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대가의 제단(4) >
1회차 시절.
<제단에 피를 뿌리는 자. 원하는 것을 얻을 자격을 갖출 수 있노라>
“제단에 피를 뿌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자격을 갖출 수 있다고?”
제단 앞에 쓰여 있는 글귀를 본 나는 눈을 치켜떴다.
정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피가 아니라 심장을 갈라서 뿌려줄 수도 있어.’
나는 곧장 제단 앞으로 다가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내 손목에 대고 망설임 없이 그었다.
푸슈우우욱!
요골동맥이 끊어지며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핏방울들.
순식간에 제단이 피로 물들었다.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제단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멍청했군.’
그 모습에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고작 이런 걸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초월 리그로 올라가려 할 리가 없었다.
절박함에 속아, 나도 모르게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젠장.’
나는 혀를 차며 인벤토리에서 붕대를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순간 들려오는 귀곡성에 나도 모르게 휘청했다.
악의로 가득 찬 비명들이 내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
그와 동시에 온 세상이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뭐, 뭐야!’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리고 나타난 존재.
―재미있는 인간로구나. 설마하니, 그렇게 피를 뿌려댈 줄이야. 그래, 무엇을 원하는가.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했다.
“우, 우리 가족들을. 다, 다시 되살려줘.”
―호오, 좋다. 내가 그대의 가족들을 다시 살려준다면. 그댄 무엇을 내놓겠는가.
“내 심장, 아니 내 모든 걸 다 바치겠어. 원하는 것을 들어만 준다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발.
그렇게만 해준다면.
지금 당장 죽더라도 아무 여한이 없을 테니까.
‘제발······!’
날 내려다보던 존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턱없이 부족하구나, 인간이여. 이곳은 대가의 제단.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하는 곳이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 되는구나.
씨발.
‘잠깐만.’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하는 곳이라고?”
―그렇다.
“그럼 내 목숨을 제외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지. 대신, 초월 리그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줘. 그건 되나?”
그러자 한참 동안 날 빤히 쳐다보고 있던 존재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것참 기대되는구나.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나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내 눈을 가리켰다.
“내 두 눈을 바치지. 이게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거니까.”
두 눈을 바친다면, 초월 리그의 챔피언이 되어 소원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우리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가족들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는 건 내 욕심일 뿐이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내 욕심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아.’
가족들에 대한 속죄였으니까.
―눈을 바치겠다라······. 좋다. 네 눈의 가치에 상응하는 능력을 주겠노라.
존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이 꺼진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보이는 것은, 한없이 깊은 어둠과.
그리고.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시스템에 알 수 없는 힘이 개입을 시도합니다.]
[시스템에 알 수 없는 힘이 개입을 시도합니다.]
[시스템에 알 수 없는 힘이 개입을 시도합니다.]
[시스템에 알 수 없는 힘이 개입을······.]
[시스템에 알 수 없[email protected]#$#!%$!]
띠링!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초감각> 능력을 획득했습니다.]
내가 초감각을 얻었다는 상태창 뿐이었다.
* * *
머리 위에 씌워진 왕관과, 그 왕관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거대한 뿔.
걸치고 있는 로브로도 숨길 수 없는 탄탄한 몸.
나를 바라보고 있는 자줏빛 눈동자.
그러자 1회차 때 녀석에게 눈을 바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정말 무모한 짓이었지.’
―날 보고 싶어 했다라······.
흥미롭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왕.
나도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회귀한 뒤로 쭉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어째서 신들은 내가 회귀했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리고.
“나를 회귀시켜 준 이유가 뭐지?”
내 물음에 왕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은은한 어둠 속에서 비치는 자줏빛 눈동자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 떨릴 정도였다.
한동안 날 바라보던 왕이 씨익, 웃었다.
―그대 영혼에 대한 대가였으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대가의 제단 원칙은 등가 교환. 내 영혼이 모든 만물 중 최초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아 보이진 않는데.”
내 말에도 왕은 그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그가 뿜어내는 기색은 오직, 여유 하나뿐이었다.
“최근에 재미있는 얘기 하나를 들었지. 신이라는 존재들이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 그저 우리보다 상위 차원의 존재들이라는 걸 말이야.”
말을 하면서 왕을 살폈지만, 그의 무엇도 읽혀지지 않았다.
그의 입으로 직접 내뱉는 것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위에 초월자라는 단 한 명의 존재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 초월자가, 당신인가?”
―크흐흐흐흐.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왕이 실소를 흘렸다.
그는 뭐가 웃긴 건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참 동안 웃었다.
