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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58화 (58/205)

58화. 승급전(1)

팜으로 돌아오니, 한바탕 난리가 나 있었다.

커뮤니티의 댓글을 통해 내 활약상을 전해 들은 것이다.

“형, 형! 진짜 대박! 댓글에서 형 닉네임밖에 안 나왔어요!”

“역시······. 안우진님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우진님. 그리고 우승 축하드립니다.”

“하위 리그 역대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쭈뼛대고 있는 신입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사인방이 내게 축하를 건네왔다.

나는 고맙다는 의미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곤, 그들의 뒤쪽에 있는 아세리안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고, 고생 많으셨어요, 안우진님. 후우. 우승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성계 대항전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오실 줄은 몰랐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목소리가 잘게 떨리는 걸 보니 무척 흥분한 것 같았다.

‘지구 우승에 제법 많은 포인트를 배팅했던 모양이네.’

배당률 무려 1천 배.

1만 포인트만 배팅했어도 무려 1천만 포인트를 돌려받는 셈이었으니, 그녀가 이토록 들떠 있는 게 이해가 됐다.

‘플레이어들도 댓글을 남기거나, 배팅 같은 걸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나도 단숨에 몇천만 포인트를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플레이어들에게 허락된 건 커뮤니티를 보는 것 까지였다.

그 이상은 천사와 신들만이 가능하다.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들어가요! 파티를 준비해 놨어요.”

아세리안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삼겹살 파티를 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파티가 치러졌다.

그것도 아주 성대하게.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아세리안의 집무실로 향했다.

전날 아세리안이 아침 식사 후에 와달라고 미리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똑똑-

“네에, 들어오세요.”

집무실로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는 이미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앗, 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예.”

내게 자리를 권한 아세리안이 한동안 이것저것 물어왔다.

요즘 식사는 어떻냐, 지내는 건 불편하지 않냐, 훈련에 추가됐으면 하는 내용은 없냐 등등 그렇게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렇게 한동안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갈 때였다.

“저······ 혹시 피의 여명 경기에 들어갈 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아세리안이 길게 흘러내린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물었다.

“피의 여명이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게, 내가 기억하고 있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피의 여명 경기라면 아르웬과 싸웠던 블러드나이트 200을 말하는 건데.

그때 아세리안이 뭐라고 했더라?

나는 기억을 되돌려 그녀와의 대화를 곱씹어봤다.

―어때요?

―팜이요. 처음엔 공터밖에 없었잖아요.

―이게 다 안우진님 덕분에 이룰 수 있던 것들이에요.

―팜이 더 커지면, 제가 안우진님께 멋진 창 한 자루를 선물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절대 죽지 마세요. 죽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로 멋진 창일 테니까.

“팜이 더 커지면 정말 멋진 창을 선물해 주신다고······.”

“헤헤, 기억하고 계셨네요.”

아세리안이 방긋 웃으며 허공에 팔을 한번 저었다.

그러자 검은색 빛깔의, 심플해 보이는 디자인의 창이 나타났다.

화아아아아악!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세리안이 창을 꺼내들자마자 오싹한 기운이 집무실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이건······?”

“아, 놀라셨죠? 이 창의 효과 중에 하나에요. 저도 처음엔 안우진님처럼 놀랐답니다.”

아세리안이 한쪽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더니 내게 창을 건넸다.

내가 홀린 듯 그 창을 받아 들 때였다.

찌릿!

창을 쥐자마자 강한 반발력이 손끝을 넘어 온몸으로 전해졌다.

날 주인으로 받는 걸 거부한 것이다.

하.

‘역천자 칭호 적용. 차원 특전 적용. 천둥의 숨결 적용.’

띠링

[<신화업적:역천자>을 적용합니다.]

[칭호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 20% 상승합니다.]

[<차원 특전:최강의 성계>를 적용합니다.]

[칭호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 10% 상승합니다.]

[<천둥의 숨결>을 사용합니다.]

[체력 소모가 2배로 빨라지는 대신, 근력과 민첩이 +15%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근력과 민첩이 45%, 나머지 스텟은 30%씩 상승하면서 온몸에 힘이 흘러넘쳤다.

