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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6화 (16/205)

16화. 신입 플레이어(3)

‘역천자 칭호 적용.’

띠링!

[<신화업적:역천자>을 적용합니다.]

[칭호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 20% 상승합니다.]

나는 일단 특전부터 적용시켰다.

‘상황이 좋지 않아.’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하위리그]

[근력 : 30(+5)] [민첩 : 41(+7)] [체력 : 42(+7)]

[정신 : 105(+17)] [지력 : 14(+2)] [마력 : 0]

[각성 능력 : <초감각> <고급살기> <특급마나운용> <고급창술> <중급검술> <상급단검술> <상급투척술> <중급박투술> <하급치료술> <상급궁술>]

[보유 스킬(0/5) : 없음]

[업적 특전 : 모든 스텟 + 20%] [차원 특전 : 없음] [종족 특전 : 없음]

[남은 체력 : 53%]

젠장.

저 정도로 미친 새끼들이었을 줄이야.

설마 들어온 지 이틀만에 날 죽이려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찬경, 지든, 듀리크 셋 다 나보다 스텟이 높은 플레이어들이고, 격전지는 아마도 내 방이 될 것이다.

가로 4미터, 세로 3미터의 조그만한 방.

그마저도 침대와 협탁, 책상 같은 가구들 때문에 더 좁아진 상태다.

그런데 이런 좁은 공간에서 저 셋의 협공을 막는다?

심지어 훈련이 끝나고 숙면을 취한 지 얼마 안 되서 체력도 별로 없는데?

‘쉽지 않겠는데.’

녀석들이 복도에서 내 방으로 걸어오고 있다.

그러니 공터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

나는 서둘러 침대 밑에서 콜로세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지급받았던 방패부터 꺼내 들었다.

창을 쓸 순 없었다.

휘두를 공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다수와의 싸움.

피할 공간도 없다.

결국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막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방패는 필수였다.

“지금쯤이면 잠들었겠지?”

“안 자고 있어도 상관없지 않겠나. 어차피 상대는 이제 막 검을 잡아본 초보일세.”

“하긴, 그것도 맞군요. 그럼 바로 들어가자고.”

녀석들이 방 문 앞에 도착해서 작게 속삭였다.

이윽고 침묵 속에서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주치는 세 쌍의 눈빛.

“······우리 얘길 다 듣고 있었군.”

내가 무장한 채 기다리고 있자, 듀리크가 작게 읊조렸다.

“상관없지. 안 그래도 저 새끼한테 자기가 왜 죽는 건지는 알려주고 싶었거든. 차라리 잘 됐어.”

지든이 목을 좌우로 풀며 말했다.

“흠집을 내선 안 되네. 최대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그러자 찬경이 당부하듯 말했다.

‘다행이야.’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나마 내게 유리한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녀석들이 방심하고 있다는 것.

내가 검과 방패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그다지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맨몸으로 싸우는 격투에서도 한순간에 훅 가는데, 하물며 검까지 들고 있는 상태에서 방심을 하고 있다는 건?

‘죽여 달라고 목 빼놓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지.’

거기다가 놈들은 나를 생채기 하나 없이 제압하려고 마음먹은 상황.

물론 막상 자기들이 죽어 나가면 생포고 뭐고 검을 휘둘러대겠지만, 일단 처음 한 수 정도는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굴 먼저 죽여야 할까.’

나는 일단 우선순위부터 정하기로 했다.

풍기는 기세로만 봤을 땐 찬경부터 먼저 죽이는 게 맞다.

고수들이 바글바글한 무림 출신에, 9전이나 경험한 베테랑.

아마 십중팔구 셋 중에서 가장 강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찬경을 우선순위에서 지워버렸다.

‘상성만 봤을 땐 지든이야.’

찬경은 검을, 듀리크는 거대한 도끼를, 그리고 지든은 검과 방패를 들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난전 상황일 때 방패만큼 까다로운 게 없을 터.

