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44화 (44/205)

44화. 성계 대항전(3)

1경기는 결국 발리노르 성계가 가져갔다.

지구는 뭐.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1관문에서 대부분 떨어진 모양이었다.

‘지구에는 최상급 플레이어의 숫자가 너무 적어.’

지구 출신은 하위 리그에서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지만, 소수의 정예가 없는 상황.

아무래도 콜로세움에 들어와서 검이나 도같은 것들을 처음 잡아본 사람이 많을 테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밖에.

띠링!

[1경기. 발리노르 승!]

[현재 순위]

[1위 : 발리노르 / 1승]

[-]

[지금부터 2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경기 : 5대5 파티 전투(단체 PvP)]

[게임명 : 팀웍이 생명이다]

[승리 조건 :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 1개 팀]

[맵 : 원형 미로 투기장(대)]

[관객 수 : 943,978 명]

[현재 생존자 수 : 6,225 명]

[참가 현황]

[지구 : 810 명] [미드가르드 : 550 명] [바빌론 : 505 명] [티르너노그 : 500 명]

[탐리엘 : 495 명] [하이퍼보리아 : 490 명] [졸본 : 490 명] [나카츠쿠니 : 485 명]

[알프헤임 : 480 명] [발리노르 : 475 명] [웨스테로스 : 475 명] [무림 : 470 명]

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경기.

1경기와 동일하게 2경기에서도 지구에서 참가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다른 성계들보다 훨씬 많았다.

스토리 미션이나 단체 PvP 전투는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져도 충분히 가능성 있으니까.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들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문제는.

└와, 씨. 가엔 정령 마법 개사기네ㅋㅋㅋㅋ 근데 가엔보다 아르웬이 더 강하다고 평가받지 않았냐. 렌은 아르웬을 어떻게 상대했누.

└애초에 미로처럼 좁은 공간에서 고위 마법이 터지면 렌도 방법 없음 ㅋㅋㅋㅋ

└가엔 말고 저 호인족도 겁나 세네. 쟤가 조슈카인가 걘가?

└ㅇㅇ 맞음. 알프헤임의 또 다른 네임드. 조슈카가 앞에서 찢고 뒤에서 가엔이 마법 터트리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네.

다른 성계의 플레이어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

아무리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를 메울 순 없다.

결국 이번에도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와 씨. 다른 성계 네임드들도 녹아내리네. 좁은 공간에선 역시 길 막고 마법 때려 박는 게 최고인듯.

└저렇게 때려 박으면 마나 금방 없어지지 않음?

└응, 바빌론 때려잡을 때까진 남아 있어~ 돌아가.

└ㅋㅋㅋㅋㅋ 시발 개짜증나넼ㅋ

댓글로 대략적인 경기 내용을 봤을 뿐이지만 가슴 한켠이 서늘했다.

사실, 직접 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대충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는 예측이 됐다.

미로니까 좁은 골목으로 되어 있었을 거고, 그 반대편에선 가엔이라는 정령사가 마법으로 폭격을 하는 상황.

어떻게든 뚫고 들어가 가엔을 죽이고 싶어도, 전방에서 알프헤임의 또 다른 네임드인 호인족이 길을 막아 접근할 수도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라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겠는데.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이라도 배워야 하나?’

한참을 궁리했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을 언제고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런 방법을 취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물론 성계 대항전이야 죽어도 부활한다고 하지만.

└아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 이걸 지네ㅡㅡ 무림 새끼들 네임드 딱지 다 떼라.

└알프헤임 코인 떡상합니다. 꽉 잡으세요!!

└저 조합을 막을 방법이 없네 ㅋㅋㅋ 나도 팜에서 애들 저런 방법으로 육성시켜야겠다.

[2경기. 알프헤임 승!]

[현재 순위]

[1위 : 발리노르 / 1승]

[1위 : 알프헤임 / 1승]

결국 2경기는 가엔과 조슈카라는 네임드들의 활약으로 알프헤임이 가져갔다.

지금까지는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발리노르와 알프헤임이 1승씩 나눠 먹은 상황.