그러자 창의 반발력이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약한 존재는 잡지도 못하게 하는 창이라니?’

띠링!

[<창:벽력섬전霹靂閃電>이 주인으로 ‘렌’을 선택했습니다.]

[<창:벽력섬전>]

[‘간장’과 ‘막야’가 수천 번의 벼락을 맞은 운철로 제작한 창이다. 벼락을 너무 많이 맞아 창 전체가 까맣게 변했다고 알려져 있다.]

[<창:벽력섬전>의 주인으로 선택된 존재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착용 시 마나에 뇌전의 힘이 깃든다.]

[착용 시 <청천벽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착용 시 <전광석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청천벽력> ― 공격 시 1%의 확률로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집니다. 실내에선 발동되지 않습니다.]

[<전광석화> ― 10초 동안 민첩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등급 : 전설]

“······!”

창의 아이템 정보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무려 전설 등급의 창이었던 것이다.

‘미친! 옵션이 왜 이래?’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은 두 개.

블라디미르의 유희와 달의 메아리다.

달의 메아리가 300만 골드였으니, 이 창은······.

‘잘하면 천만 골드가 넘겠는데.’

창은 필수 아이템이라 로브 같은 보조 아이템보다 훨씬 더 비쌀 게 분명했다.

블라디미르의 유희는 신화 등급까지 성장 가능한 아이템이니까 논외라고 치고.

“마음에 드시나요?”

내가 한참 동안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아세리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네요. 제 다른 스킬들과 시너지도 좋을 것 같고, 정말 저를 위해 만들어진 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헤헤, 만족스러워 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랬죠?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의 창을 선물해 드린다고.”

갑작스러운 선물에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아세리안이 배시시 웃었다.

인정.

진짜 이 정도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정말 엄청난 창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어서 나가서 이 창을 휘둘러 보고 싶을 정도.

그래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아, 참. 그리고 우리 팀도 이제 천사들을 고용할 생각이에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들떴던 내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천사. 한마디로 트레이너엔젤을 받겠다는 뜻이겠지.

현재 팀 투지에 소속된 플레이어의 숫자는 21명.

팀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긴 했다.

‘내가 도와줬기 때문에 그나마 잡음 없이 굴러가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배팅으로 적지 않은 포인트를 벌었을 아세리안이 트레이너엔젤을 고용할 생각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난 천사를 고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무너질까 염려한 건 아니었다.

이미 매뉴얼처럼 자리 잡았기에 천사 몇 명 들어온다고 팜의 훈련 시스템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다만.

“팀의 훈련 노하우들이 외부로 노출이 될까 걱정되는군요.”

아세리안이 판매하지 않는 한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천사들은 커뮤니티도 이용할 수 있고,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었으니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려지게 되겠지만, 아직까진 나와 팀 투지의 경쟁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보통 천사를 통해 그런 정보들이 많이 퍼지다 보니까 내 입장에선 달가울 수가 없었다.

‘라이언만 해도 그런 식으로 가면의 정보가 알려졌지.’

덕분에 2회차에 내가 블라디미르의 유희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지만.

“뭐 때문에 그러신지 알아요. 근데 이번에 고용할 천사들은 제 자매들이에요. 한마디로 믿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거죠.”

“가족······이 있으셨습니까?”

“네? 호호, 당연하죠. 인간들은 저희를 초월적인 존재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천계에 그런 존재는 단 한 분밖에 안 계세요. 그분과 달리 저흰 그저 상위 차원의 존재일 뿐이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와 안우진님이 살아오셨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한 분······?”

“네. 에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네요. 하여튼,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그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게 께름직했는지, 아세리안이 서둘러 말을 돌렸다.

묻고 싶은 게 더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물어봐도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전 상관 없습니다.”

정보 유출의 리스크가 없다면 천사 계약을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환영하고 싶을 정도였다.

천사들은 전문 인력.

그들이 합류한다면 훈련 시스템이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다.

‘그나저나 초월적인 존재는 단 한 명이라······.’