녀석이 방패를 든 채 나를 구석으로 밀어 넣는다면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더욱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

‘지든부터 먼저 죽인다.’

우선순위를 정한 나는 놈들을 노려보았다.

마침 지든, 듀리크, 찬경 순으로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후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마음 같아선 그 좆같은 가면을 벗긴 다음에 눈알부터 뽑아버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널 편안하게 보내줘야 하거든.”

지든이 검과 방패를 내린 채 여유롭게 걸어왔다.

내 공격 따위는 언제든지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지금!’

나는 순간적으로 지든에게 다가가 검을 찔러 넣었다.

“어딜!”

챙!

그러자 지든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내 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내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녀석이 방패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시야가 좁아진 사이, 내 방패로 녀석의 방패를 후려쳤다. 그러자 방패를 쥔 지든의 왼손이 뒤로 살짝 밀려났다.

그로 인해 나타난 조금의 틈.

나는 그 틈 안으로 다시 한번 검을 찔러 넣었다.

‘잘 가라.’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경기중이 아니다 보니까 킬 콜은 뜨지 않았지만, 체력을 1프로 회복했다는 알림창만으로도 지든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든! 제, 젠장! 이 개자식이!”

지든이 쓰러지자 듀리크와 찬경이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고작 세 명이 무장한 채 서 있을 뿐이지만 방이 꽉 찬 느낌이었다.

듀리크가 거대한 도끼를 든 채 왼쪽에서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기세였고, 찬경은 한층 더 깊어진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지든이 순식간에 죽는 모습을 봐서인지 함부로 달려들진 않았다.

“듀리크, 방금 녀석의 움직임을 봤는가? 절대 검을 처음 잡아본 솜씨가 아닐세. 긴장하게.”

“알겠소, 형님. 함께 합공합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여신한텐 놈이 먼저 공격했다고 하면 될 것 아니요.”

매일 몰려다니다 보니 어느새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한 모양.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눈치를 보며 대치했다.

긴장했는지 한층 격렬해진 호흡, 빨라진 심장박동, 내 어깨선을 살피려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눈동자, 그리고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낮아진 자세까지.

‘곧 공격해 들어오겠군.’

“죽어!”

내 생각이 끝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듀리크가 빠른 속도로 내게 쇄도했다.

녀석의 거대한 도끼는 단숨에 날 두 동강 낼 기세였다.

팡!

나는 재빨리 곁에 있던 침대 협탁을 발로 차 녀석에게 밀어 넣었다. 그사이 오른쪽에서 날 향해 달려드는 찬경의 검을 방패로 막고, 검으로 녀석의 허벅지를 노렸다.

“헛!”

순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빠지는 찬경. 그와 교대라도 하듯 협탁을 치우고 다시 내게 달려드는 듀리크.

‘젠장. 확실히 치고 빠지기가 안 되니까 쉽지 않은데.’

듀리크의 도끼를 피하며 빈틈으로 검을 찔러 넣으려고 했지만 그걸 알아챈 찬경이 빠르게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챙! 콰직! 챙! 챙! 쾅!

나는 방 안에 있는 테이블과, 박살 난 채 나동그라진 협탁을 이용해 계속해서 둘이 동시에 공격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덕분에 아직까진 두 명에게 동시에 공격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였다.

더 이상 침대 말고는 이용할 만한 가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찬경부터 처리해야겠어.’

듀리크가 앞에서 날 막아서고, 찬경이 뒤에서 빈틈을 찌르며 들어오는 상황.

듀리크를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찬경의 방해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녀석들은 좁은 공간에서의 난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좁은 공간에서는 무기를 크게 휘둘러선 안 된다.

애초에 크게 휘두를 공간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잘못하면 동료가 다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짧고 간결하게 끊어칠 줄 알아야 하는데, 듀리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찬경은 내가 공격을 피하는 사이 노출된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다가, 듀리크의 도끼에 흠칫 놀라며 피하기 바빴다.