―이곳은 대가의 제단.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 곳이지.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라······.
그래.
그런 곳이었지.
“내가 뭘 내놔야 들을 수 있지?”
―재미있는 가면을 쓰고 있구나. 그래, 그 가면 정도라면 충분히 들려줄 용의가 있지.
왕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들을 가치도 없는 제안이군.’
왕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블라디미르 가면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
저 대답을 듣자고 내놓기엔, 내 손해가 너무 막심했다.
애초에 성사될 수가 없는 거래였달까.
그런 내 표정을 본 왕이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보아하니 대가를 지불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군. 다섯 방울의 피에 대한 시간이 끝났다. 그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도록 하지.
“글쎄.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 난 초월 리그까지 올라갈 거라서.
―그래, 그렇게 발악해 보거라. 운명은.
왕의 모습이 조금씩 흐릿해져 갔다.
―쉽게 바꾸지 못할 테니.
그러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제단에 떨어져, 잘게 쪼개지며 튀어 오르던 핏방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뭐 하고 계십니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다른 팀원들은 이미 회복의 물약을 마시고 곯아떨어진 가운데, 고창신만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제단 같은 곳을 보면, 제물로 피를 바치니까요. 무사히 이번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몇 방울의 피를 헌납한 겁니다.”
“그러셨군요. 피곤하실 테니, 어서 이쪽으로 와서 좀 쉬시죠.”
고창신의 말에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벽에 털썩 기대고는, 인벤토리에서 회복의 물약을 꺼내 들이켰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았다.
별 수확은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알아낼 수 있었다.
―이곳은 대가의 제단.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 곳이지.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상응하는 대가.
내 영혼을 바친다는 행위가, 적어도 회귀라는 대가를 받기에 충분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영혼으로는.
회귀라는, 초월적 대가를 받기에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뭘까.’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왕과 대화를 나누면,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약 내용에 뭔가 허점이 있는 게 분명해.’
초월 리그가 되더라도 영혼을 뺏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았다.
영혼을 뺏을 수 없다는 건 왕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뭔가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거겠지.
‘나도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모두가 얕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이제 슬슬 출발하겠습니다.”
고창신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기지개를 켜고 있는 팀원들이 보였다.
상태를 보아하니, 고창신도 나처럼 잠을 자지 않은 모양이었다.
‘철두철미한 성격이군.’
[남은 체력 : 98%]
상태창 우측 하단에 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렌님도 안 주무셨군요.”
고창신도 내가 잠을 자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이 무척 좋은 녀석이었다.
“예.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제가 리딩을 해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고창신이 눈을 치켜떴다.
다른 팀원들도 불쾌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제 리딩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군요.”
고창신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왜······.”
뭐라고 얘기해야 좋을까.
여길 이전에 한 번 와봤다고 할 수도 없고.
“이곳이 미로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미로가 아무래도 심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물이다 보니까, 혹시 리딩하는 사람을 바꾸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내 대답에 고창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팀원들도 내가 고창신을 못 미더워해서가 아닌, 사고의 변화를 주고자 해서라는 걸 알고는 표정을 풀었다.
“음, 좋은 생각이네요. 안 그래도 저도 같은 길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럼 지금부터는 렌님이 리딩을 해보시죠.”
고창신이 허락하자, 다른 팀원들도 동의했다.
그렇게 해서 내 리딩으로 이루어진 2차전이 시작됐다.
“그럼 제가 선두에, 그 뒤로 이든님, 로만님, 고창신님, 비욘님 순으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곧장 벽에 있는 버튼을 눌러 대가의 제단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막아서는 스켈레톤들을 정리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팀원들을 이끄는 내 발걸음엔 망설임이라고는 없었다.
1회차일 때, 하위 리그에서 진저리 칠만큼 굴렀던 맵이었기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여기선 오른쪽으로 가겠습니다.”
이곳이 진짜 악질인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미로는 틀린 길로 가면 막다른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하지만 이곳은 애초에 막다른 길이란 게 없었다.
틀린 길로 가면 계속해서 같은 곳을 돌게 되니까.
그럴 의도로 애초에 모든 공동과 복도를 똑같은 모양으로 설계한 것이었다.
“왼쪽 네 번째 복도로 가겠습니다.”
‘여기서 보스 몹이 있을 만한 위치는 한 군데밖에 없어.’
직경 30미터 정도의 공동과 똑같은 폭의 복도로 가득한 이 맵에서.
유일하게 딱 한 군데에만 200미터가 넘는 공간이 있었다.
아마 보스몹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보시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가는 것이오?”
“아뇨.”
