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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48화 (48/205)

48화. 초신성(4)

└와ㅏㅏ 진짜 결국 결승전까지 왔넼ㅋㅋㅋ 솔직히 아르웬 이긴 거 뽀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다가 진짜 지구가 1승 챙기겠는데? 이거 모른닼ㅋㅋㅋㅋㅋㅋ

└ㄴㄴ 솔직히 여기가 한계일듯. 소호야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녀석이니까 영리하게 풀어갈 수 있긴 했는데, 고명한텐 그런 방법 안 통함.

└ㅇㅇ 사실상 근접 물리계열로만 놓고 봤을 때 렌보다 고명이 한 수 위라고 평가받음.

└그래도 지구에서 저런 녀석이 나왔다니, 진짜 대단한 건 인정 ㅇㅇ!

└안돼 ㅠㅠㅠㅠ 렌아 힘내! 제발 지구 역배 터지는 기적을 보여줘!!!!!

└앜ㅋㅋㅋㅋ 지구에 태운 새끼 ㅋㅋㅋ 존나 털리고 시무룩해 있다가 렌이 지구 출신이라고 하자마자 등장하는 거 실화냐ㅋㅋ

└야, 꿈 깨 ㅋㅋㅋ 설마 쟤 하나 있다고 지구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 *

옅은 달빛이 원형 경기장을 비췄다.

고명은 달빛 아래에서 자세를 낮춘 채 언제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암습을 대비하고 있었다.

녀석의 얼굴에서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이런 암습을 수도 없이 겪어봤기에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겠지.

‘암습으로 끝내긴 어려울 것 같고.’

아무래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고명의 뒤편에서 천천히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지금!’

벼락처럼 쏘아지는 찌르기.

후욱!

하지만 내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고명이 마지막 순간에 자세를 낮추며 찌르기를 피한 것이다.

녀석이 잠시 뒤로 물러서더니 입을 열었다.

“거기 계셨구료.”

“······.”

“소인은 화산파의 고명이라고 하오. 최근 위명을 떨치고 있는 렌 소협께 한 수 배우겠소.”

고명이 검을 역수로 쥐더니 가볍게 들어올리는 중국식 인사, 지검례를 취했다.

나는 무시한 채 곧장 녀석을 향해 창을 휘둘렀지만, 고명이 뒤로 빠지며 피하는 바람에 그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휙! 휙! 휙!

“예의를 모르는 무뢰배셨구료. 이 몸이 예의를 알려주겠소.”

말을 마친 고명이 검을 찌르며 들어왔다.

쾌, 변, 환의 묘리가 들어있는 화산파의 검술.

단순한 찌르기임에도 변화가 다양해 무척 화려하게 느껴졌다.

나는 창에 마력을 담아 녀석의 검을 막는 데 집중했다.

챙! 콰지직-

“암경!”

내 창과 녀석의 검이 부딪히자, 고명이 화들짝 놀라며 나와 거리를 벌렸다.

뇌전의 힘이 녀석의 내부로 침투한 것이다.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솔직히 소호가 너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1 티어급 스킬이 모조리 통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고명 역시 네임드는 네임드.

빅터와 다르게 고명은 뇌전으로 인해 움찔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놀랍다는 반응이었을 뿐이었다.

‘일단 뇌전으로 최대한 데미지를 쌓자.’

이번에는 내가 먼저 고명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콰지직-

휙! 휙! 챙!

이전보다 고명의 움직임이 한층 더 예민해졌다.

내 공격을 막아내지 않고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피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필요에 따라 막으며 빠르게 내 품속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거리를 내주는 건 절대 안 돼.’

나는 그때마다 뒤로 물러서며 녀석이 찌르고 들어오는 공간을 잘라냈다.

계속해서 공간을 차단하자, 고명이 뒤로 물러서며 나와 거리를 뒀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시오. 지금까지 만난 지구인들과는 딴 판이구려. 나도 본격적으로 가겠소!”

다시 현란하게 움직이는 고명의 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부터 본 게임이군.’

그의 검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수많은 매화가 흩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매화 꽃잎 하나하나에 마력이 깃들어 있어 닿는 순간 예리한 검에 베인 것처럼 난자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마력 상쇄율 : 50%]

콰지직! 콰직!

내 창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뇌전이 뿜어져 나오며 흩날리던 꽃잎들을 소멸시켰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그러자 고명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녀석이 처음으로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어이가 없겠지.

내가 생각해도 마력 상쇄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기만 하다면 뭐든 절반의 힘으로 벨 수 있었으니까.

“제길!”

