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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회귀자-11화 (11/205)

11화. 붉은 깃발(4)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렌)] [소속 : Team 투지]

[리그 : 하위리그]

[근력 : 24(+4)] [민첩 : 35(+6)] [체력 : 37(+6)]

[정신 : 105(+17)] [지력 : 14(+2)] [마력 : 0]

[각성 능력 : <초감각> <고급살기> <특급마나운용> <고급창술> <중급검술> <상급단검술> <상급투척술> <중급박투술> <하급치료술> <중급궁술>]

[보유 스킬(0/5) : 없음]

[업적 특전 : 모든 스텟 + 20%] [차원 특전 : 없음] [종족 특전 : 없음]

[남은 체력 : 32%]

칭호를 적용하자마자 온몸에 힘이 흘러넘쳤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정신 스텟이 100을 넘어서자 순식간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미쳤네.’

특전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스텟이 35나 늘었다.

모든 스텟이 20% 상승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말하자면 100미터를 10초에 뛰던 사람이, 8.3초 만에 뛸 수 있다는 거니까.

‘다시 사냥을 시작해볼까.’

체력이 거의 바닥나기 직전이었지만 괜찮다.

체력 스텟이 상승하면서 체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느려졌으니까.

“젠장, 어째서 더 빨라진 거지?”

“이 개자식! 잡히면 반드시 토막을 내 버리고 말 테다!”

“서라!”

내가 갑자기 더 빨라지자 따라오던 추격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

핑! 핑! 핑!

어느 정도 거리에 여유가 생기자 화살을 시위에 걸어 왼쪽 방향에서 나를 쫓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연속으로 쐈다.

녀석은 두 발까진 어떻게 막아내나 싶었는데, 세 발째에서 화살이 몸에 박히며 철퍼덕 쓰러졌다.

킬 콜이 뜨지 않는 걸로 봐서 죽지는 않은 것 같지만 상관없었다.

일단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니까.

핑! 핑! 핑!

“젠장, 저 녀석은 도대체 체력이······ 컥.”

띠링!

[플레이어 ‘니코타’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숨통이 좀 트인다.

새삼 스텟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거리를 벌린다고 전속력으로 뛰느라 미처 화살을 쏠 시간이 없었지만, 고작 민첩 스텟 6 늘어났을 뿐인데 상황이 180도로 뒤바뀐 것이다.

덕분에 내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포인트를 아껴두는 게 맞아.’

핑!

지금 당장은 조금 힘들겠지만.

푹.

이 힘듦을 감내한다면 상위리그에 올라가서도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고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띠링!

[플레이어 ‘올리버’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상위리그에 올라가서도 지금처럼 플레이어들을 사냥하고 다닐 상상을 하자.

온몸에서 희열이 솟구쳐 올라왔다.

[현재 생존자 수 : 398 명]

[붉은 깃발 소지 플레이어 ― ‘렌’]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5:22:13]

[남은 체력 : 61%]

쏴아아아아-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엄청난 폭우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달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깜깜한 산속에서 오직 내 머리 위에 존재하는 붉은 깃발의 표식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젠장. 내 욕심이었군.’

고작 한 달 만에 활을 마스터하겠다고?

꿈도 꾸지 못할 소리였다.

한 종류의 활과 화살에만 능숙해서는 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11시 방향으로 간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해!”

내가 들고 있는 이 활은 리플렉스 보우.

활의 림이 전방으로 휘어있는 게 특징이다.

장점은 화살이 빠르고 멀리 나간다는 것.

그리고 단점은······.

‘씨발. 비를 맞기 시작하자마자 상태가 맛이 갈 줄이야.’

활을 만드는 재료가 습기와 물에 약하다는 데에 있다.

물이 닿자마자 화살이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죽리! 다리를 노려!”

쐐애애액!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목표는 95% 확률로 내 오른쪽 허벅지.

나는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

휘익- 푹.

종이 한 장 차이로 내 오른쪽 허벅지를 스쳐 가며 바닥에 박히는 화살.

쐐애애액!

불행하게도 날아오는 화살은 한 발이 아니었다.

‘이번엔 어디지?’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느라 두 번째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젠장.

나는 일단 흙바닥 위로 몸을 던졌다.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배가 바닥에 쓸리며 아릿한 통증을 피워냈다.

