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성계 대항전(1)
블러드나이트 200이 끝난 다음 날 아침.
띠링!
[성계 대항전 ‘지구’의 참가 멤버로 선정되었습니다.]
[참가 멤버는 각 성계의 상위 1천 명까지 입니다.]
[성계 대항전은 총 10개의 경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종 우승 시 ‘차원 특전’을 획득합니다.]
[성계 대항전의 아레나에서는 사망하더라도 부활합니다.]
[1인당 총 5개의 경기에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 인원 제한은 없습니다.]
[차원 특전은 도박사들이 예상한 비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사냥 실력은 내가 최고(개인 PvM)
―팀웍이 생명이다(단체 PvP)
―스피드 레이스(개인 PvP)
―레이드 보스 사냥하기(집단 PvM)
―스토리 미션(개인 PvP)
―성계 집단 대항전(집단 PvP)
―일대일 최강자(개인 PvP)
―지옥에서 생존하기(개인 PvP)
―스토리 미션(단체 PvP)
―역대 네임드들과의 전투(집단 PvP)
[5개의 경기를 선택해 주세요. 24시간 안에 선택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메시지창이 떴다.
그리고 나열되는 10개의 항목들.
다행히 내가 가장 마음졸이던 부분은 그대로였다.
‘1인당 경기 5개까지 참가 가능.’
그렇다는 건 한 경기당 지구에서만 대략 500명이 출전한다는 뜻.
이 조항이 없었으면 지구는 죽었다 깨도 우승하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1경기 정도는 승리로 이끌 수 있겠지만, 나머지 9개 경기에서는 승리가 안 나올 것이기에.
물론 나처럼 다른 성계의 네임드들도 여러 경기에 참여하기 때문에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경기당 참가 인원이 어마어마하겠군.’
성계가 12개니까, 무려 1만 2천 명이 출전해 겨루는 초대형 경기였다.
고개를 돌려 4인방을 보니, 모두들 몸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메시지 창이 뜬 것은 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즉, 팀 투지에서는 나 혼자만 참가한다는 것.
‘주창범은 선정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지구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의 숫자가 워낙 적다 보니 주창범 정도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부족했나보다.
한마디로 주창범보다 강한 플레이어가 1천 명이나 된다는 뜻이었다.
‘쯧. 더 굴려야겠군.’
경기 항목은 1회차와 동일했다.
아, 물론 나 또한 1회차 때 성계 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상위 1천 명 안에 들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워낙 초대형 이벤트였다 보니,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경기가 펼쳐졌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개인 PvP 위주로 뛰어야 해.’
그래야 그나마 확률이 높았다.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들과 단체 PvP를 뛰면 내가 메꿔야 할 전력의 공백이 너무 클 테니까.
어쩔 수 없이 개인 PvP 위주로 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리 생각해 뒀던 것처럼 일대일 최강자, 지옥에서 생존하기, 스피드 레이스, 사냥 실력은 내가 최고, 역대 네임드들과의 전투를 선택했다.
‘내 수준은······ 서문창보단 조금 높고, 아르웬에겐 조금 부족했지.’
하지만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 둔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경기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성계 대항전은 앞으로 2주 후, 블러드나이트 202 경기를 대신해서 열리게 됩니다.]
나는 메시지 창을 닫고 커뮤니티로 접속했다.
플레이어들에게 공지가 나간 동시에 이런저런 정보들이 풀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커뮤니티에 들어가니, 내 예상대로 엄청난 숫자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위 리그, 총 10경기로 구성된 성계 대항전 열린다!
―콜로세움 최초! 성계 단위의 대규모 이벤트!
―오직 하위 리그에서만 가능한 이벤트. 성계 대항전이란?
일일이 게시글들을 눌러 확인해 봤지만, 딱히 특별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1회차 때와 변함없는 성계 대항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나비효과가 성계 대항전까지 바꾸진 않았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댓글을 확인했다.
신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와;; 성계 대항전이라니 ㄷㄷ 대체 몇 명이 참가하는 경기임?
└하위 리그에 소속된 애들 숫자만 해도 몇억 명 되지 않나? 현실적으로 얘네가 한 번에 뛸 수 있는 맵이 존재하긴 함?