보다 못한 찬경이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봐! 듀리크! 협공을 하자고 하지 않았나! 자네는 지금 나까지 죽일 셈인가? 제발 좀 보면서 도끼를 휘두르게!”

“미, 미안합니다. 형님!”

찬경의 타박에 듀리크가 당황하며 도끼를 거두어들였다. 지금부터라도 동작을 작게 유지하려는 것이다.

‘빈틈!’

나는 그 틈에 듀리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찬경이 급히 검을 뻗으며 품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견제하려고 했지만, 내 방패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푸슉!

거구, 듀리크의 목에서 피가 흩뿌려졌다.

“커, 커헉······.”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듀리크!”

챙!

듀리크가 양손으로 꿰뚫린 목을 부여잡는 사이, 나는 곧바로 당황하고 있는 찬경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찬경이 내 검을 뿌리치며 바닥에 엎어진 듀리크를 곁눈질로 살폈다.

“······.”

“······.”

순간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마지막 남은 사냥감의 빈틈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찬경은 내 실력에 놀라 당황한 듯 보였다.

“자네,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글쎄. 숨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당신 지레짐작이 아닌가?”

그러자 찬경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 말이 맞아. 그저 내 예상이었을 뿐이었지. 어떤가? 지금이라도 나와 화해하는 것이. 사실 지든이 자네에게 악감정이 많아서 한 손 보탠 것뿐이지, 나는 그대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다네.”

“······.”

“현명하게 생각했으면 좋겠군. 그대가 아무리 강하다곤 하지만, 나까지 쓰러트리기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찬경의 말에 나는 슬그머니 경계하는 자세를 풀었다.

그러자 내 몸짓을 더 이상 싸울 의향이 없다고 판단한 찬경도 검을 늘어뜨리며 낮췄던 자세를 원상태로 만들었다.

‘멍청하긴.’

나는 그 틈에 다시 찬경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갑자기 공세를 펴자, 찬경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비겁한!”

찬경은 내 기습적인 공격에 주도권을 놓치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잘 막아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녀석에겐 불행하지만, 나는 바로 직전에 빅터라는 검의 달인과 생사결을 경험한 상황.

찬경도 검을 제법 쓰긴 하지만, 빅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푹.

“끅······.”

찬경은 복부가 꿰뚫린 채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설마 진짜로 살려줄 거라 생각했나?

그렇다면 날 한참 잘못 본 것이다.

언제 어디서 칼침을 놓을지 모르는 자를 내가 살려둘 리 없으니까.

“사, 사, 살려주시게. 부디 한 번만······. 나, 난 반드시 이뤄야 할 소원이······.”

찬경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채 내게 빌었지만, 나는 가차 없이 녀석의 목을 베어버렸다.

띠링!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떼구르르-

이곳에 사연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나는 검을 뽑으면, 목적을 다할 때까지 절대 검집에 넣지 않으니까.

그래서 검을 뽑을 땐 신중해야 한다.

‘후, 겨우 끝났네.’

나는 검과 방패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침대에 가서 털썩 앉았다.

[현재 시각 : 00:17:52]

격한 훈련을 끝내고 잠도 별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깨어나 싸워댔더니 힘이 쭉 빠졌다.

‘하.’

방을 둘러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온 사방에 가득한 핏자국. 부서지거나 깨진 가구들.

내 방에 성한 물건이라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침대마저도 피에 잠긴 상황이었으니까.

이 상태로는 오늘 잠은 다 잤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방 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후, 이걸 언제 치우지.’

타다다닥-

그때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이 숙소 안에는 나와 이세연뿐.

‘혹시 아세리안이 온 건가?’

그런 의문으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자 맨발로 식칼을 든 채 덜덜 떨고 있는 이세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문 앞에 선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다. 무사하셨······ 우웩.”

그러더니 주변을 살펴보다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거구가 피를 쏟으며 죽어 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으니까.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

피비린내에 토사물 냄새까지.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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