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피의 여명(4)
그녀가 펼쳐둔 덫에서 빠져나온 이후로도 나는 한참을 도망다녀야 했다.
‘미친년.’
진짜 미친년인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아르웬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았다.
‘설마 이틀 내내 나만 쫓아다닐 줄이야.’
미션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었다.
아마 오늘도 나만 쫓아다니겠지.
나는 살면서 처음 당해본 스토킹에 진저리를 쳤다.
‘도대체 나만 따라다니는 이유가 뭐야!’
그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르웬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미친년인 게 분명해.’
심지어 갈수록 더 무서워졌다.
처음에는 무표정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표정이 기괴해져 가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뺨을 씰룩이고, 때때로 침까지 흘리기도 했다.
애초에 버거운 상대였는데, 미친년인 것까지 알게 된 이상 더욱더 상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씨발. 어떡하지?’
간간이 침묵의 망토를 써서 그녀를 떼어놓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상황.
처음엔 제법 넓다고 생각했던 맵이, 이제는 숨 막힐 정도로 비좁게 느껴졌다.
미션이고 뭐고 빨리 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락- 사락-
아 저 미친년.
또 움직이네.
그녀가 일어나는 모습에 나는 곧장 창부터 챙겨 들었다.
다시 도망다녀야 할 시간이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아, 얘네는 또 시작이네.’
[6급 능천사能天使 ‘시노엘’이 서브 미션을 걸었습니다.]
―아르웬과 일대일로 싸우기.
[보상 : 2,000 P]
[중급신 ‘팔라스’님이 서브 미션을 걸었습니다.]
―아르웬에게 도망치지 않기.
[보상 : 5,000 P]
[고신 ‘페르페스’님이 서브 미션을 걸었습니다.]
―아르웬이랑 좀 싸워 봐라, 이 쫄보 새끼야.
그러고도 네가 남자냐. 고추 떼라 이 자식아.
[보상 : 10,000 P]
[하급신 ‘벤테시키메’님이 서브 미션을 걸었습니다.]
[대신 ‘헤카테’님이 서브 미션을 ······.]
[중급신 ‘메노이티오스’님이 ······.]
무수히 쏟아지는 서브 미션들.
조건은 딱 하나였다.
아르웬과 싸울 것.
심플하기 그지없는 서브 미션.
다만, 그 보상은 전혀 심플하지 않았다.
‘싸우는 것만으로도 5만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날이 오다니.’
합치면 무려 4만 9천 포인트나 되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포인트.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서브 미션을 회수할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다르게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서브 미션들을 무시했다.
‘씨발, 조의금도 아니고.’
싸우는 순간 갈기갈기 찢겨 죽을 것이다.
아니, 그냥 죽여주면 차라리 감사할지도 모른다.
저 미친년에게 잡히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두려웠다.
‘데스 라인 근처로 가야겠어.’
지난 이틀 동안 아르웬을 피해 달리면서 플레이어들이 몰리는 공간의 패턴을 알게 되었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몰리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그래서 피의 강화 스텍을 쌓아 단숨에 거리를 벌려야 했다.
아르웬 덕분에 악마의 눈을 사용하는 게 익숙해져, 스텟이 낮은 녀석들 위주로 죽이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몰리는 곳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
‘스텟이 높은 녀석들은 뚫고 지나가는 것에 집중하면 돼.’
콰광! 쾅! 콰과광! 쾅!
얼음으로 만들어진 대포알들이 날아오며 흙바닥을 거칠게 파헤쳤다.
이젠 나를 직접 맞추는 대신, 내가 향하는 길목을 끊어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
나는 순간적으로 마나를 다리에 집중시킨 후 근처 나무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는 높게 솟아오른 나무 위로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내 마나 운용은 무려 특급.
초감각을 배우고, 마력장을 통해 사물을 느끼다 보니 섬세한 마나 컨트롤이 가능했다.
‘길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
나무 꼭대기까지 오른 나는 곧장 나뭇가지를 박차곤 이 나무에서 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아르웬이 만들어 놓은 구덩이들을 넘어 맵의 외곽을 향해 내달렸다.
챙! 채챙! 챙! 챙!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 외곽으로 나오자 싸우고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씨발! 미친년 놈들이 여길 또!”
“피해! 정신 나간 커플이 온다!”
플레이어들이 나와 아르웬을 보자마자 싸움을 멈추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르웬을 꼬리에 매단 채 맵 구석구석을 쏘다니고 있다 보니, 나 또한 미친놈으로 몰리고 있었다.
‘하, 씨발······.’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꾹 참은 채 마나가 깃든 창을 휘둘렀다.
콰지지직! 콰직! 콰직!
강렬한 마나가 담긴 창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플레이어 ‘로우리타’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강화> 능력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4/30)]
[3분 이내에 다른 생명체를 처치하지 못하면 상승분이 초기화됩니다.]
