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플레잉 코치(1) >
└게임 잣같이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칭찬)
└와, 메인 이벤트 치고 난이도가 되게 높았는데 이걸 깨네 ㅋㅋㅋㅋㅋ
└난 진짜 처음에 미션 내용 보면서 게임 메이커가 렌 승급 안시킬려고 일부러 그러는줄 알았음······.
└저 스킬 뭐임? 쟤는 하위 리그에서 도대체 1티어 스킬을 몇 개나 쓰는거??
└ㄴㄴ 오늘 쓴건 1티어 이상이었음. 플래티넘 등급 같은데, 성계 대항전 MVP로 뽑히면서 받은게 아닐까 추측해봄.
└ㅊㅋㅊㅋ 어서와~ 상위 리그는 처음이지?
└솔직히 하위 리그에서나 보기 힘든 거지, 상위 리그에선 저 정도는 널렸음 ㅋㅋㅋ 상위 넘버링까지 올라오면 개 털리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ㅇㅇ 괜히 상위 리그가 네임드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게 아님. 상위 리그부터는 재능만으로 안 되지 ㅋㅋㅋ 렌 보니까 기초 스텟은 낮은 모양이던데. 그게 노력을 안해서 그런 거임 ㅉㅉ. 상위 리그는 재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놈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임.
└윗 댓글 동감 ㅋㅋ 요즘 뭐 초신성이라고 불리는 것 같던데 얼마나 추락할지 기대중 ㅋㅋㅋㅋ
* * *
팍! 파바박!
팜으로 돌아오는 순간 커다란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팀에 소속된 모든 플레이어들이 밖으로 나와 나를 향해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상위 리그로 승급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드디어 우리 팀에도 상위 플레이어가 나오다니!”
“축하드려요, 안우진님!”
아세리안과 천사들, 사인방, 그 뒤에 들어온 신입 플레이어들과 사용인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나를 축하해 주었다.
아세리안이 대표로 나와 내게 꽃다발을······.
‘아, 이런 건 좀 하지 말지.’
“고생 많으셨어요. 깨기 쉽지 않은 미션이었는데, 그걸 조기 종료시키시다니! 완전 최고였어요!”
“감사합니다.”
“팀 창설한 지 9개월 만에 상위 리그 플레이어가 나올 줄이야! 이걸로 팀 투지도 중견 팀으로 거듭났네요. 아,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들어가죠. 오늘은 파티를 엄청 성대하게 준비해 놨거든요!”
아세리안의 손길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가니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축제예요! 모두들 먹고 마셔요! 밤새도록 즐기세요!”
“우와아아아아!”
아세리안의 우렁찬 외침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꿈에서 마시는 건지, 현실에서 마시는 건지 모르는 1주일을 보낸 나는 아세리안이 따로 마련해 준 내 집무실에 앉아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상위리그]
상위 리그.
또렷하게 쓰여 있는 그 단어에, 내가 상위 리그로 올라왔음을 실감했다.
한번 올라왔던 곳이었기에 크게 감동적이라거나, 기쁜 건 아니었다.
그저, 막연한 불안함과 기대감이 나를 휘감았달까.
‘이번엔 고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어.’
나는 상태창을 열어 현재 보유 중인 포인트를 확인했다.
승급전에서 퍼오블과 파오블까지 선정되면서 어느새 36만 포인트가 쌓여 있었다.
피의 여명에서 107,100 포인트, 승급전에서 168,000 포인트를 벌었으니, 사실상 마지막 두 경기에서 전체 포인트의 76%를 벌어들인 셈이었다.
‘두 경기 모두 서브 미션에서 잭팟이 터졌군.’
상위 리그로 올라갈 때 대충 15만 포인트 정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였다.
안 그래도 슬슬 포인트를 쓸 날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상위 리그는 밸런스가 가장 처참한 리그로 유명했으니까.
엄청 강하거나.
엄청 약하거나.
중간 수준의 플레이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상위 넘버링 경기로 가면서 보통 절망을 맛보지.’
1회차의 내가 그랬으니까.
어떻게 해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초반에 구르면서 개고생하고, 블랙 허브를 판매하기 전까지 매 경기마다 불안함에 떨면서도 버텨냈던 인내의 과실이.
