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Greatest Of All Time(2)
콰지지지직!
서걱!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바닥에 쓰러진 블랙 오크의 사체를 뛰어넘으며 나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철퍽- 철퍽-
블랙 오크들이 흘린 피로 인해 곳곳에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침입자가 너무 강하다! 취익!”
“취이이익! 전사들이여! 취익! 물러서지 마라! 취이이이익!”
거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전투였는데도 블랙 오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래서 오크를 보고 전투 종족이라고 일컫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내 창의 간격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도끼를 던지는 녀석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가볍게 도끼를 피하며 빈손이 된 블랙 오크를 베어 넘겼다.
쿵! 쾅! 쿵! 쾅!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코뿔소를 타고 있는 블랙 오크가 등장했다.
다른 블랙 오크들보다 더 커다란 녀석이었다.
‘전사장인 모양이군.’
“취익! 췩췩! 취이이익!”
녀석이 포효를 지르며 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블랙 오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지휘를 하고 있어!’
나는 곧장 전사장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돌파하는 중에 녀석들이 전술적 움직임을 취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까.
대장을 먼저 죽여야 한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앙!
벽력이 터지며 수많은 블랙 오크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블랙 오크의 붉은 피가 흩뿌려지고, 잘려 나간 팔다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내가 전사장에게 가는 것을 막고 있던 블랙 오크들이 단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고기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전사장.
“취이익! 인간! 우리 위대한 전사의 후예들을 대표하여 내가 네놈의 목을 베어주마! 췩!”
녀석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코뿔소를 타고 내게 돌진해 왔다.
거대한 코뿔소 위에서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모습은 무척 위압적이었다.
나는 곧장 마나를 끌어올렸다.
콰지지지지지지직!
‘단숨에 벤다.’
쿵! 쾅! 쿵! 쾅!
코뿔소의 육중한 다리가 바닥을 박찰 때마다 땅이 울렸다.
엄청난 무게에서 오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취이이이이이이익!”
전사장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서걱-
콰지지지지지지직!
쿵! 쾅! 쿵! 쾅! 쿠우우웅!
코뿔소가 나를 지나쳐,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돌아보니 코뿔소와 전사장이 세로로 두 동강 난 채 죽어 있었다.
‘됐어.’
둘러싸이기 전에 전사장을 처치했다.
이제 다시 돌파를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
“취이이익! 인간! 감히 전사장님을!”
“취이이이이익! 네놈의 피로 전사장님의 넋을 위로할 것이다! 췩췩!”
나는 달려오는 블랙 오크들에게 창을 휘두르며 진영을 반으로 가르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앙!
또다시 벽력이 터지며 엄청난 빛줄기가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이걸로 벌써 스무 번째.
‘왜 이렇게 벽력이 잘 터지지?’
평소보다 압도적으로 확률이 높아졌다.
원래 하루에 세 번 터질까 말까였는데.
‘이상해.’
어쩌다 운이 좋은 날 네 번, 아니 정말 운이 좋아 다섯 번까지 터질 수는 있다고 쳐도, 스무 번은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현재 내 킬 수는 6천 킬 정도.
콰지지지지지직!
“취익!”
“취이이익!”
서걱!
피의 강화 특전이 켜진 이후, 대충 한 번 창을 휘두를 때마다 죽어 나가는 블랙 오크의 숫자는 두세 마리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2천 번쯤 휘둘렀다는 건데, 이동하는 중에 벽력이 터진 것까지 감안해도 일곱 번 혹은 여덟 번 정도만 터져야 했다.
‘혹시?’
[<벽력>]
[공격 시 0.1%의 확률로 벽력이 치며 근력이 +50% 상승합니다.]
[이동 시 0.1%의 확률로 벽력이 치며 민첩이 +50% 상승합니다.]
이거 확률이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카운트되는 게 아닌 건가?
그게 아니라 ‘한 개체당 한 번의 공격’ 이었다면?
