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대가의 제단(2) >
예상치 못하게 피의 강화 특전과 피의 회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전에 아세리안과의 대화를 통해 이런 일이 언젠가 한 번쯤은 생길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내 기초 스텟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역천자와 최강의 성계 특전이 있기 때문에 같은 팀원들의 평균 정도 수준은 된다.
거기다 상위 리그 경험도 더 풍부하고, 실력도 더 뛰어나니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푹! 푹! 푹!
곧장 찌르기 위주로 스타일을 바꿨다.
휘두르는 건 한 번에 많은 숫자의 언데드들을 죽일 수 있지만,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간결하면서, 효율적으로 싸워야 한다.
“인간을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싸우면 안 됩니다! 모두들, 뼈를 아예 부숴버린다는 생각으로!”
뒤에서 고창신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언데드 사냥은 내가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녀석들은 해골로 되어 있기에, 목을 벤다거나, 팔을 자르더라도 계속 움직이므로 부숴버린다는 개념으로 싸우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결국 인간과 같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
찌르기로도 충분히 스켈레톤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척추 같은 곳.
푹!
내게 복부를 찔린 스켈레톤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녀석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바둥거렸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애초에 척추는 신체를 지탱하는 핵심 뼈.
척추가 부러지면 인간은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건 언데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척추가 창에 관통해, 쓰러진 언데드 중 하나가 양팔로 바닥을 기어 오며 내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엎드린 상태로 검을 휘둘러 봤자,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체중을 싣지 못하기에 느리고 의미 없는 휘두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콰직!
바닥에서 기어 오던 녀석을 발로 밟아 박살 낸 나는 다른 스켈레톤들에게 창을 뻗었다.
“모두 척추뼈를 노리시죠! 척추를 부수면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
스켈레톤과 듀라한을 향해 화살 세례를 뿜어대고 있던 고창신이 외쳤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남은 체력 : 81%]
‘나쁘지 않아.’
초반에 천둥의 숨결로 인해 체력 소모가 제법 있었지만, 비활성화 시킨 이후로는 고작 5%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체력 스텟이 90을 넘어선 덕분이었다.
이 정도라면 경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고요한 태고의 손길!】
마침 로만의 마법이 발동되며 우리가 동그랗게 그린 원 바깥의 바닥이 늪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언데드들이 빨려 들어가며 허우적거렸다.
콰직! 콰직!
그러자 내 왼쪽 뒤편에 있던 비욘이 거대한 도끼를 방방 휘두르며 스켈레톤들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끼는 난전에 특화되어 있는 무기.
그동안 수비 위주로만 싸우려니 좀이 쑤셨을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한 마리씩 정리하자.’
언데드들이 출몰하는 유적인 만큼, 언제 어디서 높은 등급의 언데드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체력을 아껴놓을 계획이었다.
“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로만의 마법과 비욘의 활약 덕분에 빠르게 언데드들을 정리한 우리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힌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번 경기는 누가 먼저 보스 몬스터를 죽이냐 하는 타임 어택 미션.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돌파하지 않길 정말 잘했군.’
공동에 있는 복도 중 하나로 빠져나오니, 고위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가 진을 치고 있었다.
방어에 특화된 몬스터들인 만큼, 돌파를 감행했다면 큰 피해를 봤을 것이다.
“비욘님도 앞으로 나와주시죠. 이든님이랑 저까지 셋이서 돌파해야겠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지. 으랴아앗!”
“체력 떨어지면 바로 말해줘야 합니다!”
“아직까진 문제없소!”
전방에서 이든과 비욘, 고창신이 데스 나이트들을 정리하는 사이, 나는 뒤쪽에서 몰려오는 스켈레톤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좁은 복도를 끼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싸움은 아니었다.
“팀장님 리딩 나쁘지 않죠?”
한동안 스켈레톤을 정리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로만이 내게 물었다.
“판단력이 정말 좋군요. 뛰어난 분이네요.”
“맞아요. 정말 다재다능하달까요. 거기다 렌님처럼 센스있는 분까지 팀원으로 들어오셔서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아요.”
