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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92화 (92/205)

< 92화. 진일보(1) >

혁명 미션이 끝난 다음 날.

나는 아세리안이 마련해 준 집무실에 앉아, 경기에서 얻은 것들을 결산하고 있었다.

근력 7, 민첩 6, 체력 6, 정신 1, 지력 28, 마력 6.

서킷 브레이커와 혁명 미션을 뛰면서 내가 올린 스텟이었다.

‘미친 듯이 올랐네.’

피의 흡수 능력을 얻은 후, 에덴과 안타레스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의 생명체를 죽인 덕분이었다.

소드 마스터들이나 팔라딘들도 엄청나게 죽여댔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유 골드 : 73,682,000 G]

에덴과 안타레스에서 얻은 7천만 골드에, 각종 아이템 들까지.

고작 한 번의 경기를 뛴 것 치고는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것이다.

‘쓸만한 스킬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보유 골드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중개 거래소를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 다양한 스킬과 아이템들의 목록이 주르륵 펼쳐졌다.

[<스킬북:스킬 복제>]

[액티브]

[사용하면 대상의 스킬 한 가지를 복제해 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 분]

[스킬 유지 시간 : 30 분]

[판매가 : 2,900,000 G]

[<갑옷:파괴왕의 갑옷>]

[파괴왕 종덕이 착용하던 갑옷. 갑옷임에도 불구하고 신체를 보호하는 능력이 없다.]

[무언가를 부술 때마다 근력 스텟이 1 포인트씩 상승합니다.(최대 30 포인트, 5분 후 초기화 됩니다.)]

[등급 : 고귀]

[판매가 : 2,000,000 G]

[<신발:헤르메스의 날개>]

[<스킬북:마력 관통>]

[<장신구:열망의 ······.>]

[<스킬······.]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쓸만한 아이템이나 스킬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쓸만한 건 있는데, 나와 시너지가 맞는 게 없었다.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이 하나라도 올라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정말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은 중개 거래소에 풀리는 일이 드물었다.

팔지 않고 자기가 사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으니까.

오죽했으면 플래티넘 급 이상의 스킬은 골드로 구하는 게 가장 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올라온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에 등록되어 있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아세리안이랑 상의 좀 해 봐야겠군.’

하루 종일 중개 거래소만 보고 있을 순 없으니, 대신 확인해 줄 사용인을 고용하든가 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내가 체크한 것은 보유 포인트였다.

[남은 포인트 : 882,934 P]

‘미쳤네.’

서킷 브레이커로 인해 진행하게 된 어둠의 태동 미션에서 14만 7천 포인트를.

그리고 혁명 미션에서 24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거기다 퍼포먼스 오브 더 하이블러드로 선정되며 3만 5천 포인트, 팀 투지에 낸 수수료 중 3%를 페이백 받기까지 했으니.

‘제대로 잭팟이 터졌어.’

사실, 루디악이 걸어준 서브 미션 10만 포인트와, 악마 상황극 수락으로 인한 17만 포인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얻지 못했을 것이었다.

기껏 해야 60만 포인트 언저리였겠지.

대충 상황을 정리한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상위리그]

[근력 : 77] [민첩 : 79] [체력 : 79]

[정신 : 99] [지력 : 34] [마력 : 80]

포인트를 사용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혁명 미션 이후, 커뮤니티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중간에 라파엘이 개입해서 미션 내용을 바꾼 것.

그리고 내가 발리노르에 있는 소드 마스터, 대마법사, 대신관, 팔라딘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버린 여파였다.

―발리노르 성계의 네임드 단체로 사망! 그로 인해 랜덤 뽑기 열풍! 도대체 하이블러드나이트 118에서 무슨 일이?

「하이블러드나이트 118 경기를 관람 중이던 신들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랜덤 뽑기를 위한 것!

‘엥? 랜덤 뽑기를 하려고 관람중이던 경기를 이탈했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신들이 많을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상위 리그 경기 진행 중에 발리노르 성계의 유명 네임드들이 단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시작은 <킹 메이커> 미션을 받은 상태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터지면서부터였다.