그렇게 마지막 도주가 시작되었다.
[현재 생존자 수 : 572 명]
[킬 수 현황]
[1위. ‘렌’ 379킬]
[2위. ‘빅터’ 144킬]
[3위. ‘피넛’ 101킬]
[4위. ‘한소호’ 98킬]
[5위. ‘판석’ 77킬]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43:37]
[남은 체력 : 97%]
“허억, 헉, 허억, 허억.”
‘저 독한 년.’
아르웬이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나를 쫓아왔다.
반면에 나는 아주 평온한 상태였다.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며 체력을 계속해서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밍 좋게 벽력이 터져줘서 다행이었어.’
살아남은 플레이어의 숫자는 572명.
경기 시작할 때보다 90% 가량 줄어든 숫자였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들을 마주치기가 쉬웠다.
‘막판에 녀석들도 킬 수를 끌어올리려고 했나 보군.’
덕분에 나 또한 여유롭게 도망치고 다닐 수 있었다.
푹!
“끄윽!”
띠링!
[플레이어 ‘키리사메’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강화> 능력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26/30)]
[3분 이내에 다른 생명체를 처치하지 못하면 상승분이 초기화됩니다.]
무려 26 스텍이나 쌓을 수 있었으니까.
쾅! 콰광! 콰과광! 쾅!
무시무시한 얼음 마법들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내 눈에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마법에 의해 파이고, 쓰러진 나무들을 여유롭게 피하며 맵의 외곽을 크게 돌았다.
이제 앞으로 40분 정도면 저 미친년과의 술래잡기도 끝나는 상황.
그래서 몸이 더 가볍게 느껴졌다.
“흐읍!”
서걱-
띠링! 띠링!
나는 어둠 속에서 몰래 숨어 있는 플레이어들을 죽이며 계속해서 스텍을 쌓았다.
그렇게 밤공기를 맞아가며 플레이어들을 사냥하고 다닐 때였다.
“으으, 씨발. 죽어라! 커헉!”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강화> 능력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30/30)]
[<피의 강화> 로 올릴 수 있는 스텟을 끝까지 채웠습니다.]
[<피의 강화>로 상승한 스텟이 30분간 유지됩니다.]
‘오, 이런 특전이 숨어 있었네.’
무려 30분간 더 이상 플레이어를 죽이지 않아도 상승한 스텟이 유지되는 특전이었다.
나는 힐끗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33분.’
30% 상승이 해제 돼도 3분밖에 남지 않는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압도적인 강자를 만나 도망친 지 71시간째.
결국 나는 살아남았다.
쾅! 콰과광! 쾅! 쾅!
‘저 미친년은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네.’
그럼에도 아르웬은 나를 잡을 생각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시간 내내 달리는 수밖에.
어차피 이쪽으로 돌아 좁은 협곡을 지나면 아르웬과의 거리를 다시 벌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숲의 모퉁이를 돌 때였다.
‘뭐야!’
저 멀리 얼음으로 된 방벽이 보였다.
도대체 저게 뭐지?
아니, 왜 이런 곳에 얼음으로 된 방벽이 있는 거지?
순간 어떤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제 나를 가로막겠다고 만든 얼음 방벽!’
놀랍게도 얼음 방벽은 초가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동안 녹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빙벽이 정확히 내가 지나가야 할 길을 막고 있는 상황.
‘분명 다른 얼음 마법들은 녹아 없어졌는데, 왜 저것만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거야.’
나는 이를 빠득 갈았다.
어쩐지 아르웬이 마지막에 와서 마법을 난사한다 싶었다.
그녀는 날 여기로 몰아넣기 위해 마법을 쏟아부은 거였다.
‘괜찮아. 침착하자.’
예상치 못한 얼음 방벽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방향을 틀었다.
그때였다.
쾅! 콰과광! 쾅! 쾅! 쾅! 콰광!
무수히 많은 얼음 마법들이 지면을 때리며 내 앞길을 막았다.
‘젠장.’
90도 틀어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그녀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30미터 안쪽으로 줄어들었다.
이대로 내가 계속 나아갈수록 그 거리는 더 빠르게 줄어들겠지.
이래서는 억지로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온몸에 얼음 화살이 꽂힐 것이다.
‘씨발, 어떡하지?’
등 뒤로는 데스 라인이 쳐져 있고, 내가 가려던 방향엔 10미터짜리 거대한 얼음 방벽이 세워져 있는 상황.
뛰어넘는 것은 기각.
내가 점프하는 순간 얼음 마법들이 쇄도할 텐데, 공중에서는 그 마법들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얼음 방벽의 두께는 2미터 정도.
어제도 시도해봤지만, 단숨에 뚫고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나는 복싱 경기장의 코너에 몰린 셈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아르웬이 무표정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에 뺨 쪽만 빨갛게 상기된 모습이었다.