로만의 말에는 고창신에 대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헉, 헉, 젠장! 데스 나이트가 끝이 없군!”
“렌님! 비욘님과 교대를!”
그 사이 전방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다 보니, 비욘의 체력이 금세 바닥난 모양.
고창신의 말에 나는 크게 창을 휘둘러 스켈레톤들을 정리하곤, 곧장 전방으로 달려갔다.
‘천둥의 숨결.’
콰지지지지지직!
그리고는 로만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메우며 데스 나이트들에게 창을 휘둘렀다.
까앙! 까앙! 까앙!
데스 나이트는 숫자가 적은 대신,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단숨에 박살 내고 나아갈 생각이었다.
내 창이 한번 번쩍할 때마다 데스 나이트가 한 마리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오! 공격력이 엄청나군!”
그 모습에 곁에서 검을 휘두르던 이든이 감탄했다.
‘금방 뚫을 수 있겠어.’
창을 휘두르는 내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잘 싸우긴 하네. 근데 저게 그렇게 열광할 정도인가??
└잘 싸우긴 개뿔. 평범한 수준이구만.
└..? 도대체 요즘 하위 리그는 수준이 얼마나 떨어졌길래 저런 플레이어를 보고 GOAT를 논함?
└야, 그 전에 렌이 올라오면 상위 리그 다 뿌수고 올라간다는 넘 어디갔냐 ㅋㅋㅋㅋㅋㅋ 가서 상위 넘버링 경기 보고 와서 다시 댓글 달아라 ㅡㅡ ㅅㅂ
└이래서 어그로 끄는 애들은 걸러야 함 ㅡㅡ 쟤 앞으로 두세 경기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에 내 왼쪽 손목 건다. 참고로 내 여자친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성계 대항전 혼자서 지구 우승 시키고, 하위 리그 터트리고 올라왔다는 얘 수준이 저정도임?ㅋㅋㅋㅋ 하.. 이제 콜로세움도 끝물인가 보다..
└음.. 오늘 렌이 좀 이상하네. 왜이렇게 약한거 같지? 원래 저렇게 약하지 않았던거 같은데..
└윗댓 / 군계일학이라는 용어 암? 무림에서 쓰는 말인데, 닭 떼 속에 섞여 있는 두루미 한 마리라는 뜻임. 하위 리그에서는 특출나 보일지 모르지만, 상위 리그에서는 어림도 없지.
└ㅋㅋㅋㅋㅋㅋ 역시 지구 출신~~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믿거~~~!
콰과과과과광!
언데드들을 사냥하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지하 유적이 찌르르 떨렸다.
천장에서 바스러진 모래들이 떨어졌다.
‘다른 팀 플레이어들이군.’
선두에서 달려가고 있던 고창신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자세를 낮추자, 뒤따라가던 팀원들이 숨을 죽인 채 멈춰 섰다.
“앞쪽에 다른 팀이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의 진동으로 보면 마법인 것 같네요. 저들은 우리가 있다는 걸 모를 테니까, 우리가 훨씬 유리합니다. 단숨에 기습하겠습니다.”
고창신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미션에 실패한다고 해서 사망하는 것도 아니기에, 고창신이 전투를 피하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한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돼.’
어차피 우리가 기습을 할 것이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상황에 따라 전투를 피할 순 있겠지만, 지금은 고려할 필요도 없는 경우의 수였다.
‘워낙 생존에만 초점을 맞춘 채 플레이하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나도 생존이 우선이긴 하다.
하지만 내 최종 목표는 오랜 생존이 아닌, 초월 리그에 올라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관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필수였다.
그래야 오퍼도 더 잘 들어오고, 기본급도 계속해서 오를 테니까.
관객들에게 외면받은 플레이어에게는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다.
‘괜히 지구에 있던 격투기 단체에서 상위 랭크에 있는 녀석들이 제명당하는 게 아냐.’
생존만을 위해 지루한 경기 운영을 하는 플레이어는 가차 없이 버린다.
그건 콜로세움도 마찬가지였다.
