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승급전(7) >
콰지지지지지지직!
나는 당황해하는 리암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발리노르인 ‘리암 발데스그라이츠 폰 레인하르트’의 그림자에 표식이 등록되었습니다.]
벽력섬전이 방패를 두들길 때마다 리암이 인상을 찌푸렸다.
강렬한 뇌전이 녀석의 내부로 파고들어,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제법 아플 거야.’
그러자 녀석이 어떻게든 나를 뿌리치기 위해 방패를 휘둘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거리를 조절하며 녀석의 방패만 집중적으로 노렸으니까.
다른 빈틈 따윈 쳐다보지도 않았다.
【죽음의 가호!】
방패로 내 창을 밀어내며 주문을 읊는 리암.
녀석의 몸이 순간적으로 하얀빛에 감싸이더니, 몸놀림이 더 빨라졌다.
신성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정확히는 자기 버프 마법이었다.
녀석의 신성 마법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어둠의 축복!】
【수호자의 의지!】
녀석이 주문을 외칠 때마다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더욱 강해지고, 날렵해졌다.
비등비등했던 스텟이 순식간에 녀석의 우위로 바뀌었다.
채앵!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애를 먹던 리암이 그때부터 빠르게 쇄도했다.
방패를 앞세운 채 내 품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오른 거지?’
악마의 눈으로 확인해 보니, 근민체가 5%씩 상승해 있었다.
이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테크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채애앵! 채애애앵!
나는 좌우로 피하며 녀석의 돌진을 저지하는 데에 집중했다.
어차피 내 전략은 뇌전으로 데미지를 쌓는 것.
녀석에게 거리만 내주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크윽!”
결국 한참 동안 거리를 줄이는 데 주력하던 리암이 결국 포기한 채 거리를 벌렸다.
제대로 상성에 잡아먹힌 것이다.
나를 상성 면에서 압도하려면 성계 대항전의 아킬레우스처럼 민첩으로 찍어누르려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 어떻게 할 거냐.’
녀석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져 있었다.
계속해서 되지도 않는 방법으로 조금씩 손해를 보다가 야금야금 죽어갈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도망칠 것이냐.
파밧!
녀석의 선택은 후자였다.
등을 돌려 달아나는 리암.
한동안 달리기 시작하니, 저 멀리서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제 하나와, 기사 열 셋.
녀석이 속해 있는 교단의 사람들이었다.
‘이대로 보내줄 수야 없지.’
녀석의 민첩이 상승한 탓에 조금씩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굳이 활이나 사슬낫으로 스왑하지 않은 채 녀석을 쫓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녀석이 완벽하게 창의 거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전광석화.’
띠링!
[10초 동안 민첩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순간적으로 민첩 스텟이 11포인트나 상승하면서 리암과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그리고는 창의 거리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있던 리암에게 불시에 다가가 창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떨어져 나가는 녀석의 오른팔.
“크윽!”
갑작스럽게 한쪽 팔이 사라진 탓에 리암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리암 사도님!”
그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이쪽으로 달려오는 흑기사들.
“두 명의 사도는 사제님에게서 떨어지지 마시오!”
모든 흑기사들이 달려오려고 하자 리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마 내 그림자 교환을 의식해서 한 말일 것이다.
한 명만 남으면 나와 교환되었을 때 사제를 지킬 사람이 없을 테니까.
나는 굳이 리암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달려드는 녀석들을 훑었다.
‘악마의 눈.’
여기 있는 녀석들 중 팔라딘은 총 넷이었다.
달려오는 열한 명의 기사 중에 하나.
그리고 사제를 지키고 있는 두 명도 팔라딘.
마지막으로 쓰러져 있는 리암.
나머지는 일반 흑기사였다.
‘충분히 가능하겠어.’
그림자를 밟아 표식을 등록하지 않는 이상 교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지만, 녀석들은 그걸 모르는 상태.
결국 그림자 표식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두 팔라딘의 발을 묶어놓은 셈이었다.
리암은 검 잡는 손을 잃은 탓에 전투 불능이라고 봐도 될 것 같고.
결국 내가 주의해야 할 녀석은 선두에서 달려오는 한 명의 팔라딘 뿐이었다.