그렇다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있었다.
쐐애애액!
콰지지지지직!
내가 휘두른 건 한 번이지만,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블랙 오크의 숫자는 대략 네 다섯마리 정도 됐다.
내 창을 막아내는 블랙 오크들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따지니까 벽력이 스무 번이나 터진 게 이해가 됐다.
‘하. 이거 진짜 다대일 싸움에 특화 되어 있었네.’
창을 휘두르는 내 팔에 힘이 들어갔다.
벽력은 내게 어마어마한 보너스와 같은 스킬.
엄청 희박한 확률로 발동되지만, 몇 배나 발동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제 다대일 전투에서는 딱히 보완할 게 없는 것 같은데.’
이제 내게 남은 약점은 강자와의 일대일 전투뿐.
물론 그마저도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얼마 남지 않았다.
성계 특전으로 부족한 스텟을 채우고, 스킬과 아이템으로 더 다양한 무기들을 손에 쥐는 순간 일대일 전투에서도 엄청난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4:52:38]
[킬 수 현황]
[1위. ‘렌’ 6,190킬]
[2위. ‘고명’ 4,381킬]
[3위. ‘가엔’ 3,992킬]
[4위. ‘고예천’ 3,918킬]
[5위. ‘엔키두’ 3,388킬]
둘러싸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돌파하며 창을 휘두르길 7시간째.
어느새 2위인 고명과 엄청나게 벌어져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몰이사냥을 하는 것과 그냥 사냥하는 것의 효율이 같을 리 없으니까.
거기다가 난 쉬지도 않고 계속 사냥했으니, 아무리 무림인들이 몹을 고명에게 몰아줬다고 해도 내 킬 수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1만 킬 정도 해놓고 빠져야겠군.’
이대로라면 9경기는 내가 가져갈 수 있다.
콰지지지지직!
생각을 정리하며 창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중심부의 반대편까지 나와 있었다.
나는 등을 돌리며 대규모 블랙 오크 군단을 다시 반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제발 죽어라!”
“취이익! 취익!”
블랙 오크들이 날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거대한 도끼며, 글레이브를 방방 휘둘렀지만, 애초에 창 안쪽의 간격까지 들어오는 녀석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압도적인 살육의 현장일 뿐.
창을 마구 휘두르며 길을 뚫고 있는데, 분지 위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숲의 외곽 부분에 있는 블랙 오크들까지 분지 내부로 대규모 어글이 끌린 상황.
그래서 블랙 오크를 사냥하기 위해 숲의 중심부까지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들어올 테면 와 봐.’
하지만 난 굳이 녀석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플레이어들은 분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괜히 잘못 달려들었다가 이 전투에 휩쓸리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체력이 다 떨어지는 순간 모두 죽은 목숨이 될 테니까.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 하늘 위에서 여러 개의 마법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광범위 원소 마법이었다.
콰과과과광! 콰과광! 쾅! 콰과과광!
마법에 의해 블랙 오크들이 터져 나가고, 포탄에 맞은 것처럼 땅이 뒤흔들렸다.
‘저렇게 멀리서 마법을 쏜다고?’
내게도 온갖 마법이 날아들었는데, 다행히 멀리서 날렸기 때문인지 정확도는 형편없었다.
조금만 이동해도 다 피할 수 있는 수준.
콰과과광! 쾅! 콰과광!
“취이이익! 다른 침입자들이 왔다! 취익! 침입자들을 처단하라!”
“취이이이이익!”
갑작스러운 대규모 마법 공습으로, 일부 블랙 오크들이 분지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였지만.
그 모습에 위에서 마법을 날리던 플레이어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 됐어.’
덕분에 빼곡하게 몰려 있었던 블랙 오크들 사이에 빈 공간이 조금씩 생겨났다.
돌파가 더 쉬워진 것이다.
난 그 틈을 파고들며 창을 휘둘렀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앙아앙!
