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로세움의 회귀자-6화 (6/205)

6화. 새 둥지(2)

[남은 포인트 : 12,600 P]

‘하······.’

한 경기 만에 12,600 포인트를 벌었다.

하위리그에 처음 들어온 플레이어가 기본급만 챙긴다고 가정했을 때 10경기는 뛰어야 벌 수 있는 포인트였다.

1회차의 내가 저 포인트를 버는 데 몇 경기가 걸렸더라?

8경기? 9경기?

그 정도 걸렸을 것이다.

‘고맙다, 시노엘.’

나는 다시 시스템 상점으로 접속했다.

‘이 정도 포인트면 능력치를 얼마나 올릴 수 있지?’

계산해보니 근력, 민첩, 체력을 모두 10으로 맞추고도 5천 포인트가 남았다.

10을 넘는 순간부터 1 스텟 당 1,000 포인트가 소모되니, 5 스텟을 더 올릴 수 있는 셈이었다.

물론 지금 올릴 생각은 없지만.

<시스템 상점>을 닫은 나는 바로 <중개 거래소>로 입장했다.

띠링!

[<중개 거래소>에서는 골드로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를 골드로 환전하시겠습니까? 1 포인트 당 10 골드]

[주의!]

[골드 → 포인트 로 환전은 안 되니 신중하게 결정해 주세요.]

띠링!

[1,000 P 가 차감됩니다.]

[10,000 G 가 입금되었습니다.]

골드는 포인트와 다르게 플레이어 간의 거래가 가능하다.

그래서 경기를 뛰면서 얻은 아이템들을 골드로 거래하고 있었다.

포인트 상점에서는 장비나 스킬북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포인트를 골드로 교환해야 했다.

물론 나는 장비를 사려고 골드를 환전한 게 아니었다.

[<약초:블랙 허브>]

[티르너노그 성계에서만 나는 약초. 아직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등급 : 희귀]

[판매가 : 30 G]

‘역시 아직 가격이 안 올랐군.’

블랙 허브는 엘릭서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다.

아직까진 30골드 정도밖에 안 나가지만,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 개에 1만 골드를 넘나드는 귀족 재료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그 귀족 재료가 되는 것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블러드나이트180 에서 스토리 미션을 나갔던 어느 플레이어들에 의해 블랙 허브의 사용처가 커뮤니티에 나돌게 될 테니까.

그때가 되면 나는 300배가 넘는 차익을 보게 될 것이다.

띠링!

[<약초:블랙 허브>를 3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약초:블랙 허브>를 3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약초:블랙 허브>를 3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약초:블랙 허브>를 30 G 에······.]

현재 중개소에 올라와 있는 블랙 허브는 총 231개.

나는 그것들을 모두 다 쓸어 담았다.

‘됐어.’

블랙 허브의 가격이 급등하기만 한다면 고급 스킬과 장비들을 맞출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족한 스텟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 샀고.’

지금 남은 골드로는 딱히 살 수 있는 아이템도 없겠다, 거래 중개소를 종료하려고 할 때였다.

중개소에 올라와 있는 아이템 중에서 내 시선을 빼앗는 아이템이 있었다.

[<가면:하얀 가면>]

[어떤 대귀족이 착용하던 가면이다.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착용하면서 주인의 능력 일부가 깃들어 있다.]

[착용 시 <피의 회복>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피의 회복> ― 생명체를 처치할 때마다 체력이 1% 회복된다.]

[등급 : 일반]

[판매가 : 10,000 G]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가면이라는 아이템이 전투에 유용한 물건은 아니니까.

안면부를 막아주긴 하겠지만, 그만큼 시야도 제한된다.

눈이 안 보이던 시절에야 착용하는 걸 고민해 봤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가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이 가면의 디자인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으니까.

1회차 때,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음에도 순식간에 초월리그까지 올라간, 라이언이 쓰던 가면인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벼락에 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잠깐만.

자세히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진짜?

진짜로 1회차 때 녀석이 쓰던 가면인가?

그럼 진짜 대박인데?

띠링!

[700 P 가 차감됩니다.]

[7,000 G 가 입금되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포인트를 골드로 바꿨다.