여기도 결국, 관객들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아르웬처럼 항거 불능의 적을 만나거나, 체력이 부족해 싸울 수 없는 게 아니고서는 전투를 피해선 안 됐다.
“최우선 타겟은 1번, 정령사. 2번, 마법사. 3번, 궁수입니다. 저와 로만님은 1, 2, 3번 타겟을 우선적으로 노릴 겁니다. 이든님?”
“예.”
“이든님은 저와 로만님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 주세요. 비욘님은 가장 빨리 죽일 수 있는 녀석부터 한 명씩 차근차근 줄여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맡겨주시오.”
“렌님께는 프리롤을 부여하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알아서 움직여주세요.”
고창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의 언데드 들과의 전투에서 내가 상황에 따라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한마디로 나라면 상황에 맞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뜻이었다.
‘나쁘지 않군.’
“바로 출발하죠. 적의 모습이 보인다고 바로 달려들지 말아주세요. 제가 화살을 쏘는 걸 신호로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고창신을 선두로, 우리는 폭음이 들렸던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인가, 다른 팀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영창 소리.
방패의 둔탁한 쇳소리와 길다란 무기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발톱 같은 게 쇠를 긁는 소리까지.
“마법사 하나. 기사 둘. 창술사 하나. 그리고······. 수인족이 한 명 껴있는 것 같군요.”
들리는 소리로 추론해서 얘기해주자, 다른 팀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렌님.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까?”
고창신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이번 T자형 복도에서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공동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청력이군요. 덕분에 전투가 훨씬 수월해지겠습니다. 그럼 1타겟 마법사, 2타겟 수인족, 3타겟 창술사로 지정합니다.”
“알겠습니다.”
T자형 복도로 들어서니, 언데드가 단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싸우고 있는 녀석들에게 어그로가 끌린 모양이었다.
‘기습하기에 딱 좋겠는데.’
덕분에 우리는 조용히 T자형 복도의 끝부분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이제는 적팀이 하는 말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챙! 채채챙! 콰과과과광!
“로렌! 마력 아껴!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하겠다!”
“알겠어요!”
마법사로 추정되는 자에게 마력을 아끼라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녀석들의 전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세를 낮춘 채 복도 끝에 멈춘 고창신은 잠시 기다리라는 수신호를 보내더니, 화살 한 발을 시위에 걸었다.
뿌드드득-
시위를 당기는 소리와 함께 고창신이 입 모양으로 숫자를 셌다.
셋.
둘.
‘천둥의 숨결 사용.’
하나.
핑!
고창신이 복도를 돌며 화살을 쏘는 것과 동시에, 나와 비욘이 튀어 나갔다.
그러자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이 스켈레톤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예상대로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 마법사 하나,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기사 둘, 창술사 하나, 그리고 낭인족 한 명이었다.
‘악마의 눈.’
다행히 전력은 우리와 비등비등.
그렇다면.
기습을 하는 우리 쪽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적이다!”
“비연! 남은 스켈레톤들을! 나랑 루딘이 녀석들을 막는다! 로렌은······.”
팅! 팅! 팅! 팅! 팅! 팅!
적 팀장이 지시를 내리는 사이, 고창신이 쏜 화살 세례가 녀석들을 두들겼다.
비욘과 나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오려던 두 명의 기사는 화살로부터 동료들을 지키다 보니, 방패를 세운 채 움직이지 못했다.
‘낭인족부터.’
‘알겠소.’
내가 낭인족을 향해 턱짓하자, 비욘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
우리가 쇄도하자, 기사의 방패 뒤에서 화살을 피하고 있던 낭인족이 발톱을 세운 채 나와 비욘을 막아섰다.
콰지지지지지지직!
‘단숨에 죽인다.’
내 창과 비욘의 도끼가 낭인족에게 날아들었다.
그때였다.
스스스스스슥-
녀석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비욘의 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며 비욘의 뒤쪽으로 창을 내질렀다.
챙!
그곳에는 양손을 휘둘러 비욘을 공격하려다 내 창에 막힌 누군가가 있었다.
“······!”
방금 사라진 낭인족이었다.
‘암습 계열 스킬이군.’