벽력에 땅이 터져 나가고, 뇌전이 사방을 휩쓸었다.
나는 사냥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 *
└혼자 무쌍 찍네······.
└지렸다;; 혼자서 8천 킬을 하는 녀석을 어떻게 이기누;;
└저게 어떻게 가능함? 딱 보니까 체력을 회복하는 어떤 스킬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9시간 넘게 쉬지 않고 창을 휘두를 수가 있음?
└저 번개 터지는 스킬이 더 문제임. 쿨타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저런 스킬이 하위 리그에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언밸런스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많던 댓글들 다 어디갔냐. 다시 나와봐라 ㅋㅋㅋㅋㅋ 렌 이번 경기에서도 줘 털릴거라더닠ㅋㅋㅋㅋㅋ
└렌님ㅠㅠㅠㅠ 진짜 이번 성계 대항전 우승만 시켜주신다면 제가 앞으로 지구 출신만 키우겠습니다 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미친새낔ㅋㅋㅋ 배당금 때문에 팀을 똥으로 만들엌ㅋㅋㅋ
└ㅋㅋㅋㅋ 진짜 여기 다 병신들밖에 없넼ㅋㅋㅋㅋㅋㅋ
* * *
한동안 마법을 쏟아내고, 도망치고, 쏟아내고, 도망치던 플레이어들이 대거 분지 아래로 몰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까지 2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분지 위로 모여들던 플레이어의 숫자가 어느 정도 쌓여서 이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늦었어.’
녀석들이 남은 시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미 대세를 바꿀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으니까.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1:59:12]
[킬 수 현황]
[1위. ‘렌’ 11,971킬]
[2위. ‘가엔’ 5,862킬]
[3위. ‘고예천’ 4,711킬]
[4위. ‘고명’ 4,704킬]
[5위. ‘엔키두’ 4,527킬]
2위였던 고명은 어느새 4위까지 추락한 상황.
가엔이 언덕 위에서 광역 마법을 터트려 킬 수를 빠르게 올린 것이다.
그녀는 의외로 내게 마법을 쏟아내는 것보다, 블랙 오크들을 죽이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게 향한 마법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은 시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사냥한다고 해도, 내 킬 수를 따라잡을 순 없을 것이다.
내 체력과 다르게, 그녀의 마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슬슬 빠져나가야겠어.’
마침 블랙 오크 군단 진영을 반으로 가르며 거의 중심부까지 들어왔으니 이대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하기만 하면 됐다.
“취익!”
콰지지지지직!
블랙 오크의 피로 온몸이 범벅된 상태라 무척 끈적거렸다.
‘10시간 가까이 사냥했더니 정신적으로 좀 피곤하네.’
[정신 : 138(+46)]
생각보다 정신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체력이 계속해서 100%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신 스텟이 어마어마하게 높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정신적으로 탈진할 뻔했다.
숨을 한 번 들이쉴 때마다 역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서 쉬고 싶었다.
“블랙 오크보단 렌부터! 녀석이 사냥 못 하게 최대한 방해해야 한다!”
언덕 위에서 웨스테로스인들을 끌고 내려오던 녀석이 검 끝으로 날 가리키며 소리쳤다.
다른 성계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냥보단 날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나는 90도로 방향을 틀어 플레이어들이 다가오는 방향의 반대편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블랙오크들이 순식간에 빈틈을 메우며, 나와 다른 성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쿠션이 되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날 쫓아오려던 녀석들이 블랙 오크들에 의해 길이 막힌 상황.
간혹 블랙 오크들 사이를 뚫고 내 뒤를 쫓아오는 놈들도 있었지만, 크게 위협이 되진 않았다.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블랙 오크들에게 가로막혀 버린 것이다.
엄청난 돌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날 쫓아올 수 없었다.
“젠장! 추격 중지! 블랙 오크부터 상대한다!”