[남은 포인트 : 361,000 P]
그 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상위 리그에서도 화려하게 비상해 주겠어.’
슬슬 포인트를 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앞으로 적게는 두 경기.
많으면 세 경기 안에서 저 포인트들을 모조리 스텟에 때려 박을 것이다.
그때까지 난, 최선을 다해 기본 스텟을 끌어올리고 있으면 된다.
‘그나저나 갑자기 개인 집무실은 왜 준거지?’
나는 의자와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 휑한 집무실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체력 단련장과 대련장에서 보낸다.
그 외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 뿐.
내가 그런 톱니바퀴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아세리안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내게 집무실을 마련해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상위 리그 플레이어에 대한 예우 때문에 준 것일까?
‘쯧. 그냥 가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되겠지.’
한동안 이 집무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체력 단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똑- 똑-
“안우진님. 들어가도 될까요?”
노크와 함께 들려오는 아세리안의 목소리.
“예. 들어오시죠.”
내 대답에 아세리안이 작은 화분을 든 채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내 책상 한쪽 구석에 화분을 내려놓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선물이에요. 집무실은 마음에 드시나요?”
“네, 마음에 드네요. 근데 갑자기 집무실은 왜······?”
내 물음에 아세리안이 방긋 웃었다.
이 여신은 툭하면 미소부터 지으니까, 얘가 화난 건지, 기쁜 건지, 우울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저 미소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질지 예측할 수가 없달까.
“글쎄요. 으으으으음. 제가 왜 집무실을 마련해 드렸을까요?”
“······상위 리그에 올라간 기념으로 그냥 주신 것 아닙니까?”
“아앗, 제가 설마 그런 이유로 드렸겠어요? 기념 선물이었다면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드렸겠죠!”
아세리안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그럼 나한테 사무적인 일거리를 주겠다는 건가?
‘쯧.’
기분이 차게 식었다.
내가 지금까지 팜의 관리를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그건 내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랬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텟을 올릴 때 필요한 건물들은 모두 다 지어져 있고, 팀의 분위기도 아주 좋다.
거기다 이젠 트레이너 엔젤까지 두 명이나 들어온 상황.
이제는 그녀를 도와준다고 해서 딱히 내게 좋아질 만한 것이 없었다.
‘내가 그녀를 도와줘서 이득 볼 게 없어.’
그래서 딱 잘라 도와주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려 할 때였다.
“플레잉 코치라고 아세요?”
“······?”
“후훗, 안우진님은 뭐든 다 아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아세리안이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플레잉 코치?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데?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세리안에게 물었다.
“그게 뭡니까?”
“상위 리그부터는 플레이어에게 팜의 관리를 맡길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있어요. 마치 트레이너 엔젤들 처럼요.”
트레이너 엔젤처럼.
관리를 맡길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있다고······?
“예를 들면, 음. 랜덤 뽑기라든가, 팀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의 스텟을 체크할 수 있다든가, 아니면 다른 팀에 이적 혹은 영입을 할 수 있는 권한이죠.”
“······그런 게 된다면 다른 팀들은 왜 플레잉 코치를 안 씁니까.”
플레이어에게 시스템이 허락한 건 골드를 이용한 아이템 매매 및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는 것까지였다.
그런데 아세리안의 말대로라면, 천사들에게 허락된 것까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초월 리그로 올라가는 데 크게 도움 될만한 것들은 아니겠지만.
“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메리트가 없다는 거죠.”
“메리트가 없다?”
“네. 사실, 코치가 필요하다면 굳이 플레이어를 고용할 게 아니라 차라리 천사 한 명을 더 영입하면 되니까요.”
아세리안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팀의 주인이라도 굳이 플레이어를 쓰진 않았을 것 같았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플레잉 코치는 경기를 뛰면서 동시에 팜의 관리까지 맡긴다는 뜻이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또 관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플레이어에게 맡길 바에야 천사를 고용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플레잉 코치 얘기를 꺼내신 건 제게 제안을 하고 싶다는 뜻이겠군요.”
“네, 맞아요. 저는 제 동생들을 믿지만, 그보다 더 신뢰하는 게 안우진님이랄까요? 어차피 전담으로 관리하는 건 피넛엘과 포로도엘이 할 테니, 안우진님은 중간중간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주거나, 더 나은 훈련법으로 발전시켜 주기만 하셔도 돼요.”
