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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32화 (32/205)

32화. 급성장(6)

신입들이 어느 정도 개미 마수들을 상대하는 패턴을 깨닫자 사냥 속도가 빨라졌다.

주창범이 전방에서 방패를 든 채 버티고, 바로 뒤에서 검을 든 지그가 주창범을 보조한다.

제이스와 루치아노는 리치가 긴 대검과 창으로 제일 뒤에서 개미들을 공격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전술이었다.

‘제법이란 말이야.’

개미들을 막아내기 위해 주창범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황.

그 사이에서 주창범이 미처 막아내지 못하는 개미들을 지그가 사전에 막아줘야 했고, 맨 뒤에서 공격을 넣는 루치아노와 제이스는 그 둘을 피해 가며 개미 마수들에게 공격을 넣어야 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광장에 나올 때까지 실수 한번 하지 않은 채로 개미 마수들을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형님, 여기서부터는 개미 마수들이 제법 많이 밀집해 있는데요?”

“신중하게 개미들을 끌고 와 보세요. 녀석들은 순찰을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으니까, 타이밍만 잘 맞추면 소수의 개미들만 끌고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주창범이 침을 꼴깍, 삼켰다.

광장에는 얼핏 봐도 50마리 정도의 개미 마수들이 몰려 있었다.

한 번만 실수해도 파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

그런 부담감 때문인지 나아가는 주창범의 발걸음이 무척 신중했다.

“키에에엑!”

‘오, 제법인데.’

살금살금 광장 밖으로 나가던 주창범은 개미 마수들이 서로 거리를 벌리는 타이밍에 맞춰 여덟 마리 정도의 개미 마수들만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오늘 경기를 온전히 녀석들에게만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소수의 개미들만 끌고 오는 것에 성공한 주창범도 자신감을 얻은 것인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열 마리 내외의 개미 마수들만 끌고 왔다.

그렇게 광장 안에 있는 대부분의 개미 마수들을 처치했을 때였다.

사락- 사락-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누군가 우릴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암살자?’

나는 신입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척하며 곁눈질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광장에 나 있는 동굴 중 하나에서 한 플레이어가 자세를 낮춘 채 우리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금세 사라졌지만, 나는 곤두세웠던 감각을 풀지 않았다.

‘아마 정찰을 위해 나선 녀석이겠지.’

신입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부딪혀도 될 상대인지, 부딪히면 안 될 상대인지 가늠하고 갔을 거다.

그리고 십중팔구, 녀석은 부딪혀도 될 상대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제법 잘 싸우곤 있지만, 그래도 신입들의 움직임에는 어색함이 조금씩 묻어나 있었으니까.

“주창범. 잠시 후 다른 파티와 싸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그형 뒤쪽, 예? 다른 파티요?”

“어어, 창범아! 한 마리 흘린다!”

그러자 주창범이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른 파티와 싸운다는 말에 마음이 다급해지다 보니 실수를 한 것이다.

“일단 사냥하는 것에 집중하세요. 다른 파티를 상대하는 건 저 혼자 할 테니. 여러분은 아직 다른 플레이어들과 검을 주고받을 수준이 아닙니다.”

“아, 네!”

이어지는 내 말에 주창범이 다시 사냥에 집중했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새로 얻은 스킬들을 사용해보고 싶었던 상황이었다.

개미들 상대로 쓰기엔 솔직히 너무 약해서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플레이어들이라면 딱 좋은 연습 상대가 되어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적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타다다닥-

‘온다.’

누군가 빠르게 광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발소리가 가벼운 걸 보니, 스텟이 제법 높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소리는 나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무수히 이어지는 발소리들.

엄청난 숫자의 개미들이 광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십, 아니 백 단위가 넘는 것 같았다.

순간 이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몹 몰이!’

기분이 짜게 식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는 게 콜로세움이라고는 하지만.

‘이 개새끼. 넌 죽었어.’

