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빛의 이면(6)
나는 서둘러 발을 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겉보기엔 그냥 흙바닥인데, 발을 대는 순간 순식간에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이런 곳에 늪지대가 펼쳐져 있다니?”
게빈 또한 놀라며 발을 살살 가져다 대보고 있었다.
나무가 빼곡하기에 당연히 단단한 흙바닥일 줄 알았는데.
‘어떡하지?’
나는 몇 걸음 물러서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분지 전체가 숲으로 이루어져 있고, 숲을 건너서 산 위로 더 올라가야 세이프티 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바닥에 지도를 펼쳤다.
세이프티 존이 있는 산은 숲과 연결된 봉우리를 지나야 한다.
한마디로 숲을 건너야 올라갈 수 있다는 뜻.
‘젠장. 숲은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어디에 늪지가 형성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문제였다.
그렇다고 그냥 강행 돌파 한다?
개죽음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건 늪의 무서움을 몰라서 할 수 있는 얘기.
지금이라도 다시 분지 아래로 내려가야 하나?
“어떻소? 지나갈 수 있겠소?”
게빈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늪지를 통과할 순 없으니까요. 다시 내려가는 게 그나마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겁니다.”
“제길. 어쩔 수 없군.”
게빈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고 속상하지 않겠냐마는, 어찌 됐든 현재로선 내가 이 파티의 책임자.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길로 일단은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심란함을 느낄 시간마저 내겐 사치였으니까.
그렇게 다시 분지를 내려갈 채비를 할 때였다.
“미모사 산이네요?”
어느새 깨어난 제물, 아니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대해서 좀 아나?”
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히 잘 알죠. 아덴마하 바로 앞에 있는 산인데. 어릴 때 이곳에 와서 자주 놀고 그랬어요.”
“앞에 늪지대가 있던데?”
“아, 분지 밑으로 수맥이 흐르거든요. 최근에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그래서 늪과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어서 보이는 건 흙바닥인데 잘못 밟으면 소리 없이 빨려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지나갈 방법이 있어?”
“네. 바위로 된 지형이 숲을 관통하고 있거든요. 거기로 가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어요. 무릎까지 발이 빠지긴 하겠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이 숲만 통과할 수만 있다면 세이프티 존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
“미안하지만, 바로 안내 좀 해줘야겠어.”
“네, 저 좀 내려주시겠어요?”
나는 곧바로 그녀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신발 한 짝이 없어져 맨발이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아마 도주 도중에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어차피 숲을 가로지르려면 신발도 다 버리게 될 테니까.”
그녀는 남은 신발 한 짝도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맨발인 채로 숲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게빈!”
“그래, 어서 갑시다.”
나와 게빈은 그녀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푹- 푹-
숲 안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발이 푹푹 빠져 들어갔다.
하지만 아까처럼 끝을 모르고 끌려 들어가진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딱 무릎 정도의 높이까지.
“어떻게 알고 바위 지형을 찾아가는 거지?”
“저기 이끼 같은 거 보이시죠?”
그녀가 늪을 천천히 건너면서 한 손가락으로 나무 곁에 세워져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초록색으로 덮여 있었다.
“보이긴 하는데 왜?”
“저게 바위에서만 자라는 이끼거든요. 바닥을 잘 보시면 저런 이끼들이 보일 거예요. 거기가 암맥이 흐르는 지형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탄성을 터트렸다.
이건 정말 값진 정보였다.
또 언제 어떤 미션에서 고요한 늪지대를 만날지 모르는 상황.
이 경험은 분명 그때 가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정말, 다시 봐도 신기하기 그지없군. 분명 흙바닥인데, 밟아보면 진흙에 물웅덩이 같은 느낌이라니.”
게빈도 신기한 듯 작게 읊조렸다.
그렇게 그녀의 뒤를 따라 10분쯤 걷고 있을 때였다.
타그닥-타그닥-타그닥-
숲 밖에서 무수히 많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사단이 어느새 분지 위로 올라온 것이다.