[지금부터 3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3경기 : 성계 단위 레이드(집단 PvM)]

[게임명 : 레이드 보스 사냥하기]

[승리 조건 : 가장 빨리 레이드 보스를 사냥하는 성계]

[맵 : 고대룡의 무덤(대)]

[관객 수 : 951,447 명]

[현재 생존자 수 : 7,244 명]

[참가 현황]

[졸본 : 984 명] [지구 : 783 명] [나카츠쿠니 : 713 명] [티르너노그 : 611 명]

[탐리엘 : 601 명] [바빌론 : 570 명] [웨스테로스 : 529 명] [미드가르드 : 514 명]

[무림 : 511 명] [하이퍼보리아 : 480 명] [발리노르 : 477 명] [알프헤임 : 471 명]

3경기는 레이드 보스 사냥하기.

‘와. 졸본에서는 거의 다 출전했네.’

궁수가 많은 졸본 특성상 레이드 보스 사냥을 선호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지구 출신은 1경기부터 3경기까지 모두 700명이 넘게 출전했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기에 스토리 미션이나 단체전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와 씨 ㅋㅋㅋ 궁수 몇백 명이 쏘니까 리치가 아무것도 못하넼ㅋㅋㅋㅋ

└졸본 지금 몇 분 만에 깬 거임? 4분? 5분?

└(과도한 욕설로 인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정확하게 4분 57초 만에 사냥 성공함. 여기서 졸본이 승리를 가져가네.

└(과도한 욕설로 인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무림 이 개새끼들. 똑바로 안 하냐? 진짜 뒤지고 싶냐? 너네 우승 못하면 너네 죽고 나 죽는 거야.

└(과도한 욕설로 인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결과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인 졸본에 밀려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니, 지구는 레이드 보스를 잡지도 못했다.

└ㅋㅋㅋㅋ 지구 애들 뭐함? 코미디 찍음?

└ㅋㅋㅋㅋㅋㅋㅋ 깨라고 만들어 둔 레이드 보스도 못 잡고 전멸하넼ㅋㅋㅋ 내가 이래서 극장에 코미디 보러 안감ㅋㅋㅋ

└다른 성계는 다 10분 안쪽으로 레이드 보스 잡았는데, 지구 전멸한 거 실화냐? 쟤네는 그냥 앞으로 성계 대항전에 부르지 마라;; 눈물겨워서 못 봐주겠다.

└아까 지구에 걸었다는 흑우 어디감?

└스틱스 강 온도 몇 도인지 체크하러 가셨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레이드 보스로 리치가 나왔다고 하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리치는 다수의 약한 적들에게 절대적인 강함을 보여주는 언데드다.

시체를 언데드로 부활시키기 때문에 전투가 지속될수록 많은 피해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름 지구의 최정예로 뽑혔다는 플레이어들인데······.’

내 예상보다 다른 성계와의 격차가 무척 심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차원 특전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

물론 지구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무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아니, 오히려 좋아.’

애초에 내가 없는 경기에서 지구가 승리를 가져올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리노르와 알프헤임, 졸본이 한 경기씩 가져간 상황.

1회차의 우승자인 무림이 아직까지 한 경기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4경기나 5경기를 무림이 가져갈 확률이 높았다.

‘5경기까지 한 성계씩 승리를 나눠 먹으면, 나머지 경기에서 내가 세 경기만 가져와도 우승할 확률이 높아.’

가장 베스트는 4경기와 5경기를 무림과 웨스테로스가 한 경기씩 가져가는 것이다.

[3경기. 졸본 승!]

[지금부터 4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4경기 : 스토리 미션(단체 PvP)]

[게임명 : 빛의 수호]

[승리 조건 : 호위 대상을 가장 먼저 세이프티 존에 데려다주는 1개 팀]

[맵 : 라스그리드(대)]

[관객 수 : 987,011 명]

[현재 생존자 수 : 6,721 명]

[참가 현황]

[지구 : 832 명] [나카츠쿠니 : 683 명] [미드가르드 : 622 명] [탐리엘 : 604 명]

[바빌론 : 577 명] [하이퍼보리아 : 555 명] [티르너노그 : 512 명] [무림 : 499 명]

[웨스테로스 : 483 명] [발리노르 : 482 명] [알프헤임 : 473 명] [졸본 : 399 명]

4경기는 팀 단위 스토리 미션.

이번에도 지구에서 참전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는 슬슬 소파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조금만 있으면 6경기.

드디어 내가 출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근데 4경기까지 렌은 한 번도 안 나왔네. 슬슬 나올 때 된 거 같은데.

