 전력을 집중해 한시라도 빨리 시노엘을 처치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도 타락 천사를 사냥하기에 벅차지 않습니까.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음······. 휴우. 제가 과한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온달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나는 악마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악마의 눈.’

[상대방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이름 : 라돈]

[성향 : 광신]

[근력 : 171(+?)] [민첩 : 179(+?)] [체력 : 153(+?)]

[정신 : 99(+?)] [지력 : 13(+?)] [마기 : 155(+?)]

[종족 특전 : 하급 악마의 피]

‘저 정도면 충분해.’

다행히 열 명의 악마 모두, 피의 강화 특전이 활성화된 상태의 나보다 스텟이 낮았다.

파티 대 파티 단위로 싸우면 우리 파티가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렇게 난전이 펼쳐지면 시노엘을 놓칠 확률이 커진다.

아니면 시노엘이란 존재 하나 때문에 역으로 우리 파티가 전멸할 수도 있고.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들에게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남은 체력 : 33%]

“키에에에에엑!”

시노엘과 싸우면서 생겨나는 소음과 진동 때문에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그래서 악마들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몬스터가 많은 게 유리해.’

불개미와 헬오크들은 우리에게도 골치였지만, 악마들 입장에서도 썩 달가운 손님이 아닐 것이다.

그들을 돌파하며 와야 했기에.

서걱!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나는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죽여 체력을 회복하면서 악마들에게 내달렸다.

‘히트 앤 런으로 가야겠군.’

어차피 주변에 몬스터들도 많겠다, 민첩 스텟도 내가 우위에 있으니 치고 빠지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략을 정한 나는 뇌전을 뿜으며 그대로 악마들에게 돌진했다.

콰지지지지지직!

악마들도 나를 발견했지만, 그들은 그다지 날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중심부에서 리더로 보이는 듯한 악마가.

“미끼는 무시해! 바로 돌파한다!”

라고 외쳐댔으니까.

다른 악마들도 나에게 검 끝을 치켜세웠다.

그 말에 나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무시하면 안 될 텐데.’

그리고는 선두에 있는 악마를 향해 있는 힘껏 창을 내리쳤다.

챙! 콰지지지지직!

“······!”

민첩 스텟 203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피드와 203이라는 근력이 담긴 일격.

선두에서 검으로 내 창을 받아내려던 악마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내 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 모습에 리더로 보이는 악마가 경악하며 외쳤다.

“모두 정지! 돌파하지 마!”

“하, 하지만 귀순하기로 한 천사가······!”

“이대로 무시하고 가면 우리가 뒤에서부터 한 명씩 죽어!”

‘제법인데?’

찰나의 순간임에도 악마들의 리더가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녀석들이 날 무시하고 계속 달려가는 순간, 그때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원래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법이니까.

악마들이 도주하는 패잔병은 아니지만, 결국 비슷한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그럼 몇 명 만이라도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반으로 나누면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이동한다!”

그 말에 다른 악마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노선을 확실하게 정한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챙! 채챙! 챙! 챙! 쐐액! 쐐애액!

‘시간만 벌면 돼.’

다섯 명의 악마들이 날 압박해 들어오고, 두 명의 악마가 후방에서 화살을 쏘아댔다.

남은 세 명의 악마는 마법사인듯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얘네들한테도 무언가 특수한 능력이 있겠지.’

플레이어에겐 스킬이 있고, 천사들에겐 권능이 있다.

그리고 이전에 헬리퍼를 상대하며, 악마들에게도 그런 비슷한 종류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되도록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처럼 스킬을 복사해버린다든가 하면 무척 골치 아플 테니까.

‘시노엘은 아직 멀었나?’

서걱!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곳곳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 그리고 악마들의 공격을 막으며 슬쩍 곁눈질해 보니, 파티원들은 아직도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못해도 5분 이상은 끌어줘야 할 것 같았다.

