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59화 (59/205)

59화. 승급전(2)

[<스킬북:그림자 표식>]

[액티브]

[대상의 그림자를 터치하여 표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8 시간]

[표식 등록은 3개까지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가장 오래된 표식을 지우고 새로운 표식이 목록에 추가됩니다.]

[<그림자 이동>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교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확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이동> ― 표식으로 등록한 대상의 그림자로 이동합니다. 성계를 넘어설 수 없으며, 스킬 시전자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능력을 사용하면 표식은 사라집니다.]

[<그림자 교환> ― 표식으로 등록한 대상과 위치를 교환합니다. 성계를 넘어설 수 없으며, 능력을 사용하면 표식은 사라집니다.]

[<그림자 확인> ― 표식으로 등록한 대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표식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스킬이었다.

범용성이 엄청나게 뛰어나달까.

‘이 스킬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몇 개야?’

암습, 호위, 구출, 침투, 추적, 합류, 위기 탈출 등등 활용도가 너무나도 무궁무진했다.

이 스킬이라면 내가 어려워하는 스토리 미션에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야. 일단 직접 써 봐야겠어.’

나는 곧바로 스킬을 등록하곤 사인방부터 찾아 나섰다.

사인방은 요즘 한참 대련을 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엇, 우진이형.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지그와 일대일 대련을 하고 있던 주창범이 나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 얻은 스킬 좀 실험해 보고 싶어서요. 오랜만에 4대1로 대련이나 한 번 하죠.”

“앗! 좋아요!”

내 말에 사인방이 반색하며 무기를 챙겨 들고 대련장으로 올랐다.

나도 벽력섬전을 인벤토리에 넣고 저주셋을 착용했다.

‘악마의 눈.’

확인해 보니 사인방의 스텟이 확실히 준수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각자 무기술에 대한 각성 능력도 어느새 상급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

저주셋을 착용하고 스킬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젠 제법 상대할 맛이 날 것이다.

“갑니다!”

그렇게 시작된 4대1의 대련.

주창범을 선두로 사인방이 방진을 짠 채 나를 밀고 들어왔다.

단단한 탱커를 앞세워 날 구석으로 몰아넣으려는 것 같았다.

‘제법이네.’

사인방의 움직임은 이젠 한 몸처럼 보일 정도로 완숙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심지어 주창범은 차원 특전까지 얻으며 몸놀림이 더욱 빨라진 상황.

‘지그가 좋겠어.’

한동안 녀석들의 공격을 피하며 외곽을 돌던 나는 첫 그림자 표식의 대상으로 지그를 골랐다.

사인방이 취한 방진의 중심부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지그를 무너트리면 저 방진을 수월하게 깨트릴 수 있을 것이다.

외곽을 돌며 몰이를 피하던 나는 곧장 일직선으로 파고들며 카린의 단검을 휘둘렀다.

깡! 깡! 깡! 깡!

그러자 주창범이 방패를 세우며 차분하게 내 공격들을 막아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플레이어 ‘주창범’의 그림자에 표식을 남기시겠습니까?]

[플레이어 ‘제이스’의 그림자에 표식을 남기시······.]

녀석들과 근접전을 펼치자 뜨는 알림창.

터치라는 개념이, 단순히 그림자를 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활성화되는 것 같았다.

‘지그의 그림자.’

띠링!

[플레이어 ‘지그’의 그림자에 표식이 등록되었습니다.]

[표식 목록]

[플레이어 ‘지그’]

됐다.

이걸로 표식 등록은 완료.

남은 건 기회를 봐서 그림자 이동이나 그림자 교환을 사용하는 것뿐.

‘먹음직스러운 당근을 흔들어 줘야겠군.’

그때부터 나는 일부러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구석으로 몰려갔다.

아마 녀석들의 눈엔 주창범의 방패에 빠져나갈 공간을 차단당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치아노형! 제이스형!”

순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창범이 빠르게 방패를 휘두르며 거리를 좁혔다.

그 움직임을 신호로 주창범의 뒤에서 견제만 하던 루치아노와 제이스가 동시에 대검과 창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지금!’

[플레이어 ‘지그’에게 <그림자 교환> 능력을 사용합니다.]

순식간에 내 시야가 달라졌다.

