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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29화 (29/205)

29화. 급성장(3)

순간 발걸음을 뚝, 멈췄다.

뭐라고?

나는 서둘러 인벤토리에서 블랙 허브의 정보를 확인했다.

[<약초:블랙 허브>]

[티르너노그 성계에서만 나는 약초. 엘릭서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이다. 희귀해서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등급 : 고귀]

어디에 사용하는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등급도 희귀에서 한 단계 올라, 고귀 등급.

“하······ 하하······.”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블러드나이트 183의 경기가 있는 날.

오늘 스토리 미션에서 플레이어들이 이 정보를 획득하면서 관객들이 알게 된 모양이다.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갱신이 되다니.

나는 숙소에 가는 것도 미룬 채, 그 자리에서 곧장 중개 거래소로 들어갔다.

[<약초:블랙 허브>]

[티르너노그 성계에서만 나는 약초. 엘릭서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이다. 희귀해서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등급 : 고귀]

[판매가 : 130 G]

[현재 중개 거래소에 올라와 있지 않은 상품입니다.]

방금 전에 내가 구매했던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시험 삼아 블랙 허브 1개를 2만 골드에 등록해 보았다.

띠링!

[중개 거래소에 등록했던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약초:블랙 허브> ― 20,000 G]

기다렸다는 듯이 판매되는 블랙 허브.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이제 더 이상 스텟이 낮은 문제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압도적인 템빨과 스킬빨로 부족한 스텟을 차고도 넘치게 채워줄 테니까.

[<약초:블랙 허브> ― 707 개]

남은 블랙 허브는 707개.

나는 블랙 허브를 한 번에 다 올리지 않고 한 개씩 중개 거래소에 던졌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중개 거래소에 등록했던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약초:블랙 허브> ― 23,000 G]

[<약초:블랙 허브> ― 25,000 G]

[<약초:블랙 허브> ― 27,000 G]

[<약초:블랙 허브> ― 30,000 G]

점점 높은 가격에 팔리는 블랙 허브.

지난 몇 달간 중개 거래소에 있는 물량을 내가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더니, 시장에 남아 있는 물량이 없는 모양이었다.

가격을 점차 높여나갔음에도 올리는 족족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 상승도 딱 5만 골드 까지였다.

거기서 더 높이니까 더 이상 팔려나가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말자.’

[보유 골드 : 1,352,070 G]

이미 39개를 판매하며 135만 골드나 번 상황이었다.

그러니 굳이 오늘 하루 만에 다 팔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오늘 번 골드 만으로도 당장 필요한 것들은 모두 구입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버티면 블랙 허브가 계속해서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띠링! 띠링! 띠링!

[<약초:블랙 허브>를 50,000 G에 등록했습니다.]

오늘은 일단 3개 정도만 더 등록해 놔야지.

자는 사이에 팔릴 수도 있고.

판매 등록을 완료한 나는 서둘러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장비들을 풀어 협탁 위에 올려놓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이제부터는 쇼핑 시간.

[<단검:카린의 저주>]

[비극의 여인, 카린이 자살할 때 쓴 단검이다. 원혼이 얽매여 강한 저주가 걸려있다.]

[착용 시 모든 스텟이 - 25% 하락합니다.]

[등급 : 전설]

[판매가 : 270,000 G]

[<반지:배신의 눈물>]

[대마법사 레이나가 전쟁에 나서는 바람난 남편을 위해 제작한 마법 장신구. 대상이 죽기를 바라는 강한 저주가 걸려있다.]

[착용 시 모든 스텟이 -10% 하락합니다.]

[등급 : 고귀]

[판매가 : 190,000 G]

[<목걸이:피의 속삭임>]

[아크리치 조로 아스터가 착용하던 목걸이.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하면서 주인의 능력 일부가 깃들어 있다.]

[언데드가 착용 시 모든 스텟이 +15% 상승합니다.]

[언데드가 아닌 존재가 착용 시 모든 스텟이 -15% 하락합니다.]

[등급 : 고귀]

[판매가 : 200,000 G]

내가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던 아이템들이었다.

이전에 봤을 때와 비교했을 때 가격 변동은 없었다.

나는 그 아이템들을 모두 구입했다.

[<단검:카린의 저주>을 27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반지:배신의 눈물>을 19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목걸이:피의 속삭임>을 2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내 손 위에 나타난 단검과 반지, 목걸이.

1회차에서는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볼 수 있던 아이템들이었다.