‘5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지금처럼 미션 진행이 한창인 와중엔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

하지만 나도 5분 정도는 더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노엘처럼, 나 또한 이들을 상대로 시간만 벌면 되는 거니까.

어차피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상황.

그때부터 내 발놀림이 더욱 표표해졌다.

└쿠 훌린은 정말 부동의 원탑인 듯. 앞으로 한두 경기 안에 고위 리그로 올라갈 것 같음.

└주소월도 ㅈㄴ 잘 싸움. 쿠 훌린한텐 상성에서 밀리니까 그랬지, 주소월한테 유리한 맵에서 싸웠으면 어떻게 될지 모름.

└네, 다음 쿠 훌린한테 발리신 분?

└님들. 빨리 온달 파티 쪽 싸우는 거 보셈. 여기 개 꿀잼임 ㅋㅋㅋㅋ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밌다고 ㅋㅋㅋ 아 씨, 쿠 훌린이나 볼려고 했는데 저렇게 얘기하니까 갑자기 또 궁금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구도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천계에서 온 플레이어들은 천사 죽이려고 하고, 마계에서 온 악마들은 고위 악마 죽이려고 달려드는 모양새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인가 렌한테서 악마의 모습이 보옄ㅋㅋㅋㅋ 심지어 천사랑 렌이랑 움직이는 게 ㅈㄴ 비슷함 ㅋㅋㅋ 시간 벌깈ㅋㅋ

└방금 위에다가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밌겠냐고 댓글 단 신이다. 말이 필요 없다. 빨리 온달 파티 쪽 보셈 ㄱㄱ 존나 재밌음 여기.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네. 몬스터들이 언제 길막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되게 여유로워 보임. 스텟도 되게 높은데 쟤도 쿠 훌린한텐 안 되겠지?

└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얼마 전까진 쿠 훌린한테 개 발릴 거 같았는데, 오늘 움직임 보니까 싸우면 제법 잘 비빌 거 가틈.

└ㅈ까라 븅신들. 쿠 훌린한테 비빈다는 건 선 넘었지. 라그나 빠들이 쿠 훌린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빨드니 얼마 전에 탈탈 털린 거 못 봄?

└ㅋㅋㅋㅋ쿠 훌린한테 비빌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 한번 보고 올게^^ 그리고 나서 팩트로 힘껏 때려줘야지.

└확실히 5급 천사가 귀중한 전력이긴 한가 보네 ㅋㅋㅋㅋ 하급 악마를 열 명이나 보냄 ㅎ

└당연하지 ㅋㅋㅋㅋ 5급 천사면 중급 악마 수준임. 거기다 조금만 더 강화하면 상급 악마까지 노려볼 수 있는데 마계 입장에선 게거품 물며 달려들 수밖엨ㅋㅋㅋㅋ

【검붉은 정화의 성화!】

마법을 영창하던 악마의 주문과 동시에 내 주위로 마력이 모여들더니, 동서남북에서 불꽃으로 이루어진 네 개의 막 같은 게 생성되었다.

불꽃들은 이내 나를 찍어 누를 기세로 쇄도했다.

‘마법사들이 제법 까다로운데.’

마법은 강대한 위력을 담고 있는 대신, 정확하게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대일 전투에서는 마법사의 효율이 좋지 못했다.

대단위 전투에서야 광역 마법으로 쓸어버리면 그만이기에 문제 없겠지만.

그런데 적 악마의 마법은 정확하게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흡!”

콰지지지지지직!

뇌전이 담긴 창으로 마법을 찢어버리고 나오자, 온갖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화살들은 날 맞추려는 목적보다, 내가 특정 위치로 향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슬쩍 방향만 틀어도, 모두 피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팅! 팅! 팅! 팅! 팅!

하지만 나는 화살들을 피하는 대신, 굳이 막아가며 원래 가던 방향으로 내달렸다.

‘몰이사냥을 하려고?’

우리 파티가 시노엘에게 그랬던 것처럼, 녀석들도 날 에워싸려는 것이다.