내가 순식간에 매화들을 없애버리고 고명을 향해 창을 휘두르자, 그가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고명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매화와 검술의 연계기를 나는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런 상황에서 내 창과 맞닿기만 해도 데미지가 쌓이니,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내가 쫓아다니고, 고명이 피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실력은 나와 호각. 거기다 스텟도 나보다 훨씬 높은 고명이 내게 쩔쩔매기 시작한 것이다.

└와 뭐냐 고명이 일방적으로 밀리는데?

└쟤 수비가 진짜 좋다. 간격 뺏는 거랑 공간 자르는 거 보니까 창술의 정석을 보는 것 같음.

└ㅋㅋㅋㅋ 고명쉨. 전기 물리치료 받고 화들짝 놀라는 거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뭐하냐ㅡㅡ 진짜 그 스텟 갖고 지면 뒤진다. 고명 개새끼야.

└이제 보니까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다 보통이 아니네. 쟤는 지금까지 번 포인트로 다 스킬에 때려 박은 건가?

└그거지이이이! 렌 우승 가즈아아!

‘나한테서 못 도망가.’

나는 뒷걸음질 치는 고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창을 휘두르며 그에게 달라붙었다.

애초에 그의 공격이 내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승부는 결정 난 셈이었다.

고명도 이대로는 나를 뿌리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내 창을 맞받아치며 나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챙!

콰지직!

“끅!”

그로 인해 뇌전으로 데미지를 많이 입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명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그러자 내 창의 거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고명이 등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시간을 끌면서 다른 전략을 구상하려고 하는 것이다.

‘엄청 빠르네.’

어떻게든 쫓아가기 위해 고명을 쫓아갔지만, 고명과의 민첩 스텟이 너무 많이 차이 났다.

순식간에 고명과의 거리가 30미터까지 벌어졌다.

‘그래 봤자야.’

나는 곧바로 인벤토리를 열어 활로 스왑했다.

핑! 핑!

“헉!”

내가 곧장 화살을 쏴대기 시작하자 고명이 크게 당황해하며 화살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건.

‘거리가 또 좁혀진다는 뜻이지.’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마침 벽력이 터지며 내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바닥을 박차는 발길에 땅이 벼락 맞은 것처럼 뒤집혔다.

조금씩 멀어져 가던 고명의 뒤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나는 다시 창으로 스왑했다.

챙! 콰지지직!

또다시 시작된 뇌전 공격.

아마 고명은 도망가면서 내 공격을 막으랴, 뇌전의 통증을 버티랴 정신이 없을 것이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돼.’

굳이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헉, 허억, 헉.”

고명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졌다.

데미지가 쌓이다 보니, 체력 소모가 무척 심한 것이다.

결국 고명은 도망치는 걸 포기한 채 몸을 빙글 돌리며 내게 검을 겨누었다.

“내가 이대로 질 것 같으냐!”

악을 지르며 달려드는 고명.

수많은 매화 꽃잎들이 피어나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내 창의 간격을 뚫고 들어오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실패한 상황.

최후의 발악을 시작한 것이다.

‘잘 가라.’

나도 남아 있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 올렸다.

콰지지직! 콰지직!

온몸에서 사방으로 뇌전이 뻗쳐 나왔다.

그리고 고명과 최후의 일격을 나누려는 순간!

‘침묵의 망토.’

나는 은신을 쓰면서 몸을 틀었다.

내 공격 판정에 곧장 은신이 풀려났지만 상관없었다.

고명에겐 내 몸이 깜빡거리는 형광등의 빛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 사라진 찰나의 순간 동안 나는 고명의 검을 피했고, 크게 휘둘러진 내 창은.

서걱!

깔끔하게 고명의 가슴을 가르며 녀석을 두 동강 내 버렸다.

‘이겼다.’

“크윽······ 컥, 커헉.”

고명이 잘린 몸뚱아리로 잠시 버둥거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6경기 결승전이 종료되었습니다.]

[‘렌’ 우승!]

[6경기는 지구에서 승리를 가져갑니다.]

[축하합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1회차 때.

어떻게든 소원을 이루고 싶지만, 재능이 부족해 도망 다니던 삶부터.

회귀하고 나서 치렀던 여러 경기들.

끝끝내 이 자리에 서기까지.

결국 내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초월 리그.’

절대 닿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영역에.

어떻게든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30분 후 7경기가 시작됩니다. 준비해 주세요.]

* * *

[6경기. 지구 승!]

[현재 순위]

[1위 : 발리노르 / 1승]

[1위 : 알프헤임 / 1승]

[1위 : 졸본 / 1승]

[1위 : 웨스테로스 / 1승]

[1위 : 무림 / 1승]

[1위 : 지구 / 1승]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육체는 100퍼센트 회복되었지만,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했다.