마음이 급했다.

정말 귀한 것들은 골드를 주고도 살 수 없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 저 가면은 억만금의 골드를 줘도 살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제발, 그사이 팔리지 않았길······!’

다행히 가면은 그대로 있었다.

나는 곧장 커서를 이동시켜서 가면을 터치했다.

띠링!

[<가면:하얀 가면>을 10,000 G 에 구입하셨습니다.]

손 위에 생겨난 하얀 바탕의 가면.

나는 가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 실물로 보니까 확신할 수 있었다.

‘라이언이 쓰던 가면이야.’

몸이 잘게 떨린다.

“후······.”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희열이라는 감정이 내뱉는 숨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

“대박을······친 것 같은데?”

이 가면의 등급은 일반. 가장 낮은 등급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가면을 신화 등급까지 성장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회차 때, 라이언의 담당 트레이너엔젤이 직접 커뮤니티에 올린 내용이었으니까.

다시 금방 지워지긴 했지만, 그때 읽었던 내용들은 내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라이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자 홧김에 올렸다고 했었으니까, 아마 맞을 것이다.

‘신화 등급 아이템.’

그 이름이 주는 무게는 묵직했다.

1회차 때 만났던 라이언은 무시무시한 위용을 선보였다.

몇천 명을 상대로 혼자서 압도하는 모습.

그래서 녀석에게 붙은 별명이.

‘걸어 다니는 레이드 보스였지.’

그땐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몰랐는데, 이후에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가면의 성능을 보고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죽일수록 강해지는 가면.’

그게 이 가면의 특성이었으니까.

가면을 얼굴에 써 보았다. 그러자 가면이 얼굴에 녹아든 것처럼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시야도 전혀 가리지 않았다.

‘좋은데?’

말 그대로,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스릉-

검을 뽑아 검면에 내 얼굴을 비췄다.

눈, 코, 입만 뚫려 있는 하얀 가면이 보였다.

뜻하지 않은 대박을 친 것 같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방에서 나와 숙소에 딸려 있는 식당으로 향하자 빵을 입에 문 채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아세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일찍 일어나셨군요.”

“아, 네. 혼자서 팜을 관리하려면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그녀의 맞은편에는 주인이 없는 식판이 놓여있었다.

고기와 채소, 과일이 골고루 섞여 있는, 균형 잡힌 식단이었다. 이곳엔 그녀와 나, 단둘뿐이니 아마 나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이리라.

“멋진 가면이네요. 새로 장만하신 건가요?”

아세리안이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물었다.

“네.”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묵묵히 식사를 했다. 내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그녀는 입에 문 빵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무언가를 쓰는 것에 열중했다.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두 개의 건물이 보였다. 건물의 입구에는 <체력 단련실> 과 <대련실>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중 체력 단련실이라고 적혀져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바닥에 트랙이 깔려 있고, 한쪽에는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각종 기구들이 놓여져 있다.

다른 한쪽에는 장애물 같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체력 단련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플레이어 육성법을 제대로 공부했다는 티가 났다. 내가 생각하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트랙 한쪽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시작된 스트레칭.

‘엄청 뻣뻣하네.’

스트레칭을 하는 부위마다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통증들을 무시한 채 꼼꼼하고 세심하게 근육들을 풀었다.

딱딱한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려야 탄력이 나온다. 그리고 그 탄력은 육체가 폭발적이고 역동적이게 움직이는 걸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콜로세움에 막 입장한 지금의 육체는 오랜 시간 근육들이 뭉쳐 있어 탄력을 잃은 상태.

지금부터라도 근육들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줘야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스트레칭에 열중하고 있자 체력 단련실에 아세리안이 나타났다.

“당분간은 시합을 잡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거예요.”

그녀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종이엔 하루 일과표가 적혀져 있었다.

아침에 기상해서 스트레칭, 런닝, 근력운동, 명상, 무기술······등등.

무려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오후 8시에 끝나는, 엄청 빼곡한 일정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식사도 뒷전으로 재껴두고 뭘 하나 했더니, 내 일정들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대단하네.’

일정표를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얼핏 보면 그냥 무식하게 굴리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각 일정 간의 상성이 무척 좋았다.