하지만 마력장이 넓게 퍼져 있어, 어디가 데스 포인트인지 알고 있는 내게는 통하지 않았다.

“루스펠! 밀어붙여! 더 앞으로!”

측면에서 다가온 루스펠이라 불린 악마가 마나가 담긴 길다란 손톱을 휘둘렀다.

나는 굳이 맞받아치는 대신, 슬쩍 방향을 틀어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는 90도로 꺾어, 곧장 마법과 화살을 쏘는 악마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조심······!”

날 잡기 위해 혈안이 됐던 근접 물리 계열 악마들이 화들짝 놀라며 날 막아섰다.

그로 인해 넓게 퍼져 있던 악마들의 진형이 그대로 붕괴했고.

챙! 채챙! 챙!

“젠장! 또다시 도망칩니다!”

그 넓은 공간을 이용해 나는 다시 뒤로 슬쩍 빠졌다.

악마들이 조금씩 날 밀어붙이며 전장을 시노엘이 있는 방향으로 옮기려 했던 상황.

‘어딜 가려고?’

그렇기에 내가 단순히 도망만 다니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자 악마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이 개새끼! 잡히면 손발을 자르고 혀를 뽑아서 바닥을 기어 다니게 만들겠어!”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고문해주마!”

내가 저들의 전략을 간파했다는 듯, 계속해서 치고 빠지며 맞상대해주지 않자, 눈이 뒤집힌 것이다.

그때부터 전투가 더욱 격화되었다.

【음울한 오후의 소나기!】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마력을 아끼던 마법사는 고위 마법들을 펑펑 써댔고, 궁수들도 자기 편이 맞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 탓에 나도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지만.

‘아주 좋아.’

오히려 내가 원했던 그림이었다.

기왕 시간을 끌 거라면, 체력과 마력도 빼주게 하는 것이 훨씬 좋았으니까.

나야 피의 흡수로 체력이 회복되기에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그때였다.

‘빈틈!’

찰나의 순간 악마들이 움찔하는 사이, 아주 좁은 공간이 생겨났다.

띠링!

[<전광석화> 능력을 사용합니다.]

[10초 동안 민첩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반응이 늦었다면 사라질 만큼 미세한 공간이었지만.

서걱!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단숨에 날 막아서는 두 명의 악마들을 돌파한 나는 그대로 마법사와 궁수들에게 돌진했다.

“안 돼!”

“······!”

그리고는 한 줄기 섬광과 같은 공격을 휘둘렀다.

뇌전의 칼날이 사방을 휩쓸었고.

서걱!

허공을 나는 두 악마의 머리.

띠링!

[플레이어 ‘라샤펠’ 을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 ‘록사딘’ 을 처치했습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민첩 스텟을 흡수합니다.]

단숨에 두 명의 악마 마법사를 처치한 나는 그대로 궁수들에게도 벽력섬전을 휘둘렀다.

띠링!

[<청천벽력>이 발동됩니다.]

꽈과과과과과과광!

때마침 터지는 청천벽력.

하늘에서 다섯 줄기의 벼락이 주변으로 떨어지며 온 땅을 뒤집어엎었다.

‘마침 운도 따르는군.’

예상치 못한 벼락에 악마들이 당황하는 사이, 나는 한 명의 궁수를 추가로 벨 수 있었다.

“이 광대 새끼가 감히!”

다른 악마들이 서둘러 커버를 왔지만 이미 세 명이나 죽은 상황.

챙! 채챙! 챙! 챙!

“······!”

내가 뒤로 빠지지 않고 공격을 맞받아치자, 달려들었던 악마가 눈을 치켜떴다.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이전처럼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10대 1일이었던 게 한순간에 7대 1로 급변했다.

서로 간의 전력값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전처럼 시간만 끌고 다닌다?

서걱!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이렇게 피의 흡수 제물들이 많은데.

내가 왜?

< 101화. 타락 천사(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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