한마디로 팀 투지의 고문 역할을 해달라는 것 같았다.
“코치직을 제안한다고 하셨으니, 급여도 있겠죠?”
“아, 물론이에요. 급여는 팀 투지 순이익 포인트의 3%예요. 사실 더 드리고 싶긴 한데, 천사들이랑 다르게 플레잉 코치는 계약할 수 있는 상한선이 3%까지밖에 안 되네요.”
뭐?
3프로?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골드가 아니고 포인트로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원래 모든 천사들이 포인트로 받아 가요. 사실, 신이나 천사들에겐 골드가 딱히 쓸모없거든요. 플레잉 코치도 결국 천사 고용 시스템과 동일한 베이스니까 포인트로 지급이 되더라구요.”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경기를 뛰는 것 뿐이었다.
‘플레이어는 포인트 거래를 아예 할 수 없으니까.’
편법이 있다면, 중급신 루디악이 한 것처럼 쉬운 서브 미션을 걸어서 주는 방법인데, 그것도 자기 팀 소속의 플레이어에겐 걸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아세리안이 내게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급여로 팀 투지가 벌어들이는 순이익 포인트의 3%?
이건 내게 플레이어 훈련을 전담 시킨다고 해도 반드시 맺어야 하는 계약이었다.
‘이래서 상위 리그의 플레이어들 수준이 극과 극이었군.’
아마 알게 모르게 다른 팀에서도 플레잉 코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자기 팀의 대표 플레이어에게 포인트를 몰아줘서 고위 리그로 올리기에 이만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러한 사실이 같은 팀의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지면 질투심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알려지지 않은 것이리라.
“플레잉 코치,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아직은 플레이어의 숫자도 적고, 상위 리그 플레이어도 안우진님 한 분밖에 안 계셔서 피넛엘이나 포로도엘에 비해 급여가 훨씬 적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나요?”
아세리안의 물음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팀 투지의 수익이 적어?
그럼 내가 엄청나게 늘려주면 된다.
지금까지야 팀이 커져도 내게 직접적으로 떨어지는 이득이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벌게 만들어 주지.’
“그럼 수락하시는 걸로 알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세리안이 손바닥을 펴서 내게 내밀었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하듯 손! 하고 뻗는 모습이었다.
‘올리라는 거겠지?’
그래서 나도 아세리안의 손바닥에 한쪽 손을 척! 하고 올렸다.
띠링!
[팀 ‘투지’의 주인, 아세리안 님에게서 플레잉 코치 계약서가 도착했습니다.]
[플레잉 코치를 수락하시면 기존에 사용할 수 없었던 시스템들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 : 팀 ‘투지’ 순이익 포인트의 3%]
[플레잉 코치를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눈앞에 뜨는 알림 창.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눌렀다.
[Yes (선택) / No]
[팀 ‘투지’의 플레잉 코치가 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렌’ 에게 허락된 플레잉 코치 권한은 <플레이어 영입> <플레이어 판매> <사용인 고용> <소속 플레이어 스텟 확인> <랜덤 뽑기> <팀 보유 포인트 사용> <팀 보유 골드 사용> 입니다.]
[<팀 보유 포인트 사용>의 경우 <랜덤 뽑기>와 <플레이어 영입>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팀 ‘투지’의 보유 포인트 : 473,000 P]
[팀 ‘투지’의 보유 골드 : 9,862,400 G]
그러자 눈앞에 여러 가지 탭이 뜨며 내게 허용된 권한이 표시되었다.
아세리안이 말한 것들이었다.
“플레잉 코치를 맡아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팀 투지의 플레잉 코치로서 어떤 걸 가장 먼저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세리안의 질문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팀 투지의 순이익에 따라 내가 받을 포인트가 달라지는 상황.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신입 플레이어들을 받아야죠.”
피넛엘과 포로도엘이라는 전문 육성 인력이 있고, 매뉴얼이 확립되어 있다면 최대한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를 키우는 게 좋다.
그래서 랜덤 뽑기로 팜을 빠르게 키울 생각이었다.
피넛엘과 포로도엘에겐 미안하지만.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녀들이 제법 고생 좀 할 것이다.
< 66화. 플레잉 코치(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