기존에는 사인방의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녀석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 교환으로 지그와 내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오직 지그만이 나를 정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헉!”

“무슨!”

졸지에 지그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된 주창범과 루치아노, 제이스가 움찔하며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녀석들에게 공격을 찔러 넣었다.

서걱- 서걱- 서걱-

카린의 단검이 단숨에 녀석들의 경동맥을 그으며 붉은 선혈을 만들어냈다.

“크윽!”

녀석들이 너덜너덜해진 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순간적인 과다 출혈로 쇼크가 온 것이다.

이걸로 세 명은 전투 불능.

남은 건 쓰러진 사람들의 피로 범벅이 된 지그밖에 없었다.

“흐읍, 후우, 흐읍, 후우.”

지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물리적 법칙을 무시한 광경에 잔뜩 긴장한 것이다.

이런 스킬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구동되고, 쿨타임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또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를 테니까.

‘끝이군.’

나는 일직선으로 지그를 향해 파고들었다.

그리고 지그가 반사적으로 휘두른 검을 한 손으로 쳐내며 녀석의 복부에 카린의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푹! 털썩-

공격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지그가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쓰러졌다.

‘엄청 좋은데?’

스킬의 설명을 보고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괜찮을 줄 몰랐다.

특히 스킬이 발동되는 딜레이가 없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 스킬을 미리 알고 있지 않은 한 상대방이 대응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 스킬을 가진 상태로 분신이랑 싸웠으면 큰일 날 뻔했네.’

만약 그림자 표식을 가진 채 10경기가 펼쳐졌다면, 플레이어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다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그림자 이동이나 그림자 교환으로 분신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났을 것이다.

“크윽. 형, 그 스킬 뭐예요? 순간 이동?”

“순간 이동은 아닌 것 같아. 지그랑 아예 위치가 바뀌었잖아.”

“와······ 뭐가 됐든 굉장한 스킬인 건 분명해.”

“이번 성계 대항전 보상으로 얻은 스킬이신가 보군요. 이런 스킬이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사인방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처음 확인하고 엄청 놀랐지.’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치르며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했었다.

게임처럼 누군가의 뒤에 슥- 하고 나타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거나.

위험한 순간에 바로 지정해둔 세이프티 존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런 스킬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실제로 이런 스킬이 존재할 줄이야.’

그림자 표식으로 인해 내 생존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미리 안전한 곳에 표식을 남겨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경기장 안에서 강자를 만나 죽을 위기에 빠져도 그림자 이동으로 도망가면 끝.

“형, 혹시 저희에게도 전력을 다한 모습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주창범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물었다.

그사이 목에 난 칼자국이 사라져 있었다.

“전력으로요?”

“네. 형이 강한 건 알고 있는데, 얼마나 강하신지 가늠이 안 돼서요.”

얼마나 강한가라······.

아세리안이 성계 대항전에서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벌어들이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대련장의 레벨을 맥스까지 찍는 거였다.

그래서 대련장에선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긴 한데.

‘마침 벽력섬전이랑 차원 특전도 사용해 보고 싶었고.’

잠시 속으로 이것저것 계산해 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대련.

나는 저주셋을 벗고 풀템을 장착한 채 특전들을 하나씩 켰다.

‘역천자 칭호 적용. 최강의 성계 적용. 천둥의 숨결 활성화. 전광석화 사용.’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연속으로 울리는 알림창.

순식간에 스텟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물론 피의 강화 특전까지 켜졌다면 훨씬 더 범핑 되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갑니다.”

뇌전을 피우며 벽력섬전을 겨누자 사인방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겪었던 분위기랑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살살 해야겠군.’

나는 그대로 사인방에게 다가가 창을 휘둘렀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뇌전이 사방을 휩쓸었다.

사인방은 저마다 신체의 일부분이 크게 터져 나가며 몸을 잘게 떨었다.

볼 필요도 없이 즉사였다.

“······.”

잠시 후 훼손됐던 부분들이 회복되면서 사인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깨어났음에도 대련장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젠장.

하필 이럴 때 벽력이 터지고 난리냐.

날 바라보는 사인방의 눈동자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그날 이후 사인방은 훈련에 더욱 매진하기 시작했다.