녀석들이 혹시 늪을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어쩌지?
그런 걱정은 이어지는 루시아의 말에 말끔히 사라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못 따라 올 거예요.”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지?”
“빛의 교단이 아덴마하를 점령한 건 얼마 안 됐거든요. 그들은 아마 여기가 늪지대란 것도 모를걸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곧이어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추격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히히힝!”
“윽! 모, 모두 정지! 모두 정지! 앞에 늪지대가 있다! 뒤로 물러서라!”
“룬 경! 제 손을! 이봐, 밧줄 가져와! 손이 안 닿는다!”
녀석들의 외침이 고요한 숲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다행이네.’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곳을 지나오진 못할 것 같았다.
아니, 지나오더라도 상관없었다.
방법을 알더라도 어차피 늪지대 안에선 빠르게 쫓아오지 못할 테니까.
“이봐, 제물. 혹시 저 산 위에도 늪지대가 있는가?”
게빈의 물음에 루시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긴, 분명 이름까지 알려줬는데도 제물이라고 부르는 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아뇨. 여기가 끝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기분 나쁜 것을 티 내지 않고 게빈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알려줬다.
“오호, 그럼 여기만 지나면 되겠군. 어서 갑세.”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쪽에서 요란하게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쫓아오던 기사단이 쏜 신호용 폭죽이었다.
그 소리를 끝으로 숲속에 침묵이 웅크렸다.
고요한 숲속.
늪지대라서 동물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만이 숲속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숲이 끝나는 부분이 나왔다.
“후. 이제 좀 살겠군. 잘못 디디는 순간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땅이라니.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다네.”
늪지대를 빠져나오자 게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산봉우리뿐.
저기만 지나면 세이프티 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루시아, 맨발로 걸을 수 있겠어? 발 아프면 업어주고.”
“아, 네. 괜찮아요. 걸을 만 해요.”
“아프면 바로 얘기해. 업어줄 테니까.”
내 말에 루시아가 방긋 웃었다.
멀미로 인해 창백해졌던 그녀의 얼굴도 어느새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세이프티 존을 향해 다시 산을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찰그락- 찰그락- 찰그락-
갑옷의 연결부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의 진원지는 산 위.
젠장.
적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늪지대가 없는, 산 반대쪽에서 돌아온 병력이군.’
아마 북문으로 나갔다면 상대했어야 할 병력들일 것이다.
우릴 쫓아왔던 기사단의 신호용 폭죽을 보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던 모양.
내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자 게빈과 루시아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가?”
“적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대략 40 정도.”
“뭐라고?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곧 들릴 겁니다. 땅이 크게 울리는 걸 보니 중갑을 착용한 성기사들 같습니다. 일단 근처에 숨어 있다가 저들이 지나가면 다시 움직이는 걸로 하죠.”
내 말에 게빈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소? 내가 미끼를 자청하겠소. 제물이 입고 있는 하얀 로브에 나뭇잎들을 채워 넣으면 멀리서도 충분히 속아 넘기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사이에 그대는 제물을 데리고 우회하시오.”
“그렇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게빈의 말에 반색했다. 사실상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빈이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잖소. 잠깐이라면 내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야.”
게빈의 말에 루시아가 곧장 입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하얀 로브엔 늪지대를 건너며 군데군데 진흙이 묻어 있었다.
나는 곧장 하얀 로브를 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나뭇잎들을 잔뜩 모아 집어넣고, 밑단과 소매, 모자 부분을 묶었다.
그걸 게빈이 받아서 어깨에 걸치자 어설프지만 사람의 형상이 나왔다.
멀리서라면 충분히 속아 넘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목적지까지 제물을 안전하게 데려가 주시오.”
“건투를 빌겠습니다.”
나는 게빈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용병 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의외로 부드러운 손이었다.
“루시아, 우린 이쪽으로.”
