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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9화 (19/205)

19화. 신입 플레이어(6)

그날 이후, 신입 플레이어들에게 하는 무기술 교육에 더욱 정성을 다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가르침 또한 하나의 배움이었어.’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이었다.

“그만.”

내 한마디에 신입들이 일사불란하게 복장을 점검하고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안우진님!”

“오늘도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입들이 고개를 숙이고 각자 들었던 무기들을 보관함에 넣은 뒤 체력 단련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던 아세리안이 다가왔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예.”

“오늘 신입분들 눈빛 보셨어요? 안우진님을 향해 존경의 눈빛이 뿜뿜 하던데요?”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나는 신입들을 귀찮은 짐덩이처럼 바라봤었다.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 쪼개가며 교육한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 판에.

그렇게 심드렁한 채로 있다 보니, 신입들은 나를 더욱 어려워하게 되었고.

그런데 어제의 일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교육을 진행할수록 내가 배우는 것도 무척 많았지.’

초심.

기초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기에, 내가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알려주려면 내가 그 부분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하므로 무심코 그냥 지나갔던 부분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신입들의 교육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하게 되었고, 덕분에 신입들이 날 어려워하던 기색도 차츰 사라져가고 있었다.

“자-, 저희도 얼른 밥 먹으러 가요!”

“예.”

아세리안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자 이세연이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후.

나는 살짝 내가 앉을 테이블을 곁눈질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그곳엔 다른 사람들보다 음식 높이가 두 배 정도 높은 내 식판이 존재했다.

점심보다 양이 더 늘었네.

내가 얼마나 먹을 수 있나 시험하는 건가······?

나는 어지간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이건 쉽지 않아 보였다.

“헤에- 안우진님은 좋겠네요, 많이 드실 수 있어서.”

아세리안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하고 웃었다.

“······식사나 하죠.”

결국 나는 그날도 꾸역꾸역 식판 위에 있는 음식들을 다 해치우는 데 성공했다.

일주일 후.

팜에 새로 생긴 대련장에서 나는 네 명의 신입 플레이어들과 검을 든 채 대치하고 있었다.

“후우우우, 후우우.”

거친 숨소리와 함께 긴장하고 있는 신입들과 달리, 나는 무척 평온했다.

상대는 이제 막 검을 잡은 병아리들.

저들을 상대로 내가 긴장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긴 했다.

‘어떻게 이겨줄까.’

그래, 이번 기회에 자기들이 얼마나 약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한번 제대로 내 실력을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듯한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아세리안이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자 ‘살살해요. 살살’ 이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너무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우는 것도 좋진 않은데.’

내심 고민했지만 나는 원래 생각했던 대로 가기로 했다.

나는 가르치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저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뜻.

그런데 아세리안의 말처럼 살살하게 되면 저들이 날 굳게 믿고 따라오려 할까?

아마 조금만 의심스러운 상황이 생겨도 쉽게 믿음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제대로 하려고 했다.

바닥을 향했던 검을 들어 올리자 또다시 뜨거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뭐야.’

그녀는 중지와 검지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더니, 이어서 나를 향하게 만들었다.

―지켜보고 있다. 살살 안 하기만 해 봐.

분명 단순한 손짓일 뿐이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쯧.’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은 그냥 대충 검이나 받아주며 실전 감각이나 익히게 만들어야지.

“하앗!”

내가 혀를 차며 검을 까딱하자, 네 명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다.

휘익!

날아드는 검을 피하며 적당히 검을 찔러 주었다.

누가 봐도 막을 수 있게끔 방패 근처로.

그런데······.

푸슉!

“······.”

검이 날아오는 상황임에도 나도 모르게 아세리안의 눈치부터 먼저 살폈다.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허용한다 이거지.’

검에 찔렸던 신입은 부위가 어깨 쪽이라서 그런지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작 이걸 피하지 못해서야.

쯧.

‘어쩔 수 없네.’

애초에 실전이 처음인 상황.

일단 막아내고, 방패를 찌르자.

누가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겠지만, 하는 수 없었다.

신입들과 나 사이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나는 그때부터 한참 동안 날아오는 검을 막아내고, 방패 쪽으로만 공격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고생하셨습니다.”