몹 몰이라는 건 당하는 입장에선 무척 열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동굴에서 조금씩 커지던 발소리는 잠시 후 엄청난 개미 떼를 토해냈다.

“헉!”

그 모습을 발견한 주창범이 숨을 들이켰다.

창을 으스러지도록 쥐고 있는데, 마침 몹 몰이를 해왔던 암살자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한번 씩- 웃더니,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은신을 쓰고서는 근처에 있던 개미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원래의 목표를 잃어버린 개미 떼들은 근처에 있던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띠링!

[<천둥의 숨결>을 사용합니다.]

[체력 소모가 2배로 빨라지는 대신, 근력과 민첩이 +15% 상승합니다.]

[<벽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 일단 개미 떼부터 먼저 처리하자.’

녀석을 죽이는 건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뒤로 물러서 있어!”

나는 신입들에게 그렇게 외치곤 개미들을 향해 마나가 깃든 창을 크게 휘둘렀다.

어차피 특전과 천둥의 숨결로 스텟이 뻥튀기된 상황.

한 번에 다수의 약한 적들을 죽이기에 창만 한 무기가 또 없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

[<피의 회복> 능력으로 ······.]

한 번에 쓸려나가는 개미 마수들.

전기 스파크가 파직! 하고 튀며 주변 개미 마수들이 일순간 경직됐다.

마나에 뇌전의 힘이 깃든다는 뇌신 스킬의 효과였다.

“키에에에에엑!”

개미 마수들이 끝도 없이 달려들었지만 내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다.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네다섯 마리의 개미 마수들이 외골격 째로 터져나가며 투명한 진액을 흩뿌렸다.

죽은 개미 마수들의 사체에서 붉은 안개가 나오더니 내게 빨려 들어왔다.

덕분에 몹 몰이를 당한 지 3분도 되지 않았는데, 살아남아 있는 개미 떼의 숫자는 열을 넘지 않았다.

어서 이 녀석들을 다 죽이고 몹 몰이를 했던 개새끼를 족치러 가야 한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그때 벽력이 터지며 전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전류는 이내 사방에 작은 빛무리를 남기더니 서서히 사라져갔다.

뇌전의 마나를 창에 담은 상태에서 벽력이 터지면 일어나는 현상 같았다.

가면 덕분에 붉은 안개도 그렇고, 뇌신과 벽력으로 인한 광역 뇌전까지.

한 번에 많은 숫자의 생명을 죽였더니 생각보다 시각적 효과가 쏠쏠했다.

“우와······ 개멋있다.”

“우리 같은 녀석들 백 명이 몰려와도 안우진님 털끝 하나 못 건드리겠는데.”

감탄하는 신입들을 뒤로하고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개미에게 창을 휘둘렀다.

“키엑!”

털썩-

후.

스킬빨에 템빨.

거기에 창까지 드니까 100마리의 개미 마수를 죽이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형, 형! 우와. 진짜 대박! 지금까지 우릴 상대할 때 보여줬던 건 본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거였네요!”

주창범이 감탄하며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 눈을 보더니 흠칫, 하며 걸음을 멈췄다.

“사냥하고 있어요. 전 개미들 몰아온 녀석 죽이고 올 테니까.”

“아, 넵······.”

나는 신입들을 뒤로한 채 빠른 속도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암살자는 내가 싸우는 모습을 감상하느라 마지막 개미가 쓰러진 후 자리를 떴다.

아직 천둥의 숨결을 끄지 않았으니, 조금만 있으면 녀석의 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예상대로 5분 정도 달리자 암살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놓칠 줄 알아?’

나는 인벤토리에 창을 집어넣으며, 활을 꺼내 들었다.

무기를 스왑하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동작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는 달리는 채로 화살 한 발을 시위에 걸어 당겼다.

뿌드드득-

붉은 깃발전을 치르며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핑!

궁수에게 쫓기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것.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도주하던 암살자의 근처에 박혔다.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쏘다 보니 정확도가 크게 낮아진 상황.

하지만 상관없었다.