게빈이 하얀 로브를 짊어진 채 바닥을 박차고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본 나는 루시아의 손을 잡고 산의 오른쪽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제물이다!” 라는 고함 소리와 함께 하늘에 폭죽이 터졌다.
‘시작했군.’
잘게 떨리는 루시아의 손.
나는 그녀의 손을 꼬옥 쥔 채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렸다.
‘지금!’
“가자.”
적들의 기척이 조금씩 멀어지자 나는 곧바로 루시아를 들쳐메고 산 위를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빈이 시간을 벌어줬을 때 최대한 빨리 세이프티 존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전속력으로 산 위를 박차오를 때였다.
‘벌써 들통났나!’
멀어져가던 소리가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아직 절반 정도밖에 못 올랐는데.
‘지금이라도 주변 나무에 숨어야 하나?’
“저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필 딱 그 타이밍에 적들에게 발각되었다.
성기사들은 넓게 포진한 채 우리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피웅! 파바바박!
또다시 폭죽이 하늘에서 터지며 굉음을 만들었다.
안 되겠어.
이대로는 녀석들에게 둘러싸이고 만다.
적당한 곳에서 녀석들을 상대하고 난 다음에······.
‘동굴!’
그때 바위로 되어있는 절벽 끄트머리에 동굴이 있는 게 보였다.
동굴은 꽤 깊었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공간이 좁아지는 구조였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기에 저만큼 좋은 구조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공간이 너무 좁아서 창을 꺼내 들 순 없겠지만.
나는 방향을 틀어 동굴 쪽으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둘러싸이지 않고 일대일로 싸울 수 있다.
“안쪽으로 최대한 들어가 있어.”
“네, 안 다치게 조심하세요!”
나는 동굴 입구에 루시아를 내려놓은 채 검을 빼 들자 곧장 성기사들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마지막 놈이다!”
“죽여!”
나를 향해 날아오는 세 개의 검.
나는 차분하게 뒤로 빠지며 검이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면서 상대해 나갔다.
“강자다! 각개격파 당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상대해!”
확실히 성기사급 정도 되니까 방어가 좋았다.
깡!
검들을 쳐내고 빈틈이 보여 바로 검을 찔러넣었지만, 중갑을 뚫지 못한 채 검이 튕겨져 나왔다.
제길.
좁은 공간은 둘러싸이지 않게 해주었지만, 대신 앞뒤로밖에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공격해 들어갈 만한 루트가 너무 단조로운 게 문제였다.
‘그래도 놈들에게 둘러싸여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나아.’
나는 차분하게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빈틈이 생기길 기다렸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으로 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나는 검자루를 으스러지도록 부여잡았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밀려드는 성기사들.
검술의 기초도 탄탄하고, 중갑까지 착용하고 있어서 한명 한명 처리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덕분에 내 체력도 빠르게 깎여 나갔다.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 28%]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괴물 같은 자식.”
“됐어, 조금만 더 밀어붙여! 놈도 이제 한계다!”
얼마 남지 않은 성기사들이 외쳤다.
이제 남은 성기사는 셋.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
“허억, 허억, 헉,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얏!”
숨 고를 새도 없이 세 명의 성기사들이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슬쩍 뒤로 빠지면서 검을 쳐내고, 벨트에 있던 비수를 꺼내 던졌다.
너무 한 패턴으로만 공격해 나가다 보니, 녀석들이 익숙해져 있는 상황.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이따위 허접한 공격, 컥!”
날아오는 비수에 시선이 빼앗긴 사이, 한 놈의 목을 꿰뚫어 주었다.
이제 둘.
지금부터는 문제가 없었다.
“이놈이!”
공간이 부족해서 움직일 수 없기에 앞뒤로만 이동했던 거지.
사각-
공간이 나는 순간 공격 패턴은 더욱 다양해질 테니까.
철퍼덕.
측면으로 파고들며 순식간에 한 놈의 목을 베어버린 나는 곧바로 남은 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셋이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혼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젠······ 장······.”
