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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51화 (51/205)

51화. Greatest Of All Time(1)

블랙 오크는 일반 오크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검은색 피부와 어마어마한 근육질의 몸.

입 밖으로 튀어나온 뾰족한 송곳니.

무게가 제법 나가 보이는 거대한 도끼와 글레이브까지.

하위 넘버링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엔 무척 강한 종족이었다.

‘내겐 아니지만.’

천둥의 숨결을 켠 나는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블랙 오크들과 충돌했다.

콰지지지지직!

사냥의 시작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나는 단숨에 블랙 오크들을 찢어버리며 길을 뚫기 시작했다.

관건은 녀석들에게 둘러싸이지 않는 것.

뒤를 내주지 않기 위해선 계속해서 창을 휘두르며 돌파해 나가야 한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

킬 콜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생각보다 길을 뚫는 게 어렵지 않았다.

블랙 오크들은 힘이 무척 세지만, 공격 패턴은 무척 단조로운 편이었다.

‘가죽이 좀 질기긴 하네.’

뇌신을 배우고, 창에 뇌전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무언가를 베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뇌전의 엄청난 열기가, 질긴 가죽을 연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블랙 오크들을 벨 때는 뚝,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피의 강화 스텍이 쌓이며 근력이 증가하자, 단숨에 베어버리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취이익! 전사들이여! 힘을 내라! 취익!”

“침입자를, 취익! 죽여라!”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블랙 오크가 서너 마리씩 쓰러졌다.

그런데도 숫자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중심부까지 뚫고 가야겠어.’

내 사냥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강화> 능력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30/30)]

[<피의 강화> 로 올릴 수 있는 스텟을 끝까지 채웠습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블랙 오크들과 전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의 강화 특전이 켜졌다.

내 창이 더욱 예리하고, 강렬해졌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창에 깃든 뇌전이 너무 밝아서 순간적으로 온 세상이 어둡게 보였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에너지.

그 상태로 창을 힘껏 내려치자 충격파를 발산하며 뇌전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터지며 단숨에 열 마리 가까이 되는 블랙 오크가 몸이 터져 죽었다.

현재 내 체력은 100%.

소모되는 속도보다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서 체력 걱정은 아예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몇 킬째지.’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11:33:48]

[킬 수 현황]

[1위. ‘고명’ 193킬]

[2위. ‘고예천’ 190킬]

[3위. ‘가엔’ 189킬]

[4위. ‘루딘’ 188킬]

[5위. ‘미구르드’ 186킬]

[6위. ‘엔키두’ ······.]

[317위. ‘렌’ 42킬]

‘벌써 많이들 잡았군.’

나보다 몇 배는 많은 킬 수.

심지어 1위인 고명은 나보다 151마리나 더 사냥했다.

성계 단위로 몰아주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몰아주기?

그것도 경기를 이기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이 정도는 예상했지.’

벌써 9경기째.

여기서 1승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우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

모든 성계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나는 창을 더욱 힘껏 휘둘렀다.

* * *

9경기에 출전한 고명은 가장 먼저 블랙 오크 영역의 외곽을 돌며 무림인들을 찾아다녔다.

이전에 이미 한 차례 블랙 오크를 상대해 본 적이 있는 고명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빠르게 사냥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군집 생활을 하는 블랙 오크를 사냥하려면 팀을 짜서 움직이는 게 효율이 좋아.’

493명이나 출전한 덕분에 무림인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 소협.”

“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오랜만이군.”

무림에서 활동할 때 인연이 있었던, 정파 후기지수들을 마주친 것이다.

“당 소저, 팽 소협.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창. 오랜만이군. 어딜 가고 있던 겐가?”

“이 경기가 가장 많이 사냥한 사람의 성계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않는가. 그래서 무림인들을 모아 한 명에게 몰아줄 생각이었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자네에게 킬 수를 몰아줄까 하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악소창의 말에 고명은 반색했다.

“오,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 이번 경기는 어떻게든 우리가 가져가야 하네. 내 최선을 다해 보지.”

세 사람 모두 무림에서 고수로 유명했기에, 고명은 곧장 악소창의 제의를 수락했다.

그렇게 시작된 블랙 오크 사냥.

“취익!”

서걱-

“여기 칼만 꽂으면 죽을 녀석이 세 마리 있어요!”

“감사하오, 당 소저. 덕분에 빠르게 킬 수를 올릴 수 있었소.”

고명이 킬 수 현황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현재 자신의 순위는 1위.

2위와 별로 차이가 안 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류하는 무림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니까.

새로 합류한 이들도 모두 자신에게 킬 수를 몰아주기로 한 상황.

이번 경기는 큰 이변이 없다면 무림이 승리를 가져갈 것이다.

‘그 녀석은 이번 경기에서도 견제를 당하고 있나 보군.’

고명이 가장 경계했던 렌의 순위는 317위.

30분 동안 고작 42킬 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조금 더 속도를 내야겠군요. 졸본 네임드 녀석의 사냥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고명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익숙해졌으니 안쪽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소.”

네 사람은 그때부터 숲의 중심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갈수록 블랙 오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매화가 흩날리고, 비수가 날아들고, 대도와 창이 한 번 춤을 출 때마다 그 많던 블랙 오크들이 금세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사냥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고 소협, 순위창 좀 보세요.”

당소유의 말에 고명이 순위창을 열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10:27:52]

[킬 수 현황]

[1위. ‘고명’ 656킬]

[2위. ‘고예천’ 638킬]

[3위. ‘루딘’ 624킬]

[4위. ‘엔키두’ 615킬]

[5위. ‘가엔’ 611킬]

[6위. ‘렌’ 601킬]

[7위. ‘미구르드’ ······.]