‘화살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맞을 때까지 쏘면 된다.

내가 화살을 날리기 시작하자 암살자의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고개를 틀어 날아오는 화살을 확인하면서 뛰다 보니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틈에 녀석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갔다.

“젠장!”

나와의 거리가 실시간으로 좁혀들어가자, 녀석이 욕지거리를 뱉으며 방향을 확 꺾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모습이 흐릿흐릿해졌다.

은신 스킬을 쓴 것이다.

‘악마의 눈이 진짜 개사기 스킬이구나.’

하지만 내 눈에는 암살자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보인다는 것.

말하자면 암살자는 환한 대낮에 내 앞에서 은신 스킬을 쓴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핑! 핑! 핑! 핑! 핑!

“이런 미친!”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을 향해 화살을 쏘자 녀석이 또다시 욕설을 내뱉으며 은신을 풀었다.

움직임을 보니 스텟이 제법 높은 것 같았다.

거의 컨텐더 수준.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도망치고 있는 거겠지.

‘싸우지 않고도 나와의 수준 차이를 확실하게 느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녀석을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녀석이 뭘 하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녀석이 개미 마수들 사이로 향했다.

녀석과 나 사이에 개미 마수들이라는 완충 지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럼 나야 좋지.’

천둥의 숨결을 켜고 있는 상황이라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

나는 다시 창으로 무기를 스왑하며 개미 마수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

[<피의 회복> 능력으로 ······.]

체력이 빠르게 차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과의 거리는 늘어나긴커녕 오히려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차피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개미 마수 세 마리에서 네 마리가 한 번에 죽었기에, 완충 지대의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한 것이다.

띠링!

[<벽력>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그 사이 벽력이 또 한 번 터지며 잠시나마 내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단거리 순간 이동을 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동 중에 처음으로 벽력이 터진 것이다.

“저 괴물 같은 새끼!”

암살자 플레이어가 고개를 돌려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경악했다.

녀석과의 거리는 이제 10미터 안쪽.

아마 30초 안으로 녀석의 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녀석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 내게 달려들었다.

“죽어!”

내게 쇄도하며 두 개의 단검을 휘두르는 암살자.

그렇게 우리의 몸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서걱-!

살을 찢는 피륙음과 함께 암살자의 자세가 그대로 무너졌다.

내 창에 가슴을 크게 베인 것이다.

“크윽······ 씨발. 씨발. 씨바아알! 내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고? 어떻게······ 어떻게 컨텐더까지 됐는데······.”

창을 쥔 채 다가가자 녀석은 무릎을 꿇은 채 악을 썼다. 그러더니 이내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이봐. 나는 팀 ‘절망’ 소속이라구. 날 죽이면 우리 팀의 네임드가 너한테 복수하러······.”

서걱-!

나는 녀석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목을 잘라버렸다.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었으니까.

띠링!

[플레이어 ‘카마키리’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녀석의 목이 데굴데굴 구르며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죽여놓고 보니 낯이 익은 닉네임이었다.

1회차 였던가.

상위리그에서 만난 적이 있는 플레이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한테 죽었던 플레이어였다.

‘그땐 겨우겨우 이길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녀석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 열 명과 싸워도 우습게 이길 수 있는 수준.

애초에 나한테 부족한 게 스텟이었는데, 아이템과 천둥의 숨결로 내 스텟이 크게 오른 상황이었다.

덕분에 더 이상 내게 부족한 부분이랄 게 없었다.

빛의 이면을 뛸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 있었달까.

‘여기가 여왕 개미굴 입구인가 본데.’

카마키리를 쫓다 보니 어느새 개미굴의 중심부까지 와 있었다.

녀석을 쫓으며 개미 마수들을 쓸어버렸더니, 더 이상 개미 마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신입들이 있는 곳부터 이곳까지 뻥 뚫린 상태라는 것.

‘마침 잘됐네.’

나는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이제 신입들을 데리고 여왕 개미를 사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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