그로 인해 기존에 있던 <킹 메이커> 미션이 사실상 소멸함에 따라, 상위 게임 메이커가 급하게 새로운 미션을 만들어야 했던 것.

새로운 미션의 이름은 <혁명>.

미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중략-

그로 인해, 상위 게임 메이커에게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애초에 미션을 허술하게 줘 놓고, 열심히 수행한 플레이어들에게 탓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4강이라고 불리는 발리노르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게 된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ㅋㅋㅋㅋ 거의 무림에서 정마대전 펼쳐진다고 정보 돌았을 때 수준의 랜덤 뽑기 열풍이었지..

└솔직히 중간에 미션 변경 뜰 때 개빡치드라 ㅡㅡ 보고 있는데 몰입감 확 깨짐.

└게임 메이커 해명이 더 어이없었음 ㅋㅋㅋ 서킷 브레이커 때문에 불가항력이었고, 렌이 그렇게 사이코패스처럼 죽여댈 줄 몰랐다 ㅇㅈㄹ ㅋㅋㅋㅋ

└사이코패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승리 조건으로 라 제국 멸망시키고 신성 제국 세우라고 한 게 누구였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상위 플레이어라도 해도, 하위 넘버링 뛰는 애들이 난리 쳐봤자 얼마나 피해가 있겠어~ 이런 안일한 생각이었던거짘ㅋㅋㅋㅋ

└렌이 혼자서 라 제국 소드 마스터들이랑 다이애나 교국 팔라딘들 죽일 땐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ㄷㄷ 진짜로 중급 악마라도 소환된 줄 알았음 ㅋㅋㅋㅋ

└하 ㅅㅂ 렌이 죽일 때마다 랜덤 뽑기 광클했는데 네임드 한 명도 안나옴ㅠ 하위 리그에서 더미로 던질 애들만 천 명 넘는듯 ㅠ

└윗댓 ㅎㅇ 난 그래도 라 제국 소마 한 명 뽑음 ㅋㅋㅋ

“안우진 님. 상위 리그 게임 메이커로부터 징계 공문이 내려왔어요.”

“징계 공문이요? 죄목은 뭡니까?”

“학살을 자제해 달라고 했는데도 게임 메이커의 말을 무시한 죄목이라고 하네요.”

“징계 내용은요?”

“기본급 10퍼센트 포인트 삭감. 그리고 6개월간 출전 자격 정지요.”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그런 이유로 기본급 삭감에, 출전 자격 정지까지?

애초에 자기가 미션을 똑바로 내려 주던가.

“죄송해요······. 제가 최대한 막아보려고 해봤는데······.”

고개를 떨구는 아세리안.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세리안이 미안해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라파엘이 미션 내용을 어중간하게 내렸기에 발생한 일.

아니, 라파엘의 논리대로 굳이 따지자면 스텟을 올릴 생각에 학살을 멈추지 않은 내가 잘못한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한 번 제대로 엿을 먹여주고 싶은데.’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권위를 이용해 찍어누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고위 리그의 게임 메이커나, 초월 리그의 게임 메이커도 자기 마음대로 안 풀리면 이런 식으로 나옵니까?”

내 물음에 아세리안이 풋!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앗,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아하하, 안우진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아요. 그런데 게임 메이커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고위 리그나 초월 리그에선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게임 메이커가 경기를 주관하는 건 상위 리그와 똑같지만, 고위 리그 이상부터는 열두 주신이 함께 관리하거든요. 징계를 내리는 것도 그 열두 주신의 동의가 필요하구요.”

한 마디로 게임 메이커가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하위나 상위 리그와 달리, 제약도 많고 더 엄격한 절차와 감시가 존재한다는 것.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1회차 때와는 다르게, 라파엘과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답답하던 차였는데 아세리안의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

상위 리그만 벗어나면 이런 더러운 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좋게 생각하자.’

나는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이렇게 부딪힌다는 것 자체가, 2회차 때는 이슈를 끌고 다니는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는 거나 다름없다는 의미였으니.

‘그래도 한 번 손봐주긴 해야 하는데.’

이젠 성계 대항전을 강요당하던 신입생 시절의 내가 아니었다.

하이블러드나이트112, 그리고 118.