“모두들 리암 사도님부터 모시도록! 이교도는 내가 상대하겠다!”
【수호자의 의지! 어둠의 축복! 죽음의 가호!】
선두의 팔라딘이 리암처럼 신성 마법을 쓰더니, 커다란 방패를 앞세운 채 나에게 돌진해 왔다.
여기서 이 녀석을 죽여야 한다.
팔라딘이 두 명밖에 남지 않으면 사제를 처치할 방법이 있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직!
채애애앵!
내 창과 팔라딘의 검이 부딪히며 사방으로 뇌전이 뻗어나갔다.
녀석이 뇌전의 통증에 몸을 움찔 떨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리암도 나한테 도망치다가 한쪽 팔이 잘려 나간 상황.
그런데 지금 나와 창을 맞대는 팔라딘은 그런 리암보다도 스텟이 낮았다.
그래서 단기 일전을 노리며 거세게 창을 휘두를 때였다.
【끌어당기는 그림자!】
띠링!
[쇠약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민첩 스텟이 -4% 하락합니다.]
[<마력 상쇄>가 저주를 상쇄했습니다.]
[민첩 스텟이 -2% 하락합니다.]
마력이 내 몸을 감싸더니 그림자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사제가 내게 저주 마법을 건 것이다.
다행히 마력 상쇄가 디버프 효과를 절반으로 감소시켜 주었지만, 사제의 저주 마법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노화 가속!】
【밤의 짓누름!】
【어둠의 춤!】
【고통 증폭!】
【무無의 ······.】
‘도대체 몇 개나 쓰는 거야.’
미친 듯이 꽂히는 저주 마법들.
근력과 체력이 하락하고, 앞이 흐릿해지는 등 다양한 저주들이 나를 뒤흔들었다.
[<마력 상쇄>가 저주를 상쇄했습니다.]
[<마력 상쇄>가 저주를 ······.]
물론 치명적인 저주는 없었다.
원소 마법을 쓰든, 신성 마법을 쓰든, 결국 마력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같았으니까.
가엔의 정령 마법도 정령력을 소모하지만, 결국 기본 베이스는 마력으로 구동됐던 것처럼.
그렇기에 스텟이 조금 깎이긴 했지만, 팔라딘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그러자 리암을 부축해 뒤로 데려간 열 명의 흑기사들이 합세해 팔라딘을 돕기 시작했다.
‘리암과 그림자 교환은 안 될 것 같고.’
녀석들의 공격을 막으며 리암의 위치를 힐끗 곁눈질한 나는 그림자 교환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한번 당했기 때문인지, 리암은 절대로 사제 곁에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결국 한 명씩 차근차근 죽여나가는 수밖에.
콰지지지직!
나는 흑기사들에게 둘러싸이지 않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녀석들이 어떻게든 내 발을 묶기 위해 노력했지만, 애초에 민첩 스텟에서부터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오히려 공간을 차지하는 바람에 나와 싸우던 팔라딘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움직여야 할 때가 있는데, 그 경로에 흑기사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서걱!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흑기사부터 한 명씩 줄여나갔다.
“형제들이여! 이교도를 처단하는 것보다, 차라리 산개하여 뒤를 막아주십시오!”
보다 못한 팔라딘이 크게 소리쳤다.
‘그렇겐 안 될걸.’
팔라딘의 지시에 뿔뿔이 흩어지는 흑기사들.
그 순간 나는 팔라딘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콰지지지지지직!
몰이사냥의 가장 기본은 몰이꾼의 역할이다.
“크윽!”
그런데 나보다 약한 녀석이 나를 구석으로 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채애애애앵! 채애애앵!
창을 막을 때마다 크게 뒤로 밀려나던 팔라딘이 결국 방패를 떨어트렸다.
뇌전으로 인해 팔이 저릿저릿해서 손아귀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루이스 사도!”
방패에 의존해 내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팔라딘.
그런데 방패가 사라진 이상,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서걱!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시, 신이시여······.”
루이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팔라딘이 작게 읊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심장을 찔렸으니 즉사했을 것이다.
“루이스 사도님!”