‘그래도 1승을 챙겨서 다행이야.’

사실 일대일 대전에서 승리를 챙길 확률은 50프로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피의 강화의 스텍을 쌓을 수도 없고, 오로지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붙는 경기.

상대보다 약하다면 변수를 만들어 경기를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냈지.’

더 이상 내가 약하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증명했다.

하위 리그의 최강자.

그 타이틀을 결국 내가 거머쥐었으니까.

‘뭐, 그래봤자 상위 리그에 올라가면 더한 강자들이 득실댈 테지만.’

나는 머리도 식힐 겸 커뮤니티를 열었다.

커뮤니티엔 결승전이 끝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아세리안 때부터 느낀 거지만 신들과 우리의 시간 개념이란 게 많이 다른 모양이다.

―지구에서 나타난 초신성!

―압도적으로 강한 무기를 가진 소호와 고명. 결국 다수의 무기를 쥔 렌에게 무릎을 꿇다.

―우승 확률 0.1% 성계의 폭풍 질주!

└ㅋㅋㅋ 아무것도 못 하게 손발 잘라놓고 조금씩 조여들어가는 거 봄? 와 진짜 쟤는 싸움이 아니라 사냥을 하는듯 ㅋㅋㅋ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걸 진짜 지구가 가져가넼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렌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데······?

└시발 ㅋㅋㅋ 고명쉨 결국 물리치료 받다가 뻗었누..ㅠ

└쟤 스킬들이 왜 이렇게 좋음? 스킬 설명 한번 보고 싶은데 쟤가 갖고 있는 스킬들 아시는 분?

└고명이 이길거라고, 결승전에 렌이 올라와서 무림 씹이득이라고 했던 놈들 다 어디갔냨ㅋㅋㅋㅋㅋㅋ

└와 기어코 이걸 지구가 가져가네;; 저 정도면 역대 네임드 탑 텐 안에 들어가겠는데?

└뭐래 ㅋㅋ 아무리 그래도 탑 텐은 씹 애바지 ㅋㅋㅋㅋ 적당히 빨아라

└ㅇㅇ 지구에서 저런 녀석이 나온 게 놀라울 뿐이지, 사실 그렇게 특별한 수준은 아님 ㅎ

└렌니뮤ㅠㅠㅠㅠㅠㅠ 믿었다구!! 나머지도 전승 가자! 역배 초초초초대박 가자아아!!

└하 시발;; 나도 버리는 셈 치고 지구에 천 포인트만 걸어볼껄.

게시글에는 이미 엄청난 숫자의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하긴,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신들이 보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네임드로서의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리고 일대일 최강이라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아직 한참 멀었어.’

하지만 이제 겨우 6경기가 끝났을 뿐.

나는 들끓어 오르려는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켰다.

내가 원했던 것은 저따위 쓸모없는 타이틀이 아니다.

‘차원 특전.’

모든 스텟을 10퍼센트나 증가시켜주는 차원 특전.

그걸 반드시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머지 네 경기에서도 승리를 가져와야겠지.’

마침 다음 경기는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경기.

7경기에서 꼭 승리를 챙긴다.

[지금부터 7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7경기 : 생존 미션(개인 PvP)]

[게임명 : 지옥에서 생존하기]

[승리 조건 : 끝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

[맵 : 지옥]

[관객 수 : 1,180,072 명]

[현재 생존자 수 : 5,837 명]

[참가 현황]

[알프헤임 : 722 명] [발리노르 : 627 명] [웨스테로스 : 614 명] [무림 : 543 명]

[티르너노그 : 497 명] [바빌론 : 477 명] [미드가르드 : 462 명] [탐리엘 : 444 명]

[졸본 : 422 명] [나카츠쿠니 : 419 명] [하이퍼보리아 : 416 명] [지구 : 194 명]

[7경기 참가 플레이어 분들께서는 입장해 주십시오.]

경기장 안에 들어오자 무시무시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순간 어마어마한 추위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띠링!

[니플헤임에 입장하셨습니다.]

[<달의 메아리> 가 외부 온도를 차단합니다.]

알림창이 울림과 동시에 느껴졌던 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새하얀 김도 사라졌다.

지옥, 니플헤임.

이곳이 7경기의 아레나였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무스펠하임으로 들어가지.’

극한의 얼음 세계 니플헤임과 정반대의, 엄청난 열기로 가득한 불꽃의 세계.

극과 극을 오가는 온도를 버텨내는 것.

그게 이 경기의 관건이었다.

‘전 경기는 스킬빨로 가져갔으니까, 이번 경기는 템빨로 가져가야지.’

물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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