띠링!
남은 한 놈까지 목을 베어버리자, 동굴이 침묵에 잠겼다.
“허억, 헉, 헉, 헉.”
싸우는 소리가 잦아들자 안쪽에 숨어 있던 루시아가 밖으로 나왔다.
“괜찮으세요?”
“어. 잠, 허억, 잠깐만.”
나는 잠시 검을 내팽개친 채 무릎에 양손을 대고 숨을 골랐다.
더 이상 적이 없긴 하지만, 당장 언제 어디서 또 나타날지 모르는 일.
최대한 빠르게 숨을 골라놔야 한다.
그렇게 5분 정도 쉬자 가빴던 숨이 천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갈, 응?”
“왜 그러세요?”
“잠깐만.”
루시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려고 했는데 동굴 안에서 보라색 빛이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격렬하게 움직이고, 또 싸움이 끝났을 땐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미처 알지 못했는데 가면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혹시?
나는 서둘러 동굴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러자 미세했던 보라색 빛이 점점 진해지더니, 이내 조그만한 면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운데가 뻥 뚫린 채 부서진 어떤 조각 같은 모양이었다.
이거다!
‘아이템 확인.’
띠링!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보라)>]
[어떤 가면의 일부가 떨어져 나온 파편. 어떤 가면인지는 알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하면서 주인의 능력 일부가 깃들어 있다.]
[가면의 원본이 있으면 합성이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등급 : 알 수 없음]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워들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찾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나는 서둘러 가면의 파편을 하얀 가면에 가져다 댔다.
‘아이템 합성.’
띠링!
[<가면:하얀가면>과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보라)>를 합성하시겠습니까?]
[한번 합성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Yes(선택) / No]
띠링!
[<가면:하얀가면>과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보라)>를 합성을 성공했습니다!]
[<가면:블라디미르의 가면>을 획득합니다!]
[<가면:블라디미르의 가면>]
[악마, 블라디미르가 착용하던 가면이다.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하면서 주인의 능력 일부가 깃들어 있다.]
[착용 시 <피의 회복>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착용 시 <악마의 눈>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피의 회복> ― 생명체를 처치할 때마다 체력이 1% 회복된다.]
[<악마의 눈> ― 대상의 상태창을 일부 엿볼 수 있다. 상대의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다.]
[등급 : 희귀]
알림창과 함께 손에 있던 가면의 파편이 하얀 가면 속으로 스르르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후. 됐어.
‘악마의 눈이라.’
상태창을 일부 엿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었다.
이제 아덴마하에서 내가 얻을 것은 모두 얻었다.
남은 것은 루시아를 세이프티 존으로 데려가는 일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어떤 능력이 추가됐는지 확인하는 건 팜에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
나는 서둘러 루시아의 손을 잡고 동굴의 입구로 향했다.
그때였다.
“헉, 헉. 렌! 무사해서 다행이오! 내가 미끼인 것을 알아챈 성기사들이 그쪽으로 몰려가서 걱정을 많이 했소.”
동굴 앞에서 게빈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루시아가 게빈을 반갑게 맞이했다.
“무사하셨군요.”
“나에겐 그리 많은 성기사들이 달라붙지 않아서. 그나저나, 그대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오.”
게빈이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뭐지?’
왜 게빈에게서 붉은색 빛이 나는 거지?
‘악마의 눈.’
띠링!
[상대방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이름 : 레기아 리트리베헨 폰 칼리스타]
[성향 : 절대 악]
[근력 : 49] [민첩 : 48] [체력 : 42]
[정신 : 35] [지력 : 16] [마력 : 41] [신성력 : 33]
[각성 능력 : <상급검술> <상급살기> <중급마나운용> <상급마상술> <하급박투술> <하급치료술> <고급고문술>]
‘이, 이게 뭐야.’
나는 떨리는 눈으로 게빈, 아니 레기아라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소?”
레기아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시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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