쐐애액!
비욘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내가 걷어내는 사이, 비욘이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낭인족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모습이 흐릿흐릿해지더니, 다시 기사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하위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괜찮은 스킬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예리한 칼날!】
수인족을 막느라 주춤하는 사이, 상대 마법사가 쓴 바람 마법이 우릴 향해 날아왔다.
콰지지지지지직!
[마력 상쇄율 : 50%]
나는 단숨에 마법을 찢어버리며 두 명의 기사가 만든 방패 벽으로 창을 내리쳤다.
챙! 콰직!
창과 방패가 부딪치며 뇌전의 불꽃이 퍼지고, 상대 기사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끅, 뇌전 속성! 조심!”
기사가 움찔하는 사이, 나는 다시 한번 창을 내질렀다.
방패 벽을 서둘러 뚫어내고 뒤에 있는 마법사를 처치할 계획이었다.
【포근한 산들바람의 숨결!】
그러자 마법사가 내 행동을 예상한 건지, 바람 보호막을 만들어 내 돌진을 저지했다.
【거인의 발걸음!】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날아오는 로만의 대지 마법.
쾅! 콰과광!
거대한 바위 같은 게 날아와 방어막을 두들기며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다 처치했습니다!”
수인족에게 막혀 돌파에 실패한 사이, 마법사의 뒤쪽에서 남은 스켈레톤들을 정리하던 적 창술사가 합류했다.
‘쯧.’
“그럼 비연과 몰케가 상대 궁수와 마법사를 처리한다. 이들은 우리가 막을 테니, 서둘러!”
상대 팀의 창술사와 수인족이 무리에서 이탈하며 고창신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어딜!’
나는 곧장 좌우로 움직이며 이든을 향해 달려가려는 플레이어들에게 창을 휘둘렀다.
이든 혼자서 저 두 명을 막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욘은 적 탱커들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
프리롤을 부여받은 내가 움직이는 게 맞았다.
‘한 명이라도 발을 묶어놔야 해.’
그렇기에 나는 적들이 그쪽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견제를 해주어야 했다.
챙! 콰지지직!
그때부터 난전이 시작되었다.
쾅! 콰과과광! 챙! 팅팅! 채챙! 쾅!
마법과 마법이 부딪혀 작은 빛무리를 만들어 내고, 서로의 무기가 격돌하며 마력이 깨져 나간다.
상위 플레이어들 간의 전투는 하위 리그와 다르게 각종 스킬 임팩트로 가득했다.
나는 비연이라고 불린 창술사와 수인족의 주위를 배회하며, 녀석들이 이든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려 할 때마다 등을 노리고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안 통해.’
녀석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예상한 나는 빠르게 거리 조절을 하며 녀석들의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애초에 녀석들을 쓰러트리려는 것이 아닌, 견제를 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발을 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견제 실력이 제법이군. 갓 상위 리그에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역시 네임드라 이건가.”
“흥! 무서워서 정면 대결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네임드는 무슨.”
창술사가 작게 읊조리자, 수인족이 콧방귀를 뀌며 뾰족하게 손톱을 세웠다.
녀석들도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뭐지?’
무언가가 우릴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아무 기세도 담겨져 있지 않은 뾰족한 물체였다.
‘화살!’
마력장이 아니었다면,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은밀한 공격.
그리고 여기서 화살을 날릴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힐끗 녀석들을 살피니, 놈들은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지금까지완 달리, 곧장 녀석들을 향해 짓쳐들어갔다.
거리를 유지하며 견제에만 초점을 맞춘 스타일에서, 정면으로 파고 들어간 것이다.
그러자 마침 잘 됐다는 듯, 창술사와 수인족도 나를 향해 공격을 찔려 넣으려 했다.
그리고.
푹!
“끄윽······!”
자세를 낮추며 내게 파고들려던 수인족의 허벅지에 정확하게 화살이 박혀 들었다.
‘굿 어시스트.’
그 탓에 수인족이 무게 중심을 잃으며, 자세가 무너졌고.
나는 고창신이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걱!
< 72화. 대가의 제단(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