녀석은 나와 다르게 여러 종류의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활과 화살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 쓰는 건 복합궁인지, 내 활과 다르게 폭우 속에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날아왔다.

‘일단 저 궁수부터 어떻게 해야 해.’

현재 나와 가장 가까운 녀석은 6시 방향에서 창과 방패로 무장한 채 뛰어오는 녀석.

거리는 70미터 정도.

그렇다면 3초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창술사가 도달하기 전에 처리한다.’

쐐애애액!

날아오는 화살을 고개만 틀어 피한 나는 곧장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정확하게 조준해서 맞출 수가 없다고?

‘그럼 존나게 많이 쏘면 되지.’

핑! 핑! 핑! 핑! 핑! 핑! 핑! 핑! 핑! 핑! 핑!

원래부터 속사가 제법 빨랐는데, 특전 효과로 모든 스텟이 20% 상승하자 더 빨라졌다.

고작 3초 만에 날아가는 10발의 화살.

상대에게 맞았는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창과 방패를 든 녀석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그저 맞기를 바랄 뿐.

안 맞으면 또다시 거리를 벌린 다음에 쏘면 된다.

나는 곧장 활을 챙겨 전속력으로 달렸다.

띠링!

[플레이어 ‘고죽리’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현재 남은 체력 : 37%]

“젠장, 죽리가 죽었다!”

마침 알림창이 궁수가 죽었음을 알려왔다.

휴.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네.

궁수가 포함된 파티에게 쫓긴다는 것은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궁수를 처리했으니까 이제 나는 계속 도망 다니면서 한 놈씩 잘라먹으면 된다.

놈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8명이 팀을 이룬 채 행동하고 있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 걸로 봐서는 한 팀에서 출전한 녀석들인 것 같았다.

개인 PvP에서는 생존율을 올리기 위해 같은 팀에서 여러 명이 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꼭 생존율이 높냐면, 그것도 아니긴 하지만.

“헉, 헉. 젠장, 몰이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가는 거야!”

“그것보다 저 자식 체력 스텟이 도대체 얼마야? 저놈은 지치지도 않나!”

아무래도 나를 몰아넣기 위해 작전을 짰던 녀석이 죽은 궁수였나보다.

궁수가 죽자 녀석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제법 수준이 높은 사냥꾼이었군.’

어쩐지 나를 몰아넣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초감각이 아니었다면 언제고 둘러싸였을 정도로.

하지만 추격대의 대가리가 죽었으니까.

핑! 핑! 핑!

이제 내가 사냥할 차례가 되었다.

“크윽, 안 되겠다. 빼! 이봐, 한슨! 빼라고!”

띠링!

[현재 생존자 수 : 297 명]

[붉은 깃발 소지 플레이어 ― ‘렌’]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3:21:37]

[킬 수 현황]

[1위. ‘렌’ 112킬]

[2위. ‘르노바’ 49킬]

[3위. ‘빅터’ 47킬]

[4위. ‘붉은 거미’ 44킬]

[5위. ‘일리자드’ 41킬]

[6위. ‘내가제일쎔’ 24킬]

‘징글징글하네, 진짜.’

밤이 되면 좀 나을 줄 알았더니 더 심각해졌다.

먹구름 때문에 달빛조차 존재하지 않다 보니, 내 표식이 너무 눈에 띈다는 게 문제였다.

이건 뭐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들도 아니고······.

비를 계속 맞고 있다 보니 몸이 무거웠다.

여름 날씨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내 몸을 두들기는 빗방울들은 내 체온을 빼앗아 갔다.

‘체력 소모가 더 심해졌어.’

여전히 남아있는 플레이어 수는 297명.

이제 3시간 정도만 버티면 된다.

[현재 남은 체력 : 38%]

핑! 푹-

“큭, 어······ 어떻게······.”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나를 향해 조용히 다가오던 플레이어를 향해 기습적으로 화살을 날려 주었다.

초감각 덕분에 암살자 계열은 나에게 걸어 다니는 체력 포션이나 마찬가지였다.

띠링!

[플레이어 ‘도둑왕왕왕’ 을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후.

마침 체력도 별로 없었는데, 스테미나 소비 없이 죽일 수 있는 녀석이 와줘서 다행이다.

이걸로 113킬 째.