“예.”

신입들이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반면에 나는 땀 한 방울도 안 흘린 상황.

뭐, 이해는 한다.

검 끝이 서로에게 겨눠진 채 싸운다는 것은 정신력 소모가 무척 크니까.

그리고 정신력의 소모는 체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첫 실전에 몸이 굳어 있던 신입들의 체력이 금방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검을 갈무리하고 대련장을 빠져나가려는데 아세리안이 쫄래쫄래 쫓아왔다.

“고생 많으셨어요, 안우진님!”

“예, 뭐.”

솔직히 준비운동 격도 되지 않았기에 좀 머쓱했지만.

그렇게 대련장을 나서려는데 아세리안이 나를 잡았다.

“잠깐 둘이서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

왜인지 모르게 아세리안의 표정이 심각했다.

무슨 일 있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세리안이 휴식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팜에는 딱히 그녀의 집무실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기······ 오퍼가 들어왔는데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

드디어.

기다리던 오퍼가 왔다.

어느덧 블러드나이트176이 끝난 지 2주째.

슬슬 오퍼가 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오퍼가 왔다니 무척 반가웠다.

“언제죠?”

“블러드나이트 179요······.”

블러드나이트 179라······.

잠깐.

179?

“그럼 바로 이번 주 아닙니까?”

“네······. 원래 뛰기로 했던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불참하게 되었나 봐요.”

경기장에 들어가면 모든 상처가 회복된다.

즉, 부상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죽었다는 뜻이지.’

뭐, 팜 내에서 싸우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뭔가 미묘한 아세리안의 표정.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닐 테고.

“또 뭐가 있습니까?”

“네. 그······ 스토리 미션이에요.”

스토리 미션이라.

그렇다면 쉽지 않긴 하지.

그제야 그녀의 표정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스토리 미션은 단순히 강하다고 깰 수 있는 미션이 아니었다.

다양한 미션이 제시되는 만큼, 실력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했다.

나도 1회차 때 스토리 미션을 한 번 밖에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는 하위리그 후반기부터 맹인인 상태로 싸웠어야 했으니까.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어려워 개인 PvP 경기 말고는 뛰어본 게 없었다.

‘지금 내 스텟이 몇이지.’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하위리그]

[근력 : 29] [민첩 : 35 [체력 : 38]

[정신 : 89] [지력 : 14] [마력 : 0]

[각성 능력 : <초감각> <고급살기> <특급마나운용> <고급창술> <상급검술> <상급단검술> <상급투척술> <중급박투술> <하급치료술> <상급궁술> <하급검방술>]

[보유 스킬(0/5) : 없음]

[업적 특전 : 없음] [차원 특전 : 없음] [종족 특전 : 없음]

그 사이 스텟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신입들 교육도 해야 했고, 스텟이 높아져서 상승 폭이 줄어든 것도 있었다.

음.

좀 애매한데.

‘스토리 미션을 뛰기엔 스텟이 너무 낮아.’

기본적인 난이도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하긴 무척 아쉬웠다.

현재 내 기본급은 3,500 포인트.

포인트가 올라갈수록 경기에 출전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3,500 포인트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정도.

그래서 이대로 포기하기엔 무척 아쉬웠다.

‘참가하는 쪽으로 하자.’

내가 수락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코메인 이벤트에요.”

움찔.

“······오퍼 들어온 게 코메인 이벤트였습니까?”

“네······.”

하아.

미치겠네.

도대체 게임 메이커는 이제 고작 두 경기를 뛴 플레이어한테 왜 코메인 이벤트 오퍼를 넣은 거지?

코메인 이벤트는 메인 이벤트의 바로 밑 단계에 존재하는 경기다.

즉, 컨텐더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이나 받게 되는 오퍼라는 것.

코메인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곧장 메인 이벤트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말은.

‘상위리그로 승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지.’

하아.

머리가 아팠다.

상위리그.

물론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이미 상위리그를 경험해 본 입장으로서, 적어도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춘 뒤에 가고 싶었다.

지금 스텟으로는?

‘택도 없지.’

단숨에 찢겨 죽을 걸?

하위리그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컨텐더들이 상위리그로 올라가는 순간 최약자가 된다.