흩어지던 흑기사들이 대경실색하며 다시 내게 달려들었지만, 팔라딘이 죽은 이상 그들은 내 상대가 아니었다.
콰지지지지지직!
한 번 창을 휘두를 때마다 한 명의 흑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결국 둠베스 산에는 다섯 명의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세 명의 팔라딘, 한 명의 사제.
그리고 나.
“······.”
푸슉- 푸슉-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죽은 흑기사들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만이 공간을 잠식했다.
“롤란스 사도, 해럴드 사도. 사제님을 모시고 몸을 피하시오. 내가 저 이교도의 발을 최대한 붙잡아 놓겠소.”
리암이 왼팔로 검을 겨누며 나와 사제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롤란스와 해럴드라고 불렸던 팔라딘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도님.”
“거룩한 밤의 세계를 위하여.”
그러더니 사제를 데리고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놓칠 줄 알고?’
나는 곧장 리암을 향해 달려들어 녀석에게 창을 휘둘렀다.
리암이 나를 막아서기 위해 왼팔로 어설프게 검을 휘둘러 왔지만.
탱! 빡!
고작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채 창자루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리암을 가볍게 처리한 나는 곧바로 도망치는 녀석들을 따라나섰다.
굳이 빠르게 달려가진 않았다.
사제의 민첩 스텟이 낮은 이상.
절대 내게 도망칠 수 없을 테니까.
“도망치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사제님.”
“저 이교도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저희 둘을 쓰러트릴 순 없을 터. 이곳에서 녀석을 죽이는 게 훨씬 현명할 것 같습니다.”
그걸 느꼈는지, 사제를 호위하던 팔라딘들이 얼마 가지도 않고 몸을 멈춰 세웠다.
롤란스와 해럴드의 말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여자 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저는 사도님들을 믿습니다.”
롤란스와 해럴드가 사제 앞을 가로막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녀석들은 무척 긴장한 상태였다.
‘결국 도망가는 걸 포기했군.’
두 팔라딘은 리암과 비슷하거나, 조금 약한 수준.
혼자서 녀석들을 쓰러트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두 팔라딘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닌, 사제를 죽이는 것.
그리고 두 팔라딘이 사제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이상, 결과는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좀 괴롭혀 볼까.’
녀석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춘 나는 인벤토리에서 사슬낫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사제를 겨냥한 채 뇌전을 담아 마구 휘둘렀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챙! 채챙! 챙! 챙! 채챙! 채채챙!
사슬낫이 방패를 때릴 때마다 녀석들이 움찔했다.
뇌전의 데미지가 제법 따끔할 것이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막기만 할 뿐, 반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지?’
그림자 교환으로 언제 위치가 뒤바뀔지 모르기에, 둘 모두 사제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1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사슬낫을 휘두르는 나에게 공격을 할 수도 없는 상황.
“크윽!”
한마디로 녀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개 같은 이교도 놈!”
뇌전 공격을 버티다 안되겠는지, 팔라딘들이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움찔, 하고 몸을 한 번 떨 뿐이었다.
그러면 녀석들은 그림자 교환이 발동되는 줄 알고 다시 호다닥 사제의 곁으로 돌아갔다.
콰지지지지지직!
“으윽!”
그림자 표식이 이래서 사기 스킬이었다.
단순히 내 몸을 이동시켜주거나, 상대와 교환하는 것을 넘어.
채애앵!
“크윽!”
언제 어디서 내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니까.
콰지지직!
“끄악!”
그 심리적 압박감 하나만으로도.
채챙! 챙!
“끄으으으윽!”
상대는 심한 제약에 걸려버리는 것이다.
결국 한참 동안 내 사슬낫을 막아내던 팔라딘들이, 데미지가 많이 쌓였는지 공격을 걷어내지 못했다.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사슬낫은.
서걱!
깔끔하게 사제의 목을 갈랐다.
“사제님!”
두 팔라딘이 화들짝 놀라며 사제의 상처 부위를 살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목의 절반이나 잘린 이상,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엘릭서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죽었군.’
이것으로 남문의 웨이브도 끝.
남은 건 서쪽과 북쪽뿐이었다.