나는 활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플레이어들이 별로 없길래 명당을 찾았나보다 싶었는데, 어느새 곳곳에서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굳이 화살을 쏴서 자극을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저들에게 싸우지 말자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만약 창을 들고 왔으면 어땠을까.’

아마 고생다운 고생도 하지 않고 게임이 끝났을 가능성이 컸다.

창을 들고 있을 때의 나와, 활을 들고 있을 때의 나는 그 격이 다르다.

‘후회는 하지 않아.’

무척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만, 배우는 게 너무 많았다.

특히 활.

실전에서 내가 직접 활을 들고 다니며 악전고투를 벌이다 보니, 앞으로 궁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붉은 깃발!”

“조심해, 욘! 저 녀석 경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표식을 안 뺏긴 놈이야. 심지어 킬 수도 1위라고!”

“그래서 더 기회라고. 녀석을 봐. 엄청 지쳐있잖아.”

이동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소곤대는 플레이어들의 소리가 들렸다.

후, 끝이 없군.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었다.

[현재 생존자 수 : 107 명]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2:25:14]

“헉, 헉, 허억, 헉.”

잠시 플레이어들이 죽는 속도가 줄어들길래 나머지는 생존파 녀석들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남아있는 놈들은 체력을 비축해서 날 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려가는 방향의 나무 뒤에 숨어있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를 덮쳐 들어왔다.

핑! 털썩.

띠링!

[플레이어 ‘하이제커’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남은 체력 : 30%]

후.

진짜 하얀 가면이 없으면 죽을 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똑똑히 실감하게 되었다.

체력 90%가 남아있을 땐 1% 회복되는 게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20%에서 30% 정도 남아있으니까 체력 1% 회복은 가뭄의 단비 같은 녀석이었다.

쐐애애액! 푹-

날아오는 화살을 보지도 않은 채 방향을 틀어 피했다.

지긋지긋한 궁수 새끼들.

진짜 도망치는 입장에서 쫓아오는 궁수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오는데, 그걸 보고 피하자니 도망치는 속도가 느려지고, 그냥 무시하자니 언제 뒷덜미에 화살이 박힐지 몰랐다.

초감각이 있는 나도 이렇게 고생하는데,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궁수에게 쫓기고 있다면 그냥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쐐애애애액!

나는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나무로 몸을 날렸다.

날아오던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스쳐 나무에 박혔다.

핑! 핑! 핑! 핑! 핑!

서둘러 자리를 잡고 대응 속사를 했다.

“컥.”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화살들 사이로 적 궁수의 단말마가 들렸다. 같은 어둠 속에서의 저격이라면 내가 더 유리하다.

녀석은 단지 표식으로 내가 있는 위치를 알아낼 뿐이지만, 난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보이거든.

띠링!

[플레이어 ‘일리자드’ 를 처치했습니다.]

[<피의 회복> 능력으로 체력이 1% 회복됩니다.]

죽이고 보니까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무려 킬 수 5위에 올라가 있던 플레이어.

어쩐지, 혼자서 나를 쫓아오는 건데도 아까 만났던 파티의 궁수보다 상대하기가 까다롭더라니.

쏴아아아아아아아-

폭우가 더욱 심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진짜 힘들어 죽겠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자.

[현재 생존자 수 : 83 명]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57:22]

칭! 칭! 칭! 칭!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능숙하게 막아낸다.

아무리 전속력으로 도망쳐도 녀석과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았다.

‘젠장. 앞에도 있어.’

전방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포위되면 곤란하기에 나는 곧장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였다.

쐐애애애액!

‘헉!’

나는 너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찍었다.

진짜 죽을 뻔했다.

내가 방향을 꺾자마자 내 목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창이 날아왔던 것이다.

까딱 잘못했으면 그대로 목이 꿰뚫릴 뻔했다.

“후후. 진짜 지금까지 버틸 줄은 몰랐군.”

‘고수!’

“무려 11시간이나 버티다니, 정말 대단해.”

누구일까?

아마 킬 수 2위에서 4위에 랭크되어 있던 놈들 중 한 명일 것이다.

한두 시간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는 시선의 정체가 녀석들이었군.

하, 씨발.

11시간 동안 버티는 것도 힘들었는데, 남은 1시간은 더 지옥이 될 것 같았다.

나 또한.

애초에 1시간 남았을 때 붉은 깃발을 쟁취하려고 계획했었으니까.

한마디로, 진짜 고수들이 지금부터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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