‘언제······!’

순위표의 한참 밑에 있던 렌이 어느새 6위까지 치고 올라와 있었다.

자신이 463킬을 하는 동안, 렌은 무려 559킬이나 추가한 것이다.

‘렌.’

일대일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벽을 느끼게 한 자.

분명 자신이 더 강하고, 더 빠른데도 어떻게 손을 써 볼 방법이 없었다.

그를 생각하자 검을 쥔 고명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속도를 더 올려야겠습니다. 이대로는 이번 경기도 지구에게 뺏기고 말 겁니다.”

고명 일행은 그때부터 더욱 치열하게 사냥을 했다.

처음에 열 마리 정도로 시작했다면, 이젠 스무 마리, 아니 서른 마리씩 몰아서 잡은 것이다.

덕분에 고명의 킬 수도 빠르게 증가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고 소협! 너무 빨라요!”

“이봐, 고명! 침착하게. 벌써 세 시간째 쉬지도 못하고 사냥하지 않았나. 여기서 무리하게 사냥을 지속하다간 모두가 위험해지고 말 걸세.”

한 번에 상대하는 블랙 오크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체력이 빠르게 소모된 것이다.

결국 악소창과 당소유의 만류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8:41:17]

[킬 수 현황]

[1위. ‘고명’ 1,628킬]

[2위. ‘고예천’ 1,467킬]

[3위. ‘렌’ 1,461킬]

[4위. ‘가엔’ 1,450킬]

[5위. ‘엔키두’ 615킬]

[6위. ‘미구르드’ ······.]

당소유, 팽무진, 악소창 등 다른 무림인들이 분발해준 덕분에 킬 수 1위를 굳힌 고명.

그럼에도 렌과의 킬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렌의 킬 수가 고명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자네, 계속 신경 쓰고 있군. 어차피 우리가 쉬는 것처럼 녀석에게도 휴식 시간이 필요할 걸세.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게.”

고명의 눈이 순위 창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자 악소창이 그를 말렸다.

“자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과민 반응이었군.”

고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순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킬 수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 걸 보니, 자신들처럼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녀석도 슬슬 체력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고명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다른 랭커들의 사냥 속도가 느려진 것에 반해, 렌은 여전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결국 1시간쯤 지나자 렌이 고명의 킬 수를 역전하며 1위를 탈환했다.

“저 녀석은 쉬지도 않는가? 어찌 저리 빨리······.”

악소창의 중얼거림에 고명은 마음을 굳혔다.

8경기처럼 이번 경기도 다른 성계에서 녀석을 견제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녀석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날뛰는 교룡을 멈춰 세우려면 머리를 잘라야 하는 법. 녀석을 죽이러 가세.”

“음······ 이 팽 모는 소협의 의견에 찬성이오.”

“계속 이렇게 끌려다닐 순 없겠죠. 저도 찬성이에요.”

다행히 팽무진과 당소유는 자신의 의견을 동조해 주었다.

그러자 악소창도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면 녀석을 죽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런데 이 넓은 숲에서 어떻게 녀석을 찾는단 말인가?”

악소창의 질문에 대답한 건 당소유였다.

“주위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빠르게 사냥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어요. 바로 숲의 중심부죠.”

“하지만 소저, 중심부엔 저 괴이한 생명체들이 우글거릴 것이오. 혼자서 그곳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란 말이오. 설마 녀석이 중심부로 갔겠소?”

“우리처럼 팀을 짰다면요? 지구인들이 아무리 약하다 해도, 그들도 뭉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요? 어차피 렌이라는 분이 길을 뚫을 테니 나머지는 뒤만 막아주면 될 텐데요.”

당소유의 말에 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도 렌은 중심부에 있을 것 같네. 아무리 사냥 속도가 빨라도, 사냥감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니겠나. 모두들 동의했으니, 바로 그쪽으로 이동합세.”

그때부터 고명을 선두로 하는 숲의 중심부 침투가 시작됐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블랙 오크의 숫자가 많아 뚫기가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막아서는 몹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6:13:05]

[킬 수 현황]

[1위. ‘렌’ 4,864킬]

[2위. ‘고명’ 3,876킬]

[3위. ‘가엔’ 3,458킬]

[4위. ‘고예천’ 3,304킬]

[5위. ‘엔키두’ 2,987킬]

그리고 렌과의 킬 수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그 압도적인 속도에 고명은 전율했다.

저 엄청난 킬 수의 대부분을 단 한 명이 해내고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녀석이 사냥을 못 하게 막아야 해······!’

길을 막아서는 블랙 오크의 숫자가 줄어든 덕분에, 고명 일행은 금세 숲의 중심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숲의 중심부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분지 형태였다.

그래서 경사 아래로 내려가 렌을 찾으려 할 때였다.

“······!”

“······!”

“······!”

“······!”

경사 아래를 내려다본 고명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곳엔 온 세상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블랙 오크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숫자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때였다.

꽈아아아아앙!

바글바글한 블랙 오크들 사이에서 한순간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벼락이 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쿠과과과과광!

그리고 덮쳐오는 충격파.

중심부에서 누군가가 대규모 블랙 오크 군단과 싸우고 있었다.

‘렌······!’

그것도 혼자.

“······.”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한번 창을 휘두를 때마다 벼락이 치고, 붉은 안개들이 끊임없이 렌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그건 마치.

‘정말 녀석이 악마라도 된단 말인가······?’

인세에 등장한 악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 * *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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