그렇다면 왕은 어떻게 날 회귀시켜 줄 수 있었던 걸까.

역천자 칭호를 보면 알 수 있다.

피조물 중에서 최초로 시간을 역행한 자에게 지급되는 칭호.

즉, 회귀는 아세리안 같은 신들이 할수 없는 능력이란 뜻이다.

‘머리가 아프군.’

찜찜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래도 왕과의 계약을 너무 맹신해선 안 될 것 같았다.

* * *

성계 대항전 이후 하위 리그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와 씨;; 지구에서 성계 대항전 우승 보상으로 모든 스텟 +10% 받아갔다는데?

└ㅁㅊ 모든 스텟 10프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됨?

└말이 됨 ㅋㅋㅋㅋ 지구 우승 확률 못 봤냐 0.1%ㅋㅋㅋㅋㅋ 그거 뚫고 우승했는데 충분히 가능하지 ㅇㅇ

└아씨, 지금까진 지구인 나오면 더미로 던졌는데 앞으로 잘 키워봐야할듯. 10%면 시작부터 거의 최상급 종족 특전 하나 먹고 나오는 거나 다름이 없네.

가장 먼저 지구인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그전까진 있어도 밥만 축내고 쓸모도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잘만 키우면 충분히 상위 리그를 노려볼 만 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모든 스텟 10% 상승의 힘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리고 팀 투지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팀 ‘투지’의 주인 아세리안이 중급신으로 승격했습니다.]

[팜의 레벨이 2로 상승합니다.]

아세리안의 승격과 함께 팜의 크기가 직경 100미터에서 500미터까지 넓어졌다.

‘더미’로 던져졌던 팀 성장 팜의 크기와 같아진 것이다.

또한 건물들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마력 스텟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마나 연공실’,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연구실’ 같이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는 건물들이 생겨났고, 식당과 숙소가 따로 분리되었으며, 이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까지 만들어졌다.

거기다 가장 큰 변화는.

“안녕하세요, 착하고 성실한 포로도엘이에요! 4급 주천사主天使고, 마법 계열 트레이닝을 맡게 되었답니다! 잘 부탁해요.”

마법사나 정령사 계열의 플레이어를 전문적으로 육성시키는 주천사 포로도엘.

그리고.

“반가운 얼굴도 보이는군. 난 피넛엘이라고 한다. 앞으로 근접 물리 계열의 플레이어 육성을 맡게 되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도움을 기대하겠다.”

단 하루였지만, 팀 ‘성장’에서 날 육성했던 7급 권천사權天使 피넛엘이 합류한 것이다.

이제는 네 쌍의 날개가 달린 것으로 보아, 6급 능천사能天使로 승급한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아.’

적어도 트레이너엔젤이 들어왔다고 해서 팜의 분위기가 크게 변하진 않을듯 했다.

콰지지지지지직!

포로도엘과 피넛엘의 합류로 나는 마음 편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아세리안에게 선물 받은 창, 벽력섬전의 성능부터 확인했다.

‘내 스킬들이랑 궁합이 엄청 좋네.’

마나에 뇌전이 깃든다는 효과가 뇌신 스킬과 겹치기에, 뇌신 스킬을 삭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마나에 깃든 뇌전의 힘은 중첩이 가능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전보다 더 강렬해진 뇌전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색깔도 옅은 붉은색에서 더 진해져, 이젠 완전히 빨갛게 보일 정도였다.

‘전광석화는 숨겨둔 한 수로 사용하기 좋을 것 같고.’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청천벽력의 위력도 무시무시했다.

스텟이 상승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광역 데미지가 장난 아니었다.

‘다음은······ 그림자 표식.’

나는 성계 대항전에서 획득한 그림자 표식 스킬북의 정보를 확인했다.

뭐야.

이런 스킬을 준다고?

진짜로?

‘스킬로 이런 것까지 가능하다고?’

성계 대항전에서 지구가 우승하는 데 들였던 노력에 비해 보상이 너무 짜다고 생각했는데······.

정정해야겠다.

‘대박!’

차원 특전과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보상을 얻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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