결국 눈에 불을 켠 채 날 쫓아오던 각 성계의 네임드들이 추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날 잡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10경기에도 날 견제하려나?’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사실상 웨스테로스를 제외하고는 우승이 물 건너 간 상황.
그렇다면 더 이상 나를 향한 맹목적인 견제가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웨스테로스보단 최약체 성계인 지구가 우승을 챙기는 게 더 나을 테니까.
‘그게 아니어도 지구가 우승하겠지만.’
콰지지지지직!
나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블랙 오크 다섯 마리를 죽이는 걸 끝으로 침묵의 망토를 사용하며 숲의 중심부를 빠져나갔다.
“밀어붙여! 숫자는 우리가 더 많아!”
“목숨은 붙여 놔! 고명님이 마무리하셔야 하니까!”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엄청난 괴성이 터지며 병장기가 부딪히기 시작했다.
‘하, 진 빠지네.’
체력은 계속해서 회복되었기에 상관없었지만, 정신적으로 크게 지친 상태였다.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단신으로 몇만 마리가 밀집해 있는 진영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은, 정신력을 무척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블랙 오크가 약하다곤 하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도끼 한 번이면 내 몸이 쪼개지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10경기 시작하기 전까지 좀 쉬자.’
[9경기 ‘사냥 실력은 내가 최고’ 가 종료되었습니다.]
[킬 수 현황]
[1위. ‘렌’ 11,999킬]
[2위. ‘가엔’ 9,999킬]
[3위. ‘고예천’ 8,831킬]
[4위. ‘고명’ 8,024킬]
[5위. ‘미구르드’ 7,942킬]
[킬 수 1위 : ‘렌’]
[9경기는 지구에서 승리를 가져갑니다.]
[축하합니다!]
[현재 순위]
[1위 : 지구 / 3승]
[2위 : 웨스테로스 / 2승]
[3위 : 발리노르 / 1승]
[3위 : 알프헤임 / 1승]
[3위 : 졸본 / 1승]
[3위 : 무림 / 1승]
내가 전장에서 이탈한 이후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내 킬 수를 따라잡진 못했다.
이걸로 3승.
10경기까지 승리를 챙기면, 지구는 어마어마한 성계 특전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10경기는 역대 네임드들과의 전투.’
그러려면 거기서 최대한 많은 네임드들을 죽여야 한다.
[지금부터 10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0경기 : 이벤트 대전(집단 PvP)]
[게임명 : 역대 네임드들과의 전투]
[승리 조건 : 가장 많은 네임드를 처치한 성계]
[킬 수가 동률일 경우 살아남은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은 성계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맵 : 피와 명예의 아레나(중)]
[관객 수 : 1,049,782 명]
[현재 생존자 수 : 8,505 명]
방 한쪽의 벽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오며 포탈이 열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덕분에 정신도 말끔해졌고, 육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참가 현황]
[하이퍼보리아 : 828 명] [바빌론 : 807 명] [미드가르드 : 791 명] [티르너노그 : 761 명]
[알프헤임 : 749 명] [나카츠쿠니 : 726 명] [탐리엘 : 717 명] [무림 : 710 명]
[웨스테로스 : 640 명] [발리노르 : 629 명] [졸본 : 581 명] [지구 : 566 명]
[10경기 참가 플레이어 분들께서는 입장해 주십시오.]
전체적으로 10경기에 참가 신청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았다.
모두들 역대 네임드들과의 전투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가장 경계해야 하는 웨스테로스는 640명뿐.
‘마지막 경기.’
10경기는 부담이 좀 덜했다.
우리가 승리를 챙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웨스테로스가 승리하지 못하게만 막아서면 된다.
‘승리하는 것보다, 특정 성계가 승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훨씬 쉬워.’
이번 경기는 다른 성계들의 압박이 많이 줄어들 터.
승리를 챙길 수 없다면 웨스테로스한테 깽판이라도 칠 것이다.
‘진짜 깽판이 뭔지 보여주지.’
나는 각오를 불태우며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둘 시간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