“답답하군. 어딜 가도 똑같은 형태의 공간만 나오니 이게 제대로 가는 건지 아닌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비욘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씩 체력이 줄어가고 있기에 모두들 예민해져 가고 있는 상태였다.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일 테니, 지금까지 참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러자 고창신이 내게 힘을 실어 주었다.
“제 생각엔 잘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켈레톤이나 듀라한만 나오던 것도, 이젠 데스 나이트의 비율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지금 이게 우리 팀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고창신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단숨에 잠재운 것이다.
‘리더십이 대단하네.’
나는 고맙다는 의미로 고창신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잠시 후면 보스 룸에 도착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의 도움 덕분에 한결 더 나은 리딩을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이야;;; 리딩 실력 쥑이네..
└와 ㅋㅋㅋ 다른 팀이랑 싸우느라 한참 외곽에 있었는데 이렇게 단번에 거리를 좁힌다고?
└쟤 뭐임? 맵핵이라도 쓰나? 어떻게 길을 찾는 거지?
└궁수가 리딩할 때만 해도 다른팀들처럼 헤매던데, 렌이 운전대 잡자마자 속도가 달라짐 ㅋㅋㅋㅋ
└아, 쟤 유명하다는 이유가 혹시 리딩 실력 때문이었던거임?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어뷰징인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맵 전체를 보고 있는 나도 보스 룸으로 향하는 길을 못찾겠는데?ㅋㅋ
└말이 되는 소리들을 해라 진짜 ㅋㅋㅋ 여기가 진짜 게임 속이라고 착각하는거 같은데 ㅋㅋㅋㅋ 그래서 뭘로 맵핵을 한건뎈ㅋㅋㅋㅋ 제발 현실에서들 좀 살아라 ㅡㅡ
└윗댓 동감, 순간 내가 콜로세움 게시판이 아니라 게임 게시판 들어온줄 ㅋㅋㅋ 미래시같은 스킬일수도 있는거고 아니면 감각이 뛰어난가 보지ㅋㅋㅋㅋ
└응~ 그래봤자 리딩 실력, 그거 하나밖에 볼거 없음 ㅅㄱ
보스 룸에 가까워지니, 이제는 데스 나이트 뿐만 아니라 데스 메이지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창신님이랑 로만님은 데스 메이지부터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데스 메이지가 크게 위협적인 마법을 쓰는 언데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1순위로 처리해야 했다.
아무리 약한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맞으면 타격이 클 테니까.
그전까진 길잡이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던 고창신.
그때부터 그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저격의 달인이라는 특전을 가지고 있을 만했네.’
고창신의 화살은 정확하게 데스 메이지만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핑! 핑! 핑! 핑! 핑! 핑! 핑!
거기다 1초에 네다섯 발을 쏠 만큼 무시무시한 속사였다.
언데드는 어차피 해골이라 화살 한두 발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몬스터.
그러자 고창신은 아예 데스 메이지의 온몸에다가 화살로 도배를 해버렸다.
그가 화살을 쏠 때마다 데스 메이지들이 맥을 추지 못한 채 허물어졌다.
‘인벤토리 사용도 능숙하고.’
화살 한 통에 들어 있는 화살의 숫자는 3, 40발 정도.
고창신은 화살이 떨어지는 순간에 맞춰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화살통을 꺼내며 화살을 쏘고 있었다.
그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보면 볼수록 다재다능한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데스 메이지라는 난관을 고창신 덕분에 무사히 넘기고, 보스 룸으로 향할 때였다.
‘이미 다른 팀들도 도착해 있었군.’
보스 룸의 근처까지 다가와 귀를 기울여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못 해도 여덟 팀 아니, 열 팀은 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길을 잘 찾아냈는데?’
이런 미로 같은 맵에서도 보스 룸을 잘 찾아온 것을 보면, 수준은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들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콰과과과과광!
마법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저렇게 많은 팀이 싸우는 와중에 마법사가 광역 마법을 사용할 리 없으니,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가 사용한 것 같았다.
‘1회차에서는 대마법사를 죽이는 미션이었는데.’
하지만 그땐 하위 리그 미션이었고, 지금은 상위 리그 미션.
당연히 그때와 다른 보스 몹이 있을 게 분명했다.
‘대충 어떤 보스 몹이 있을지는 예상이 되는군.’
언데드들을 부리면서 마법까지 쓰는 존재.
하위 리그 성계 대항전에서 레이드 보스 몬스터 사냥으로 등장했던.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리의 틀에서 벗어난 고위 언데드.
‘리치.’
아마 녀석일 것이다.
< 74화. 대가의 제단(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