└ㄴㄴ위에 보니까 성계마다 상위 1~1,000명까지만 뽑아서 경기 치른다고 함.
└항상 무림이 최강이라고 입 털던 새끼들 이번 기회에 수준 차이 보여줄 수 있을듯 ㅇㅇ 웨스테로스 가자!
└각 성계 상위 1,000명까지면 네임드랑 컨텐더 몇 명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함 ㅋㅋ 그런 의미에서 알프헤임이 가장 유리할듯.
신들은 저마다 어떤 성계가 가장 강한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1회차에서는 결국 무림이 우승했지.’
갓 콜로세움에 들어온 신입이라고 할지라도 고수가 아닌 자가 없다는 무림.
그들은 두터운 뎁스 덕분에 성계 대항전을 우승으로 이끌며 모든 스텟 +3 이라는 차원 특전을 얻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강한 무림인들이 상위 리그, 고위 리그 할 것 없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차원 특전은 반드시 우리가 얻어내야 해.’
단순히 내가 강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안 그래도 강한 무림이나 알프헤임, 웨스테로스가 차원 특전까지 획득하게 된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1회차 때 지구의 순위는 12위.
한마디로 꼴찌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
지구엔 내가 있으니까.
오후 훈련이 끝나고 저녁 시간.
식사를 마친 나는 곧바로 아세리안의 집무실로 향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 아세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쩐 일이세요, 안우진님?”
“전에 아이템 목록 정리해두고 계셨죠? 혹시 그것 좀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왔습니다.”
“거기엔 안우진님이 지금 착용하고 계신 것보다 더 나은 아이템이 없을 텐데요?”
아세리안은 의아해하면서도 엄청난 높이로 쌓여 있는 서류 더미들 사이에서 끈으로 깔끔하게 묶어 둔 서류 뭉치 하나를 꺼냈다.
아세리안이 건넨 서류는 못 해도 500페이지는 넘어 보였다.
‘대체 어떻게 한 번에 찾아내는 거지?’
나는 아세리안에게 서류 뭉치를 받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 키만큼 쌓여 있는 탑이 8개.
아세리안은 그중에서 내가 원했던 서류만 콕 찝어 꺼내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기회에 상황별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 세트를 만들어 두려고요. 뭐 예를 들어서 민첩이라던가······.”
“293페이지부터 298페이지까지 민첩만 올라가는 아이템들이 있을 거예요.”
“근력이라던가······.”
“근력만 올라가는 건 112페이지부터 116페이지까지.”
“아니면 근력과 민첩이 올라가는 거라던가······.”
“그건 417페이지!”
“······.”
바로바로 대답하는 아세리안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많은 서류들 사이에서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지?
거의 슈퍼컴퓨터에 필적하는 정보 처리 능력.
엄청난 능력의 일면을 엿봐서일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세리안이 오늘따라 유독 대단해 보였다.
“······잘 보겠습니다.”
“네에. 저는 그럼 저녁 좀 먹고 올게요. 아, 다른 서류들도 마음껏 보셔도 돼요. 편하게 계세요.”
아세리안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세리안이 찍어준 페이지를 보며 필요한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내게 필요한 건 확정 증가 스텟 아이템.
그것도 근력 올인, 민첩 올인, 그리고 근력과 민첩만 올려주는 아이템 들이다.
‘평소라면 지력을 제외하고 모든 스텟을 골고루 올려주는 아이템들을 착용하겠지만.’
이미 어떤 미션이 나올지 알고 있는 상황.
미션에 따라 가장 필요한 스텟들만 올려주는 아이템들을 착용하면 효율이 좋을 것이다.
‘정리 진짜 깔끔하게 잘 해놨네.’
서류엔 장비 종류와 효과 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덕분에 아이템 고르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다른 것들도 좀 볼까.’
어차피 아세리안도 마음껏 보라고 했겠다, 또 어떤 유용한 정보들이 있을지 궁금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 더미들을 하나씩 꺼내 읽어보았다.
지형별 생존 방법, 스킬의 시너지, 무기에 따른 상대 방법, 각 성계 별 스타일의 특징 등등 알아두면 콜로세움 안에서 무척 유용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대체 이걸 언제 다 정리해 둔 거지?’
이 정도의 디테일이라면 경기를 직접 보고 아세리안이 직접 하나하나 분석했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을 텐데······.