└알고 보니까 이미 상위 리그로 올라간 거 아님?

└ㄴㄴ 저번에 아르웬이랑 싸우던 경기 승급샷 아니었음.

└아앀ㅋㅋ 어느 성계인지 궁금해 죽겠는데. 빨랑 좀 나와라.

댓글 창에서는 관객들이 내가 어서 등장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지구 플레이어로 등장하면 정말 드라마틱한 연출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어서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다.

└엌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승리 후보가 나가떨어지넼ㅋㅋㅋ

└가자 웨스테로스! 너만 믿고 있었다구!

└아 ㅁㅊ 가엔 진짜 뭐하냐ㅡㅡ 시발 호위 대상을 죽이는 ㅂㅅ이 어딨음?

└아 ㅋㅋㅋㅋ 왜 화를 내고 그래 ㅋㅋ 원래 광역 마법이 다 그런거짘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오늘 코미디 많이 보네 ㅋㅋㅋ

└ㅋㅋㅋㅋㅋ 아르웬도 정상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가엔 쟤도 느낌이 약간 삐리하다?ㅋㅋㅋㅋ

[4경기. 웨스테로스 승!]

바닥에 앉은 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1등을 하고 있던 가엔이 광역 마법을 잘못 떨구는 바람에 승리를 뺏긴 것 같았다.

나로서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아직까지 네 개의 성계가 1승씩 챙긴 상황.

내가 출전하는 남은 다섯 경기에서 잘하면 3승만 챙겨도 지구가 우승할 확률이 높아졌다.

나는 그때부터 커뮤니티를 끄고 명상을 시작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죽음의 위협이 없는 경기일지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눈을 감은 채 내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긴장, 기대, 불안 등등 온갖 감정들로 점철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고요해진 세상 속에서.

눈을 떴다.

띠링!

[5경기. 무림 승!]

[현재 순위]

[1위 : 발리노르 / 1승]

[1위 : 알프헤임 / 1승]

[1위 : 졸본 / 1승]

[1위 : 웨스테로스 / 1승]

[1위 : 무림 / 1승]

[지금부터 6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6경기 : 일대일 대전(개인 PvP)]

[게임명 : 일대일 최강자]

[승리 조건 : 토너먼트 우승자]

[맵 : 시가지 타입의 원형 경기장(소)]

[관객 수 : 1,001,072 명]

[현재 생존자 수 : 6,304 명]

[참가 현황]

[무림 : 833 명] [발리노르 : 711 명] [알프헤임 : 684 명] [웨스테로스 : 632 명]

[미드가르드 : 501 명] [바빌론 : 493 명] [탐리엘 : 484 명] [티르너노그 : 471 명]

[하이퍼보리아 : 444 명] [나카츠쿠니 : 441 명] [졸본 : 399 명] [지구 : 211 명]

[6경기 참가 플레이어 분들께서는 입장해 주십시오.]

알림창과 함께 대기실 한쪽 벽에 하얗게 빛나는 문이 생겨났다.

새롭게 구한 창을 쥐고 문을 넘어서자 폐허가 된 구조물들로 빽빽한 원형 경기장이 보였다.

[지구]

내 머리 위에는 지구라는 글씨가 둥둥 떠 있었다.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워낙 많은 데다가, 같은 팀 출신이 아니기에 팀킬을 할 수도 있어서 이렇게 표시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관객들이 당신의 성계를 보고 놀랍니다.]

[관객들이 당신의 성계를 보고 오류가 아닌지 의심합니다.]

[관객들이 당신의 성계를 보고 경악합니다.]

오랜만에 뜨는 관객들의 상태창.

이건 대다수의 관객들이 비슷한 감정일 때 나타난다.

뭐, 많이 놀라긴 했나 보네.

나는 피식 웃으며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 * *

└?????????????????????

└???? 뭐야? 지금 내가 보고 있는거 실화임????????

└???????????????????????????

└뭐냐? 이거 시스템 오류 아님? 지구같은 좆밥 성계에서 렌이 나올 수 있음?

└쟤가 진짜로 지구 출신이라고???????

└???????

└와 미쳤다 씨발. 방금 소름 돋았다.

└렌이··· 지구????

└?????????????????????

└쟤가 왜 저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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