두 번의 경기를 통해 상위 리그에도 내 이름이 엄청나게 많이 알려진 상황.

물론 지금 당장 라파엘에게 비빌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가 올 것 같았다.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고.’

그렇게 이를 갈며 아세리안의 집무실을 나가려 할 때였다.

“아, 참. 이번 경기에서 스텟이 엄청 많이 오르셨던데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높진 않으셨는데······.”

아세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말은 안 했지만, 내 기초 스텟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 경기 중에 특별한 능력을 얻어서요.”

“와. 타이밍이 정말 좋네요. 안 그래도 이제 기초 스텟도 마의 구간에 다다르셔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 마의 구간 아시죠? 80부터는 훈련으로 스텟이 거의 안 오르거든요. 전 경기 직전에 포인트를 써서 스텟을 올리고 나가신 줄 알았어요.”

아세리안이 잘 됐다는 듯, 손뼉을 짝! 쳤다.

‘잘 알지. 80부터는 스텟이 거의 안 오른다는 걸.’

하지만 나는 굳이 아세리안에게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럼 전 훈련하러 나가 보겠습니다.”

“네, 오늘도 화이팅!”

어차피 곧 있으면 알게 될 테니까.

그렇게 4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띠링!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헉, 허억, 헉, 헉.”

눈앞에 뜬 알림창을 보며 나는 바벨을 내려놓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근력 : 80] [민첩 : 80] [체력 : 80]

‘끝났다.’

나는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드디어 근민체를 80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내 방법이 옳았어.’

누워서 숨을 헐떡이는 동안, 많은 순간들이 뇌리를 스쳐 갔다.

붉은 깃발전부터, 바로 직전에 뛰었던 혁명 미션까지.

스텟이 부족해 죽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을 견뎌내고, 결국 이 순간까지 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집무실로 향했다.

이 순간만큼은, 기쁨을 참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아, 우진이형. 근력 훈련 끝나셨어요?”

체력 단련실을 나서려는데, 곁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던 주창범이 물었다.

“아, 예.”

“그럼 조금 이따가 저랑 대련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대련이요?”

“넹. 원래 루치아노 형이랑 하기로 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피넛엘님이랑 대화 중이더라구요.”

대련이라······.

‘안 그래도 스텟 올리고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잘 됐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대련장에서 보죠.”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주창범을 뒤로하고, 나는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정말 오랜만에.

‘시스템 상점’으로 접속했다.

[근력 스텟을 구매하시겠습니까?]

[1스텟 당 9,000 P 가 소모됩니다.]

[Yes / No]

‘왜 이렇게 어색하냐.’

그동안 괜히 사고 싶어질까 봐, 시스템 상점으로 접속하는 걸 최대한 자제 했었다.

그러다 보니, 스텟을 구매하겠냐는 알림창이 너무 낯설었다.

그럼.

이제 스텟을 올려 볼까.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Yes(선택) / No]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9,000 P 를 소모하셨습니다.]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9,000 P 를 소모하셨습니다.]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9,000 P 를 소모하셨······.]

버튼을 누르는 내 손길에는 망설임이라곤 들어있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인데.’

한 번 누를 때마다 내 안에서, 힘이 조금씩 샘솟기 시작했다.

마치, 피의 강화 스텍을 쌓을 때의 느낌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렇게 한참 동안 울리던 콜이 멈췄을 때였다.

“하. 하하······.”

내 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상위리그]

[근력 : 110] [민첩 : 110] [체력 : 108]

[정신 : 99] [지력 : 34] [마력 : 80]

[각성 능력 : <초감각> <특급창술> <고급살기> <특급마나운용> <최상급검술> <최상급단검술> <최상급투척술> <중급박투술> <중급치료술> <고급궁술> <최상급검방술> <최상급채찍술> <중급둔기술>]

[보유 스킬(5/5) : <침묵의 망토> <뇌신> <천둥의 숨결> <마력 상쇄> <그림자 표식>]

[업적 특전 : 없음] [차원 특전 : 없음] [종족 특전 : 없음]

거기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70에서 80 언저리였던 스텟들이.

모두 세 자리를 넘어가 있었다.

“하. 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 92화. 진일보(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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