“원하는 아이템은 다 찾으셨나요?”
마침 저녁 식사를 끝낸 아세리안이 집무실로 돌아왔다.
“네, 덕분에. 근데 이걸 언제 다 정리해두신 겁니까?”
“아, 남는 시간에 틈틈이 경기들을 보면서 만들었어요. 실전은 안우진님이 그 틀을 다 잡아주셨으니까, 전 이론적인 부분에서 플레이어들을 교육하려구요.”
와.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1회차에는 팀 투지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거지?
이렇게 유능한 신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론에 실력까지 겸비하면 분명 생존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거야.’
다만 내가 지금까지 이론적인 부분을 챙기지 못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이론적인 부분을 가르치기 위해선 내가 겪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놔야 한다.
직접 종이에 쓰면서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정보들을 분류해야 한다는 뜻.
문제는 그걸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이론적인 부분들을 하나하나 정립하기엔 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언제부터 교육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까?”
“내용은 괜찮나요?”
“괜찮다마다요. 아마 앞으로 들어오는 신입들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갈 겁니다.”
“다행이네요. 아직 분석할 게 좀 남아서 몇 주 정도는 더 있어야 교육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대답에 아세리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를 분석하면서도 이게 도움이 될지 스스로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나 사인방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을 시작하신다면 저도 듣고 싶습니다.”
“오, 정말요? 헤헤, 드디어 저도 안우진님께 트레이닝을 해드릴 수 있는 날이 왔군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완전 예쁘게 정리해 드릴 테니까!”
아세리안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몇 주 정도라······.
아마 성계 대항전이 끝난 이후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아세리안의 이론 교육을 받을 날이 기다려졌다.
아세리안의 집무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오늘 일과는 끝.
지금부터는 자유 시간이다.
나는 시스템 창을 열어 중개 거래소로 들어갔다.
[보유 골드 : 11,253,070 G]
현재 보유 골드는 1,100만.
이 골드로 또다시 스펙업을 할 생각이었다.
아르웬과 싸우며 느낀 점은 마법 계열에 대한 내 방어력이 무척 취약하다는 것.
그래서 마법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둘러봐도 내가 원하는 종류의 스킬이나 아이템은 보이지 않았다.
‘쓸만한 게 없네.’
스텟을 올려주는 스킬이나 아이템들 뿐.
간혹 방어막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 마법 무구들이 존재했지만, 그건 원거리 딜러들을 위한 용이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근접 물리 계열에게 방어막은 쓸모가 없었다.
그때였다.
‘어? 이건 뭐지?’
[<스킬북:마력 상쇄>]
[패시브]
[자신의 마력 수치에 비례하여 마력이 깃든 공격을 상쇄 시킵니다.]
[마력 10 스텟 당 5%의 마력 상쇄]
[최대 50%까지 상쇄 시킵니다.]
[판매가 : 2,800,000 G]
자신의 마력 수치만큼······ 마력이 깃든 공격을 상쇄?
마력을 무시한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마력 수치가 100이라면 무려 절반이나 데미지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사자.’
나는 망설임 없이 구입을 눌렀다.
띠링!
[<스킬북:마력 상쇄> 를 2,8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소모품:유니콘의 뿔>을 1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소모품:유니콘의 뿔>을 1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소모품:유니콘의 뿔>을 1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력 상쇄를 구입하면서 유니콘의 뿔들도 사들였다.
내 손 위에 생겨난 한 권의 스킬북과 세 개의 뿔.
나는 가장 먼저 스킬북부터 찢었다.
띠링!
[스킬:마력 상쇄> 를 배웠습니다.]
[마력 상쇄율 : 25%]
현재 특전을 켜지 않은 순수 마력은 51.
특전에 피의 강화를 풀 스텍까지 찍으면 76이 나온다.
무려 35%나 막아낼 수 있다는 뜻.
거기에.
‘이 유니콘의 뿔을 모두 쓰면 얼추 100은 넘겠지.’
그럼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사실, 50%가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어차피 웬만한 마법은 데미지가 반으로 줄어들어도 몸이 터져나갈만큼 위력이 강력하다.
그래서 이 50%가 내게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달까.
그렇다고 팀 내에 마법사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시험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
‘어쩔 수 없이 아레나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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