뾰족한 귀가 씰룩거렸다.
“안녕. 드디어 잡았네.”
“······.”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 그러니까 날 기쁘게 해줘야 해?”
“······.”
“좀 더 긴 시간 즐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별로 없네. 일단 그 두 다리부터 자르고 다시 얘기하자.”
아르웬은 만나자마자 미친 소리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노려보며 나는 곧장 상황부터 정리했다.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아르웬이 가로막고 있는 방향.’
단 하나뿐.
한마디로 그녀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남은 체력 : 91%]
다행히 내 컨디션은 최고에 가깝다. 반면에 아르웬은 지쳐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마침 피의 강화 특전까지 켜져 내 모든 스텟이 65%나 상승한 상황.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서브 미션 일괄 수락.’
띠링!
[서브 미션을 수락하였습니다.]
―내용 : 아르웬과 일대일로 싸우기
[보상 : 88,000 P]
그사이 서브 미션의 보상도 크게 올라 있었다.
살아남기만 하면 나는 일단 9만에 가까운 포인트를 벌 수 있다.
‘어떻게든 쓰러트려 주겠어.’
생각을 마친 나는 곧장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콰지직- 콰직-
쏴아아아아아-
순간 공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물방울이 흩날렸다.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는 느낌.
물방울 하나하나에 마나가 담겨있어 닿기만 해도 데미지를 입을 것 같았다.
‘미친, 이걸 어떻게 피해?’
나는 곧바로 몸을 뒤로 뺐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엄청난 폭발과 함께 비산하는 돌 부스러기, 작은 나뭇가지들이 내 몸을 두들겼다.
그 틈에 나는 침묵의 망토를 쓴 채 몸을 숨겼다.
하지만 곧바로 날아오는 물 화살에 나는 은신을 풀어야 했다.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침묵의 망토는 은신류 최고위 스킬.
명실상부한 1티어 스킬이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은신을 시도해보는 건, 어떤 상황이나 이유에서 침묵의 망토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건지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침묵의 망토를 간파할 수 있는 건지 찾아내지 못 했다.
은신을 푼 나는 어떻게든 아르웬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일단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쏴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내 앞에 얇은 얼음 방벽이 생겨났다. 이 정도면 뚫고 들어갈 수 있다.
쾅!
마나를 실은 창으로 전력을 다해 찌르자 폭발음과 함께 얼음 방벽이 생겼다.
그 틈으로 들어가려던 난 곧장 고개를 숙여야 했다.
‘헉!’
뚫고 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날아온 거대한 얼음 대포알.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온 얼음 마법은 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며 뒤에 있는 흙바닥을 때렸다.
콰광!
미사일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가는 흙바닥.
‘제길. 다가갈 방법이 없어.’
캐스팅도, 시동어도 없이 날아오는 마법들.
심지어 무슨 마법이 발현될지 미리 예측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가 곳곳에 얼음 방벽을 세우며 날 압박했다.
나는 계속해서 구석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07:22]
10분도 안 남았는데.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도, 남은 시간을 버티는 것도 불가능해.’
저 7분이란 시간이면 피할 곳도 없는 구석 끄트머리까지 밀린 채 마법에 난자당할 것이다.
더 구석으로 몰리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수밖에.
‘기회는 단 한번뿐이야.’
실패하면 난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창을 고쳐잡았다.
그러자 아르웬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을 내게 내밀었다.
쐐에에에에에엑!
그 손짓에 맞춰 뾰족한 얼음 화살들이 내게 쇄도했다.
‘한 번만. 한 번만.’
나는 얼음 화살들을 쳐내거나 피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그때였다.
‘저기다!’
아르웬이 내게 공격 마법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그녀에게 도달할 수 있는 작은 틈이 보였다.
물론 그 틈은 내가 지나갈 수도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상관없었다.
‘한쪽 팔 쯤이야 얼마든지 주마.’
나는 순간적으로 그 작은 틈을 향해 몸을 쐈다.
푸슉-!
소름 끼치는 피륙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내 왼팔.
하지만 덕분에 그녀가 펼쳐 둔 촘촘한 그물 같은 마법들 사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대로 그녀의 목을 꿰뚫는다.
한쪽 팔이 없어도 찌르기는 가능하니까······!
‘씨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르웬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이 틈을 파고들 거라고 알고 있었어.’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오는 무수한 얼음 칼날들이 보였다.
내가 그녀의 목을 창으로 꿰뚫는 것보다 먼저 내 온몸이 난도질 당할 것 같았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벽력!’
순간적으로 전기 스파크가 튀며 내 몸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엄청난 가속을 얻은 나는 쇄도하는 얼음 칼날을 지나치며 그녀의 목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아르웬이 눈을 크게 치켜뜨는 게 보였다.
그리고.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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