아침 식사 후 스트레칭을 하며 소화를 시킨다.

그리고 런닝을 해서 체력을 소모 시키고, 근력 운동을 해서 스텟 상승률을 높인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한 뒤에 육체 회복 겸 정신력을 위한 명상 시간을 가지고,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면 곧장 검을 수련한다.

그 일련의 과정들은 단련과 휴식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는 알아요. 아마 제법 고된 일정이 되겠죠. 하지만 안우진님이 제 커리큘럼을 잘 따라오시기만 한다면 금방 상위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아세리안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이 과정을 꾸준하게 수행한다면 금세 강해질 것이다. 아마 지금 시기에 팜에서 짤 수 있는 최고의 훈련법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는 제 방법대로 훈련하고 싶습니다.”

“훈련이 너무 고될 것 같아서 그러신가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콜로세움은 목숨을 걸고 서는 전장이잖아요? 이건 안우진님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럼 왜······?”

“제 방법대로 하는 게 더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일정은 흠잡을 곳이 없다. 모든 스텟을 골고루 상승시키면서 동시에 무기의 숙련도도 높이는, 완성도가 높은 커리큘럼이었다.

1회차의 내가 처음 입장했을 때 팀 ‘투지’에 소속되었다면 훨씬 더 강해졌을지도.

하지만 나는 콜로세움에서 싸워온 10년이란 경험이 존재한다. 덕분에 스텟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더 효율이 좋을 거라고요?”

아세리안이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3일은 안우진님 방식대로 훈련하고, 3일은 제 방식대로 훈련을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최종적으론 더 효율이 좋은 방식을 따르는 걸로.”

아세리안의 말에 나는 그녀에게 내렸던 평가를 수정했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설득한다.

보스가 아닌 리더의 자세.

생각보다 그녀가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3일 동안은 제 말에 무조건 따라주셔야 해요. 자, 그럼 일단 스트레칭부터 빡세게 해볼까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내 등 뒤로 돌아가더니 꾸욱 눌렀다.

순간 무시무시한 통증이 가랑이에서 퍼져나갔다.

음, 리더와 보스의 중간 정도로 정정해야겠군.

“아직 한 바퀴 남았어요! 조금만 더!”

“자, 호흡 들이쉬고! 복부에 힘주고! 천천히!”

“자세 신경 쓰세요! 그래야 안우진님이 좋아하는 효. 율. 을 올릴 수 있으니까!”

“하체가 고정돼야 해요! 호흡 신경 쓰고! 한 번 흔들릴 때마다 100번 더!”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아세리안은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번아웃이 올 수도 있을 만큼 혹독한 훈련이었다.

물론 그녀 역시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누구의 훈련법이 더 효율이 좋은지를 두고 내기 하고 있는 상태.

스텟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나를 마른오징어 쥐어짜듯 체력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헉, 헉.”

[이름 : 안우진(닉네임 : 미정)] [소속 : Team 투지]

[리그 : 하위리그]

[근력 : 6] [민첩 : 6] [체력 : 10]

[정신 : 87] [지력 : 12] [마력 : 0]

[각성 능력 : <초감각> <고급살기> <특급마나운용> <고급창술> <중급검술> <상급단검술> <상급투척술> <중급박투술> <하급치료술>]

[보유 스킬(0/5) : 없음]

[업적 특전 : 없음] [차원 특전 : 없음] [종족 특전 : 없음]

[남은 체력 : 34%]

“3일 동안 근력 3, 민첩 2, 체력 2가 올랐네요?”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고르고 있는 내게 아세리안이 말했다.

입장 첫날 내가 하루 만에 근력 1, 민첩 2, 체력 7을 올린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

하지만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것도 무척 빠른 성장세였다.

“내일부턴 제 방식대로군요.”

“맞아요. 만약 스텟 총합 상승이 7보다 낮으면 제 훈련을 군말 없이 따라주셔야 해요?”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스텟이 높아질수록 올리기가 더 힘든데, 그녀가 교묘하게 이전의 스텟과 비교하고 있었다.

뭐, 상관없지.

그래봤자 어차피 내 훈련법이 훨씬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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