등급이 무려 전설과 고귀.

지금이야 20만 골드에서 30만 골드면 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100만 골드를 상회하게 된다.

1회차의 내가 구입하기엔 너무나 고가의 아이템이었다.

‘아직 69만 골드 남았네.’

나는 남은 골드를 모두 써서 거래소에 올라와 있는 저주 아이템들을 사들였다.

오늘 벌었던 135만 골드가 순식간에 바닥났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계속해서 골드 수급이 될 테니까.

‘내일이 기대되는군.’

“안우진님. 오늘 오전 체력 훈련 스케줄이 좀 이상한데요? 어제보다 강도가 훨씬 낮아졌어요.”

내가 짜 놓은 스케줄 표를 본 아세리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오늘부턴 좀 특별한 방법으로 훈련할 거라 그렇습니다.”

“특별한 방법이요?”

“네. 가서 보시면 압니다.”

나는 무척 궁금하다는 아세리안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다.

평소와 같은 스트레칭 시간.

식사를 마친 신입들이 하나둘씩 체력 단련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트레칭이 끝나고, 이어서 체력 단련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어제 샀던 저주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바닥에 쏟았다.

팔찌, 반지, 장갑, 검 등등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나와서 종류별로 하나씩 가져가시죠.”

“넵.”

제이스와 지그, 루치아노, 주창범 순으로 나와서 내가 꺼낸 아이템들을 하나씩 가져갔다.

“오늘부터는 스텟 단련을 할 때 반드시 그 아이템들을 끼고 할 겁니다.”

“스텟이 하락하는 아이템들인데요?”

루치아노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스텟이 높아질수록 상승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 증가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아이템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스텟을 낮추면, 그 낮아진 상태에서 스텟이 오르기 시작하죠.”

“그 말씀은······?”

“네. 스텟이 100이더라도, 아이템으로 30을 하락시킨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하면 스텟이 70일 때처럼 상승합니다. 즉, 낮아진 만큼 효율이 증가한다는 거죠. 그리고 아이템을 해제해도 상승한 수치만큼 그대로 남습니다.”

“오오!”

내 말에 신입들이 탄성을 질렀다.

특히 아세리안은 화들짝 놀라며 신입들에게 다가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놀랍겠지.’

사실 이건 나만 알고 있는 방법이 아니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몇몇 팀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훈련을 한다.

다만, 정보 공유를 하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 거기도 하고.’

어차피 훈련할 때만 착용하는 아이템들이다 보니, 그렇게 많이 구비해둘 필요가 없기도 했다.

내가 싹 쓸어버린 이유야 뭐, 신입들 전부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사버린 것이고.

“우와. 다 착용하면 무려 30%나 하락시켜 주네요? 포인트를 엄청 많이 쓰셨겠는데요, 괜찮으시겠어요?”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아세리안이 내게 다가왔다. 그사이 중개 거래소에서 가격까지 확인한 모양이었다.

“예. 제가 아세리안님께 6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요. 남들보다 효율적인 훈련법에 장비의 도움까지 받으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죠.”

“아······ 이런 건 제가 준비했어야 한 건데. 제가 포인트가 별로 없어서······.”

“정 미안하시면 커뮤니티에 의뢰 하나만 올려주세요. 발리노르 성계의 안타레스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황궁 안에 있는 마력의 호수에서 물 좀 퍼오는 서브 미션을 걸어달라고요. 가격은 리터 당 500골드로요.”

“아, 그 정도야 간단하죠! 바로 올려둘게요!”

내 말에 아세리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슬슬 훈련을 시작해볼까.

나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저주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띠링!

[<단검:카린의 저주>를 착용했습니다.]

[장비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25% 하락합니다.]

[<반지:배신의 눈물>를 착용했습니다.]

[장비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10% 하락합니다.]

[<목걸이:피의 속삭임>를 착용했습니다.]

[장비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15% 하락합니다.]

[근력 : 17(-17)] [민첩 : 20(-20)] [체력 : 22(-22)]

[정신 : 45(-45)] [지력 : 7(-7)] [마력 : 0]

장비로 인해 낮아진 스텟은 총 50%.

신입들에게 준 30% 하락 세트보다 훨씬 좋은 아이템들이었다.

순식간에 스텟들이 20 언저리로 떨어졌다.

덕분에 정신 스텟도 낮아지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자, 훈련 시작!”

아세리안의 외침과 동시에 우리는 체력 훈련을 시작했다.

“후욱! 후욱!”