그만큼 하위리그와 상위리그 사이엔 벽이라고 부를 만한 격차가 존재했다.

“저는······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오퍼가 온 것도 말씀드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이렇게 알려드리는 거예요.”

“······말씀이라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네. 그래도 오늘 저녁까진 답변을 주기로 했어요. 그쪽도 좀 급한 모양이에요.”

나는 아세리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조금······.

걸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코메인 이벤트라······.

거기다가 스토리 미션.

난이도는 정말 토 나올 정도일 것이다.

‘어떻게 할까.’

사실 내 스텟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내 스텟은 하위리그 평균 정도 수준.

특전을 켜야 하위리그 상위급으로 올라가는 정도다.

최상위권에 위치한 코메인 이벤터들에 비하면 조금 모자란 수준.

‘그래도 내가 더 잘 싸울 자신은 있지만.’

확률의 문제였다.

일반 오퍼 경기에 출전하여 개고생을 하고 온 게 고작 2주 전.

그때 느꼈다.

아직은 하위리그에서 더 굴러야 한다고.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건.

‘뛰고 싶다.’

경기를 뛰고 싶다며 빠르게 요동치는 내 심장 때문일 것이다.

“고민이 많으신가 보네요.”

한참 동안 공터를 서성이고 있는데 아세리안이 다가왔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살포시 웃었다.

“경기에 출전하세요.”

“······방금 전까진 부정적이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온몸으로 표현하고 계시잖아요. 경기에 뛰고 싶다고. 지금 출전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계신 것 아닌가요?”

경기를 뛰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다라······.

맞네.

정말로 그러고 있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작 두 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받은 코메인 이벤트.

욕심이 났다.

아마 이번에 오퍼를 거절하면 당분간 코메인 이벤트 오퍼가 오진 않을 터.

또한 승리한다면 보너스도 엄청날 것이고, 고생은 많이 하겠지만 분명 그 안에서 무언가 배워나오는 게 있을 테니까.

‘그래, 뛰자.’

내가 언제는 남들보다 높은 스텟으로 경기에 출전했던가?

1회차 때의 난, 항상 최약자였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지.’

그때의 그 무모한 도전을 이어가던 플레이어는 어디 가고, 어느새 겁쟁이가 되었을까.

마음을 다잡은 나는 아세리안을 바라봤다.

“그 경기. 뛰겠습니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분명 이번에도 멋진 활약을 하고 돌아오실 거예요.”

그러자 아세리안이 말갛게 웃었다.

그렇게 나는, 블러드나이트 179 코메인 이벤트에 출전하게 되었다.

띠링!

[경기 : 하위리그-블러드나이트179의 코메인 이벤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유형 : 요인 구출(스토리 미션)]

[게임명 : 빛의 이면]

[맵 : 아덴마하(중)]

[관객 수 : 25,274 명]

[미션 : 빛의 교단 어딘가에 억류되어 있을 제물을 구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물을 파괴하세요.]

[승리 조건1 : 악마 소환 의식에 사용될 제물을 구출하라―하얀빛이 흘러나옵니다.]

[승리 조건2 : 악마 소환 의식에 사용될 성물을 파괴하라―자색빛이 흘러나옵니다.]

[악마 소환 의식은 앞으로 48시간 후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제한 시간을 넘길 시 미션은 자동으로 실패 처리 됩니다.]

[제물을 구출하여 세이프티 존까지 무사히 데려오세요. 세이프티 존은 초록색 빛이 흘러나옵니다.]

[‘제물’은 빛의 교단 어딘가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성물’은 빛의 교단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높으므로 미션 성공 시 전원 생존합니다.(부활)]

[난이도가 너무 높으므로 상태창을 이용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합니다.]

[미션 성공 시 x 5 의 보너스 포인트를 기본급으로 지급합니다.]

[성물 파괴까지 제한 시간 : 48:00:00]

[3초 후 경기가 시작합니다.]

아덴마하.

맵의 선정이 좋았다.

하얀 가면을 업그레이드 시킬, 가면의 파편이 존재하는 맵이었으니까.

이번 미션, 반드시 이긴다.

그리고 가면의 파편도 챙긴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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