뭐랄까,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만나고 자신들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달은 것 같았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들이 내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기가 죽어 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저 네 명과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점심 식사 시간.

내 맞은편에 앉는 피넛엘이 턱 끝으로 사인방을 가리키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 본 실력을 보여달라고 해서 그만.”

내 말에 피넛엘이 피식 웃었다.

“그들은 아직 그대의 창 한 번 제대로 받을 실력이 안 되거늘. 아, 성계 대항전에서의 활약은 무척 인상 깊었다. 처음 들어왔던 날의 그대 스텟을 알고 있던 내겐 충격적이었지.”

“제가 렌이라는 걸 알고 계셨군요.”

“판매된 플레이어가 어느 팀으로 갔는지는 알 수 있지. 그것 때문에 그대가 활약할 때마다 시노엘이 얼마나 방방 뛰었는지 모를 것이다.”

시노엘이라······.

어쩐지 녀석이 어떻게 알고 피의 여명에서 날 콕 찍어 서브 미션을 걸었나 했다.

앞으로도 노골적으로 내가 위험해질 만한 서브 미션을 걸겠지.

‘걸 테면 걸어 보든가.’

이전이라면 굉장히 거슬렸겠지만, 이젠 아니었다.

그림자 표식으로 인해 자신감이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였으니까.

“그건 그렇고, 팜의 훈련 시스템이 무척 인상적이더구나. 모두 그대가 고안해서 적용시킨 것들이라지.”

“예. 스텟이 높다고 꼭 상위 리그에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생존율은 높여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스텟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연구했죠.”

“정말 대단하구나. 대다수의 육성자들은 그저 더 많은 훈련을 시키기 위해 분투하거늘. 덕분에 나 또한 배우는 점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만 훈련을 추가하면 안 되겠는가?”

“······?”

피넛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 가지 훈련을 추가해?

그러자 피넛엘이 한쪽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그대의 커리큘럼은 오로지 근민체에 집중되어 있더군. 하지만 마력 스텟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그래서 말인데······.”

“아니, 잠깐만요. 훈련 커리큘럼 추가를 왜 제게 말씀하시는지······?”

“아, 아리엘 언니가 그러더군. 이 훈련 커리큘럼을 그대가 고심해서 완성한 거라고. 나 또한 팀의 훈련법을 보고 많이 감탄했노라.”

“······.”

“그래서 그대에게 묻는 것이다. 이 훌륭한 시스템을 만든 이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아, 아리엘은 아세리안님이 천사일 때의 이름이다.”

피넛엘의 말은 한마디로 나를 전임자로서 예우해준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피넛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존심 세고 고고한 천사가 인정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나저나 아세리안의 원래 이름이 아리엘이었군.’

요즘 들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천사에서 신으로 승격한다거나, 승격할 때 이름이 바뀐다는 것 등등.

뭐, 크게 중요한 정보들은 아니지만.

“그러시죠. 안 그래도 마력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야 마력 연공실이 없기도 했고, 사인방 정도는 유니콘의 뿔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커리큘럼을 추가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들어올 신입들은 아니었다.

팀의 재정이 해결되어 마력 스텟도 스스로 훈련할 수 있게 된 이상, 앞으로는 본인들이 직접 올려야 할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피넛엘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기존 훈련 커리큘럼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마력 훈련도 추가해 보도록 하지.”

피넛엘이 식사를 하다 말고 종이를 꺼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아세리안이랑 친자매라더니, 하는 행동도 영락없이 닮아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부산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때였다.

“아, 안우진님! 마침 식사 다 하셨나 봐요?”

식당의 문 앞에서 마주친 아세리안이 싱긋 웃었다.

“예. 식사가 늦으시네요.”

“네. 누구 오퍼가 들어왔거든요. 그것도 무려, 승. 급. 샷 오퍼가요.”

“······!”

승급샷이라면······.

나밖에 없잖아?

“제······ 오퍼가 벌써 들어왔습니까?”

그러자 아세리안이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네. 안 그래도 요즘 안우진님 때문에 커뮤니티가 떠들썩하잖아요. 게임 메이커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죠.”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퍼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했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을 뿐.

“언제입니까?

“블러드 나이트 207. 메인 이벤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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