어느 정도 움직이자 아이템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띠링!

[체력이 3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스텟의 상승률이 증가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증가합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스텟이 미친 듯이 상승하는 구간까지 도달하며 스텟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됐어. 이 방법이면 신입들을 6경기에 뛸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나도 포인트로 올리지 못했던 부족한 스텟들을 채울 수 있을 거야.’

순식간에 체력 단련실이 우리가 내뿜는 열기로 인해 후끈해졌다.

띠링!

결국 그날, 나는 오랜만에 하루 동안 체력 스텟을 2 포인트나 올릴 수 있었다.

훈련을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습관처럼 중개 거래소부터 열었다.

[보유 골드 : 3,952,070 G]

오늘은 블랙 허브를 개당 5만 골드씩 79개나 판매할 수 있었다.

다시 넉넉해진 골드.

훈련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은 다 구입했으니 이제 스킬과 장비들을 맞출 차례였다.

미리 생각해 둔 것들이 있었지만, 나는 올라온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목록을 내렸다.

내가 모르는 사이 좋은 스킬이나 아이템들이 새로 등록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띠링! 띠링!

[<스킬북:뇌신>]

[패시브]

[마력에 뇌전의 기운이 흐릅니다.]

[뇌전의 힘은 상대에게 파고들어 조금씩 상처를 남깁니다.]

[<스킬북:뇌신>을 1,85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스킬북:침묵의 망토>]

[액티브]

[고위 은신 스킬입니다.]

[시전자의 모습을 넘어 소리까지 새어 나가지 않게 막습니다.]

[10초 당 마력 스텟 1 포인트 소모]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스킬 유지 시간 : 없음]

[<스킬북:침묵의 망토>을 2,0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특별한 건 없네.’

하지만 내가 미리 골라둔 것들을 제외하곤 딱히 살만한 것이 없었다.

거의 1티어급 스킬 2개를 얻었으니까, 이걸로 오늘 쇼핑은 끝.

이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중개 거래소를 닫으려고 할 때였다.

‘어?’

그 순간 새로운 아이템이 중개 거래소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스킬북:천둥의 숨결>]

이건 뭐지?

처음 들어보는 스킬인데.

이름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침 뇌신 스킬을 구입했으니까, 전기 계열의 스킬이면 효율성이 높을지도.

그런 생각으로 아이템을 클릭해 보았다.

[<스킬북:천둥의 숨결>]

[액티브]

[사용하면 체력 소모를 2배로 늘리는 대신 근력과 민첩 스텟을 15% 상승시킵니다.]

[<천둥의 숨결> 스킬이 유지되는 동안 <벽력> 능력을 각성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스킬 유지 시간 : 없음]

[판매가 : 3,700,000 G]

아이템 정보를 보는 순간 손가락이 움찔했다.

뭐야, 이 스킬?

‘엄청 좋잖아.’

무려 근력과 민첩 스텟을 15%나 상승시켜주는 스킬이었다.

체력이 2배로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도 나와 상성이 좋았다.

어차피 난 가면을 통해 체력을 계속 회복시킬 수 있으니까.

‘370만 골드라······.’

포인트로 환산한다면 무려 37만 포인트짜리 스킬이었다.

세 경기를 뛴 내가 현재 62,800 포인트를 가지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6번을 더 모아야 살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금액.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한데.

370만 골드는 조금 비싼 느낌이었다.

‘어떡할까······.’

분명 나와 시너지가 무척 잘 맞는 스킬이었다.

가면의 존재 덕분에 애초에 스킬과 아이템은 나보다 강한 상대와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던 상황.

그런 의미에서 근력과 민첩 스텟 +15%는 내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방향과 딱 부합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블랙 허브의 물량을 모으면서 더 많은 골드를 벌었긴 한데.’

현재 남아 있는 돈은 10만 골드.

무려 360만 골드나 부족한 상황.

한참을 고민한 나는 답을 내렸다.

그래, 사자.

나는 곧바로 중개 거래소에 90개의 블랙 허브를 올렸다.

가격은 4만 골드.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전보다 1만 골드나 싸게 올린 덕분인지 블랙 허브는 올린 지 5분도 되지 않아 다 팔려나갔다.

그리고는 곧장 천둥의 숨결을 찾아 클릭했다.

띠링!

[<스킬북:천둥의 숨결>을 3,70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후.

예상에 없던 과소비를 하긴 했는데.

왠지 엄청난 스킬을 얻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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