“이, 이교도 놈이!”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사제의 죽음이 분노로 이성을 잃은 두 팔라딘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녀석들의 검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여유롭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다시 보자고.”
[발리노르인 ‘아이작 머니쿠츠 드 데이커’에게 <그림자 이동> 능력을 사용합니다.]
“······?”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자 시야가 순식간에 뒤바뀌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이작의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긴장이 풀리며 한숨이 나왔다.
“다녀왔습니다. 남쪽 성문의 웨이브도 잠재웠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헛, 어제보다 훨씬 빠르게 끝내셨군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기뻐하는 아이작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저는 이만 가서 쉬겠습니다. 이틀이나 밤을 새웠더니 피곤하군요.”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쯤.
달이 뜰 때까지 최소 8시간은 남아 있었다.
서쪽의 사제를 죽이는 일은.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해야 할 것 같았다.
‘몇 시지?’
헤르세벨그 영주성의 게스트용 침실에서 눈을 뜬 나는 가장 먼저 상태창을 열어 현재 시각부터 확인했다.
19시 08분.
대충 7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기지개를 켜며 몸을 푼 나는 리암의 위치를 체크했다.
‘나자란 산?’
상태창에 표시되어 있는 리암의 위치는 동쪽의 나자란 산이었다.
지형지물은 표시되지 않고, 그저 내가 있는 위치와 떨어져 있는 거리만이 표시될 뿐이지만, 상태창 오른쪽 끝에 나침반이 있었기에 녀석이 어느 방향의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나자란 산이라······.
아무래도 내가 다음 표적으로 서쪽 혹은 북쪽에 있는 사제를 죽일 것 같으니까 혼동을 주기 위해서 위치를 옮긴 것 같았다.
‘표식이 있는 이상 쓸데없는 짓이지만.’
거기다 어제 동쪽 성문에는 최소한의 병력만이 남겨져 있었기에, 기습적으로 나자란 산에서 웨이브를 일으키려는 것이리라.
영주성을 빠져나와 중앙 광장으로 이동한 나는 아이작을 만나 표식을 등록하곤 서쪽 성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루델이 표시해준 지도를 보며 뿔 오크의 영역으로 향했다.
“취익. 인간. 이곳은 뿔 오크의 영역이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당장 내려가라. 취익.”
영역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순찰을 돌던 뿔 오크 무리가 날 가로막았다.
블랙 오크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고, 몸집도 더 거대한 뿔 오크.
녀석들의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달려 있다.
그래서 악마 오크라고도 불리는 녀석들이었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공격을 받는 순간 돌변하지.’
콰지지지지지직!
서걱!
나는 무리에서 앞으로 나와, 내게 돌아가라고 하던 뿔 오크의 목을 단숨에 잘라 버렸다.
“취이이이익! 인가아아안! 감히! 감히!”
“취익!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동족이 죽은 모습에 뿔 오크들이 눈을 뒤집은 채 달려들었다.
뿌우우우우우우우!
그들 너머로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어마어마한 숫자의 뿔 오크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죽인다! 췩! 동족의 원수!”
서걱! 서걱! 서걱!
확실히 뿔 오크는 블랙 오크와는 급이 다른 종족이었다.
무기도 투박한 도끼나 글레이브가 아닌, 잘 벼려진 대검이나 창을 썼고, 화살을 쏘는 녀석들도 있었으며, 모두들 마력을 다룰 줄 알았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띠링!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자, 기다리던 알림창이 등장했다.
피의 강화 특전이 켜진 것이다.
‘후우. 쉽지 않네.’
고작 30마리 죽이는 건데도 같은 숫자의 오우거를 사냥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오우거와 달리 녀석들은 단체 생활을 하며, 각종 무기와 고도의 전술까지 구사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
이제는 동쪽으로 넘어가 사제를 죽이는 일만 남았다.
나는 곧바로 표식 목록을 열어 리암의 이름을 찾았다.
‘잘 가라고, 리암.’
사방으로 엄청난 숫자의 뿔 오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발리노르인 ‘리암 발데스그라이츠 폰 레인하르트’에게 <그림자 교환> 능력을 사용합니다.]
< 64화. 승급전(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